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 * *
“자… 이제 한 경기 남았다.”
챔피언십 42차전은 2위인 더비 카운티와의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다음 경기인 43차전 레딩 FC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챔피언십 우승이 확정되었다.
사실, 굳이 43차전이 아니더라도 남은 4경기에서 1승만 거두면 챔피언십 우승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강등권인 레딩을 리그 1으로 보내줘야겠지.”
셰필드 웬즈데이 FC와 함께 행동했던 레딩 FC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아담이 확인한 상태였다. 이런 적대적인 팀에게 중요한 순간에 패배를 선물하고 싶은 대칸이었다.
경기 날, 뉴레인 스타디움.
웨스트 릴링 FC의 우승을 직감하고 경기장, 아니 웨스트 릴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웨스트 릴링의 팬들은 당연히 프리미어 리그 승격의 순간을 같이 축하하고 싶었고, 팬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거의 돈 없이 즐길 수 있는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 대기하러 온 것이다.
경기 시작 네 시간 전에 뉴레인 스타디움의 관중석은 이미 가득 찼다. 그리고 응원석에는 한국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오~ BJ 예지 씨죠? 저 사진 한번 찍어도 될까요?”
“네, 같이 찍어요.”
예지는 작년에 투어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에 시간이 나는 사람들과 함께 경기장에 방문하였고,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겁게 경기를 기다렸다.
축구광도 경기장에서 방송을 하면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청자 형님들! 저 축구광, 오늘 웨스트 릴링 FC의 우승을 직접 보기 위해 뉴레인 스타디움에 방문했습니다.”
- 오올… 웨스트 릴링 FC 드디어 우승인가?
- 그래, 깔끔하게 우승하고 올라가자!
- 43차전 우승이라니… 3경기가 더 남았는데 우승이라니!
- 축구광은 오늘도 웨스트 릴링 FC 핑계를 대고 영국을 왔습니다.
채팅 창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리고 시청자의 수도 어느새 3,000명을 넘었다. 축구광은 웨스트 릴링 FC 관련 콘텐츠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계속 방송을 하였다.
“오늘! 웨스트 릴링의 승리 믿으십니까? 그러면 다들 환호해 주세요!”
축구광은 시청자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경기를 기다렸다.
“웨스트~ 웨스트~ 릴링! 릴링! 릴링!”
역시나, JOB's PUB의 멤버들도 다 같이 경기장 한쪽에 모여서는 거대한 함성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웨스트 릴링을 우승을 기원하는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는 경찰들도 있었다.
“아니, 우리는 훌리건이 아니라니까요!”
술집 멤버 중에 한 명이 경찰에게 항의했지만, 페퍼 경감은 단호했다.
“너희들이 훌리건이 아닌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웨스트 릴링에 너희 말고는 과격하게 응원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너희들을 감시할 수밖에 없어.”
사실, 훌리건과 과격한 팬은 종이 한 장 차이였기 때문이다.
“아! 진짜 아니라니까요!”
“알았어! 알겠는데, 그냥 우리도 여기 있는 거라니까.”
그들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경기를 기다렸다.
경기장 안팎으로 시끌시끌한 분위기에서 대칸은 마지막으로 선발 명단을 확인했다.
FW : 에드워드 바커(467/482)
LMF : 아그만트 체서스(375/426), RMF : 나사로 오돈(396/465)
MF : 마크 보셀(433/437)
DM : 딜런 덱스터(470/465)―스트롱 포터(404/396)
LWB : 토미 스미스(401/419), RWB : 아브론 막시(389/439)
DF : 대니얼 보얀(427/?)―피터 존슨(385/383)
GK : 디비드 토비(384/449)
체력이 부족한 안셀모에게 휴식을 보장하고 또 저번 경기 후반에 퇴장당한 프리드리히가 출장 정지로 나오지 못했지만, 레딩을 박살 내기에는 충분한 스쿼드였다.
“이기자! 우승하자!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로 올라가자!”
“네!”
강하게 승리를 갈망하는 대칸의 말에 선수들이 크게 대답하였다. 그리고 대니얼이 파이팅을 주도하였다.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그들은 파이팅을 외치고 경기장으로 나갔다.
삐삑.
[2026~2027시즌! 웨스트 릴링 FC와 레딩 FC의 시즌 43라운드! 웨스트 릴링 FC의 우승과 레딩 FC의 강등이 걸려있는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약팀인 레딩 FC도 강등을 당하지 않으려 사력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지만, 그들은 약했다. 그래서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윽!”
[몸이 부딪칩니다! 하지만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습니다. 이 정도는 정당한 몸싸움이라는 거죠, 딜런 선수가 오늘은 미드필더 지역을 아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자~ 심판 판정도 좋고! 오늘 미친 듯이 뛰어보자!’
챔피언십 최고의 미드필더, 아니! 이제는 유럽 5대 리그의 어느 팀에 가도 주전이 가능한 딜런이 오늘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좋은 움직임으로 팀을 받쳐주었다.
펑~
[아! 공이 마치 골대로 빨려 들어갑니다. 에드워드 선수의 선취골이 터집니다.]
‘오우! 좋았어. 오늘 몇 골이나 넣을 수 있을까? 우승 경기에 해트트릭은 기록해야지.’
역시나, 챔피언십 최고의 공격수, 영국 축구의 미래라고 불리는 에드워드도 그의 공식적인 몸값이 600억(4,500만 유로)으로 책정될 정도로 톱클래스의 레벨을 능력과 재능을 인정받고 있었다.
타… 타… 탁!
토미가 공을 몰고 사이드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크로스~]
토미가 올린 크로스에 나사로가 반사적으로 뛰어올랐다.
팍!
[헤딩!]
레딩의 골키퍼가 공을 받았다.
[아, 아깝습니다. 좋은 크로스에 좋은 헤딩이었지만, 골키퍼의 정면으로 갑니다.]
자이언트 킬러 윙백 토미와 제이든 코치 덕분에 이제는 정신 차리고 축구에 전념하고 있는 나사로도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텅~
[마크 선수! 이번에도 적절한 패스! 아주 그림 같은 패스입니다.]
마크의 패스를 받은 아그만트는 공을 오래 들고 있지 않았다. 그는 바로 원터치 패스로 공을 옆으로 넘겨주었다.
[에드워드 선수! 슛!]
에드워드의 공은 멋지게 골망을 갈랐다.
“잘했어!”
“오늘 좋은데!”
에드워드는 선수들과 가볍게 하이 파이브를 하며 골 세리머니를 하였다.
마크는 임대 와서 슬럼프를 극복하고 자신이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깨달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그만트도 좋은 성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레딩의 크몰른 선수! 오래간만에 들어갑니다.]
레딩이 간만에 공격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빠르게 피터가 그의 앞을 막았다.
타… 타… 타…….
크몰른이 돌파를 하려고 했지만, 피터가 쉽게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촤악~
[대니얼 선수! 태클로 공을 걷어냅니다.]
빠른 발로 반대편 공격수의 침투를 1차적으로 지연시키는 피터, 그리고 그런 피터와 협력 수비를 통해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를 책임지는 대니얼도 이번 시즌에 승격의 주연이었다.
[좋은 패스인데요?]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고, 레딩 선수들이 막무가내로 날린 롱패스가 샘에게 연결되었다.
웨스트 릴링 FC에서 대칸을 배신하고 레딩으로 왔던 샘은 오늘 경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간절하게 생각했다.
‘골… 넣어야 한다!’
샘은 약간 거리가 멀었지만, 과감하게 중거리 슛을 때렸다.
“제발 한 골이라도… 아악! 이런!!”
[샘 선수! 코스는 좋았습니다만, 웨스트 릴링 FC의 디비드 골키퍼가 정확히 판단하고 공을 잡습니다.]
하지만, 조급한 샘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레딩 FC 감독의 희망을 좌절시켰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디비드 토비! 새로운 웨스트 릴링 FC의 골키퍼였다.
“오늘 스트롱이 완전 좋네요.”
벤치에서 쉬고 있는 안셀모가 스트롱을 칭찬하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매튜 코치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팀의 보물이죠. 스트롱이 있어서 팀이 아주 잘 굴러가는 겁니다.”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면서 팀의 감독과 코치들이 편하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스트롱도 이번 시즌 무려 44경기를 소화하며 든든하게 팀을 받쳐주었다.
“하… 제가 이 경기에 안 나가는 것이 아쉽네요.”
안셀모가 아깝다는 말을 하였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대칸이 그를 달래주었다.
“뭐, 한 경기 안 나온다고 안셀모 선수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지요. 이번 시즌 챔피언십 최고의 FA 영입 선수로 안셀모 선수가 선정될 정도로… 아니,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는 EPL 최고의 영입이 안셀모 선수라고 생각됩니다.”
웨스트 릴링 FC에서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한 안셀모도 아주 좋았다.
[토미 선수 돌파합니다.]
[아, 정말 멋진 돌파죠. 반대편 수비수를 제치고 들어갑니다.]
사이드로 빠른 속도를 살리며 들어간 토미가 크로스를 날렸다.
[아그만트 선수 발리 슛!]
[아. 아깝습니다. 골대를 약간 벗어납니다.]
공은 골라인을 벗어났지만, 해설진의 칭찬이 이어졌다.
[토미 선수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선수가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소속 팀이 없어서 방황하던 선수였죠.]
[트라이아웃의 성공 사례인 토미 선수! 웨스트 릴링 FC가 강한 이유는 이런 선수를 잘 발굴하기 때문입니다.]
토미도 잘 성정하고 있었다.
“아! 아깝네요. 제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골인데!”
“레드카드로 경기에 못 나오는 녀석은 조용히 해라.”
프리드리히의 말에 제이든 코치가 일침을 가하였다.
“네…….”
프리드리히가 침울하게 대답했지만, 제이든은 속으로 웃었다. 이번 시즌에 그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주었고, 웨스트 릴링 FC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후반전 15분, 대칸은 교체 카드를 사용하였다.
“마르크! 스트롱 자리에 들어가고, 칼슨은 토미 자리에 들어간다.”
“네!”
두 선수는 겉옷을 벗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미드필더에서 좋은 백업으로 활약하며 잘 성장한 마르크와 슈퍼조커인 칼슨도 이번 시즌 조연으로 웨스트 릴링 FC의 승격을 도왔다.
그 외에도 벤치를 치키고 있는 선수들… 미드필더와 수비수 백업을 해주었던 마그레트 젠슨, 토미나 마크가 체력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에 그 자리를 채워주었던 예세 요로넨, 준수하게 미드필더 지역을 백업했던 헨드릭 젠슨, 디비드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넘겨주었지만 여태까지 고마웠던 월프로 드퍼 골키퍼까지! 모두가 웨스트 릴링 FC의 우승을 위해 땀을 흘렸던 선수였다.
이 모든 선수들은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자격이 있고,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할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삐삐삑~
[경기 종료하는 휘슬이 울립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레딩 FC를 상대로 4:0으로 승리를 거둡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26/27시즌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합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모든 선수들이 환호했고, 대칸 감독과 코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서 우승을 축하하였다.
이런 모습을 레딩 FC의 선수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같은 챔피언십 리그에 뛰고 있었지만, 웨스트 릴링 FC는 우승에 승격이었고, 그들은 강등이 확정된 경기였다.
‘내가… 내가 잘못한 건가?’
웨스트 릴링 FC의 우승을 눈앞에서 지켜본 샘은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돈 때문에 눈이 멀어서… 가론과 에이전트의 말에 현혹되어 대칸 감독을 배신한 그였다. 하지만 레딩에서 제대로 된 축구가 안 되면서 후회했고, 웨스트 릴링 FC가 승격하는 모습에… 자신이 잘못한 것을 깨달았다.
‘내가 정말 멍청했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 샘은 후회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챔피언십 시즌 43차전으로 레딩 FC는 리그 1으로 강등이 확정되었다.
잠시 후 진행 요원들에 의해서 그라운드 한가운데 시상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위에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올라갔고, 축구 협회 회장이 등장하였다. 준비를 마치자, 장내 사회자가 외쳤다.
“26/27시즌~ 챔피언십 우승 팀은 웨스트 릴링 FC~”
장내 사회자의 말에 영국 축구 협회 회장이 직접 우승 트로피를 건네었다. 그리고 주장인 대니얼이 트로피를 받아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높이 들었다.
파팍!
미리 준비된 꽃가루와 풍선, 불꽃까지 다양하게 준비된 것들이 모두 터지면서 경기장을 장식하였다.
“와~”
“웨스트! 웨스트! 릴링! 릴링! 릴링!”
“우승이다! 우승이야!!”
“다음 시즌은 프리미어 리그다!”
그리고 관중석에 있는 관중들이 환호하였다. 그렇게 웨스트 릴링 FC는 챔피언십 우승과 함께 프리미어 리그 승격이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