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천재 감독이 되다-46화 (46/445)

46화

* * *

대칸과 웨스트 릴링 FC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한국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 자주 나오는 논쟁 떡밥이 되었다.

첫 번째 논쟁은 ‘대칸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대칸이 선수 출신이 아닌, 아마추어 축구 BJ 출신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예측은 그리 좋지 않았다. 첫해 5부 리그 승격조차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칸은 영국 축구계에서도 프로의 영역인 4부 리그(리그 2)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두 번째 논쟁은 ‘대칸의 능력인가? 아니면 금전적인 지원이나 선수의 능력인가?’라는 점이었다.

웨스트 릴링 FC는 너무나 빼어난 공격수인 에드워드와 마크, 라이언을 보유한 팀이었다. 5부 리그에서 뛰기에는 아까운 인재가 세 명이나 공격진에 있었기 때문에 대칸의 능력이 아닌 선수빨, 그리고 그런 선수를 보유하게 된 것이 금전적인 이유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논쟁은 오늘도 에X코리아나 싸X라인을 비롯한 각종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제목 : 야! 대칸 팀 4부 리그 승격 직전!

내용 : 내일 시즌 44차전인데 2위 팀과 승점 차 벌써 5점 난다. 내일 무승부만 해도 우승 확정임. 평소에 대칸 까던 새끼들 어디 있냐? 응답해라!

└ 솔까… 에드워드빨임

└└ ㅇㅇ 마크도 한몫했음

└└└ 에드워드, 마크, 라이언이면 내가 감독이라도 승격함

└└ 미친… 아직도 선수 타령이냐? 대칸 능력 인정해라

└└└ 대칸 빠돌이 등장

└└ 솔직히 선수 영입이나 운영도 감독 능력 아님?

└└└ 대칸 빠돌이 등장(2)

└└ 대칸 절대 인정 안 하네;; 하… 여기 커뮤니티 분위기 역겹다.

└└└ 시르면 꺼지샘

└└└└ 내가 너 같은 새끼 때문에 계속 대칸 글 쓴다!

제목 : 대칸 팀 승격이면 영국 축구도 별거 없네.

내용 : 대칸 팀 승격이 거의 확실하다던데… 영국 축구계도 별거 아닌 거 아님?

└ 리그 2 승격이잖아. 이제 프로 입성이라고. 대칸이 잘한 거야.

└ 리그 2면 우리나라 조기 축구회보다 조금 잘하는 거임

└└ 암것도 모르면 닥치든가! 우리나라 K2 리그급임

└└└ 대칸 같은 허접이 감독으로 있는데 거기까지 갔다고?

└└ 내가 대칸까인데… 리그 2가 조기 축구회는 아님, 까더라도 알고 까자

└ 에드워드가 승격시켜 준 거지, 대칸이 잘한 게 아님

무엇보다, 대칸의 웨스트 릴링 FC가 승격을 앞두자, 이런 글이 미친 듯이 올라오면서 ‘네가 틀리네’, ‘내가 맞네’라고 싸우면서 축구 커뮤니티들이 개판이 되었다.

사실 대칸도 이런 한국 축구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승격뿐만이 아니라, 더 높은 곳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 * *

시즌 44차전 게이츠헤드전 시합 날.

“안녕하세요.”

대칸이 반갑게 웃으면서 사무실에 출근하였다. 그러자 먼저 출근한 수석 코치인 아담을 비롯한 코치들이 대칸을 맞이해 주었다.

대칸은 이제는 익숙한 감독 자리에 앉아서는 먼저 서류부터 살펴보았다. 가장 중요한 서류는 레이첼이 전날 저녁에 완성한 따끈한 게이츠헤드 최근 전력 분석 보고서였다.

“흠…….”

보고서를 읽는 데는 역시나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한번 쓱 읽고 나면 축구 매니저가 더 쉽게 정리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축구 매니저의 정리된 보고서에는 대칸이 생각하지 못했던 정보가 추가되어 있었다.

“수코님, 10분 뒤에 오늘 경기에 대한 회의를 해도 괜찮을까요?”

아담은 당연히 괜찮다고 말하였고, 잠시 후에 코치들과 대칸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대칸은 우선 차승진 코치에게 물었다.

“선수들은 아무 이상 없죠?”

“네. 아침에 확인 전화 결과, 아무런 이상 없습니다.”

일단은 웨스트 릴링 FC 내부적인 문제는 없었다. 그러자 대칸은 다음으로 모든 코치들에게 물었다.

“혹시… 레이첼 수석 스카우트의 보고서 보셨나요?”

“네.”

코치들은 이미 모두 보고서를 확인한 상태였다.

“그럼… ‘제임스 아커’ 선수를 어떻게 할까요?”

순간 코치들이 조용해졌다.

제임스 아커(37살, 공격수, 381/445)

기술 145/171, 정신 148/169, 신체 88/105

5부 리그에 황소개구리가 나타났다.

제임스 아커는 예전 전성기 때는 프리미어 리그 소속 팀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동했던 경력을 가진 엘리트 선수였다. 그리고 그는 분명히 이번 시즌이 시작할 때만 해도 리그 1 팀에 소속된 선수였는데, 겨울 이적 시장에서 감독과의 불화로 방출당하였다.

문제는 얼마 전에, 리그 경기가 고작 5경기밖에 안 남았는데, 승격에 미쳐버린 게이츠헤드에서 무리하게 투자하여 제임스 아커를 영입했다는 데 있었다. 그리고 그는 2경기 동안에 무려 6골을 터트리면서 자신의 클래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웨스트 릴링 FC의 코칭스태프가 이 사실을 늦게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레이첼이 급하게 확인하고 어제 보고서를 제출해서 이제 알았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제임스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물론 오늘 경기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득실 차가 워낙 나서, 우리 팀의 승격은 확정됩니다. 하지만 패배한다면…….”

정말 드물지만, 정말 말도 안 되지만, 혹시나 남은 두 경기에서 지게 된다면 우승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최근 게이츠헤드는 무려 리그 10경기 연속 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팀의 기세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쉽게 생각할 경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칸과 코치진이 전술적으로 크게 변경하기도 부담스러웠다. 선수 개개인의 세부 행동 방향이 조정된 현재의 다이아몬드 4-4-2 전술은 이미 선수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완성도가 높은 전술이었다.

“버나드, 게리에게 제임스와 알렉산더에 대한 전담 마크를 실시하죠.”

원래 예정대로라면 왼쪽 윙포워드인 조세프(339/361)와 오른쪽 윙포워드인 알렉산더(352/372)에 대해 전담 마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럼? 조세프는 놔둘까요? 조세프에 대한 마크도 필요합니다.”

제임스가 무서운 선수임은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조세프를 놔두기도 부담스러웠다.

“문제는 조세프까지 전담 마크를 하면 플레이할 선수가 없다는 겁니다.”

세 명의 공격수에 대해 전담 마크를 모두 해버리면…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다.

“윙백 선수들에게 지역 방어로 커버하는 것은?”

“윙백 선수들의 능력으로 충분한 수비가 힘듭니다.”

문제는 웨스트 릴링 FC의 최대 단점이 윙백들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지역 방어로 충분한 방어를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코치들의 회의 결과, 전반기 경기처럼 매튜가 윙백에 서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오늘 경기 최종 포지션입니다. 확인하고 마지막 의견 있으면 주십시오.”

FW : 에드워드 바커(363/481)―라이언 힐(359/398)

AM : 마크 보셀(355/438)

LM : 버나드 스콧(360/414), RM : 레오 바니스터(306/312)

DM : 게리 워커(337/350)

DF : 칼슨 고트(309/341)―대니얼 보얀(359/400)―제이콥 펜(309/330)―매튜 로렌조(337/420)

GK : 다니엘 카펜터(308/333)

코치들은 아무런 추가 의견이 없었고, 선발 명단이 최종 확정되었다.

경기 전 라커룸.

“모두 자신의 역할, 확실하게 숙지했지?”

경기 전에 코치들과 감독은 선수들에게 변경된 전략을 설명하고, 개인 전술에 대한 대화를 충분히 하였다. 그리고 웨스트 릴링 FC의 주전 선수들도 자신의 임무를 명확하게 이해하였다.

“그럼 가자!”

나가기 전에 게리 주장의 주도 아래, 이제는 승리의 주문이 된 파이팅 구호를 선수들이 외쳤다.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오늘은 웨스트 릴링 FC와 게이츠헤드의 시즌 44차전 중계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 웨스트 릴링 FC가 승리할 경우에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이 확정되는 경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요크 지역 방송과 함께 대망에 잉글랜드 컨퍼런스 프리미어 리그의 우승 팀이 나올 것인지! 저희 경기 중계를 통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전에 광고 보고 오시겠습니다.]

“컷.”

오래간만에 요크 지역 팀의 프로 리그 진출이 걸려있는 경기라서, 광고도 많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담당 PD는 최대한 많은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방송을 시작하기 무섭게 간단하게 소개만 하고 광고를 내보냈다.

“좋아, 잘하고 있어.”

담당 PD는 계속해서 캐스터 토마스와 조슈아 해설에게 가능하면 웨스트 릴링 FC를 중심으로 중계해 달라고 다시 요구하고서는 방송을 진행하였다.

“하… 많이 왔네.”

주장인 게리는 오래간만에 보는 많은 관객들을 보고서는 살짝 심호흡을 다시 하였다.

웨스트 릴링 FC의 홈구장인 뉴레인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완전 화끈했다. 무려 3천 명이 넘는 관객들이 입장했다. 데이비드와 아담이 상의하여,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경기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입장을 하게 한 탓에 많은 관객들이 모였다. 그래서 이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모두 모인 느낌이었다.

“양 팀 주장.”

주심의 말에 게리가 중앙선으로 다가갔고, 게이츠헤드의 주장도 중앙선으로 왔다.

“동전 앞? 뒤?”

주심이 홈팀 주장인 게리에게 먼저 물었고, 게리가 ‘앞’이라고 말하자 동전을 던졌다. 그리고 동전은 ‘앞’이 나왔다.

“선공? 아니면 골대?”

선공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골대를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 주심에게 게리는 선공을 선택하겠다고 대답하였다.

선공을 하게 된, 웨스트 릴링 FC! 공격수인 에드워드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에드워드 선수가 공을 차면서 경기 시작했습니다.]

흥분되는 게이츠헤드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는 생각보다 무난하게 흘러갔다.

게리는 반대편 주요 공격수인 제임스(381/445)를 전담 마크했고, 버나드는 알렉산더를 잘 마크했다. 그리고 조세프는 전반기 때처럼 매튜를 제대로 돌파하지 못하였다.

생각보다 무난하게 수비가 되었지만, 문제는 공격도 무난하게 안 되었다는 거다.

전방의 에드워드와 라이언은 게이츠헤드의 수비수들이 따라다녔는데… 에드워드에게는 두 명의 선수가 수시로 협력 수비를 하여 패스를 못 받게 하였다. 그리고 마크에게도 전담 마크가 붙어서 마크가 플레이 메이킹을 하지를 못하였다.

아이러니하게 양 팀 모두 상대 팀의 주요 공격 자원들에게 전담 마크를 붙여서 공과 상관없이 뛰는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무난한 흐름은 전반 20분에 깨졌다.

‘생각보다 할 만한데.’

제임스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게리를 상대하면서 속으로 생각을 하였다.

오랜 기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전담 마크는 익숙했다. 그리고 게리 정도의 전담 마크는 오히려 자신에 대해 다른 선수들이 방심하게 만드는 정도의 좋은 도구였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제임스에게 기회가 왔다.

[마크 선수 공을 빼앗겼어요. 게이츠헤드의 역습입니다.]

게이츠헤드의 미드필더를 향해 제임스가 손을 들었고, 미드필더는 약속된 패스를 준비하였다.

[앗, 이게 뭔가요. 게이츠헤드 선수들의 스위칭입니다.]

중앙에 있던 제임스가 순식간에 우측으로 이동했고, 알렉산더가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조세프가 우측으로 제임스와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동했다.

“젠장!”

선수들의 포메이션만 보고 김종일 코치는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웨스트 릴링 FC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행동한 것이다.

좌측 미드필더인 버나드가 알렉산더를 따라 중앙으로 이동했고, 좌측에는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게리와 칼슨만 남아서 제임스와 조세프를 상대하게 되었다.

타탁.

제임스의 현란한 발놀림, 게리를 순간적으로 벗겨냈다. 그리고 조세프도 중앙으로 빠른 스피드로 침투하자 칼슨이 따라갈 수가 없었다.

“커버!”

게리의 말에 다행히 준비하고 있었던 제이콥이 빠르게 커버를 들어왔지만, 제임스와 조세프의 2:1 패스에 제이콥의 수비도 순식간에 무너졌다.

마지막 남은 센터백 대니얼은 달려오는 제임스와 조세프를 보면서 선택을 강요당하였다. 그리고 결국! 공을 들고 있는 조세프에게 태클을 하였지만, 조세프는 좋은 타이밍에 공을 다시 제임스에게 돌려주었다.

“안 돼, 막아!”

마지막에 패스를 받은 제임스는 골키퍼인 카펜터가 다급히 나오자, 여유를 부리면서 마르세유 턴으로 카펜터까지 제치고서는 비어있는 골대로 공을 가볍게 찼다.

[골! 제임스 선수, 아름다운 플레이로 골을 기록합니다.]

전반전 20분, 웨스트 릴링 FC는 제임스와 조세프의 협력 플레이에 일격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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