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천재 감독이 되다-84화 (84/445)

84화

“자, 다음 경기를 대비한 진형 훈련이다. 4-5-1 포지션으로 각자 자신의 자리에 가서 위치한다. 주전 선수들이 가장 앞에 서고, 후보 선수들이 뒤에 선다. 만약, 자신의 포지션이 애매한 선수가 있으면 코치들의 지시를 받도록!”

김종일 수석 코치의 말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알아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몇몇 선수들은 코치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문제는… 역시 좌측 윙백이었다.

좌측 윙백 자리에는 가론과 가브리엘, 그리고 2군 선수인 세바스찬이 있었다. 세바스찬이야 당연히 후보라는 것을 자각하여 뒤편에 서있었지만, 가론과 가브리엘은 서로 주전이라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어이 꼬맹이, 뒤로 가지?”

“하! 가브리엘 선수! 하위권 팀만 상대하는 당신이야말로 후보 아닌가요?”

“허… 그러는 너는! 비가 올 때만 잘하잖아!”

“뭐?”

두 선수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고, 결국 매튜 코치가 와서 중재를 해야 했다.

“야, 너희들 뭐 하냐!”

“코치님! 제가 주전 아닙니까?”

“저런 꼬맹이가 주전이라니요!”

두 사람의 신경전에 매튜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둘 다, 주전이 아니다. 너희들은 로테이션 멤버야.”

“…….”

“나란히 서있어.”

매튜의 말에도 가론과 가브리엘은 불만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두 사람의 갈등은 결국 사고를 만들었다.

“뭐?”

“이런 미친!”

훈련 도중에 신경전을 벌이던 가론과 가브리엘은 몸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놀란 주변의 선수들이 몰려와서 말렸다.

“참아! 참으라고.”

“놔! 너 이 어린놈의 새끼가!”

“뭐? 어쩌라고! 나이가 많으면 뭐 해, 공을 잘 차야지!”

“시발!!”

선수들이 두 사람이 싸우지 못하게 가운데서 막았지만 막말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좋아. 더 해봐! 아니 다들 비켜줘. 얼마나 치고받고 싸우는지 보게.”

대칸이 나서자, 선수들도 조금씩 두 사람의 곁에서 떨어졌고, 가론과 가브리엘은 조용히 그의 눈치만 보았다.

“싸우라니까? 싸워? 어디 얼마나 잘 싸우는지 보자.”

“…….”

두 사람은 조용해졌다. 그리고 대칸은 여전히 두 사람을 매섭게 노려봤다.

잠시 보고 있던 김종일 수석 코치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고, 다른 선수들의 훈련 진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칸에게 말했다.

“감독님? 두 선수와 면담을 따로 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두 선수와 면담을 진행하죠.”

김종일 코치는 속으로 ‘너희 망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대칸과 두 선수를 데리고 회의실로 이동했다.

회의실.

대칸이 팔짱을 끼고서는 여전히 매서운 눈빛으로 두 선수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론과 가브리엘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일단, 왜 둘이 신경전이 붙은 거지?”

“…….”

둘 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대칸이 탁자를 탕 치면서 말했다.

“뭐야? 이제는 감독 말에도 대답 안 하겠다는 거야?”

“아… 아닙니다.”

대칸의 기세에 눌린 두 선수는 순순히 서로 간에 있었던 경쟁심과 신경전이 폭발하여 몸싸움을 벌이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프로 선수에게 있어서 같은 포지션의 주전 경쟁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마추어 수준이었던 5부 리그 이하에서만 있었던 가론과 가브리엘은 프로답지 못하게 경쟁을 한 것이다.

“프로라면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지. 애들도 아니고… 쯧쯧…….”

대칸의 말에 두 사람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다행인 것은 가론과 가브리엘 모두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아는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대칸은 그 점을 고려해서 말하였다.

“두 사람 다 잘못한 것은 인정하자?”

“네.”

“네…….”

“좋아, 그럼 이번 건에 대해서만큼은 벌금형으로 처리하겠다.”

가론과 가브리엘은 ‘감사합니다.’와 ‘죄송합니다.’를 거의 동시에 말하였다.

대칸은 운영 직원 팀 직원을 불러서 두 사람의 주급을 2주 동안 지급하지 말라고 지시하였고, 직원이 관련 서류를 가져와서 서명을 받고 처리하는 동안에 말을 걸었다.

“그건 그렇고 둘 다 주전 자리에 그렇게 자신이 있어?”

가론은 입에서 ‘네’라는 소리가 튀어나왔고, 가브리엘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내가 선의의 경쟁을 시켜주지.”

대칸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말을 하였다.

“다음 경기에서 전반전에는 가브리엘이 뛰고, 후반전에는 가론이 뛴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얼마나 너희들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는지에 따라서 주전이 결정된다. OK?”

기다리던 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두 사람은 당연히 동의를 하였다.

* * *

32차전 포트 베일전.

삐삑~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반전에 좌측 윙백은 가브리엘, 그는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려고 다짐하였다.

[오늘 웨스트 릴링 FC의 진형이 4-5-1인데요. 수시로 2-4-3-1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합니다.]

[포트 베일의 미드필더에서의 강점을 없애버리려는 전술적인 변화입니다. 실제로 포트 베일의 선수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젠장…….”

포트 베일 선수들은 짜증이 가득했다. 여기도 웨스트 릴링의 선수, 저기도 웨스트 릴링의 선수! 사방이 적으로만 가득한 것처럼 보이는 포지션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만 느껴졌다.

“잘라!”

대칸의 외침과 동시에 우연히 게리 주장이 영리한 움직임으로 상대편의 공을 빼내었다.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입니다.]

[게리 주장 천천히 공을 몰고 들어갑니다.]

게리는 평소처럼 공을 받기 위해 앞으로 나온 플레이 메이커인 사무엘에게 패스를 하였고, 공을 잡은 사무엘은 하프라인에서 적 선수들과 아군 선수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수비가 일곱 명이지만… 아군의 돌파력을 감안한다면 충분하다.’

사무엘은 잔걸음으로 공을 몰고 들어가면서 필드의 어딘가에서 상황이 변화하기를 기다렸다.

마침.

[라이언 선수와 알피 선수, 빈 공간으로 동시에 들어갑니다.]

[약속된 플레이죠? 동시에 들어감으로써 수비진이 순간 흔들립니다.]

사무엘도 이런 움직임을 예상했는지, 과감하게 뛰어 들어갔다.

[사무엘 선수도 공을 몰고 빠르게 적진으로 움직입니다.]

[포트 베일 선수들의 움직임이 산만하죠. 페널티 에어리어에는 에드워드 선수, 좌우측에는 라이언과 알피! 공을 몰고 가는 사무엘 선수 그리고 찰리 선수도 옆에 있습니다.]

우왕좌왕하는 것이 눈에 보이면서 수비수들의 포지션이 어느새 중앙으로 밀집하였다. 그리고.

[아! 사무엘 선수가 옆으로 공을 내줍니다.]

그리고 후방에서 침투한 가브리엘이 공을 받았다.

[가브리엘 선수의 주변에 선수가 없습니다.]

가브리엘은 코너 라인까지 뛰어가서 완벽한 자세로 멋진 크로스를 날렸다.

[에드워드! 아니 라이언!!]

에드워드의 머리 위로 공이 지나갔고, 뒤에 있던 라이언이 멋지게 다이빙 헤딩을 하였다.

[골!]

[멋진 골입니다. 이 모든 플레이가 약속된 플레이거든요. 라이언 선수와 알피 선수가 수비수들을 혼란시키면서 지역 수비를 무너트리고요. 사무엘 선수와 찰리 선수가 압박하여 수비수들을 중앙으로 모읍니다.]

속사포같이 말하던 해설자는 침을 한번 삼키고서는 이어 말했다.

[그리고 후방에서 침투한 가브리엘 선수가 깔끔한 크로스를 날리고, 이것도 에드워드 선수가 정말 멋지게 수비수들을 현혹시킵니다. 하지만 진짜는 조금 뒤에서 뛰어 들어온 라이언 선수의 다이빙 헤딩이었습니다.]

[전반 23분, 가브리엘 선수의 크로스를 멋지게 받은 라이언 선수의 선제골로 웨스트 릴링 FC가 1:0으로 앞서갑니다.]

가브리엘은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였고, 벤치에 있던 가론은 뭐 괜찮았다는 듯이 다른 벤치의 선수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환호해 주었다.

그러자 매튜 코치가 가론에게 물었다.

“어때? 경쟁자가 한 건 했는데? 괜찮겠어?”

매튜의 질문에 가론이 살짝 거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코치님, 오늘이 무슨 날일까? 비 오는 날입니다. 비! 후반전에 저는 더 날아다닐 겁니다.”

가론의 말에 매튜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래 ‘후반전에 한번 보자.’라고 말해주었다.

후반전.

[자, 후반전 시작합니다.]

[포트 베일은 무려 세 선수를 교체했습니다. 그에 반해 웨스트 릴링은 한 선수만 교체했네요.]

[아무래도, 전반 막바지에 너무 무너졌었죠? 팀의 분위기를 상신시키기 위해서라도 선수 교체는 필요했습니다.]

전반 5분을 남겨두고 무려 2골을 허용한 포트베일은 전반전을 3:0으로 종료하였다. 그래서 분위기를 전환하고 더 큰 실점을 막겠다는 의미로 수비적인 선수 교체를 실시하였다.

[포트 베일의 후반전 진형은 따로 의미가 없네요. 촘촘한 밀집 수비입니다.]

[공격수만 조금 나와있는 밀집 수비… 완전히 수비에 치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웨스트 릴링 FC는 가브리엘 선수를 대신해서 가론 선수가 투입되었습니다.]

[의외네요. 가브리엘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윙백이지만 공격 가담도 많이 해서 어시스트도 기록했고요.]

웨스트 릴링 FC의 벤치에서는 매튜가 상대편의 진형을 보고 대칸에게 말했다.

“오호… 상대편이 완전 수비에 집중했습니다.”

“네, 예상 범위 내 대책입니다.”

“그런데… 이러면 가브리엘과 가론의 경쟁은 조금 불합리하지 않을까요?”

매튜의 질문에 대칸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뭐… 상황은 다르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가론은 더 즐길 겁니다.”

“네? 즐기다니요?”

대칸은 그라운드에서 신나게 뛰고 있는 가론을 보며 말했다.

“가론은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 상황을 더 좋아할 거라고요.”

‘후후… 공격만 하자 공격만!’

대칸의 말대로 가론은 오히려 수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더 집중해서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마침, 공이 가론에게 왔고, 자신보다 살짝 앞에 있는 라이언과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바로 돌파했다.

[가론 선수 측면 돌파.]

[아! 라이언 선수와 2:1 패스, 라인을 따라 쭉 치고 들어갑니다.]

[어느새 뒤따라온 라이언 선수에게 패스, 하지만 바로 백패스! 이런 식으로 2:1 패스가 나옵니다. 우측 수비진이 무너졌습니다.]

[2번의 2:1 패스에… 가론 선수 중앙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살짝 패스.]

가론이 옆으로 살짝 공을 내준 곳에는 역시! 에드워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에드워드~ 슛!]

뻥~ 철렁!

[에드워드 선수의 골!]

[가론 선수와 라이언 선수가 만들어 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에드워드입니다.]

“허…….”

골 세리머니를 즐기는 선수들을 바라보던 매튜는…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대칸을 흘깃 쳐다보고는 생각했다.

‘하… 대칸 감독의 능력은 도저히 알 수가 없네. 하루 종일 수비 선수들만 지켜보는… 수비 전담 코치인 나보다… 선수의 성향을 잘 아니…….’

그저 대칸에 대한 감탄만 하면서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매튜였다.

삐삑~

[경기 종료됩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대승입니다. 무려 7:0!]

[포트 베일 선수들… 다들 지친 모습이 역력합니다. 하… 골키퍼 선수는 그라운드에 쓰러져서 울고 있습니다.]

[안타깝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해요.]

그에 반해서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잘했어! 좋았다고.”

“모두 오늘 완벽했다.”

“훈련대로 잘해주었다.”

코치들의 격려와 선수들의 만족스러운 얼굴 사이에… 가브리엘과 가론의 눈이 마주쳤다.

“가론, 오늘 정말 멋졌어.”

“가브리엘 씨도 전반전에 잘하셨는데요.”

가론의 말에 가브리엘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아니야. 솔직히, 정말 객관적으로 보면… 네가 더 잘하는 거지.”

“…….”

가브리엘은 속이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인정했어야 했는데. 계속 인정하지 않았던 것뿐이야. 네가 더 잘한다는 사실을…….”

“가브리엘 씨.”

가브리엘은 가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인정한다. 좌측 윙백 주전은 너다.”

오히려 가브리엘이 이렇게 쿨하게 인정하자 가론은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네… 그래도 솔직히 저도 제 체력이 부족한 건 잘 압니다. 앞으로도 계속 제 부족한 부분을 잘 도와주시길 부탁드릴게요.”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살짝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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