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화
7월 7일, 대구 동대구역 부근 호텔.
“자~ 이동하자!”
“다들 개인 짐 확인하고!”
“버스에 탑승하면서 기자에게 길게 답변하지 말고!”
“팬들이 사인 요청하면 최소한만 해주고.”
“준비된 선수들부터 이동해!”
코칭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선수들이 호텔에서 나왔다.
찰칵찰칵.
“와~”
“선수들! 한 말씀 해주시죠!”
엄청난 환호와 기자들의 압박에 선수들은 빠르게 움직여서 버스에 한 명씩 탑승하였다. 그리고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탑승하자 버스는 8강전 경기가 있는 대구 월드컵 경기장으로 이동하였다.
“…….”
이동하는 버스 안은 묘하게 조용했다. 엄청난 대구시민들의 환호에도 선수들은 약간 비장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칸은 선수들이 받고 있는 8강전 경기에 대한 압박을 조금은 풀어줘야겠다는 결정을 하였다.
라커룸.
대칸은 경기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여전히 경직된 상태로 경기 준비를 하고 있는 선수들을 지켜보다가 김종일 수석 코치에게 말했다.
“코치님, 오늘은 코치님이 경기 시작 전에 한 말씀 해주시죠.”
“네? 제가요?”
살짝 놀란 김종일 수석 코치에게 대칸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2002년의 신화를 경험해 본 코치님의 한마디가 선수들에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대칸의 말에 김종일 수석 코치는 그의 뜻을 이해하였다.
“자, 모두 준비 마쳤지. 다들 모여봐.”
김종일 수석 코치의 말에 선발 선수들이 모였다. 그러자, 김종일 수석 코치는 주변에 있는 후보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도 같이 모여.”
“네.”
월드컵 국가 대표 23인이 모두 김종일 수석 코치의 주변에 모였다.
“오늘 8강 경기의 중요성…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은 모두가 알고 있지?”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온 국민들의 유례없는 엄청난 관심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그리고 병역 특례라는 보너스까지 걸려있는 상황이었다.
“축구란 것… 사실 원하는 대로 되는 경기가 아니야, 이기고 싶다고 간절하게 원한다고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모든 선수들이 승리를 간절히 바라면서 경기를 뛴다. 하지만 한 팀이 이기면 다른 팀은 지는 것이 축구라는 스포츠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종일 수석 코치가 직접 답을 말하였다.
“의지를 보여주자! 죽도록 뛰자고! 후회가 없도록! 우리를 응원하는 국민들에게 의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죽도록 뛰자고! 그래야 오늘 경기에서 후회하지 않는다!”
“네!”
그리고 김종일 수석 코치가 직접 선수들의 손을 모아서 파이팅 구호를 외쳤다.
“우리는 최강이다!! 대한민국!! 팀 코리아 파이팅!!”
“우리는 최강이다!! 대한민국!! 팀 코리아 파이팅!!”
그리고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나갔다.
[양 팀 선수들 경기장으로 입장합니다.]
한국 선수들과 이탈리아 선수들이 플레이어 에스코트들과 함께 줄지어 입장하였다. 대칸은 바로 이탈리아 선수들을 확인하고는 판단했다.
‘예상했던 선발 멤버다. 당연하겠지만, 이탈리아도 최선을 다하겠지.’
대칸은 마지막 히든카드까지 꺼내었다.
스킬 : 이번 경기에 모든 것을 건다(U), 설명 : 이번 경기에 뛰는 선수들의 능력과 컨디션이 상승하지만, 선수들에게 후유증이 있습니다.
세부 설명 : 이번 경기에 뛰는 선수들의 능력치가 랜덤하게 상승하며, 컨디션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스킬 사용 후 한 달 동안 스킬이 적용된 선수들의 체력 회복 속도가 낮아집니다.
제한 조건 : 스킬 사용 시, 3개월의 쿨 타임이 있습니다.
선수들의 능력치와 컨디션을 높여주지만, 후유증이 있어서 사용하는 데 있어서 고민을 해야 하는 스킬이다.
‘이 스킬을 사용하면 4강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사용하자!’
[대칸 감독 유저가 ‘이번 경기에 모든 것을 건다(U)’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한국 팀 선수들의 능력치가 상승하고, 컨디션이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FW : 백형준(472/472)
LWF : 이가람(513/494), RWF : 강재섭(468/450)
MF : 강한울(470/464)―한상준(472/451)
DM : 심재훈(479/462)
LWB : 김현승(461/429), RWB : 이무열(474/452)
DF : 노인찬(488/468)―박현우(473/461)
GK : 조혁(463/442)
‘이제 선수들의 능력은 비슷하다! 진형 완성도가 이탈리아에 비해 조금 부족하지만, 전체적인 컨디션은 우리가 더 좋으니 비슷해! 해보자고!’
그렇게 한국 선수들의 경기 준비가 끝났다.
삐익~
심판이 휘슬을 불자, 월드컵 8강전이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엄청난 홈 팬, 붉은 악마의 응원에 대구 월드컵 경기장이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후… 후…….”
이런 긴장된 분위기에서 공을 잡은 이가람은 바로 압박을 느꼈다.
“헤이~ 리~”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친숙하게 말을 걸었지만, 이가람은 전혀 웃을 수 없었다.
“하~ 헤르기! 적당히 붙지?”
“그럴 순 없지. 오늘은 내 목표가 리인걸?”
웨스트 릴링에서 오랜 기간 같이 뛰면서 친해진 헤르기가 이가람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이가람은 그의 마크에 불편함을 느꼈다. 헤르기가 가진 ‘사냥개(R)’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개인적인 능력도 수비에 특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성가셨다.
[이가람 선수, 상당히 귀찮은 표정을 짓네요.]
[사실, 한국 팀의 핵심은 너무나 당연하게 이가람 선수입니다. 유일한 크랙이며 월드 클래스급 선수거든요. 그러다 보니 매 경기 이가람 선수에게는 그 나라의 수비 스폐셜리스트들이 붙게 되네요.]
[과연 이가람 선수, 오늘은 헤르기 선수의 마크를 뚫을 수가 있을까요.]
경기가 어려운 선수는 이가람만이 아니었다.
촤악.
“하…….”
[아~ 아깝습니다. 강재섭 선수! 델피오 선수의 태클이 매서웠죠.]
[아주 잠시 머뭇거렸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조차 허용하지 않는 이탈리아네요.]
퍽!
“윽~”
[백형준 선수! 쓰러집니다.]
[아~ 그런데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습니다.]
[이무열 선수의 크로스를 두고 수비수와 몸싸움을 심하게 했는데, 정당한 몸싸움이라 판단합니다.]
“비켜! 비키라고!”
“음!”
[아~ 한상준 선수 쉽지 않다는 표정이네요.]
[마시모 선수 아주 노련합니다. 공이 라인을 벗어나도록 한상준 선수를 적절하게 막네요.]
[간만에 좋은 패스였는데, 한상준 선수가 잡지를 못합니다.]
필드 전체적으로 이탈리아 선수들의 수비는 아주 타이트했다.
문제는 수비만 타이트한 것이 아니었다.
[파벨 선수가 공을 잡네요.]
한국의 공격이 실패로 끝나자, 이바노 골키퍼는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던 파벨에게 공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파벨은 공을 잡는 순간, 견적이 보였다.
‘들어가자! 가볼 만하다!’
[파벨 선수! 공을 몰고 이동합니다.]
파벨의 돌파에 대칸은 크게 소리쳤다.
“김현승! 움직여! 생각하면서 움직이라고!”
오늘 경기에서 윙백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대칸은 좌우측 윙백인 김현승과 이무열에게 모든 것을 불태운다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라고 지시하였다.
[김현승 선수! 적극적으로 나옵니다.]
[좋은 압박입니다. 파벨 선수에게 공간을 줘서 좋을 것이 없죠.]
파벨은 김현승이 무리해서 뛰어오자, 아쉬운 마음에 공을 다시 뒤로 돌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억지로 움직이면, 후반전에는 우리가 편해지겠군.’
한국 팀의 전략적인 움직임의 특징은 좌우측 윙백들에게 많은 활동량을 요구한다는 점이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빠르게 이 사실을 확인하고 대응하였다.
전반전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스코틀랜드전과는 다르게 빠르게 공이 여기저기로 움직였지만, 그렇다고 결정적인 찬스까지는 양 팀이 서로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은 이탈리아 선수들을 막는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하고 있었다. 아주 끈적한 껌처럼 선수들 마크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렇게 대칸의 주문대로 전반전은 최대한 버티는 형태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좋아! 다들 잘하고 있어!”
대칸은 자신의 예상대로 시간이 지나가자, 성공적인 전반전을 치른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관중석에서는 정말 미친 듯이 열정적인 응원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관중석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갔다.
야옹~
[고양이가 난입했습니다.]
[아~ 오늘 경기장에 동물 출입은 금지되어 있는데, 어떻게 들어온 것일까요?]
[야생 고양이인지 아니면 관중 중에 한 분이 몰래 데리고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가 경기를 멈추게 합니다.]
고양이가 그라운드로 들어오자, 심판이 경기를 중지시켰다. 그리고 진행 요원들이 고양이를 잡기 위해 뛰어 들어왔다.
선수들도 약간 맥이 빠진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는데, 김현승도 자신의 자리에서 경기가 재개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고양이가 진행 요원들의 손을 피해 도망치더니, 그에게 다가왔다.
[고양이가 김현승 선수에게 다가가는데요?]
김현승은 본능적으로 고양이를 손으로 잡았다. 그런데 그 순간! 고양이가 김현승의 손을 깨물었다.
[아! 고양이가 김현승 선수의 손을 물었습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죠?]
[그래도 바로 소독해야 합니다. 감염을 조심해야 해요.]
갑작스러운 일에 김현승은 경기장에서 나왔다. 그리고 팀 닥터들의 도움을 받아 급하게 응급처치를 받았는데, 그 시간이 문제였다.
[경기 재개됩니다. 노인찬 선수, 매너 있게 공을 이탈리아 진형으로 차주죠.]
김현승이 고양이에게 손을 물렸을 때, 이탈리아 선수들이 볼을 라인아웃시켰기 때문에 노인찬은 좋은 마음에 매너 있게 공을 이탈리아에 넘겨주었다.
그런데 그 공을 받은 델피오는 바로 우측 사이드로 패스를 했다.
“어?”
[비토리 선수 공을 잡습니다. 그런데 공간이 비었어요!]
실수였다. 김현승이 빠진 자리를 아무도 채우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비토리는 사이드라인을 타고 아무런 방해 없이 빠르게 들어갔다.
[비토리 들어갑니다! 비토리 전력을 다해 뜁니다.]
아무런 방해 없이 코너킥 지점까지 들어온 비토리는 노마크 상태에서 편하게 크로스를 올렸다.
펑~
비토리가 올린 크로스는 장신인 마티아의 머리를 노렸다. 그렇지만 다행히 박현우가 먼저 뛰어서는 공을 건드렸다.
[박현우! 나이스 플레이입니다. 공을 걷어냅니다.]
하지만 그 공은 운이 없게 파비오를 향해 정확하게 이동하였다. 마치 패스를 하듯이 정확히 전달된 공을 파비오는 거침없이 때렸다.
펑!
[파비오 슛!]
파비오의 슛을 막기 위해 노인찬이 발을 날렸다. 그런데 노인찬의 발끝에 공이 걸리면서 공의 궤적이 변해버렸다. 그래서 조혁 골키퍼가 제대로 반응도 못 하고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철렁~
[아! 이탈리아의 골이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전반 43분에 이탈리아의 골이 들어가면서 0:1로 이탈리아가 앞서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