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 * *
아직 이적 기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칸은 수석 스카우트인 레이첼과 함께 빠르게 이적 기간에 구애받지 않는 하부 리그 선수 영입을 준비하였다.
“레이첼 스카우트님, 1차 영입 대상에 대한 리포트 주세요.”
“네, 감독님. 여기 있습니다.”
레이첼은 미리 준비했던 선수들의 리스트와 선수 정보를 정리한 리포트를 대칸에게 건네주었다.
“가론 아망스, 니키 로어, 샘 필립스, 피터 존슨 그리고 오스카 포터.”
레이첼은 대칸이 부탁한 다섯 명의 선수에 대해 조사 분석을 완료하였다. 그리고 그 보고서를 받은 대칸은 읽으면서 물어보았다.
“좋아요, 잘 정리되었습니다. 선수들과 미팅 약속은 잡으셨나요?”
“네. 선수들과 모두 사전에 연락을 해서 미팅 일정을 약속했습니다.”
대칸은 레이첼이 보여주는 선수들 미팅 일정을 확인해 보았다.
피터 존슨은 오늘 오전에 구단에서 미팅, 샘 필립스와 니키 로어는 오후에 구단에서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론 아망스는 요크 시티에서 내일 오전에 약속이 되어있었고, 오직 오스카 포터만 일주일 뒤에 약속이 잡혀있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오늘과 내일 안에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네요. 그런데 왜 오스카 선수는 일주일 뒤로 약속이 잡혔나요?”
대칸의 질문에 레이첼이 답했다.
“오스카 선수 같은 경우는 굳이 우리랑 계약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바쁘다면서 일주일 뒤에 이야기하자는 말을 하였습니다.”
조금 애매했다. 오스카가 작년에 보여준 것도 있고, 능력치도 준수했지만 대칸이 아쉬움을 표현해 가면서까지 영입을 해야 할지가 고민되었다.
그래도 마크가 떠난 자리를 메워줄 선수가 필요했고, 상위 리그의 다른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는 싼 것은 확실했기 때문에 대칸이 말했다.
“아쉬운 사람이 가야죠. 모레에 렉스햄에서 만나는 약속으로 오스카 선수와 미팅을 다시 잡아주세요.”
“네, 감독님.”
“그리고 다른 선수들은 빨리빨리 만나서 결정하죠. 내일 약속한 가론 아망스 선수에게 구단 차량 보내서 오늘 오후에 만날 수 있도록 조정해 주세요.”
“네.”
레이첼은 급하게 전화기를 꺼내어서 선수들 미팅 일자를 조정하였다.
“피터 존슨 선수 도착했습니다.”
대칸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레이첼의 말을 듣고 나왔다. 그러고는 응접실에 들어가자, 축구 선수 같지 않은 평범한 영국 청년이 먼저 자리에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웨스트 릴링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감독인 대칸입니다.”
피터는 대칸과 악수를 한 다음, 레이첼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대칸은 재빠르게 축구 매니저로 피터의 능력을 확인했다.
피터 존슨(27살, 수비수-윙백-미드필더, 335/382)
기술 120/150, 정신 137/151, 신체 78/81
스킬 : 팀워크(N), 설명 : 경기에 뛰고 있는 같은 팀 선수의 팀워크 능력이 1 상승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준수한 선수였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지만 신체적인 한계가 명확한 선수. 스킬이 있긴 하지만 노멀 등급에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는 스킬은 아니었다. 레이첼의 스카우트 보고서에도 피지컬이 부족하여 리그 2에서 경쟁력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대칸의 감독 스킬 능력으로 부족한 신체 능력을 채워주고, 기술과 정신 부분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능력을 충분히 개발해 준다면 경쟁력이 있는 선수였다.
“시간은 금이니,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저희는 피터 선수와 프로 계약을 체결하려 합니다. 다만 계약 조건은 후보 선수 대우이며, 저희 팀에 합류하시면 멀티 포지션 백업 선수로 뛰게 되시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대칸의 질문에 피터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당연하죠. 저도 제가 부족한 것 알고 있습니다. 어떤 포지션이든, 후보 선수라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피터는 감지덕지하며 웨스트 릴링 FC의 후보 선수 조건으로 프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감독님, 이번에는 샘 필립스 선수가 도착했습니다.”
서류를 보고 있던 대칸은 손짓으로 들어오라는 표시를 하며 말했다.
“제 방으로 데리고 오세요.”
잠시 후에 대칸의 사무실 안으로 아직 어려 보이는 흑인 청년인 샘 필립스가 들어왔고,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살펴보면서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대칸 감독입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감독님. 샘 필립스라고 합니다.”
샘 필립스(20살, 윙, 319/412)
기술 117/144, 정신 105/153, 신체 97/115
아쉽게 스킬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신체 능력이 매우 뛰어난, 챔피언십 소속 팀의 주전까지는 확실하게 성장이 가능한 유망주 선수였다. 레이첼도 스카우트 보고서에 피지컬이 유독 뛰어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라고 평가하였다. 문제라면 정신적인 부분이 부족하여 대형 선수로 성장하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아마, 팀에 합류하게 된다면, 한동안은 정신적인 부분을 성장시키기 위한 집중 관리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향후에 대칸의 감독 스킬과 시너지 효과를 내어 더욱 강한 피지컬로 왼쪽 사이드를 장악해 줄 것이 기대되는 선수였다.
“솔리헐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대칸의 질문에 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실망입니다. 팀은 승격에 실패했고, 내년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어서 가망이 없어서 재계약을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야망도 많은 선수였다. 그리고 대칸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사항이었다.
“샘 선수도 알고 계시지만, 저희 팀은 올해 리그 2로 승격합니다. 그래서 샘 선수를 저희 팀에 영입하려 합니다. 다만 계약 조건은 리그 평균보다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합류하시겠습니까?”
대칸이 제안한 계약은 로테이션 선수급의 계약이었다. 샘은 계약 조건을 보고서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와 계약하겠습니다.”
“니키 로어 선수가 도착했습니다.”
니키 로어(20살, 미드필더, 309/424)
기술 120/164, 정신 128/180, 신체 61/80
스킬 : 분발(R), 설명 : 10분 동안 자신의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신체적인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유망주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선수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일시적으로 능력치를 보완해 주는 스킬도 있었고, 감독 스킬의 보정을 받는다면 웨스트 릴링 FC에서는 괜찮은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작년까지 7부 리그 소속 팀에 있었던 니키 로어는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신체적인 한계가 명확하여 상위 리그와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리그 2 소속의 팀에서 미팅 제안이 왔던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계약’이라는 기대를 가지고서는 사무실로 들어왔다.
대칸은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말했다.
“프로 계약을 제안하죠. 다만 후보 선수급 계약입니다. 하시겠습니까?”
“네! 당연히 하죠.”
니키는 그저 감사하다면서 계약서에 바로 사인하였다.
“가론 아망스 선수입니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영입 대상 선수인 가론 아망스가 웃는 표정으로 대칸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잘 왔습니다. 저번 경기에서는 우리한테 한 방 멋지게 선물을 주셨죠?”
가론은 작년 시즌 마지막 경기를 기억하고서는 더욱 웃었고, 대칸은 가론과 악수를 나누면서 축구 매니저를 실행시켰다.
가론 아망스(20살, 윙백, 323/420)
기술 115/148, 정신 119/162, 신체 89/110
스킬 : 포세이돈의 축복(U), 설명 : 비 또는 눈 오는 날에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합니다.
‘와! 포세이돈의 축복이라는 유니크 스킬이? 수중전 스폐셜리스트네.’
희귀한 윙백 포지션에 포텐도 높은 선수였다. 게다가 쓸 만한 스킬까지. 당장 리그 2에서도 비 또는 눈이 내리는 날에는 주전으로 나와도 무방한 선수라는 평가를 내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가론은 당당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계약을 요청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큰 단점이 있으니, 그것은 구설수가 많다는 것이었다. 레이첼의 스카우트 보고서에서 예전에 소속된 프리미어 리그 유소년 팀에서 나와 5부 리그 팀으로 이적한 이유도 팀과의 불화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대칸은 품어야 할 인재라고 판단하였다.
“저희 웨스트 릴링 FC는 가론 선수와 프로 계약을 체결했으면 합니다. 로테이션 선수급으로 대우해 드렸으면 하는데 어떠신가요?”
대칸이 내민 계약서를 잠시 보던 가론은 갸웃거리면서 약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감독님.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웨스트 릴링 FC의 윙백 선수들보다는 제가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로테이션 대우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대칸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주전급 계약을 해드리겠습니다.”
대칸도 가론의 주장을 인정하였다. 그러고는 가론은 주전급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웨스트 릴링 FC로 합류하였다.
2일 뒤.
레이첼과 대칸이 이른 아침부터 웨스트 릴링에서 출발해서 렉스햄에 도착했다. 그리고 약속한 카페로 오스카를 만나기 위해 들어갔다. 먼저 자리에 있었던 오스카가 대칸과 레이첼을 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오스카 선수.”
“네! 안녕하세요, 대칸 감독님. 그리고 연락 주신 레이첼 스카우트님이시죠?”
대칸은 우선 축구 매니저로 오스카의 능력치를 확인하였다.
오스카 포터(28살, 미드필더, 353/393)
기술 137/152, 정신 129/152, 신체 87/89
스킬 : 플레이 메이커의 자질(R), 설명 : 패스, 시야, 예측력, 천재성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역시, 능력치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오스카였다. 그리고 대칸은 오스카에 대한 욕심을 더욱 가지게 되었다. 적어도 리그 2에서 플레이 메이커로 마크의 빈자리를 메꿔주는 역할이 기대되었다.
“오스카 선수, 저희 팀과 프로 계약을 하시는 데 고민이 있으신가요? 저희 팀에서는 오스카 선수에게 리그 2 소속 팀의 주전급 대우로 영입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대칸이 제안한 주전 선수 대우는 계약금 300만 원에 주급 200만 원, 그리고 옵션을 추가하는 리그 2의 평균 주급을 보장하는 웨스트 릴링 FC의 최고 수준 계약이었다.
“하… 제안에는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오스카는 계속해서 고민하는 기색을 보여주었다. 그러다가 오스카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의 제 팀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시즌이 종료되면서 오스카의 기존 팀과의 계약 기간도 끝났다. 그러면서 그에게 많은 팀이 영입 제안을 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웨스트 릴링 FC의 계약 조건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오스카의 고민은 끝나지가 않았다. 예전에 다른 팀에서 리그 2를 경험해 본 적도 있었고, 그때 조금 삐걱하긴 했지만, 지금의 자신이라면 리그 2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고향 팀인 렉스햄에서 팀을 이끌고 리그 2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계속해서 오스카를 붙잡고 있었다.
“대칸 감독님 죄송합니다. 나중에 제가 이 제안을 거절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렉스햄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오스카의 마지막 선언이 나왔고, 결국 대칸과 레이첼은 헤어짐의 인사를 하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
“아쉽네요.”
레이첼의 말에 대칸이 격하게 동의하였다.
“네. 아쉬워요. 아까운 선수인데, 오히려 저런 충성스러운 선수가 팀에 들어오면 팀 멘탈이나 팀워크에 좋을 텐데 아쉽네요.”
아쉽지만 선수 본인의 의사를 강제로 꺾을 수는 없었다.
“이번 하부 리그 소속 선수 영입은 다섯 명을 대상으로 추진하였으며, 네 명의 선수를 영입하였습니다.”
레이첼의 말에 대칸은 고개만 끄덕였다.
“감독님? 대부분 반쪽짜리 선수들인데… 괜찮으신가요?”
신체적인 역량이 부족한 니키와 피터, 정신적인 부분이 문제가 된 샘, 팀워크가 부족한 가론까지.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걱정되어 레이첼이 물어보았다. 하지만 대칸은 자신이 보유한 소속 선수의 신체적인 능력을 증가시키는 스킬과 선수들의 성장 잠재력을 믿었다.
“스카우트님, 시장에서 이미 좋은 유망주로 평가받는 선수는 대부분 상위 리그 팀에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상위 리그 팀에서는 모르는, 진흙 속에 숨겨진 원석인 선수들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그러면 코치들이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여 좋은 보석으로 만들어서 팀의 일원으로 써먹겠죠.”
레이첼은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축구 매니저 능력을 가진 대칸은 실제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 더 중요한 문제! 스카우트 충원은 안 해주시나요?”
레이첼의 말에 대칸은 바로 고개를 돌려서 자는 척을 하였다.
“감독님!”
“아담 단장님과 이야기해 보세요. 안 그래도 단장님께서 스카우트 추가 고용을 검토하고 계시더라고요.”
부하 직원이 생긴다는 말에 레이첼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정말? 정말이죠?’라고 되물었고, 대칸의 맞다는 말에 기쁨을 표현하였다.
물론 대칸은 속으로 웃으면서, 레이첼이 원하는 영입인지는 두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레이첼을 놀리는 기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