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천재 감독이 되다-147화 (147/445)

147화

* * *

다음 날.

“…….”

침대에서 일어난 대칸은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흠… 뭐야? 여기는 어디지?”

익숙하지 않은 침대… 조금 어질러지긴 했지만, 좋은 향기가 나는 방이었다.

“아… 어제…….”

여기는 레이첼의 집이었다.

어제, 바커 부자와 술을 마시고 레이첼의 집에서도 술을 마셨다. 그러다 보니, 술을 너무 마셔서… 대칸은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힘들게 무거운 몸을 침대에서 일으켰다.

그러고는 어제 기억을 되돌리려고 했지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을 마시고 싶어서 방에서 나갔다. 그러자.

“일어나셨어요?”

부엌에는 레이첼이 하얀 와이셔츠 하나만 입은 채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칸은 어제 남아있던 기억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라… 라라~ 라~ 라~”

레이첼은 입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요리를 하였다. 대칸은 식탁에 앉아서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레이첼의 뒷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대칸은 분명 어젯밤에 저 와이셔츠가 가리고 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몸을 봤고 만지고 뜨거운 속살을 느꼈지만, 술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자, 감독님 드시죠.”

대칸이 생각하는 동안에 레이첼이 준비한 아침은 식빵으로 만든 러스크와 스크램블드에그, 그리고 베이컨이었다. 그리고 영국 사람들이 해장할 때 먹는 토마토 주스였다.

“냉장고에 음식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서, 조촐하게 준비했어요.”

“아니에요. 충분히 많아요. 그리고 맛있네요.”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속이 별로였지만 대칸은 레이첼이 준비한 음식은 천천히 먹었다.

“그럼 다행이네요. 호호호.”

레이첼은 대칸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웨스트 릴링 FC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대칸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면서도…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분명… 같이 잤다는 거지? 레이첼과?’

대칸의 약간 음흉한 눈빛과 표정에 레이첼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왜?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예요?”

레이첼은 살짝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했다. 그러자 대칸은 자신의 심정을 말했다.

“흠… 솔직하게 어제…….”

“어제?”

대칸은 뜸 들이다가 솔직하게 내심을 털어놓았다.

“당신과 하룻밤을 보냈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요.”

“흠? 정말요?”

“네, 어제 술에 취해서 잘 기억나지 않는 게 정말 아쉽네요. 폭발적인 몸매도 잘 기억이 안 나고…….”

대칸의 정말 안타깝다는 표정에 레이첼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포크를 놓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아…….”

레이첼은 대칸에게 다가와서 그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그러면 기억나게 해드릴까요?”

대칸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침실로 들어갔다.

아침부터 기력이 떨어진 대칸은 점심 무렵에나 간신히 구단 사무실로 출근하였다.

감독실로 들어가자, 아담 단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감독실로 같이 들어왔다.

“감독님! 어제 정말 잘하셨습니다. 집에 오지 않으셨더군요.”

“아, 네…….”

아담은 약간 야릇한 표정으로 대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정말 축하드려요! 이렇게 좋은 성과를 거두다니! 웨스트 릴링이 우승한 것만큼 기쁘군요.”

아담의 축하에 대칸은 떨떠름하게 답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칸이 쑥스러워서 아담의 축하를 어느 정도 넘기고, 이 이야기도 넘기려고 했지만…….

“형님!”

이번에는 데이비드가 감독실로 들어왔다.

“어제 잘하셨나요?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저희가 봤는데…….”

“어… 잘되었어… 그러니…….”

“형님, 자세히 이야기 좀 해보세요!”

“하…….”

대칸이 적당히 이야기하고… 또 넘기려고 했다. 그런데.

“감독님!”

이번에는 에드워드도 감독실로 들어왔다.

“어제? 어떻게 되었나요? 레이첼 씨랑 이제 사귀시는 거죠?”

“아니… 그게… 다들 적당히 좀 하시죠!”

대칸은 바커 삼부자에게 적당히 하라고 외쳤다.

오후.

레이첼은 휴가임에도 불구하고 웨스트 릴링 구단 사무실로 출근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호호호.”

구단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레이첼의 모습, 그녀는 유독… 평소와는 다르게 밝은 모습이었다.

그녀가 출근해서 자리를 정리한 다음에 바로 단장실로 찾아갔다.

“단장님, 안녕하세요.”

아담 단장은 레이첼의 등장에 아주 밝게 웃었다.

“오! 레이첼 수석 스카우트님! 오늘 휴가인데 출근하셨네요?”

아담의 인사에 레이첼은 가볍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였다.

“FA 때문에 바쁜 기간인데, 집에서 쉴 수만은 없죠. 아! 그리고 어제 후임자를 구해달라고 했던 것은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

레이첼이 그러고는 가뿐한 발걸음으로 단장실을 나섰고, 아담은 방긋 웃으면서 바로 대칸에게 전화를 걸었다.

“레이첼 씨 출근했어요.”

- 아, 네…….

대칸이 무덤덤하게 받았지만, 아담은 그저 웃음이 나왔다.

아담의 전화를 끊고서 대칸이 감독실을 감싸고 있는 유리를 통해서 밖을… 스카우트 팀을 바라보았다.

레이첼은 평소보다 더욱 생생한 모습으로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대칸도 웃음이 나왔다.

“완전 생생하네… 나는 죽겠는데…….”

숙취에… 체력 소모에… 대칸은 책상에 쓰러져 버렸고, 레이첼은 정력적인 모습으로 업무를 보았다.

1시간 후.

레이첼이 보고서를 가지고 감독실로 방문했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대칸의 말에 레이첼이 웃으며 들어왔다.

“감독님, 괜찮아 보이시네요?”

“네…….”

대칸의 입장에서는 억울했다. 분명히, 자신과 같이 아침부터 격렬한… 아주 격한 운동을 했는데, 레이첼의 몸에서는 활력이 넘쳤고, 대칸은 책상에 쓰러져서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감독님, 부하 직원이 보고하러 들어왔는데 똑바로 앉으셔야죠.”

“네… 네…….”

대칸은 앉은 자세로 똑바로 바꾸기는 했지만 몸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은 여전했다.

레이첼은 FA 선수 영입에 대한 추가 보고를 하였다.

“어제 회의를 통해서, 저희 스카우트 팀에서는 FA 영입 선수 리스트를 다시 검토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주장하고자 합니다.”

스카우트들의 공통된 지적 사항이…….

“일단 25세 이하의 선수들의 몸값은 너무 비쌉니다.”

대칸의 조건 중에 하나인, 25세 이하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만 영입 대상으로 한다는 제약 조건이 안 좋다는 이야기였다.

대칸도 솔직히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25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 어느 팀에서나 역량 성장 가능성이 있는 그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그들을 영입하기를 원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 몸값이 더 높아질 선수를 원하는 것이 당연하지…….’

대칸도 자신의 제약 조건이 값싼 선수를 영입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럼, 연령대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8세 이하는 어떨까요?”

그래도, 여전히 어린 선수를 선호하는 대칸의 기질을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레이첼은 단호하게 그의 말에 반발했다.

“감독님? 28세 이하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겁니다. 아니! 전성기의 선수들이라서 더 높은 계약금과 주급을 원하겠죠!”

“…….”

레이첼의 말이 맞았지만… 대칸은 기량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29세 이상의 선수는 별로 사고 싶지 않았다.

“감독님이 아직 정신 못 차리셨으니, 이해하도록 말씀드리죠! 우리 팀 FA 선수 영입 자금은 총 60억(446만 유로)에 불과합니다. 이 돈으로 두 명에서 세 명의 선수 계약금과 주급을 주려면! 연령 조건을 무조건 버리셔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팀의 금액 조건에 맞는 선수를 영입해야죠.”

레이첼이 강력하게 말했고.

“네, 그렇게 하세요.”

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고를 마치고 레이첼이 주변 눈치를 살폈다. 감독실 주변에 있는 코치들은 전술 회의를 위해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스카우트 팀 직원들도 현장 출장이 있다 보니 별로 없었다.

레이첼이 대칸의 옆으로 살며시 다가왔다.

“숙취는 이제 괜찮으세요?”

“아, 네… 이제 조금 정신 차리겠네요.”

그러고는 레이첼이 대칸의 어깨를 살짝 만지면서 말했다.

“약해가지고는…….”

“뭐? 하… 내가 약하다고? 아침에만 세 번이나…….”

발끈하는 대칸을 보면서 레이첼은 웃으면서 ‘조크예요. 조크!’라고 하였고, 그럼에도 대칸은 여전히 붉어진 얼굴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레이첼이 대칸에게 물었다.

“벌써 다섯 시인데. 더 이상 보고나 회의는 없죠?”

대칸이 자신의 스케줄 표를 확인하였다.

“없네요. 오늘은 있어도 못 받을 상태입니다.”

그러자 레이첼이 조심스럽게 감독실의 블라인드를 내렸고 이내 외부에서 안을 전혀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차단된 것이다.

그러고는 대칸의 무릎에 살짝 앉아서는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즐기기 시작했다.

“스카우트님? 회사에서는 공적으로 서로를 대하자면서요?”

“못됐어…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오늘만 넘겨요.”

특별한 날?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이죠?”

“제가 웨스트 릴링 FC에 남기로 결정한 날이죠. 그리고…….”

“그리고?”

대칸이 되묻자, 레이첼은 눈치가 없다는 듯이 그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야!!”

“우리가 사귄 첫날이죠.”

“아…….”

하긴, 저녁에 처음으로 체온을 나누고… 오늘 아침에 무려 세 번이나 더 서로의 몸을 확인하였다. 두 사람이 사귄다는 표현이 적합해진 것이다.

그 말에 대칸은 웃으며 레이첼의 체온을 즐겼다. 그녀도 대칸의 팔에 기대앉아서는 감회가 서린 눈빛으로 말했다.

“결국, 감독님과 이렇게 되었네요.”

“네, 그러네요.”

레이첼의 감회도 새로웠다.

“그 누가 예상했겠어요. 제가 감독님과 연인이 될지?”

“그렇네요. 동양의 조그마한 나라에서 온 감독이! 이곳에서 축구 감독을 하면서 당신과 같은 미인과 사귀게 될 줄 저도 몰랐네요.”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쳤고,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그때…….

삐리리리~

대칸의 전화기가 울렸다.

“헛!”

“흠!”

대칸과 레이첼은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이첼은 흐트러진 옷을 다듬었다. 그리고 대칸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네, 대칸 감독입니다.”

- 아담 단장입니다. 아까 까먹고 못 한 말이 있어서요. 레이첼 수석 스카우트가 인수인계 안 해도 된다던데요?

대칸은 당연한 소식을 전달하는 아담에게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레이첼 스카우트 팀장이 지금 제게 FA 관련해서 보고 중이고요.”

대칸의 대답에 아담은 웃으면서 말했다.

- 아~ 그래요? 두 사람이 좋은 시간 가지는데 방해했나 보네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장님?”

대칸은 찔려서 더욱 울컥하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 그래요, 그럼 끊겠습니다.

아담의 전화가 끊기고, 대칸은 머쓱한 표정으로 레이첼에게 말했다.

“아… 진짜… 아담 단장님은 벌써 눈치채고 있나 보네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우리도 눈치 보지 말죠?”

대칸의 말에도 레이첼은 더욱 요염하게 그의 입술에 다시 키스를 하였다. 그리고 대칸도 그녀의 입술을 탐하였다.

그 시간, 아담은 사내 메신저를 통해서 스카우트 팀에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금일 당장 조용히 퇴근하세요! 사무실에 남아있으면 징계할 겁니다. 이유는 묻지 말고!]

직원들은 아담 단장의 지시로 조용히 퇴근하였고, 감독실의 두 사람은 그 사실을 몰랐지만, 그래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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