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 프리 시즌 - 4 】
딜런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쨍그랑.
“이 걸레 같은 년아! 돈 벌어오라고!!”
스트립 댄서 출신인 딜런의 어머니는 마약중독자에 폭력적인 아버지를 상대로 아들인 딜런을 감싸고서는 울었다. 어머니가 자신을 감싸고 아버지의 주먹질을… 폭력을 버티며 울던 장면… 아주 어린 시절의 딜런에게 남아있던 기억이다.
딜런이 조금 컸을 때, 다행히 딜런의 곁에 마약중독자에 폭력적인 아버지는 그의 곁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도 없었다. 사고로 죽었다고 하는데, 딜런도 그 이유는 몰랐다. 대신에 외할머니가 그의 보호자가 되었다.
“할머니, 나 축구 해도 돼요?”
“오냐. 그래. 얼마든지 하렴.”
다행히 외할머니가 아버지로부터 딜런을 꺼내어 키워주셨다. 그런 외할머니는 가난했지만, 평범한 사람이었고, 그를 매우 사랑했다. 그것이 딜런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리고 축구가 있다는 것도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야~ 공을 줘! 똑바로 달라고!”
“하하하! 이 멍청이들아!”
중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또래들과의 축구 경기에서 딜런은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었다.
그런, 딜런은 현재 그의 에이전트의 눈에 띄었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전국 대회까지 나와서 천재성을 보여주었던 딜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에이전트는 그와 계약을 하였다.
[딜런 선수! 만 17세 10개월에 프리미어 리그에 데뷔합니다.]
[아직 어리지만, 정말 뛰어난 선수입니다. 그의 천재적인 패싱 능력과 창의적인 플레이는 잉글랜드의 미래입니다.]
[웨스트햄도 과감한 결정을 했습니다. 뛰어나긴 하지만, 어리고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선수인데, 오늘같이 중요한 경기에 과감하게 투입했습니다.]
에이전트의 서포트를 받은 딜런은 웨스트햄 유소년 팀에서 맹활약을 하다가, 17세 2개월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리미어 리그에 데뷔를 하였다. 그는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유망주였다.
“딜런, 너는 정말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다. 하지만, 아직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데뷔 시즌 15경기에 나와서 1골 7어시면 준수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 주전 경쟁에서 힘들어.”
“1년 정도, 챔피언십에 임대를 가서 경험을 쌓고 와라.”
처음 챔피언십으로 올 때는 딜런은 1년 만에 다시 프리미어 리그로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챔피언십 팀에서 임대 기간에 사건이 터져버렸다.
“할머니… 할머니… 내가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흑흑흑…….”
“딜런 선수, 할머니께서는 마지막까지 딜런 선수를 자랑스러워하셨어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장례식장, 딜런의 유일한 정상적인 보호자였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그래서 딜런은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렸고, 그의 에이전트는 그를 위로했다. 하지만, 이건 문제가 아니었다.
“딜런의 보호자는 나라고! 아직 미성년자인 그 녀석의 아버지는 나라고! 그러니 그 새끼가 번 돈은 다 내 거라고! 그런데 왜 돈을 못 쓰게 해!!”
딜런의 아버지는 어떻게 알고 왔는지, 딜런의 보호자를 자처하면서 그의 피를 빨아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에이전시에서 딜런의 상품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딜런의 아버지가 입을 닫을 만큼의 돈을 쥐여주고 법적인 조치까지… 일을 조용히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딜런을 삐뚤어지게 만들었다.
삐삑~
[아! 딜런 선수… 또 거친 플레이입니다.]
[이번 시즌… 딜런 선수의 플레이는 너무 감정적입니다.]
[두 번째 옐로카드로 퇴장을 당합니다.]
심판이 퇴장을 명령하자, 딜런은 삐뚤어진 표정으로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임대 팀의 코치들은 그에게 질타를 쏟아부었다.
“딜런! 그런 식으로 경기하면 안 되지!”
“왜 그 타이밍에 반칙을 했니? 너 그렇게 멍청해?”
“그따위로 경기할 거면 하지 마!”
하지 말라는 말에 딜런은 지지 않았다.
“아~ 씨발… 적당히 해요! 이런 거지 같은 챔피언십 하위권 팀 코치 주제에 무슨 잔소리를 그렇게 해요?”
“뭐라고?”
코치들과의 부딪침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 당시, 딜런은 세상이 미웠다. 축구만 하느라 사춘기가 늦게 왔고, 게다가 자신의 버팀목이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까지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돈을 요구하니, 모든 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축구보다는 술과 여자에 빠지기 시작했다.
“마셔~ 마시라고! 내가 잉글랜드 최고 유망주인 딜런이다!! 하하하!”
클럽에서 그는 매주 발견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의 축구 실력은 발전은커녕… 퇴화하기 시작했다.
그가 가지고 있던 총기가 사라졌다. 망나니 스킬이 생기면서, 스킬로 가지고 있었던 천재성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가능했던 창의적인 플레이와 천재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다 보니… 챔피언십 하위권 팀 수준의 선수가 되어버렸다.
“딜런 선수! 다른 팀으로 이적하시죠.”
소속 팀이었던 웨스트햄은 결국 그를 챔피언십 팀으로 이적시키고, 그것을 시작으로 딜런은 챔피언십에서 4시즌 동안 세 번이나 팀을 바꾸면서 돌아다녔다.
결국, 마지막 챔피언십 소속 구단이었던 헐시티에서도 딜런에게 방출 이적을 통보했다.
“코치랑 주먹다짐이라니…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네!”
헐시티 단장과의 면담에서 딜런은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지만, 그의 말을 조용히 듣기만 했다.
“하… 도저히 구단에서는 자네의 행동을 못 참겠네! 당장 다른 팀으로 가게나! 웨스트 릴링 FC에서 자네를 영입하겠다고 하네.”
“네네…….”
딜런은 그렇게 건성으로 대답하고 웨스트 릴링 FC로 오게 되었다.
딜런은 처음에 웨스트 릴링 FC, 리그 2… 4부 리그 소속 팀이라 만만하게 보았다.
“이 팀이 내년에 리그 1으로 승격할 것 같지 않으니, 1년 정도 리그 2에서 슬슬 뛰면서 커리어를 만들고 이적할 팀을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계약을 하죠.”
딜런은 그저, 이 팀을 거쳐서 가는 팀으로 생각하고 계약을 하였다. 그리고…….
“에이 시팔! 그래 졌어, 졌다고!”
그런데, 오자마자 제이든 코치에게 두드려 맞았다.
특급 유망주라 평가받던 딜런이 직접 맞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아니 있었는지가 기억도 안 나지만, 오히려 그게 속이 시원했다.
나중에 딜런과 제이든이 친해졌을 때, 딜런이 그에게 물어보았다.
“제이든 코치님? 제가 처음에 팀에 왔을 때에, 저를 그렇게 먼지 나도록 털었을 때, 내가 고소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했나요?”
딜런의 질문에 제이든은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뭐, 네가 고소했으면, 팀에서 나갔겠지. 그런데.”
딜런을 보며 말했다.
“넌 안 했잖아? 네가 미친 녀석이지만 비겁한 녀석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너와 내가 붙기는 했지만, 남자들의 싸움이었잖아?”
그렇게 제이든 코치는 딜런에게 있어서는 삼촌 같은 존재였다. 그는 진심으로 그를 대했고, 모든 시간을 딜런이 정상적인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딜런도 정신을 차렸으니… 고마운 코치였다.
그 당시의 딜런은 그저 제이든을 이기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언젠가는 너… 아니 제이든 코치님! 쓰러트릴 겁니다! 각오하세요!”
“그래, 나를 이기려면 몸을 제대로 만들어야겠지? 아령 1세트 추가다!”
제이든 코치는 딜런이 다른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제이든의 명언… ‘생각이 복잡하면 뛰어라. 땀을 흘리면 좋아진다. 격투기를 하든 축구를 하든 움직이라고!’ 그런 그의 말에 따라 딜런은 하드코어한 훈련을 버텼다. 그러다 보니 그의 몸은 점점 좋아졌다.
[역시, 딜런 선수입니다! 아주 멋진 골을 기록합니다.]
[와… 이 선수 대단한데요? 무려 수비수 네 명을 가로지르는 패스가 나옵니다.]
[딜런 선수! 에드워드 선수와 환상적인 호흡입니다!]
그리고 웨스트 릴링에서 하는 축구도 재미있었다. 에드워드와 함께 출전하면, 거의 매 경기를 이겼으니, 이기는 축구가 재미가 없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 웨스트 릴링 FC에서 축구를 하다 보면 어린 시절에 그저 축구만 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서 좋았다.
다행히 동료들도 좋았다.
“대칸 감독! 아니 감독님?”
감독에게 은근히 반말하는 센터백이 있었고…….
“딜런 선수! 우리 파이팅하죠! 자, 다 같이 파이팅 구호 외칩시다!”
교과서에 나올 것같이 프로 정신이 가득했던 전 주장 선수에…….
“아… 훈련 대충 하고 빨리 게임이나 하고 싶네…….”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 영국 유소년 국가 대표도 있었고…….
“딜런 선수, 아까 패스 미안했어요. 이 약 허벅지 근육 뭉침에 좋아요.”
백업인데 감독의 신뢰를 엄청나게 받는, 그리고 자신에게 지랄 같은 패스를 날렸지만, 그래도 자신이 그 패스를 받아주자 항상 고마워했던 선수까지…….
6부 리그부터 올라온 준프로 팀 출신의 선수들이 많아서, 정겨운 느낌이 많이 있었다.
“딜런은… 제이든 코치님 허락만 받으면 마음대로 하세요.”
“딜런 선수는 알아서 잘하죠. 하지만, 제이든 코치의 지시는 받으세요.”
제이든 코치의 말만 들으면 절대로 터치하지 않았던 동양인 감독과 수석 코치도 좋았다.
무엇보다 리그 2 팀, 그것도 인기 없는 지방 팀에 오게 되니, 처음에는 언론에서 타락한 천재… 망나니라며 잠시 떠들다가, 점점 자신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줄었다. 그래서 마음도 편해졌다.
그렇게 딜런은 웨스트 릴링 FC에서 마음의 상처도 치료하면서 다시 성장할 수 있었다.
딜런은 과거를 회상하다가 눈을 떴다. 그러자, 그의 에이전트가 말했다.
“딜런 선수, 웨스트 릴링 구단 건물에 도착했습니다.”
딜런은 초여름의 아침 햇살을 맞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이제는 익숙한, 약간 고향 같은 느낌이 드는 웨스트 릴링 FC의 건물로 들어갔다.
회의실에 들어가자, 아담 단장과 대칸 감독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딜런 선수, 잘 오셨습니다.”
아담의 인사에 딜런은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고, 대칸도 활짝 웃어주었다.
리그가 끝나고, 아직 5월 말이다. 그래서 여름 이적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딜런은 승격의 즐거움이 가시기도 전에 에이전트와 함께 구단을 방문했다. 그가 방문한 이유는 약속했던 이적을 위해서였다.
딜런은 아담 단장과 대칸 감독에게 말했다.
“아담 단장님, 대칸 감독님, 저 이제 가려고요.”
딜런의 말에 두 사람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딜런을 챔피언십이라는 리그에서 적은 주급으로 잡고 있었던 것은 그가 웨스트 릴링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려에 아담과 대칸은 충분히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래요. 딜런 선수, 웨스트 릴링 FC에서 4시즌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딜런, 고생 많았어. 어느 구단으로 가려고?”
대칸의 질문에 딜런은 숨길 것이 없어서 대답했다.
“AC 밀란요.”
“그래? 작년에 막판에 협상이 결렬되었던 팀인데 결국 거기로 가네?”
“네, 제가 말했던 조건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작년에 딜런이 계약을 파토 내기 위해서 불렀던 조건, 더 많은 계약금과 3억이라는 주급을 AC 밀란에서는 올해 다시 제안하였다.
작년의 딜런은 바이아웃 200억(1,500만 유로)짜리 괜찮은 선수였다. 하지만, 지금의 딜런은 챔피언십을 말 그대로 초토화시킨 선수, 200억(1,500만 유로) 바이아웃에 그를 영입하겠다고 나선 팀이 무려 열한 팀이 넘는… 바이아웃 비용 대비 아주 값싼 선수였다.
“AC 밀란의 단장과 계약 담당자가 오후에 제가 있는 곳으로 온다네요. 임시 계약서 쓰려고요. 주급이나 계약금도 협상하면 더 줄 것 같은 분위기던데요?”
“잘되었네요.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고 가도록 하시죠.”
“넌, 어디서든 잘할 거야.”
딜런의 말에 아담과 대칸은 그저 응원해 줄 수밖에 없었다.
26세, 전성기인 딜런에게 있어서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을 가지고 웨스트 릴링에서는 줄 수 없는 높은 계약금과 고액의 주급을 보장하는 AC 밀란의 제안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실, 저번 시즌 전성기 1년을 웨스트 릴링에게 양보한 것만으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서 아담과 대칸도 잡을 시늉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담 단장과 대칸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딜런은 구단을 나섰다. 그리고 구단 건물 입구에는 익숙한 근육질의 영국 중년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멋있는 척 서있었다.
“제이든 코치님?”
“오~ 딜런. 휴가 중에 여기는 무슨 일이냐?”
제이든 코치는 딜런이 떠나기 전에 인사를 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말을 걸었다.
딜런은 그에게 웃으며 다가서는 주먹을 휘둘렀다.
휙~
하지만, 제이든은 당연히 그의 주먹을 피했고 반격으로 바로 발을 날렸지만.
“훗~”
딜런도 여유롭게 그의 킥을 피했다.
“솔직히, 이제는 코치님이랑 제대로 붙으면 이길 자신 있는데.”
“…….”
제이든도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지금 딜런의 몸 상태는 최고! 20대 중반의 잘 단련된 딜런과 권투가 아닌 싸움으로 붙으면, 예전에 그가 관리가 전혀 안 되었을 때와는 상태가 달라서 이길지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잘 가라. 너는 축구는 잘하지만, 정신 상태가 아직 모자라니, 항상 조심하고. 흥분하지 말고.”
제이든이 손을 내밀자, 딜런은 그의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감사했습니다, 코치님. 덕분에 축구도 더 잘하게 된 것 같고… 어디 가서 맞고 살지는 않겠네요.”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혹시, 코치님 AC 밀란으로 오실 생각 있으세요? 협상 때 코치 한 명 영입해 달라고 말이라도 해볼까요?”
하지만, 제이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고향에 남아야지. 여기에 너같이 문제아들도 몇 명 있고…….”
그러자, 딜런은 뒤돌아서며 말했다.
“아~ 그러시군요. 잘 계십시오. 전 갑니다! 많은 돈을 받고 축구 하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딜런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웨스트 릴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