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화
* * *
전주 월드컵 경기장.
아침부터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다들 스트레칭부터~”
플램 수석 코치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이 몸을 풀었고, 대칸은 케빈 전술 코치와 함께 마지막 선수 선발을 정리하였다.
“오늘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니, 대니얼은 경기에서 완전 빼시죠. 그리고 로카도 휴식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선발 명단이 변경되었다.
FW : 에드워드 바커(507/488)―니클라스 드레(446/490)
LMF : 마리오 쉐퍼(446/472), RMF : 오마르 코라지크(448/469)
MF : 조나스 웨비(457/449)―마크 보셀(464/444)
LWB : 라이언 힐(432/412), RWB : 알리 오툰(368/365)
DF : 마그레트 젠슨(442/461)―앤드류 우드워드(451/443)
GK : 제가르 가보스키(413/428)
아시아 투어는 총 네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주전급 선수들을 최소 한 경기 이상 출전시키려고 하였다. 하지만, 베이징 궈안과의 경기에서 육성군 위주로 출전했다 보니, 다른 경기에서 생각보다 강한 선발진이 구축되어 버렸다.
“친선경기치고 너무 강한데요?”
“너무 걱정 마시죠. 선수들이 알아서 조절할 겁니다. 그리고 선수 교체 제한도 없으니, 자주 교체해 버리죠.”
그렇게, 대칸은 선발 선수들을 확정하였다.
그리고 연속으로 위시드 루크 감독과 대화가 이어졌다.
“유소년 경기 선발진은 어떻게 할까요?”
오늘 친선경기는 양 팀의 주전 선수들 경기와 21세 이하 유소년 선수들 경기가 같이 진행되는 특이한 상황, 위시드 유소년 감독은 유소년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칸은 이번에도 먼저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였다.
‘어린 선수들은 대부분 체력이 떨어져 있네.’
베이징 궈안과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컨디션 관리의 의미가 없었다.
“유소년 경기는 그냥, 위시드 감독님이 알아서 준비하시죠.”
그래서 21세 이하 유소년 경기는 위시드에게 완전 넘겨버렸다.
선수들이 한참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가볍게 볼 감각을 살리고 있을 때, 반가운 얼굴이 웨스트 릴링 선수들에게 다가왔다.
“대칸 감독님, 반갑습니다. 전북에 다시 오신 것을 정말 환영합니다.”
김종일 전북 감독이 이번에도 대칸을 반갑게 맞이하였고, 대칸도 그와 악수를 하며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반가운 사람은 대칸만이 아니었다.
“대니얼, 라이언, 칼슨 오래간만이야. 에드워드는 요즘 워낙 핫하던데?”
그리고 오래간만에 보는 사람도 있었다.
“어라? 게리 주장? 이제는 코치? 그리고 마크랑 딜런도 있네? 이게 뭐야?”
김종일 감독은 오래간만에 보는 선수들과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뒤늦게 도착한 강도현 코치와 차승진 코치도 마찬가지였다.
“와~ 완전 오래간만에 보는 얼굴이 많네요.”
“이거? 예전 웨스트 릴링 느낌이 나는데요?”
오래간만에 만난 예전 웨스트 릴링 FC 사람들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점심 식사 시간이 지나고 오후가 되자,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는 관중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메인 경기는 저녁 일곱 시에 시작하지만, 21세 이하 유소년 경기가 오후 세 시에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다들, 준비한 대로 잘해라.”
위시드 감독의 지시에 따라 웨스트 릴링 FC의 21세 이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왔고, 전북 FC의 21세 이하 선수들도 반대편 그라운드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삐익~
심판이 휘슬을 불자, 21세 이하 선수들 경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대칸은 별생각 없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살리는 것 외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축구 매니저로 선수들의 상태를 관찰하던 대칸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뭐야? 이 정도 인재가 있었다고?’
대칸은 전북 FC의 벤치에 있는 한 선수의 상태 창에 깜짝 놀랐다.
백형준(16살, 공격수-미드필더, 310/471)
기술 115/175, 정신 120/170, 신체 75/126
아직 성장기라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엄청난 피지컬을 가진 대형 스트라이커 재목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런 스킬이 있다고?’
그리고 그가 가진 스킬은.
스킬 : 원 클럽 플레이어(E), 설명 : 처음 프로 계약을 체결한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며 떠나고 싶은 의지가 없습니다. 처음 프로 계약을 체결한 팀에서 뛰는 기간이 증가할수록 정신적인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세부 설명 : 축구계의 로맨티스트로 처음 소속된 팀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으며, 큰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먼저 팀을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팀에 머무는 기간이 증가할수록 정신적인 능력치가 추가로 상승합니다.
프로 계약을 체결하면 스킬 효과가 발생하며,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스킬이 삭제됩니다.
한국 국적의 선수이므로 병역 기간 상무와 같은 팀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다른 팀 이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에픽 스킬이 붙어있는 선수였다.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그가 아직 전북 FC와 정식 프로 계약을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바로 김종일 감독을 찾아갔다.
“대칸 감독님 경기 중에 무슨 일로?”
아무리 친선경기지만 이렇게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어서 김종일 감독이 물었는데, 대칸은 바로 말했다.
“감독님, 저한테 빚이 있다고 하셨죠?”
“네? 네. 그게…….”
“그럼, 선수 한 명 이적시켜 주시죠. 그럼 그거 모두 완전히 잊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대칸의 말에 김종일 감독은 당황하면서도 궁금했다.
“아니, 갑작스럽게… 그런데, 저희 팀 선수 중에서 프리미어 리그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몇 명 없는데?”
“일반 선수 아닙니다. 유소년 선수입니다.”
“유소년 선수요?”
대칸은 바로 전북 FC의 벤치에 있는 백형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선수, 저희 팀으로 보내주시죠.”
대칸의 너무 뜬금없는 제안에 김종일 코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을 뿐이었다.
유소년 경기가 끝나자, 대칸은 바로 김종일 감독과 전북 단장을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전북 FC의 유소년 선수인 백형준 선수, 저희 웨스트 릴링 FC에서 프로 계약으로 데려가겠습니다.”
법적으로 백형준 선수는 유소년이다 보니, 한국에서는 프로 계약이 되지 않아서 무단으로 웨스트 릴링에서 일방적으로 계약하고 데려가도 문제가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전북과의 관계를 생각하여 공식적으로 데려가겠다는 말을 하였던 것이다.
대칸 감독의 제안에 전북 FC의 단장인 강준호는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되어 김종일 감독을 바라보았지만, 그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라 말을 해줄 수가 없었다.
“도의적으로 웨스트 릴링에서 이적료 5억(37.5만 유로)을 지불하고 영입하겠습니다.”
이적료 5억(37.5만 유로)까지 지불하면서 데려가겠다는 대칸의 말에 강준호 단장은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하지만, 대칸은 그가 정신을 못 차리게 계속 밀어붙였다.
“지금 당장 허가하신다면, 더 많은 편의를 약속드립니다. 웨스트 릴링 FC와 다양한 협약을 맺으실 수 있을 겁니다. 유소년 교류, 매년 친선경기, 저희 구단 한국 선수 국내 복귀 시 이적 협상 우선권이나 저희 구단 선수 임대 시 협상 등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배려해 드리죠.”
많은 이권을 약속하자, 강준호 단장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계약도 하지 않은 16세의 유소년 선수의 대가치고는 너무 많은 이권이었다.
“아, 네… 그렇게 하시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칸은 빠르게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바로 백형준 선수와 계약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칸이 나간 자리에 남은 강준호 전북 단장은 김종일 감독에게 물었다.
“일이 어떻게 된 거죠? 프로 계약도 안 한 유소년 선수를 저렇게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건가요?”
김종일 감독은 웃으며 말했다.
“저것이 대칸 감독의 무서운 모습입니다. 보통 사람은 못 보는 뭔가를… 백형준 선수에게서 본 것이겠죠. 아마, 엄청난 유망주인 것 같습니다.”
“그럼, 백형준 선수를 안 보내야 되는 것 아닌가요…….”
“대칸 감독과 척을 지는 것보다는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프로 계약 선수가 아니라서… 법적으로 구속할 수도 없습니다.”
김종일 감독의 말에 강준호 단장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전북 FC의 단장실을 나온 대칸은 급하게 이번 아시아 투어에 합류한 신민호 스카우트에게 지시하였다.
“전북 FC의 유소년 선수인 백형준 선수 영입하겠습니다. 전북의 허가도 떨어졌습니다. 그러니, 바로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다행히, 신민호 스카우트가 전북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
오후 일곱 시.
웨스트 릴링 FC와 전북 FC의 친선경기가 시작되었다.
“와~”
“전북의 승리를 위하여~ 녹색의 전사여 전진하라~”
“에드워드다!”
“웨스트 릴링 파이팅!”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펼쳐진 축제 같은 친선경기, 전북 FC의 팬들은 전북을 응원하면서도 프리미어 리그 팀의 선수들을 구경하며 즐겁게 경기를 관람하였다.
[에드워드 선수~ 공을 잡습니다.]
[와~ 멋지네요. 정말 드리블이 화려합니다. 아니, 환상적입니다.]
[에드워드 선수의 슛~ 벗어납니다.]
[골이 안 들어가긴 했지만, 정말 클래스가 느껴지는 모습입니다. 아주 여유롭게 돌파하고 부담 없이 슛을 때리네요.]
전북 선수들은 프리미어 리그급 선수들의 기량을 몸으로 느끼며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친선경기에 임하고 있었고, 전북을 상대로 웨스트 릴링의 선수들도 부담 없이 컨디션 조절하는 느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이렇게 관중들과 선수들까지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즐기는 것과 같은 분위기에서 대칸은 경기보다는 휴대폰에 신경 쓰면서 신민호 스카우트의 소식만 기다렸다.
‘빨리… 협상이 잡혔으면 좋겠는데. 오늘은 힘들려나?’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되자, 대칸이 그렇게 기다리던 신민호 스카우트의 문자가 날아왔다.
- 감독님, 백형준 선수와 그의 부모님과 협상 미팅을 잡았습니다. 경기 종료 후에 경기장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오시면 됩니다.
“나이스!”
대칸은 실수로 입으로 ‘나이스’를 외쳐버렸지만, 때마침 마크의 좋은 패스가 나왔었다. 하지만, 오마르가 따라가지 못해서 공을 잡지 못했다.
“아~ 아쉽네요. 마크의 패스가 정말 좋았는데.”
“네, 감독님이 ‘나이스’라고 외칠 만큼 좋은 패스였죠. 오마르의 반응이 조금만 빨랐어도 무조건 골입니다.”
플램 수석 코치와 케빈 전술 코치가 하는 말에 대칸은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상황을 넘겼다.
친선경기는 3:1로 무난하게 웨스트 릴링 FC의 승리로 종료되었다. 그리고 대칸은 경기가 마치기 무섭게 신민호 스카우트가 알려준 카페로 이동하였다.
카페의 세미나 룸에서 신민호 스카우트가 먼저 백형준 선수와 그의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대칸 감독입니다.”
대칸 감독이 세미나 룸으로 들어서자, 백형준 선수와 부모님의 눈빛이 반짝반짝 변하였다.
대칸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 팀 감독이 영입을 원한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신민호 스카우트가 전북 출신이며, 현재 웨스트 릴링 FC 소속이라는 것을 명함과 사진 그리고 홈페이지를 접속해서 알려주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함이 남아있었는데, 대칸이 나타나자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대칸은 바로 좋은 말부터 하기 시작했다.
“백형준 선수, 정말 괜찮은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이었죠.”
“그게… 저 10분밖에 안 뛰었는데.”
16세인 백형준에게 오늘 21세 이하 친선경기에서의 기회는 후반 종료 전 10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대칸은 여전히 칭찬을 하였다.
“볼 터치 몇 번으로도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백형준 선수가 아주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으면 사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칸이 말하자, 백형준과 그의 부모는 그저 알아봐 줘서 감사하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는 백형준 선수에게 웨스트 릴링 FC와의 프로 계약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신민호 스카우트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꺼내었다.
“5년 계약에 계약금 10억, 주급 500만 원입니다. 그리고 21세가 될 때까지 웨스트 릴링에서의 모든 주거와 식사와 생활을 지원할 것이며, 프리미어 리그에 데뷔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 외 다양한 옵션이 있으며, 영국에서 정규 교육도 당연히 받도록 구단에서 지원하겠습니다.”
계약서를 보고서는 백형준 선수와 부모들은 이게 현실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프리미어 리그 팀의 유소년 계약이 아닌, 프로 계약이었다. 한국에서 아직은 돈을 투자하여 축구를 배워야 하는 상황인데, 한 달에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으며 축구를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백형준 선수의 영국에서의 적응은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구단에는 비슷한 나이의 유소년 선수들이 많아서 아카데미에서 같이 교육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웨스트 릴링에는 전통 있는 학교도 많아서 정규교육을 수료하는 데도 문제가 없습니다. 통역과 함께 어학 교육은 당연히 지원할 예정입니다.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지원하겠습니다.”
“혹시, 백형준 선수가 혼자 영국으로 가는 것이 불안하시다면, 부모님이나 가족들도 같이 오셔도 괜찮습니다. 저희 구단에서 아버님과 어머님 직업을 알선해 드려서 웨스트 릴링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사실, 계약 규모가 조금 작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 아니 컵 대회 경기에만 데뷔해도 바로 재계약을 해드리겠습니다. 그 부분도 옵션에 포함시켜 드리지요.”
대칸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백형준 선수의 몸은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런 그가 눈치를 주자, 그의 아버지가 계약서를 살펴보았다. 일부러 쉽게 계약서를 만들어 왔었기 때문에 독소 조항으로 오해할 만한 부분도 없었다.
“고민되시면… 내일 답해주셔도…….”
신민호 스카우트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형준 선수의 아버지가 말했다.
“아닙니다. 지금 여기서 사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아버지가 먼저 계약서에 서명을 하였고, 백형준 선수 본인이 사인을 추가로 하면서 계약이 성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