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천재 감독이 되다-423화 (423/445)

423화

6월 4일, 광주 월드컵 경기장.

체코와의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선수들이 탑승한 버스가 경기장에 도착하였다.

“이가람! 이가람! 이가람!”

“노인찬 선수! 여기 봐주세요!”

“박현우 선수 사인 부탁드려요!!”

“대한민국! 국가 대표 파이팅!!”

“이무열 선수!! 이번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 부탁드려요!”

“울산의 자존심 강재섭 파이팅!”

“한국 야신 조혁! 잘생겼다! 조혁!”

버스에서 내리는 선수들에게 수많은 팬들은 환호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런 환호는 대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대칸 감독님!! 대한민국 어디까지 가는 거죠?”

“오늘 경기도 벨기에전처럼! 이길 수 있는 거죠!”

“제발 부탁드립니다! 한국을 올라가게 해주세요! 살려주세요!”

대칸 감독에게는 광팬들이 국가 대표를 부탁한다며 애원하였고 대칸은 여유 있게 웃으면서 주먹을 높이 들어 그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체코 팀 라커룸.

체코의 클라딘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두고 외쳤다.

“자, 모두 알고 있겠지만, 오늘 한국과의 평가전이 있다.”

감독의 말에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한국 국가 대표 팀에는 이가람을 비롯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몇 명 있긴 했지만, 저번 월드컵 본선에도 못 올라왔을 만큼 약팀이라고 평가받고 있었다.

“우리가 당연히 객관적으로 잘하겠지만, 반대 팀에는 이가람을 비롯한 준수한 선수들이 몇 명 있고, 무엇보다 이번 한국 팀의 감독이 대칸이다!”

대칸이라는 이름에 선수들은 모두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웨스트 릴링 FC의 감독으로 하부 리그 팀을 EPL까지 승격시키고 각종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부족해서 두 번의 트레블을 거둔 최고 명장! 그게 대칸 감독의 위상이었다.

“평가전이지만 방심하다가는 질 수도 있다. 아무리, 월드컵을 대비한 컨디션 관리가 최우선이라고는 하지만! 모두 정신 차리고 경기에 임하도록!”

“네!”

체코 선수들은 대칸을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선수 기량의 차이로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하며 경기를 준비하였다.

오늘 주심인 최순호 심판은 심판 대기실에서부터 흥분되는 감정을 느꼈다.

‘후… 기대되는군!’

심판이지만, 한국 축구인의 한 명이었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선수들과 체코의 한판 대결! 최순호 심판도 기대하면서 경기를 준비하였다.

시간이 되자, 최순호 주심이 그라운드에 나갔다. 그리고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서는 양 팀 주장들을 불러서 말했다.

“동전 앞? 뒤?”

한국 팀의 이가람 주장이 먼저 앞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동전을 던졌다.

핑~

동전은 앞을 가리켰고 이가람은 선공을 선택하였다.

골대까지 정해지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자리 잡았다. 최순호 주심은 자신의 시계를 확인하였다.

‘경기 시작 시간이다!’

그리고 목에 걸고 있는 휘슬을 들고서는 크게 불었다.

삐익~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경기장에 울리자, 백형준 선수가 공을 뒤로 찼다.

“와!!”

그리고 붉은 악마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체코와 대한민국의 평가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가 시작되었군요.”

김종일 수석 코치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경기를 지켜보았다면, 대칸은 자신만만했다.

“아주, 좋은 경기가 기대됩니다.”

체코에 아무리 월드 클래스인 페트르(496/496)를 비롯한 준수한 선수들이 많다지만, 대칸은 충분히 자신 있었다.

“공!”

미드필더에 위치한 패트르가 외치자, 동료가 그에게 패스해 주었다. 그런데 그의 옆에는 아주 귀찮게 상대편 선수들이 딱 달라붙었다.

“하~ 비켜!”

패트르에게는 심재훈과 곽하윤이 달라붙어서는 원활한 플레이가 되지가 않았다.

“젠장!”

그래서 결국 그는 다시 백패스를 하였다.

“좋았어!”

“굿굿!”

곽하윤과 심재훈은 성공적인 수비에 서로 잘했다고 말을 주고받았고, 패트르는 귀찮다는 듯이 두 선수를 번갈아 보았다.

문제는 이런 답답한 상황을 겪고 있는 선수가 패트르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체코의 원 톱이자, 세리에 A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공격수 아드리아노(470/475)도 마찬가지였다.

펑~

간만에 좋은 타이밍의 스루패스가 아드리아노를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그가 달리면서 좋은 타이밍에 받으려고 하는 순간!

촤악~

거구의 사내가 달려와서는 먼저 태클을 하여 공을 라인 밖으로 걷어내 버렸다.

“하훈! 하훈! 하훈!”

“나이스! 하훈! 좋았어!”

“하훈 선수 파이팅!!”

하훈의 나이스 플레이에 한국 팬들이 환호하였고 그는 웃으면서 다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아드리아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진짜! 귀찮게 하네.”

오늘 하훈은 정말 아드리아노의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었고, 그는 원하는 플레이를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미드필더의 핵심과 에이스 공격수가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하자, 체코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왼쪽이 너무 비어있는데?’

공을 잡은 조혁은 체코 팀의 진형이 이상하게 무너진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과감하게 공을 왼쪽으로 길게 찼다.

펑~

공이 멀리 날아가는데…….

“뭐야?”

주장인 페트르가 눈으로 살펴보자 왼쪽 공간에 순간적으로 체코 선수가 없었고, 공은 이가람의 발에 쉽게 떨어졌다.

“막아!!”

페트르가 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이가람은 빠르게 공을 몰고 달리고 있었다.

“이가람! 이가람!”

“가람! 달려!!”

“골! 넣어라!!”

팬들의 환호를 등지고 이가람이 적진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촤악~

급하게 달려온 체코 수비수의 태클을 이가람이 가볍게 피했다!

“오~”

이가람의 자연스럽게 태클을 피하는 모습에 관중들은 감탄하였고, 이가람은 뿌듯함을 느끼며 더욱 뛰었다.

“그만!”

그리고 체코의 최종 수비수인 데니스(470/473)가 이가람을 막아섰다. 하지만 지금의 이가람은 그가 알던 예전의 이가람이 아니었다.

타… 타… 탁!

이가람은 에드워드의 주특기였던 플래 플랩을 시전하였다.

“어…….”

데니스가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이가람과 몸싸움을 했지만, 이가람은 버티면서 공이 떨어지는 위치로 빠르게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데니스를 제쳤다.

“오~”

개인기에 관중석의 팬들은 또다시 감탄사를 내뱉었고 이가람은 마지막 남은 골키퍼를 두고 강하게 공을 때렸다.

펑~

체코의 골키퍼는 구석으로 날아오는 공을 보고 몸을 날렸지만, 이미 공은 그의 손보다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철렁~

이가람의 골이 터졌다.

“와~!!”

“이가람!! 미쳤다! 미쳤어!!”

“이가람! 이가람~”

“오오~ 오오오오! 오오~ 오오오오!”

붉은 악마들의 거대한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고, 엄청난 함성을 들으며 이가람은 여유로운 골 세리머니를 하였다.

하프 타임.

“하아… 하아…….”

“후… 후…….”

체코 라커룸은 조용했다. 선수들의 거친 호흡만이 울려 퍼질 뿐, 다른 말이 없었던 것이다.

클라딘 감독은 체코 선수단의 분위기를 보다가 코치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다.

“하… 대칸 감독의 저주겠지?”

코치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웨스트 릴링 FC를 이끄는 대칸 감독과 만난 팀이 입는 피해는 단순히 그 경기의 패배만이 아니었다. 웨스트 릴링 FC와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팀의 에이스급들의 경기 감각을 떨어트렸다.

칼슨을 비롯한 집중 마크 스킬이 있는 선수들을 활용한 상대편 에이스의 컨디션을 낮추는 효과는 다음 경기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클라딘 감독은 페트르를 살펴보았다.

“후… 후…….”

거친 숨을 계속 몰아쉬는 모습, 전반전만 뛰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 미드필더에서 세 명의 선수가 작정하고 페트르만 마크하는데…….’

평가전이라서 가볍게 생각하여 페트르가 집중 마크 당하는 상황에 대해서 대처하지 못한 그의 실수였다.

아드리아노도 마찬가지였다.

“젠장…….”

‘진돗개의 영혼(L)’이라는 레전드 스킬을 가진 하훈의 집중 마크로 아드리아노의 컨디션과 신체 능력이 하락하면서 페이스를 잃은 것이다.

두 선수의 상태를 확인한 클라딘 감독은 결국 결심하였다.

한국 팀 라커룸.

선수들이 라커룸에 들어오자, 대칸이 일단 박수로 맞이해 주었다.

“좋았어! 전반전 좋은 모습이었다.”

페트르와 아드리아노를 완벽하게 봉쇄하면서 체코의 공격을 쉽게 막아냈고, 허점을 노려 이가람이 득점에 성공하여 1:0으로 앞서가는 상황이었다.

“후반전에는 곽하윤의 자리에 류한결이 들어가고, 강한울 자리에 한상준이 들어간다. 그리고 체력이 떨어진 하훈을 대신해서 김현승이 들어가고!”

기대라던 해외파 3인의 투입이 확정되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파이팅!”

세 사람은 밝게 웃으며 후반전을 준비하였고, 대칸은 세 선수의 후반전 활약을 기대하였다.

후반전.

“에?”

그런데, 후반전에 투입되는 체코의 선수들이 많이 변경되었다.

“감독님, 아드리아노(470/475)와 페트르(496/496) 그리고 데니스(470/473)가 빠졌는데요?”

팀의 핵심 멤버들을 체코의 클라딘 감독은 교체시킨 것이다.

클라딘 감독이 느낀 대칸 감독은 한국 국가 대표 팀을 지휘하고 있어도 여전히 무서웠다.

‘한국 대표 팀을 지휘하면서도 우리 팀 선수들의 컨디션을 떨어트리다니……. 평가전에서 폼이 더 떨어지면 안 된다.’

그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면서 주전급 선수들을 교체해 준 것이다.

“아쉽네요.”

대칸은 새로운 해외파 선수들을 시험해 볼 기회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대칸의 기분은 모른 채로 새로 투입된 해외파 선수들은 날아다녔다.

류한결은 베테랑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젊은 미드필더 선수들과 함께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플레이를 보여주며 아주 좋은 판단력과 침착성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진행시켰다.

한상준은 류한결과 다른 선수들이 미드필더를 완벽하게 장악하자, 킬 패스를 뿌리면서 공격에 물꼬를 터주었다. 좌우측 이가람과 강재섭에게 좋은 패스를 하여 한국이 두 개의 추가골을 넣도록 해주었다.

김현승도 뛰어난 기본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며 공수에 있어서 무난한 윙백을 잘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새로운 해외파 선수들을 시험하면서 대칸이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 대표 팀은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3:1로 안정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축구 협회 부회장실.

김흥수 부회장이 들고 있는 신문의 1면에는 대한민국이 체코를 상대로 3:1로 이겼다는 기사가 보도되어 있었고, 그는 그 신문을 구겨서는 던지며 화를 내었다.

“뭐야! 왜 이기는 거야!”

김흥수의 괴성에 옆에 있던 이수용 기술발전위원회 위원장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호주, 벨기에, 체코까지… 한국 국가 대표가 쉽게 이길 팀들이 아닌데…….”

“그런데? 왜! 왜 이기냐고!! 어떻게 이기는 거냐고!”

김흥수 부회장의 고함에 이수용 위원장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지 변명 같은 말을 계속하였다.

“K리그의 일부 팀에서 선수 차출을 거부해서… 어설픈 녀석들이 대부분인데…….”

“그 어설픈 녀석들이! 이제는 영웅이라고 불린다고! K대 라인을 두고! 허접한 녀석들이 국대를 차지했다고!”

김흥수 부회장은 여전히 분노를 터트렸고, 이수용 위원장은 마지막 카드를 언급하였다.

“서소승과 정하율이 한 건 해주기를 바라야겠네요.”

“하~ 그 평가전에서도 못 나오는 녀석들? 빽 없으면 국가 대표 선발로도 못 나오는 녀석들을?”

김흥수 부회장이 비아냥거리자, 이수용 위원장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이제는 입을 다물었다.

“젠장! 처음부터 대칸에게 감독을 넘기는 게 아니었다고! 월드컵 16강을 못 올라가더라도! 절대로 반대 파벌에게 감독을 넘기는 게 아니었는데…….”

김흥수 부회장의 후회 섞인 말에 이수용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말을 꺼내었다.

“그래도 아직 평가전입니다. 월드컵 조별 리그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조별 리그에 들어가면 다를 수도 있어요.”

그의 말에 김흥수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희망 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 평가전이지? 다른 팀들도 컨디션 점검하는 수준이잖아.”

“네, 맞습니다. 체코도 후반전에 주전급 선수들을 모두 뺐습니다.”

“그래, 마지막 독일전에서 지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을 거야.”

“독일전만 진다면! 우리와 친한 언론들에게 부탁해서 자극적인 기사를 마구 작성하는 겁니다! 그러면 여론에 밀려서 여태까지 출전하지 못했던 서소승과 정하율이! 우리 직속 후배들이! 월드컵 엔트리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그래… 독일전이 남았어.”

그들은 아직도 대칸이 넘어질 수 있을 거라는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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