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라일리는 리그 1 소속 팀의 유소년 구단에서 성장이 늦어져서 축구를 포기했던 선수였다. 대칸이 우연히 선수를 관찰하기 위해 하부 리그(8부) 경기를 구경 갔다가, 알바로 경기를 뛰던 라일리를 발견하고 영입했다.
그렇게 영입된 라일리는 웨스트 릴링 FC에서 충분히 성장을 하였고, 저번 시즌에는 백업 공격수로 5골을 넣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라일리는 재계약을 추진하던 테이블에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고 있다가… 아담에게 1:1 면담을 요청했던 것이다.
라일리는 아담이 건네주는 차를 마시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단장님, 저… 셰필드 웬즈데이로 이적하고 싶습니다.”
아담은 답답한 마음을 최대한 감추고서는 물었다.
“이미, 대칸 감독이 설명하고 경고했는데… 왜 이적하고 싶다고 저희에게 말씀하시는 거죠?”
“제… 아버지가…….”
“아버지가?”
아담이 되묻자, 라일리가 대답했다.
“아버지가 아프세요. 그래서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셰필드 웬즈데이로 이적시켜 주세요.”
생각지도 못한 라일리의 말에 아담이 할 말을 잃었다.
라일리의 아버지는 희귀병에 걸려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라일리의 주급과 예전에 받았던 계약금, 그리고 아버지가 힘겹게 사두었던 집까지 팔아서 치료비를 대고 있었지만, 부족했다.
그런 라일리는 아버지의 치료비는 물론, 집안의 가장으로 생활비와 동생들의 학비까지 책임을 지고 있었는데… 마침 셰필드 웬즈데이가 자신을 영입하고 싶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것도 계약금 10억과 주급 2,500만 원이라는 거금에!
라일리는 그 돈이 필요했다.
라일리의 사정을 들은 아담은 일단은 그를 돌려보냈다. 그러고는 대칸을 불러서 라일리에 대한 대화를 다시 하였다.
“하… 그렇군요.”
대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수의 개인사를 듣고서는 할 말을 잊었다.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라일리의 컨디션과 정신적인 부분이 조금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있는지는 몰랐던 것이다.
아담은 라일리에 대해서 알아본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해 주었다.
“라일리 선수의 아버지가 겪고 있는 희귀병은 실제로 엄청난 비용의 치료비가 나오더군… 우리 팀에서 나오던 주급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런데 셰필드 웬즈데이에서 저런 제안을 하니…….”
라일리는 안 흔들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육성군 선수에 불과했던 라일리에게는 에이전트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고생했을 것이다.
라일리의 상황을 파악한 대칸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가 발굴한… 하부 리그를 떠돌던 선수들을 키워줬더니, 배신한다고 생각했던 대칸에게 라일리의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은… 이해가 가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선수의 개인 사정을 못 챙기다니… 감독으로서 창피하네요.”
아무리 개인적인 문제이긴 했지만, 프로 팀이라면 선수의 모든 것을 챙기는 자세가 필요했다.
다음 날.
라일리는 다시 구단에 방문했고, 이번에는 아담과 대칸이 같이 라일리와 대화를 나누었다.
“라일리, 우리 팀에서 받는 주급으로 감당하기는 힘드니?”
“네…….”
라일리가 아무리 일반인보다 많은 주급을 받아도, 웨스트 릴링 FC에서 받는 주급으로는 아버지의 치료비로도 벅찼다.
“셰필드에서는? 충분히 준다고 하니?”
“네…….”
셰필드에서는 라일리에게 계약금만 10억을 넘게 준다고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정보를 전달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금액에 대칸은 재계약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너도 그 팀으로 이적하고 싶니?”
“…저는 가야 해요.”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라일리의 입에서 직접 대답을 들은 대칸은 이적을 승낙하는 표시를 아담에게 보여주었고, 아담의 턴이 시작되었다.
“라일리 선수? 아직도 에이전트가 없으시죠?”
에이전트 비용이 아까워서 고용하지 못했던 라일리가 없다고 대답하자, 아담이 조언하였다.
“그럼, 제가 개인적으로 한 명을 소개해 드리죠. 제가 단장이 아닌 지인으로 라일리 선수를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아담은 라일리에게 에이전트를 통해서 셰필드 웬즈데이와 계약금과 주급을 협상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최대한 많은 돈을 받도록 도와줄 것이며, 라일리가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평소에도 도와준다는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아담 단장님, 감사합니다.”
아담의 말에서 자신을 이적시키겠다는 의도를 읽은 라일리는 감사함과 미안함에 인사를 하였다.
라일리는 웨스트 릴링과 셰필드 웬즈데이의 짧은 협상을 통해서 28억(210만 유로)이라는 금액으로 이적한다. 세 번째 이적, 다행히 라일리는 셰필드 웬즈데이로부터 계약금 10억과 3,000만 원이 넘는 주급으로 계약을 하였다.
주전 윙백이었던 세바스찬, 서브 공격수인 라일리, 유망주였던 로바드까지… 세 명의 선수 이탈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과는 대부분 재계약을 협상하였고, 이적료만 140억(1,050만 유로)의 수입을 거두었기 때문에 대칸과 아담은 괜찮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적이라는 방법 외에도 이탈하는 선수는 존재했다.
저번 시즌까지 플레잉 코치직을 수행했던 이삭은.
“작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은퇴를 하겠습니다. 더 이상 현역으로 뛰기에는 힘들어서 죽겠네요. 아! 이제는 쉬어야지!”
담담하게 저번 시즌에 선언했던 것처럼 정식으로 은퇴를 하였다. 그리고 공격 전담 코치로 계약까지 새로 체결하면서 완벽하게 코치로 전환하였다.
주전 골키퍼에서 백업 골키퍼까지… 고생하며 같이 뛰었던 노아 본드도.
“이제는 제 시대는 끝난 것 같습니다. 은퇴하고 편하게 쉬겠습니다. 여태까지 못 했던 일도 해보고 싶네요. 여행이나 가보렵니다!”
은퇴를 하겠다는 말에 대칸과 아담이 1년만 더 하자고 설득했지만, 결국 은퇴해 버렸다. 그리고 아담에게 적당히 받은 위로금으로 세계 일주를 하겠다며 떠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번 시즌을 끝으로 웨스트 릴링 FC에서 떠나기로 약속한 게리 전 주장과의 대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단장님, 감독님! 안녕하세요.”
게리가 오래간만에 웨스트 릴링 구단 사무실로 방문했다. 아직 부상회복이 완전히 안 되었는지, 목발을 짚고 있었는데… 대칸이 축구 매니저로 확인해 보니 다행히 무난하게 부상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게리 주장, 잘 지냈나요?”
“회복 훈련은 잘되고 있죠?”
아담과 대칸의 질문에 게리는 웃으며 다 좋다는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게리의 거취를 위한 협상이 시작되었다. 우선 대칸은 게리가 팀에 남아주기를 바랐다.
“게리 주장…….”
“이제는 주장이 아니죠.”
게리가 자신의 위치를 다시 조정했지만, 대칸은 여전히 그를 존중했다.
“하지만, 감독인 제 마음속에는 영원한 주장입니다. 팀에서 더 활약해 주시면 안 될까요? 돈이 문제라면 해결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게리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감독님도 아시겠지만,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이제 이 팀과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떠나고 싶은 겁니다. 챔피언십 리그 소속으로 성장하는 선수들이 많은 웨스트 릴링 FC에 저의 자리와 존재감은 점점 없어질 것입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떠나겠다는 게리의 의사 표현에 대칸과 아담은 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담은 준비한 서류를 꺼내었다.
“게리 선수가 부탁했던 서류입니다.”
부상당했던 게리가 아담에게 부탁했던 것은… 상호 계약 해지, 팀과 선수가 동의하에 계약을 해지하는 서류였다. FA의 몸이 되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게리였다.
게리는 서류를 살펴보면서 아담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었다.
“단장님, 감사합니다.”
게리가 서류를 살펴보는 동안에도 대칸은 계속해서 ‘부상은 회복하고 나가시죠?’ ‘한 달만 더 있다가 나가도 됩니다.’라고 말을 하며 게리를 배려해 주려고 했지만, 게리는 고개를 저었다.
서류를 모두 살펴본 게리가 아담에게 물었다.
“그럼, 여기 서명만 하면 계약 해지가 되는 건가요?”
게리가 웃으면서 물었지만, 아담은 속이 쓰렸다. 대칸과 마찬가지로 6부 리그부터 같이 고생했던 선수… 그것도 팀의 주장으로 팀에 헌신했던 선수와 상호 계약 해지를 하는 것은 마음이 안 좋았다.
“상호 계약 해지는 도저히 안 되겠네요.”
아담은 갑자기 상호 계약 해지 서류를 양손으로 잡고서는 찢어버렸다. 그러자, 게리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대칸은 아담의 행동을 지지하며 지켜보았다.
“저희 웨스트 릴링 FC는 게리 선수를 방출하겠습니다. 일방적인 방출을 말입니다.”
갑작스러운 아담의 말… 하지만 대칸과 게리는 아담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일방적인 방출과 상호 계약 해지는 선수에게 줘야 하는 위약금이 달랐다. 일방적인 방출과 상호 계약 해지의 위약금은 두 배가 넘게 차이가 났던 것이다. 아담은 게리에게 더 많은 돈을 주기 위해 일방적인 방출을 선언한 것이다.
“단장과 감독이 마지막까지 부탁하는데 듣지 않는 선수와 순순히 협의할 수는 없죠! 방출당하시죠.”
아담의 말에 게리는 웃으면서 말했다.
“제 의사와 상관없는 거죠?”
“네, 그러니 서류에 서명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나가시면 저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을 겁니다. 남은 계약 기간에 해당되는 정확한 위약금과 저희의 성의가 담긴 사과금은 계좌에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게리는 아담과 대칸을 보면서 크게 말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웨스트 릴링 FC 파이팅!”
게리는… 게리답게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대화를 마친 게리가 운영진이 사용하는 건물을 나서자, 그 앞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어이~ 게리 주장!”
6부 리그부터 같이 경기장을 누볐던… 이제는 새로운 주장인 대니얼.
“흠… 이렇게 조용히 가시려고요?”
역시나 6부 리그부터 같이했던 칼슨.
“주장님! 배웅하러 왔습니다.”
팀의 상징적인 선수이자, 오랜 동료인 에드워드.
게리는 익숙한 세 선수를 보고서는 밝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5년이 넘는 웨스트 릴링 FC에서의 생활은 이 선수들과의 친분만 해도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게리가 세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옆에서 슬그머니 한 남자가 나타났다.
“게리 주장? 결국 주장도 웨스트 릴링을 떠나네요. 크크크.”
“……?”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순간 못 알아본 남자가 익숙하게 말을 걸자, 게리가 누군가? 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 나 못 알아봅니까?”
그러고서는 그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자, 얼굴이 드러났다.
“오! 헨리 씨?”
그 남자는 예전에 요크 시티로 이적했던 헨리였다.
오래간만에 헨리와 만난 게리는 계속해서 여러 대화를 나누었고,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대니얼이 말했다.
“게리 주장! 언제까지 우리 길바닥에서 대화를 나눌 겁니까? 우리 자리를 옮깁시다.”
그러고는 맥주를 마시는 포즈를 취했고, 게리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말했다.
“맥주보다는 커피를 마시죠. 우리는 프로 선수입니다. 아무리 비시즌이지만, 몸 관리는 해야죠.”
게리다운 대답에 모두가 웃으며 근처에 있는 카페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카페로 이동하는 동안에 헨리는 부상당해서 걷기 힘든 게리를 부축하면서 물어보았다.
“게리 주장? 웨스트 릴링 FC를 떠나는데, 갈 곳은 있나요?”
“일단 부상 회복과 재활 훈련을 하고 고민하려고요.”
게리의 대답에 헨리의 눈이 빛났다.
“그럼 우리 팀, 요크 시티로 오지 않겠어요? 프로 계약은 당연히 해드릴 겁니다. 그리고 올해 4부 리그로 승격했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처럼 축구하는 맛이 있는 팀입니다. 게리 주장이 오면 더 높은 곳에 갈지도 모르겠지요?”
헨리의 말에 게리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저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