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화
아담과 데이비드가 특별한 코칭스태프를 모집한 다음 날 아침, 대칸도 감독실에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다가 문득 생각났다.
“나도 한번 뽑아볼까?”
여태까지 랜덤 아이템 뽑기를 한 번도 안 했던 대칸이었다. 아니, 2억이라는 금액에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아담이 좋은 아이템을 뽑으니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민하던 대칸은 전화기로 구단주실 번호를 눌렀다.
- 네,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다행히, 너 사무실에 있었네? 나도 뽑기 한번 해보게, 포춘 쿠키 나한테도 줄 수 있어?”
- 당연하지요! 형님, 제 방이 더 크니까 올라오시죠. 바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뭐가 나오는지 구경이나 하죠.
전화를 끊은 대칸은 데이비드가 있는 구단주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데이비드가 포춘 쿠키를 대칸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이거 포춘 쿠키가 점점 가치가 올라가는 느낌인데요?”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지만, 운이 약간이라도 좋아진다고 축구 매니저가 보장하니까. 믿어봐야지.”
그러고는 포춘 쿠키를 먹고 축구 매니저를 실행하였다. 그리고 랜덤 아이템 박스 구매를 터치하였다.
[랜덤 아이템 박스를 구입하셨습니다. 계좌에서 2억이 자동으로 지출됩니다. 랜덤 아이템 박스를 바로 오픈하시겠습니까? (Y/N)]
“오픈.”
대칸이 담담하게 외쳤고, 잠시 기다리자 랜덤 아이템이 확정되었다.
[축하드립니다. 에픽 아이템 ‘코치 보고서(E)’를 획득하셨습니다.]
“흠? 에픽 보고서?”
에픽 등급 아이템은 처음 봤다. 하지만 에픽 스킬이 있는 것을 보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보고서를 터치하였다.
“형님? 에픽 보고서요? 처음 보는 등급이네요. 같이 봐요.”
두 사람은 대칸의 메일로 전송된 코치 보고서를 같이 보았다.
이름 : 스테판 피셔(남성), 직책 : 스카우트
스킬 : 느리지만 정확한 선수 분석(E), 설명 : 팀에 필요한 특정 선수에 대한 정확한 분석(능력, 잠재 능력, 스킬, 이적료, 계약금, 주급)을 해서 보고합니다.
스카우트 특성 설명 : 이 게으르고 정확한 스카우트는 다른 사람이 컨트롤할 수가 없습니다. 1년에 많으면 세 명에서 적으면 한 명의 선수에 대해 매우 정확한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다만 감독이 유망주 보고서가 필요한지, 즉전감 보고서가 필요한지는 요구할 수 있습니다.
“거참… 특이한 스카우트네요.”
“그러게? 내가 요구하는 선수를 찾아서 정확한 정보를 보고하는 스카우트라… 좋은 거 같기도 하면서도… 이렇게 많은 주급을 주고 1년에 많아야 세 명을 보고받는다는 게 맞는가 싶기도 하고…….”
얼마나 괜찮은 선수를 보고하는지가 중요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잘 나와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어린 유망주라도 잘 데려오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
“그건 그러네.”
유망주라면 실패할 확률이 낮았다. 게다가 여태까지 봤던 에픽 스킬 중에서 나쁜 스킬은 하나도 없었다.
“영입해 보자.”
그렇게 대칸은 영입을 결심했다.
리즈 중심에 있는 한 카페.
데이비드가 카페에서 스테판 피셔를 기다렸다. 그런데.
“뭐야 왜 이렇게 늦어.”
벌써 30분,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늦는 그였고 같이 있던 운영 팀 직원이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지를 않았다.
“전화를 안 받는데 어떻게 하죠? 구단주님?”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데이비드는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기다렸다.
30분 후…….
기다린 지가 한 시간이 지났다. 데이비드는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기다릴 만큼 기다렸는데, 일어나시죠.”
“네.”
그렇게 운영 팀 직원과 일어나려고 할 때, 카페의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때서야 카페에 등장한 스테판 피셔였다.
스테판 피셔는 늦어서 미안하다는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천성이 게으른 것 같은데… 믿을 수 있으려나.’
데이비드가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졌고, 운영 팀 직원은 아담이 정해준 계약 조건으로 그와 스카우트 계약을 준비하였다.
“계약 기간 3년에 주급 300만 원입니다. 구단 직원에게 제공되는 복지 조건은 아래 사항과 같으며, 웨스트 릴링에 거주하시기를 원하시면 집도 제공해 드립니다.”
스테판 피서는 계약서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흠… 저에 대한 업계의 소식을 듣지 못하셨나 보군요.”
스테판의 말에 데이비드가 끼어들어서 말했다.
“아뇨, 알아보니 엄청나게 유명하신 분이시더군요. 게으르고 태업에 잦은 지각과 결근!”
스테판은 그럼에도 여전히 웃고 있었고 데이비드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음 이야기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선수 보는 눈은 정확하다는 거죠.”
그게 스테판 피서라는 사람이었다.
스테판은 뒤늦게 나온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서 천천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솔직히, 저도 인정합니다. 저 자신이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 일반적인 스카우트들처럼 근무는 못 하겠어요.”
매일 구단에 정시에 출근해서 장시간 근무하는 것은 그에게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저는 요즘에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 주요 고객은 리버풀과 에버튼, 번리이며 그 팀들은 제게 한 명의 선수를 보고하는 데 건당 2,000만 원씩 보수를 주고 있죠.”
그의 실력은 확실하다는 증거였다. 스테판은 게으른 사람이었지만, 그가 작정하고 관찰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파악하고 분석해서 최상의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던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그 구단들의 부탁도 귀찮아서 거절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번 일하면 반년은 적당히 먹고살거든요. 제가 여기 면접에 온 것도 제이크 씨가 하도 부탁해서 온 거지, 그분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오지도 않았어요.”
발이 넓은 제이크가 알고 있던 사람이라 면접 자리라도 온 거지, 그게 아니라면 구단에 소속되는 것에 관심을 안 가졌을 사람이었다.
데이비드는 한숨을 쉬었다. 대칸이 영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사람이었지만, 솔직히 마음에는 안 들었다. 그래도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이 프리랜서로 사용할 사람이면 능력은 보증된 사람이 맞았다.
“그럼, 이 계약 조건은 어떠신가요?”
데이비드는 대칸이 제이크에게 정보를 얻어서 만든 계약서를 결국에 꺼내었다.
스테판은 계약서를 보더니 씩 웃었다.
“하하하… 이거 제이크 씨가 제안한 조건이죠? 이런 계약 조건은 저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작성한 조건입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그의 계약 조건은 일반적인 스카우트와는 전혀 달랐다. 1년에 두 명의 선수에 대한 보고서만 작성하면 되고,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었다. 대신에 주급은 100만 원밖에 안 되었지만, 스테판이 작성한 보고서의 선수를 영입하면 1,000만 원의 성과금을 주는 조건이었다.
“1년에 두 명은 조금 힘들긴 하지만, 쉴 때도 주급이 계속 나올 테니, 이 조건이라면 계약해야죠.”
그렇게 스테판 스카우트가 웨스트 릴링 FC에 합류하였다.
그 시간 대칸과 아담은 멀리 런던에 있었다.
“오~ 단장님, 감독님 어서 오십시오.”
런던역에 두 사람이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플램 수석 코치가 그들을 맞이했다.
“휴가 중에 죄송합니다, 플램 코치님.”
“괜찮습니다, 단장님. 저한테 배려해 주셔서 휴가 기간을 연장해 주신 건데! 이런 도와드리는 일은 당연히 해드려야죠.”
다른 코치들보다 약간 늦게 여름휴가에 들어갔던 플램 수석 코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담과 대칸에게 부탁하여 선수들이 복귀하는 날에 자신도 복귀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래서 다른 코치들이 다 복귀한 시점에도 그는 휴가 중이었던 것이다.
플램 수석 코치가 아담과 대칸을 데리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였다.
“제가 소개하겠다고 한 녀석은 식당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바로 식당으로 가죠.”
플램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을 두 번째 전술 코치로 추천하였다. 그래서 아담과 대칸이 직접 그가 있는 런던까지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런던의 유명 스테이크 레스토랑.
세 사람이 예약한 테이블에 가자, 약간 마른 얼굴의 백인 남자가 먼저 앉아있었다.
“오~ 플램? 어라…….”
“아담 단장님, 대칸 감독님! 이 녀석이 케빈입니다.”
이 자리에 아담과 대칸이 나올 줄 몰랐던 케빈은 어색한 표정으로 두 사람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하였다.
케빈 퀄러(46살, 체력 코치, 122/159).
축구 매니저로 살펴본 그는 플램이 소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전술 훈련이 14/19였으며, 전술 이해도가 17/18이었으니, 잘 성장하면 좋은 전술 코치감이었다. 하지만 그의 적응력이 2/6에 불과했다.
선수 출신으로 선수 시절에는 유명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챔피언십 리그 경험은 있었다. 29세라는 나이에 빠르게 은퇴하고서는 지인의 소개로 토트넘 핫스퍼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토트넘에서 코치직으로 일했지만…….
‘주급이 80만 원? 이거 주급이 싸서 계속 고용했던 거네.’
대칸의 판단대로 토트넘에서의 그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사실 대부분의 능력이 전술 관련된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그에게 전술과는 거리가 멀었던 체력 코치나 유소년 코치만 시키고 있었으니, 평가가 좋을 리가 없었다.
“…….”
어색한지 아무 말도 못 하는 케빈을 두고서 플램 수석 코치가 그에 대해 소개하였다.
“이 녀석은 저랑 중학교 동창입니다. 같은 동네 친구이기도 하죠. 저번 시즌까지 토트넘에서 체력 코치로 일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계약 종료가 되어 일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케빈은 조용했고, 플램은 계속해서 떠들었다.
“토트넘에서는 조용했지만, 정말 가능성이 있는 친구입니다. 저랑 축구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도 깜짝 놀랄 만큼 전술의 핵을 짚을 줄 아는 친구입니다. 전 소속 팀에서 그를 잘 활용하지 못했던 거라 조용했지, 충분히 좋은 전술 코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플램은 계속해서 케빈에게 맥주를 권했다. 그리고 맥주가 몇 잔 몸 안에 들어가자, 케빈도 술기운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
“대칸 감독님,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십의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대칸은 생각하던 것을 말했다.
“무엇보다 선수의 질과 양에서 차이가 심하지 않을까요?”
“그건 반쪽짜리 정답입니다. 선수는 당연히 프리미어 리그의 선수들이 뛰어나죠. 하지만 더 큰 차이는 감독 차이입니다. 감독!”
그러고는 플램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저 녀석이 작년에 사용했던 밀월의 전략 정말 어처구니없지 않습니까?”
“야! 내가 몇 번을 말했어, 그 당시 밀월은 그 정도 전략밖에 사용할 수 없는 팀이라고.”
“작정하고 수비하면서 킥 앤 러시만 하는데, 그것도 전략이냐? 너무 성의 없잖아.”
“내가 선수 특성을 고려해서 배치하고 여러 가지 움직임을 주문했다고! 단순한 전략이 아니야. 그리고 그 팀에는 다른 전략을 소화할 만한 선수도 없었고,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고.”
“솔직히, 이제 열 살 먹은 내 조카도 그런 전략은 하겠다.”
그러고는 대칸을 보고 말을 이었다.
“그 정도입니다! 챔피언십의 전략은 심할 경우에 아마추어들이 봐도 이해가 안 되는 전략이 많다고요. 늙은 감독들이 경험으로 하는 축구! 선수가 잘하면 이기는 거고! 선수가 못하면 지는 축구를 하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술기운이 올라온 케빈은 여러 가지 전략과 전술에 대한 토론을 플램 그리고 대칸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는 괜찮은 인재였다. 내성적이고 찐따 같은 면이 있긴 했지만, 전술 코치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좋은 인재.
하지만, 대칸이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다.
“하아…….”
술이 약한 케빈이 점점 힘들어하자, 플램 수석 코치가 그를 데리고 일어났다.
“감독님, 저 이 녀석 택시를 태워서 보내주고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플램이 케빈을 데리고 나가자, 대칸은 아담과 바로 대화를 나누었다.
“감독님, 어떠신가요?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전술 훈련 잠재력이 19인 코치는 흔하지 않죠.”
대칸의 말에 아담은 케빈의 영입이 확정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플램이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 녀석이 긴장해서 과음한 모양입니다. 맥주 한두 잔까지가 괜찮은 녀석인데 어느새 다섯 잔을 마셨더군요.”
대칸은 플램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 자신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시더니, 직접 찾아오셨네요?”
“뭐… 그래도 능력은 괜찮은 녀석입니다.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녀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팀에 다시 들어가는 모습도 보기 싫어서요. 제가 비효율적인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싫어하거든요.”
솔직히, 대칸은 플램 수석 코치가 사람을 소개하고 싶다고 할 때부터, 그의 사람을 팀에 넣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플램의 말대로 그는 아까운 인재였다. 잠재 능력인 전술 훈련 19에 전술 이해도 18은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 전술 코치 능력치였다.
“뭐, 좋습니다. 인정하죠. 케빈 코치님은 괜찮은 인재입니다.”
“역시, 대칸 감독님은 알아보실 줄 알았습니다. 사람 보는 눈만큼은 프리미어 리그… 아니 세계 최고급이죠.”
“아담 단장님께 말씀드려 넉넉한 주급으로 전술 코치로 계약을 해드리겠습니다. 다만, 계약 기간은 5년으로 하죠.”
“5년?”
대칸의 계약 기간에 플램 수석 코치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자신의 남은 계약 기간은 3년… 5년 계약을 하면 다른 팀으로 이동할 때 데려가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의리를 지키시는 플램 수석 코치님이시라면, 팀과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전술 코치를 데려가지는 않으시겠죠.”
대칸이 노골적으로 말하자, 플램은 맥이 풀린 말투로 대답했다.
“하… 이러기입니까?”
“적어도 두 분이 동시에 팀에서 나가는 상황은 막아야죠. 그러니 케빈 코치님은 5년 동안 웨스트 릴링에 있는 것으로 하시죠. 그것이 계약 조건입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나서는 플램 수석 코치님이 데려가시든지, 다른 팀으로 가시든지 다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대칸의 말에 플램은 웃었다.
“하… 역시 여우시라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케빈, 그 녀석에게 그렇게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케빈 퀄러는 웨스트 릴링 FC의 제2전술 코치로 영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