오사무 : 응...
...진짜 급여 명세서만 있다면.
미토코 : 약속이야?
오사무 : 알았어...약속.
폐에도 바늘이 꽂혀,
들이마시는 숨이 점점 빠져나가는 감각.
오사무 : 이번달 집세 내야지...
두 달째부터 연체해서 미안.
미토코 : 아, 그건 됐어.
있잖아, 보증금, 잔뜩 받았으니까.
오랜만의 월급, 우선은 자신에게 써.
오사무 : 으...
난 어떤 표정을 하고 이 아이를 만나야 할까...
(철컥)
미토코 : .........좋아!
분명 괜찮을거야. 역사적인 화해의 길은 머지 않았다고~
미토코 : 장보러 가자, 장보러.
...신분증 필요없는 술집은 어디지?
미토코 : 맞다, 영감님이랑 같이 가자.
그 사람이라면 맥주 한개면 넘어오겠지.
(철컥)
오사무 : .........
카야 : 저기...여자 친구, 야?
오사무 : 에...?
카야 : 뭐야, 애인있었잖아.
...아 짜증나.
그럼 이렇게 일만하지 말라고.
오사무 : 아, 아뇨, 방금 그건 애인이나 그런 종류가 아니라...
아니 근데, 왜 짜증이 나는지...
카야 : ...그래?
오사무 : .........집주인이에요.
카야 : 집주인?
오사무 : ...예.
제 아파트의.
뭐 틀린소리 안 했지?
카야 : ...집주인 상대로,
항상 그렇게 다정하게 대화해?
오사무 : .........남을 잘 돌봐주는 사람, 이라서요.
카야 : ...흐음~?
뭐 틀린거 없이, 거짓말 아니지?
카야 : 뭐, 상관없지만.
오사무 : ㅈ, 저기...아마기 씨.
카야 : 응?
[오늘은 돌아올거지?]
오사무 : 서둘러 끝마칠 테니까요...
그때까지 기다려주시겠어요?
카야 : 에...
오사무 : 그, 오늘은 주말은, 월급날, 이니까요...
그런, 나의 어설픈 말돌림에도...
카야 : .........당근.
그럼, 빨리 정리할까요.
내가 생각했던대로,
아마기씨는 살짝 미소지으며 쾌히 승락해줬다.
카야 : 그럼 건배할까.
오사무 : 음...뭐에 건배할까요?
카야 : 사라져버린 우리 회사에 애도를 표하며.
오사무 : .........
카야 : 지금까지 해온 신입씨의 헛된 노력을 기리며.
오사무 : 저기...
카야 : 무직자인 두 사람의 앞날을 축하하며.
오사무 : 그 표현은, 여러 의미로 좀 그렇지...?
카야 : 신경쓰지마, 신경쓰지마...건배.
(챙그랑~)
카야 : .........흐!
음~, 이 한 잔을 위해 살아간다니까~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죠? ㅋㅋ)
오사무 : ...헛, 더블락을 원샷하지 마세요.
(2인분량의 칵테일을 단숨에 들이킨듯)
애당초, 그렇게 금방 비워버릴거면,
락이 아니라 스트레이트로 해도 충분하잖나.
...지금 쳐해있는 상황하에서,
가장 하찮은 의문점이긴 하지만.
카야 : 일단, 치즈랑 너츠는 괜찮지?
스파게티나 피자 같은 건 없지만, 먹을 수 있는 거 있어?
오사무 : 괜찮아요, 대부분은 다 문제없으니까요.
...양식 음식점이라면.
우리가 회사를 나왔을 때,
이미 [꽃의 금요일]은 25시라고 하는,
최근에 생긴, 이해가 안가는 시간으로 돌입해 있었다.
이미 막차도 끊긴 이 시간대...
보통의 술집은 대부분이 문을 닫아,
열려있는 건, 24시간 영업을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이런 약간 분위기 있는 바 정도.
난 전자(레스토랑)면 충분했지만,
오늘은 아마기 씨가 한치도 양보해주지 않았다.
...돈, 감당될까?
카야 : 사줄테니까. 돈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먹어.
오사무 : 그, 그럴수는 없어요!
너무나도 내 속을 꿰뚫어 본,
아마도 진심일 그 마음 씀씀이에 감사하지만,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면, 난 틀려먹은 인간이 돼 버린다.
...지금은 제대로 된 인간이냐 하는 건, 여기선 생각하지 않기로.
오사무 : 애당초 말이죠, 분명 아마기씨는 선배지만요,
나이는 내가 훨씬.........위, 맞죠?
카야 : 아, 그러고 보니 나이 얘기 안했었나?
그쪽 나이는 들어놓고 말야. 지금 리치라고?
오사무 : ...이번주엔 아직 28살이에요.
다음주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말이지...
카야 : 그래.
난 33
오사무 : 에에에에에에!?
카야 : ...인 사람이랑 띠동갑.
오사무 : ...45?
카야 : 그거, 재밌네.
그런 재치도 있네 신입씨도.
오사무 : 하, 하하...
부질없는 저항이 아무렇지 않게 무시당한 것에 대한 반발은,
예상외로 환영받고 말았다.
카야 : 그러고 보니 말야...
오사무 : ㅁ, 왜요?
카야 : 이제 신입씨도 아니니, 호칭 바꿔도 돼?
오사무 : 지금부터...말인가요?
이제[와]서 얘기하는 거지만,
술이 맛이 없어질 것 같아서 억지로 밝은 감정을 쥐어 짜냈다.
응, 괜찮아.
내 감정 제어 장치는, 아직 작동해.
카야 : 요시무라 오사무니까...으음...
[요시무라 씨], [요시무라 군], [오사무 씨], [오사무 군], 어느게 좋아?
오사무 : ㅈ, 잠깐만요 아마기 씨...
카야 : 혈연도 주종 관계도 아니니까 무난한 호칭 뿐이지만,
뭐, 화려한 것도 쓰긴 좀 그렇잖아?
오사무 : 그런 걸 화려하게 쓰는 건 대체 무슨 정신구조인가요?
카야 : 아니면 [오사무짱]이 없었던 게 불만?
오사무 : 당연...히 아니죠!?
카야 : 그럼, 4개중 택일.
제한 시간은...그래, 내가 두번째 잔을 비울 때까지.
내가 딱 0.1초 제 정신으로 돌아가는 동안에,
아마기씨는 계속해서 얘기를 한다.
바텐더 : 버번록 준비됐습니다.
카야 : 자, 이제 5초.
오사무 : 그렇게 마시는 거 그만두세요...
카야 : 꿀꺽, 꿀꺽......
오사무 : 그, 그럼...[요시무라 씨]로!
(턱, 챙그랑~) - 다 마시고 얼음이 든 잔 내려놓는 소리
카야 : 응, 알았어...[오사무 군]
오사무 : 내 대답이랑 정반대잖아요!?
카야 : 뭐, 예상대로였으니.
오사무 : 그럼 그냥 그 예상을 받아들이시라구요...
카야 : 한잔 더.
바텐더 : 알겠습니다.
오사무 : 그리고 그 무모한 음주도 그만하세요.
카야 : 이게 보통인데 말이지...
맥주는 별로 안 마시는데.
오사무 : ...전혀 몰랐습니다.
카야 : 응. 천천히 알아가면 돼.
오사무 : 아뇨, 그러니까 말이죠...
카야 : 아, 그리고 더블 스코어 되면 페널티 있으니까 말야?
각오 단단히 하고 따라와.
오사무 : 에? 에? 에?
카야 : 그런 이유로, 이 사람한테도 한잔 더.
아, 귀찮으니까 병으로 마실까.
오사무 : 아니, 잠깐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
카야 : 저기 말야, 오사무 군.
오사무 : ...뭔가요 아마기 씨?
카야 : .........
오사무 : ...왜 그러세요 아마기 씨?
혹시 속이 안좋다든가?
추가한 병은 이미 반 가깝게 비워져 있다.
아직 여기 온지 1시간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참고로 나는, 아까부터 한계에 가까워져서,
들키지 않도록 잔 끝부분을 홀짝홀짝 핧고 있을 뿐.
그렇게 술이 약하지는 않은데 말이지...
카야 : 음~...
오사무 : 아, 아마기 씨, 정말로 괜찮으세요?
몇잔을 마셨는지 세는 것도 피곤할 정도로,
병의 뚜껑을 정신없이 열었다 닫았다한 아마기씨는,
지금에 와서는, 아무래도 역시 표정이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카야 : 저기 말야...
오사무 : ㄴ, 네.
왜 그래요 아마기 씨?
나갈까요? 아니면 화장실...
카야 : 카야.
오사무 : 에?
카야 : 카~야~
오사무 : ㄴ, 넹?
위험해...진짜 취했다.
카야 : 하긴 말야...어렸을 적엔 꽤 놀림 받았다고?
따당하다 못해 [모기장 밖에]라고 놀려대서 말야.
("카야"라는 일본어는 모기장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오사무 : 재밌...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스툴(등받이 없는 의자)위에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고 있어,
그야말로, 여러 가지 의미로 이쪽의 혈압까지 오르게 만들 것 같아서.
카야 : 하지만 난 내 이름이 마음에 들어. 알어?
오사무 : 알아요.
자신의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도 좋아하게 되니까요.
참고로 나는,
당연히 내 이름 따윈, 싫지만...
카야 : 알면 됐어.
그래서 말야, 내가 좋아하는 이름이니까,
다른 사람이 불러주면 꽤 좋아하곤 해서.
오사무 : .........
카야 : 카야.
오사무 : 으...
카야 : 카~야~
오사무 : 으, 으으...
카야 : 알고 있지?
내가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오사무 : 으, 으음...카, 카, 카.......
카야 : .........
오사무 : 카야.........씨
카야 : .........후우
오사무 : ㅈ, 저, 저기...
카야 : 뭐, 됐나. 일단은.
오사무 : ㅇ, 일단...?
카야 : 오사무 군, 이게 한계인 거 같은걸.
오사무 : 그, 그렇지만 말이죠...
그, 이름을 낮춰 부르다니, 그런,
그러니까 우리는, 그...
카야 : 치킨~
(여기서의 치킨은 소심한, 겁많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오사무 : ...ㅇ, 여기요!
이, 닭가슴살 좀 더 주세요.
바텐더 : 알겠습니다. 치킨이시라구요.
오사무 : .........
...받아 넘기는 방법을 잘못 골랐다.
.........
카야 : .........
오사무 : .........
병이 다 비고 말았다...
겨우 2시간으로.
카야 : 오사무 군 말야...
오사무 : 뭔가요, 카야 씨?
일단 호칭만은,
요 1시간으로 비교적 적응이 됐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이렇게 둘이 있는 시간은,
슬슬 다 되어가는 이유로.
첫차까지 앞으로 한 시간 정도.
그 시간을 남겨두고, 두 사람 다,
따분함을 느꼈다.
카야 : 땀 냄새.
오사무 : 죄송합니다...
수요일부터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회사 근처에 있는 사우나에서 목욕하고 속옷은 갈아입었지만,
와이셔츠나 넥타이는 완전 쭈글쭈글해서.
카야 :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는 거야?
자신이 얼마나 심한일을 당했는지 알고 있어?
오사무 : 귀중한 사회 체험이라는 걸로...
몇 번이나 체험해야 속이 풀려, 라고,
누군가에게 한 소리 들을 것 같지만.
카야 : 앞으로...어떡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