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 * *
쿵쾅, 쿵쾅!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소리가 들린다.
‘하… 하…….’
입에서 나는 거친 숨소리도 느껴진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예민한 감각으로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반대편 골대와 수비 선수들… 같은 팀 선수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나간다. 골을 넣는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지쳤지만 집중력은 최고조인 상태로 공을 몰고 달려갔다.
“하압!”
상대편 선수의 거친 태클이 옆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능숙하게 공중으로 피해서 계속 달린다.
“어딜.”
이번에는 상대편 성인 선수가 거대한 몸으로 아직은 왜소한 에드워드를 밀어보지만… 에드워드는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고서는 견디며 계속해서 공을 몰고 달린다. 그리고 에드워드의 스피드에 상대 수비수가 떨어졌다.
“막아!”
상대편 키퍼의 말에 다른 수비 선수가 추가로 에드워드에게 달라붙지만 에드워드의 현란한 드리블에 제대로 마크하지 못하고 돌파를 허용한다.
이제는 키퍼와 에드워드 단둘만 남았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고민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서 강하게 자신감이 있는 오른발로 공을 찼다.
뻥!
강한 공과 발의 마찰음이 경기장에 울린다.
“와!”
공을 받아낸 골망이 거칠게 흔들렸고, 에드워드의 귀에는 500명이 넘는 관중들이 지르는 환호성이 들렸다.
“와… 엄청난 골이네요.”
에드워드가 무려 50미터를 질주해서 상대편 수비수 세 명을 제치고, 키퍼가 막을 수 없는 강슛을 날렸다.
“하하, 그러게요.”
아담도 자신의 아들이지만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인 에드워드의 슈퍼플레이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성장했네요.”
아담의 말에 대칸이 동의하였다.
“네. 성장했습니다. 한 단계 높은 선수가 되었어요.”
축구 매니저에서도 에드워드의 능력치가 올랐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에드워드 바커(15살, 공격수, 354(+10)/478)
기술 109(+5)/162, 정신 156(+5)/200, 신체 89/116
기술 관련 능력치가 5 상승하였고, 정신 관련 능력치가 5 상승하였다. 게다가 죄다 공격과 관련된 능력치들만 상승한 것이다. 공격에 있어서 깨달음을 얻어서 급상승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대칸이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에드워드에게 미약한 부상 표시가 뜬다는 것이었다. 어린 선수에게는 지긋지긋한 고질적인 부상 ‘성장통’.
지금 에드워드가 엄청난 선수로서 경험치를 쌓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문제는 신체적인 능력은 전혀 향상되지 않았고, 아직은 신체 성장기라는 것이었다.
“무리인가…….”
에드워드의 능력을 감당하지 못하는 신체였다.
“후반전에는 에드워드와 마크가 빠지고 가브리엘과 앨리엇이 들어간다. 그리고 진형은 라이언을 원톱으로 가브리엘과 앨리엇이 공격적인 윙어로 위치한다. 수비진의 위치는 그대로 유지하겠다.”
4-3-2-1 진형으로 에드워드와 마크가 빠졌을 경우에 준비한 공격적인 전술이었다. 대칸의 말을 듣고 있었던 에드워드가 질문을 하였다.
“감독님? 후반전에도 제가 경기에서 뛰면 안 될까요? 오늘 제 컨디션이 많이 좋습니다. 골 감각도 살아있고요.”
하지만 대칸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아니, 넌 이미 충분히 네 역할을 했다. 그러니 후반전에는 쉬도록 해라.”
에드워드는 아쉬운 표정이 가득했지만 대칸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기 때문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옆에서 이 장면의 지켜보고 있던 아담의 표정이 살짝 안 좋았다. 대칸은 그런 아담을 보았지만 이 자리에서 설명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서는 말을 이었다.
“후반전도 완벽하게 해보자!”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고고!”
선수들은 파이팅 구호를 시원하게 외치고서는 경기장으로 나갔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후반전에 약간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반전에 이미 3점을 낸 상태였기 때문에 대칸과 코치진은 고전하는 경기를 그래도 평정심을 유지한 채 볼 수가 있었다.
경기가 소강상태에 들어서자, 아담이 대칸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감독님, 저는 에드워드가 왜 교체가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
대칸이 ‘어떤 식으로 말을 해줘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축구 매니저 능력으로 에드워드 본인도 정확하게 모르는 ‘성장통’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코치님, 절 믿으세요. 제가 평소에 선수들 체력 관리나 부상 확인하는 것 보셨죠? 그때마다 제 판단이 확실했죠?”
대칸의 말에 아담은 조용히 동의하였다.
“네, 신기하게 감독님께서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잘 확인하고 관리하시더군요. 미스터리하게… 정확하게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고 있는 대칸! 그게 아담이 웨스트 릴링 FC의 수석 코치를 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축구 매니저 기능 덕분에 대칸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마크와 에드워드는 지금 한창 신체의 성장기입니다. 원활한 성장을 위해서 최대한 무리를 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에드워드의 컨디션은 최고입니다. 전반전에만 3골을 기록했고 후반전도 뛰었으면 역대급 기록을 달성할지도 모르는 날입니다.”
대칸은 아담의 눈을 바라보았다.
“코치님, 에드워드에게는 6부 리그의 기록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엄청난 미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에드워드가 가지고 있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꽃피워 주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큰 그림을 본다는 대칸의 말에 아담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리고 현재는 에드워드의 신체가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
“에드워드와 마크는 본인들도 느끼고 있지 못하지만 중요한 성장기입니다. 최대한 아껴줘야 합니다. 솔직히 훈련에만 참가시키고, 격렬한 경기에서는 쉬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이기는 경기에서는 빼주고 싶습니다.”
대칸의 에드워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느낀 아담이었다.
“감독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아담의 말에 대칸은 다행이라는 미소를 지으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경기에서는 가볍게 승리를 거두었다.
경기가 끝나고…….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BJ 대칸! 방송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칸이 방송에서 인사를 하자, 시청자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늘은 시즌 26번째 경기가 웨스트 릴링 FC의 홈구장인 뉴레인 스타디움에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웨스트 릴링 FC는 4:1로 손쉽게 넌이튼 FC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 대칸 잘나가네
- 웨스트 릴링! 고고고!
- 이러다가 정말 5부 리그 올라가는 거 아님?
- 축구 매니저 게임할 때는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져서 대칸 극대로! 하는 게 꿀잼이었는데…….
“이번 경기의 승리로 인하여, 저희 웨스트 릴링 FC는 승점 3점을 추가하였습니다. 하지만! 타 구장에서 우승 경쟁 팀인 요크 시티 FC도 승리함에 따라 순위는 변동 없이 2등을 지키고 있습니다.”
대칸이 준비한 프린터에서 출력한 종이 순위 판이 방송 화면에 나왔다.
팀명 / 승 / 무 / 패 / 골득실 / 승점
1. 요크 시티 / 22 / 1 / 3 / +52 / 67
2. 웨스트 릴링 / 21 / 3 / 2 / +65 / 66
3. 키더민스터 / 18 / 5 / 3 / +53 / 59
- 와 승점 1점 차네.
- 6부 리그… 쩌리짱 싸움 졸잼임.
- 형님! 파이팅입니다! 1등 가시죠!
“3위 팀인 키더민스터는 시즌 중반에 들어서면서 점점 1위 경쟁에서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고요. 아무래도 저희 웨스트 릴링 FC와 요크 시티 FC의 1위 경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
“오늘 경기에서는 에드워드가 해트트릭에 성공하고 라이언이 득점을 기록하였습니다. 경기 영상과 득점 장면은 유X브에 제 해설을 추가한 버전을 편집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매번 대칸 팀의 경기 결과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에드워드는 너무 잘하는 것 아니냐?
- ㅇㅇ 동의함. 에드워드 사기 캐릭임.
- 생성 선수도 아니고, 어린 리즈 출신 유망주가 왜 6부 리그에서 뛰는지…….
- 다들 지난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질적인 역할은 라이언이 더 많이 합니다.
- 라이언도 왜? 여기에 있는 거임? 더 높은 곳에 가도 될 건데?
시청자들이 이제는 팀의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고, 그래서 대칸은 추가적으로 준비한 콘텐츠를 꺼내 들었다.
“역시! 이제는 선수 개인에 대한 언급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6부 리그 득점 순위를 준비하였습니다. 확인해 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득점 순위
1. 에드워드 바커(웨스트 릴링 FC) 31골
2. 오스틴 브래들리(키더민스터) 21골
3. 라이언 힐(웨스트 릴링 FC) 20골
4. 재커리 페이지(셀포드 FC) 17골
5. 해리슨 벨라미(요크 시티 FC) 16골
“에드워드의 압도적인 득점 1위입니다. 23경기에 출전해서 31골을 기록하였습니다.”
- 역시 사기 캐릭
- 대칸이 잘하는 게 아니라! 에드워드빨이네!
- 16살에 6부 리그 득점왕이라니… 캬~
- 영국 축구계의 희망 아니냐? 왜 웨스트 릴링 FC에 있는 거냐?
- 리즈에서 데려왔다더니… 리즈 구단주 울고 있을 듯!
“득점 순위 2위는 3위 팀인 키더민스터의 에이스인 오스틴이 21골을 기록하고 있으며, 저희 팀 라이언이 20골로 3위, 원 맨 팀 셀포드의 에이스 재커리가 17골로 득점 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1위 팀인 요크 시티의 주전 스트라이커 16골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칸은 한번 끊어서 말을 이었다.
“저번에 유X브에서 제가 같은 리그에 있는 팀별 특징을 리뷰했지만! 요크 시티가 수비에 강점을 두고 있는 팀이라 득점력은 조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격력이 약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희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력을 따라갈 수는 없죠!”
대칸의 긴 설명에 시청자들의 채팅도 길어졌다.
-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력은……?
- 솔직히 웨스트 릴링 FC 수비력은 거지 같다.
- 개콘보다 웃긴 웨스트 릴링의 수비
- 농담 아님! 웃고 싶으면 웨스트 릴링 FC 실점 장면 챙겨봐라! 진심 웃기다.
- 대니얼의 눈물의 똥꼬 쇼! 크크크
- 그래 대니얼이 불쌍하지… 쯧쯧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칸은 표정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답했다.
“여러분들 최근 경기는 안 보셨나요? 요즘 저희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 전혀! 약하지 않습니다. 저희 강해요! 김종일 코치의 영입 이후에 칼슨 선수와 헨리 선수가 합류하면서 아주 안정적인 수비진이 구축되었습니다. 저희 더 이상 예전의 웨스트 릴링 FC가 아닙니다!”
- 뭐… 린정
- 최근에 예능이 줄긴 했음
- 그래도 아직 안정되었다고 하기는 이른 듯
- 7백이면 어떤 팀이든 안정될 듯
대칸은 준비한 콘텐츠를 마치고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해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였다. 그리고 방송을 종료할 시간이 되었다고 판단되어, 가볍게 인사를 하였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웨스트 릴링 FC와 관련된 경기 하이라이트와 저의 방송 편집본은 유X브 채널에서 보실 수 있으니 많은 구독과 시청 바랍니다. 안녕~”
- 바이~
- 제발 조금만 더…….
- 다음에 봐요! 형님!
- 웨스트 릴링 파이팅!
시청자들의 인사를 확인하고서 대칸은 방송을 종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