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화
【 외전 - 흙 속의 진주를 찾아라 】
다음 날 호텔 로비.
아침 아홉 시부터 대칸과 일행은 모여있었다. 그의 일행에는 스테판과 알리나, 추대호 스카우트 그리고 의외의 인물인 울산 FC의 강신울 운영 팀장이 호텔 로비에 도착하였다.
“팀장님, 반갑습니다.”
“아닙니다. 대칸 감독님, 제가 더 반갑습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강신울 운영 팀장은 울산 FC의 김성일 단장의 지시에 따라 그들과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대칸은 이번 재야 선수들 발굴과 국가 대표 선발에서 선수 영입을 우선했다.
선수의 신분이 고등학생이거나 대학생이라서 소속이 없을 경우에는 FA로 웨스트 릴링의 선수로 영입하는 동시에 국가 대표로 선발하고, 만약 K3리그나 K4리그 소속일 경우에는 울산 FC로 영입하는 동시에 국가 대표 선발을 하기로 한 것이다.
선수들을 웨스트 릴링이나 울산으로 영입한 다음에 소속 팀의 부담 없이 국가 대표로 차출하겠다는 대칸의 의도였다.
여기에 울산 FC를 포함한 이유는 현재 1월말이었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구단 소속의 선수는 웨스트 릴링 FC가 영입하기에는 여러 가지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속이 없는 선수들은 웨스트 릴링과 계약하고 소속이 있는 선수는 울산 FC가 영입하기로 하였다.
“김성일 단장님께서 대칸 감독님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말씀에 잘 따르겠습니다.”
강신울 운영 팀장이 말했듯이, 울산의 김성일 단장은 대칸의 말이라면 돌을 금이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었다. 대칸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강신울 운영 팀장에게 그의 말에 무조건! 따르라고 지시한 것이다.
강신울 운영 팀장까지 모이자, 재야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한 새로운 대칸 일행의 구성이 완료되었다.
“네, 그럼 출발하시죠.”
대칸 일행은 그렇게 새로운 선수 발굴을 위해 이동하였다.
대칸 일행이 처음으로 이동한 곳은 중앙 대학교 부근에 있는 카페였다. 대칸이 카페에 입장하자, 구석에 앉아있는 덩치 좋은 남자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오재범(21살, 골키퍼, 362/450)
기술 130/165, 정신 131/176, 신체 101/121
오재범 선수는 알리나 스카우트가 발굴한 골키퍼이다. 특히, 195센티가 넘는 키와 긴 팔이 인상적인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골키퍼였다.
‘특히, 키가 대학교 와서 더 컸다지.’
유소년 시절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작은 키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키가 더 크면서 신체적인 불리함이 사라졌고, 잠재 능력도 높았다.
“오재범 선수 안녕하세요.”
대칸이 먼저 인사를 하자, 오재범 골키퍼는 약간 몽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프리미어 리그 감독, 그것도 트레블을 두 번이나 달성한 대감독이다. 그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생각에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오재범 선수는 기뻤다.
게다가 오재범 선수는 대칸의 열혈한 팬이었다. 자신의 우상 같았던 사람이 직접 영입하러 온 것에 일단 감동한 것이다.
“우리는 오재범 선수를 영입하고 싶습니다.”
“네, 좋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오재범 선수가 좋다는 말에 옆에 있던 추대호 스카우트가 말했다.
“우리가 제안하는 계약 조건은 5년 계약에 계약금 10억, 주급은 800만 원입니다. 계약 조건이 부족해 보이시겠지만, 1년마다 동일한 계약 기간에 재계약을 하는 옵션이 있으며, 그때마다 최고 주급 10%가 상승합니다.”
“하겠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팀! 대칸 감독님의 팀이라면 무조건 해야죠!”
오재범 선수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에이전트나 변호사의 검토도 없이 계약을 하겠다고 했으며, 그의 저돌적인 행동에 오히려 대칸 일행이 살짝 당황할 정도였다.
싸…삭!
계약서에 바로 오재범이 서명하고서는 말했다.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할까요? 바로 웨스트 릴링으로 갈까요?”
“하하하… 진정하시고. 일단 자택에서 기다려 주세요. 우리가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대칸의 빅 팬이었던 오재범 골키퍼는 바로 웨스트 릴링 FC에 합류하였다.
“와… 이렇게 계약해도 되나요?”
이동하는 차 안에서 대칸이 너무 쉽게 계약을 성사시키자 당황해서 말을 꺼내었다. 그러자, 추대호 스카우트가 웃으면서 말했다.
“감독님의 위상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아니,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감독님의 제안이라면 노예 계약이라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받을걸요?”
대칸이 영국에서 프리미어 리그 감독으로 있으면서 올라간 명성은 상상 이상이었다. 세계 최고 리그에서 두 번의 트레블! 여러 개의 우승을 차지한 신화적인 감독이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명장으로 평가받았던 것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한국 축구 협회의 적폐들과 일부 구단은 저한테 이상하게 행동하는 거죠?”
대칸의 말에 추대호 스카우트가 한번 웃고서는 말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도 이런 개구리는 없을 겁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그러는 거죠.”
그의 말에 대칸도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었다.
대칸 일행이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포천이었다.
포천에 있는 포천 FC는 K4리그 소속의 세미프로 구단으로 K3리그에 수시로 승격했다가 K4리그로 강등을 오가는 팀이었다.
대칸 일행은 포천 FC의 사무실이 있는 포천 종합 운동장의 부속 건물로 들어갔다.
“울산 FC에서 오셨다고요? 반갑습니다.”
울산 FC의 강신울 운영 팀장이 약속을 했기 때문에 포천 구단의 인사 담당자는 강신울 운영 팀장에게 먼저 인사를 하였다. 대칸 감독을 비롯한 웨스트 릴링 FC의 관계자들이 온 것은 몰랐던 것이다. 대칸 감독은 유명했지만,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어? 그게… 아… 네.”
대칸이 조용히 하라는 눈치를 주었고, 강신울 운영 팀장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일행이 포천 구단의 인사 담당자와 준비된 회의실에 들어가자, 이번에도 알리나 스카우트가 보고했던 선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요한(20살, 공격수-윙, 356/433)
기술 134/170, 정신 131/164, 신체 91/99
한눈에 봐도 작은 선수였다. 키 168에 몸무게 62킬로에 불과한 아주 왜소한 선수로, 덩치만 보면 프로 선수로서의 자질이 없어 보이는 어린 선수였다.
하지만,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여기에 기술 포텐셜이 좋아서 기술을 가다듬는다면, 부족한 신체능력을 커버할 만한 선수로 성장이 기대되었다.
‘게다가, 유니크 등급의 잠재 스킬까지!’
잠재 스킬 : 타고난 드리블러의 재능(U), 설명 : 드리블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선수입니다. 관련된 능력치가 추가로 상승합니다.
세부 설명 : 드리블 능력치가 3 상승하며, 민첩성, 순간 속도, 주력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이런 선수가 제대로 된 맞춤형 육성이 필요한 선수지.’
대칸은 만족스러웠다.
강신울 운영 팀장은 너무 작은 체구의 선수를 보고서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
그리고 대칸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영입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강신울 운영 팀장은 걱정되었지만, 단장이 무조건 대칸 감독의 지시에 따르라고 했기 때문에 영입에 들어갔다.
“우리 울산 FC에서는 김요한 선수를 영입하려고 합니다.”
“네, 우리 포천에서는 당연히 좋습니다.”
포천 FC의 인사 담당자 얼굴이 아주 밝아졌다. K4리그에서 K1리그로 이적, 그것도 명문인 울산으로의 이적은 포천 입장에서는 무조건 좋은 일이었다.
“이적료는 2억을 준비했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K4리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적료 2억이라는 말에 포천 담당자는 자신도 모르게 감사하다는 말부터 하였다.
구단 간의 대화가 쉽게 끝나자, 강신울 운영 팀장은 김요한 선수를 보고서 말했다.
“김요한 선수도 울산으로의 이적에 동의하시나요?”
“네? 네.”
김요한은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강신울 운영 팀장이 선수 계약을 제안하였다.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1억, 연봉 6,000만 원입니다. 경기 출장에 따른 옵션과 기타 수당들이 있습니다. 확인해 보시죠.”
계약서를 보며, 김요한은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가 포천에서 받는 연봉은 3,000만 원, K리그 최저 연봉이었다. 갑자기 울산으로 이적하면서 계약금을 1억 받으면서 연봉이 두 배까지 올라간 것이다.
“네, 네! 계약하겠습니다.”
김요한은 변호사나 에이전트의 검토 없이, 계약서에 서명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김요한은 울산 FC로 이적하는 동시에 대칸이 구상하는 국가 대표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대칸 일행은 포천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였다.
“오늘 분위기가 정말 좋네요.”
대칸의 말에 알리나가 먼저 만족스럽게 말했다.
“저평가된 유망주들이었습니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나자, 바로 손을 잡은 거죠.”
대칸은 음식을 먹으면서 말했다.
“다른 선수들도 이렇게 순조로웠으면 좋겠네요.”
“아마, 감독님의 명성이라면 모두가 좋아할 겁니다.”
추대호 스카우트의 말이 대칸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일행은 다시 서울로 내려왔다. 다음 목적지가 연세 대학교였기 때문이다.
연세 대학교 인근 카페, 여기서 대칸은 다음 영입 대상 선수와 그의 에이전트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대칸입니다.”
“감독님, 반갑습니다. 유한준입니다.”
유한준(22살, 미드필더, 362/395)
기술 131/146, 정신 137/150, 신체 94/99
능력치만 보면 평범한 대학 선수였다. 잠재 능력도 높지 않아서 졸업하면, 적당한 프로 팀의 백업 선수로 성장하다가, 무난한 K리그 미드필더가 되는 것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스킬 : 이타적인 인간(U), 설명 : 동료를 위하는 마음이 큰 선수입니다. 같은 팀에 속한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계속 줍니다.
세부 설명 : 주변 팀 동료들에게 칭찬을 하거나 위로를 자주 해줍니다. 그래서 팀에 속한 동료 선수들에게 무작위 버프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부상자에게는 후유증 감소 버프를 자주 걸어줍니다.
상당히 독특한 유니크 스킬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본인의 능력치는 부족하지만, 팀에 속한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선수였던 것이다.
‘하~ 스테판 스카우트는 정말, 어떻게 이런 선수를 알아오는 거지? 대단해.’
대칸은 스테판 스카우트를 보며 살짝 웃었고, 그는 대칸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우리는 유한준 선수를 영입하고 싶습니다.”
대칸의 제안에 유한준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제안하는 계약 조건은 5년 계약에 계약금 10억, 주급은 800만 원입니다. 계약 조건이 부족해 보이시겠지만, 1년마다 동일한 계약 기간에 재계약을 하는 옵션이 있으며, 그때마다 최고 주급 10%가 상승합니다.”
추대호 스카우트는 중앙 대학교 오재범 선수와 동일한 계약 조건을 제안하였다. 웨스트 릴링 FC가 이번에 준비한 기존 계약안이었다.
유한준은 여전히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대칸이 직접 물어보았다.
“계약 조건이 마음에 안 드시나요? 아니면 다른 옵션을 원하시나요?”
“그게, 사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유한준 선수가 거절하자, 대칸을 비롯한 일행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그의 옆에 있었던 에이전트도 놀랐다.
“왜 거절하시는 거죠?”
추대호 스카우트의 질문에 유한준은 이유를 말했다.
“저는 사실 입단하기로 구두로 약속한 구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단에서는 저에게 4년 동안의 학비와 용돈까지 챙겨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의리를 저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학비와 용돈을 주었던 구단을 배신할 수 없다는 말에 대칸은 살짝 놀랐다.
‘아직, 구두 약속을 믿는 사람이 있네. 아주 순진한 선수야. 아니, 의리가 좋다고 해야 하나?’
그의 에이전트와 추대호 스카우트가 유한준 선수를 더 설득해 봤지만, 그의 결심은 여전했다.
“제안은 정말 감사합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유한준 선수의 의견 존중해 드리죠.”
대칸 일행은 카페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차량에 탑승하여 이동하는데, 추대호 스카우트는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어떻게 우리 구단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있죠?”
그리고 스테판 스카우트와 알리나 스카우트도 동의하였다.
“무려 프리미어 리그 최상위 팀의 제안입니다. 그런데 거절하네요.”
“후원해 준 구단에 대한 감사? 의리인가요?”
모두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대칸은 강한울 운영 팀장에게 한마디 해주었다.
“저 선수, 만약에 다음에 영입할 기회가 있으면 하세요.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팀워크가 워낙 좋은 선수라서, 팀에 좋은 영향을 줄 겁니다.”
“네.”
대칸은 이 정도로 정리하면서 그의 영입을 포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