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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천재 감독이 되다-15화 (15/445)

15화

* * *

“이 선수 영입하시죠!”

피곤에 찌든 레이첼이 붉은 눈으로 매섭게 노려보면서 대칸에게 선수 보고서를 건네었다.

“칼슨 고트…….”

칼슨 고트(25살, 300/341)

기술 91/108, 정신 132/150, 신체 77/83

예전에 레이첼이 한번 제안했던 선수였다. 윙백에 300이 넘는 능력치, 정신적인 부분의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명확한 선수였다. 그리고 실제 축구 매니저가 보여주는 능력과 스카우트인 레이첼이 주장하는 능력과 차이가 조금 나는 선수였다.

“감독님이 그렇게 원하셨던 선수예요. 이 정로 레벨의 선수를 도대체 왜 영입하지 않으시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대칸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거야 축구 매니저가 별로라고 하니깐…….’

“대니얼보다 조금 부족한 실력이구요.”

‘아니 많이 부족한데… 능력치가 40이나 차이 나는데…….’

“감독님이 원하시는 나이가 어린 선수는 아니지만 대니얼과 동갑입니다. 크게 많지도 않습니다.”

‘대니얼의 포텐이 훨씬 높다고… 400대인데…….’

“우리 팀의 다른 윙백 선수들보다 많이 뛰어난 선수입니다.”

‘그건 맞긴 한데…….’

“그리고 현재 영입 가능한 선수라는 것도 확인했고요.”

‘하긴, 온다는 선수도 별로 없긴 하지…….’

레이첼은 마지막으로 포효하듯이 외쳤다.

“이 선수 영입 안 하면, 저 일! 안 합니다. 이 정도 선수를 알아왔는데 예전처럼 별다른 이유 없이 거절한다는 것은 제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레이첼의 최후의 통첩, 의외로 레이첼의 예상과는 다르게 대칸은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김종일 코치를 비롯한 대니얼과 게리에게 약속한 선수 보충이 시급한 상태였다. 대칸의 기준에서 부족하더라도 현재 능력치가 300만 넘는다면 영입할 생각이었다.

“네. 영입하시죠.”

“…네?”

대칸은 쿨하게 대답했다.

“영입하자고요.”

“…….”

너무 쉽게 대답하는 대칸의 행동에 레이첼의 속은 끓어올랐다. 무려 세 달… 세 달 동안 지겹게 출장을 다니면서 수비 선수들을 확인하고 백 명이 넘는 선수를 추천하는 동안에 단 한 번도 OK를 하지 않았던 대칸이었다. 지친 레이첼이 추천했던 선수들을 다시 확인하여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선수를 다시 언급한 것이다.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셨나요?”

대칸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이제는 고민할 시간도 없어요.”

그렇다. 이제 대칸에게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계약서 확인하고 사인하시죠.”

웨스트 릴링 FC 구단에 방문한 칼슨은 레이첼이 보여주는 계약서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준프로 선수 계약입니다. 계약금 200만 원에 출전 수당은 35만 원, 승리 수당이 15만 원, 그리고 시즌 종료 시 팀이 승격할 경우에 100만 원의 보너스 지급 계약입니다.”

칼슨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계약이었다. 게다가 주전 선수로 대접하겠다고 하였으니, 저번 팀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칼슨이 계약서를 다시 확인하고서는 사인을 하였다. 그러자, 레이첼이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웨스트 릴링 FC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마 칼슨 선수는 내일 훈련부터 팀에 합류해서 다음 주에 있는 리그 19차전에 나가시게 될 겁니다.”

칼슨도 레이첼과 악수를 하며 첫인사를 하였다.

“칼슨 고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

“칼슨 고트입니다. 포지션은 풀백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팀 훈련에 참가한 칼슨이 처음으로 감독인 대칸과 아담을 비롯한 코치들, 그리고 선수들과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반갑게 악수를 치면서 맞이해 주었다.

“모두 아시겠지만 칼슨 선수는 우리 팀의 수비를 보강하기 위해 영입한 선수입니다. 기존의 선수들과 빨리 호흡을 맞춰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합니다. 그럼 훈련 시작하겠습니다.”

대칸의 말이 끝나고, 팀 훈련이 시작되었다.

대칸과 김종일 코치는 수비수들을 소집하였다.

“대니얼 그토록 바라던 새로운 윙백이다.”

대칸의 말에 대니얼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사이비 감독 간만에 밥값 했네. 칼슨 반갑다. 대니얼이다. 나 알지?”

칼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받아주었다.

대니얼이 6부 리그와 5부 리그를 오가는 선수였다면, 동갑인 칼슨은 6부 리그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선수였다. 그래서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상대 팀으로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대니얼은 칼슨의 서로의 기량을 대강 알고 있었다.

‘이상하게 잘하는 놈.’

추후에 대칸이 따로 대니얼에게 물어보았을 때, 칼슨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대칸은 축구 매니저 기준으로 능력치에 비해 뛰어난 ‘체감형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선수들도 칼슨 선수와 인사하세요.”

수비 선수들이 한 명씩 칼슨에게 다가와서 악수를 하면서 통성명을 하였다. 무엇보다 칼슨의 자리에 원래 자리 잡고 있었던 주드는 감격하는 표정으로 칼슨과 인사를 하였다.

“오늘부터 왼쪽 풀백 주전이시라면서요? 제가 전 그 포지션 주전입니다.”

주드의 말에 칼슨은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프로의 바로 밑인 준프로라고는 하지만… 밀어낸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할 만큼 철면피는 아니었다.

“네. 미안…….”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디 그 자리에서 멋진 활약 부탁드립니다!”

주드는 오히려 칼슨에게 감사하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다른 수비수들은 부러움의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계속되는 수비 부진에 수비 선수들의 멘탈은 이미 없는 상태였다. 대니얼은 악마처럼 다른 수비수들을 다그쳤다.

게다가 공격진을 책임지는 급식 듀오, 어린 에드워드와 마크를 볼 면목도 없었다. 둘이 힘들게 득점하면 너무 손쉽게 실점하였던 것이다.

‘도저히 못 하겠다.’ 싶어도 부모님과 친분이 있고, 지역 유지인 아담 때문에 팀을 관둘 수도 없었다.

특히… 주드는 떨어지는 능력에도 불구하고 왼쪽 풀백을 소화할 선수가 본인밖에 없어서 강제로 주전이 된 경우였다.

수비수들은 어서 빨리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가 와서 자신이 주전이 아닌 백업 멤버가 되기만을 바라고만 있었던 것이다.

칼슨은 머쓱하게, 인사를 마치고 훈련에 들어갔다.

김종일 코치가 약간 어색한 영어로 말을 하였다.

“오늘은 저번에 이어서 4백 라인의 오프사이드 트랩 훈련 다시 시작한다.”

대니얼을 비롯한 루이, 해리,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칼슨까지 네 명의 선수가 포지션에서 준비를 하였다.

“다른 후보 선수들과 미드필더 선수들은 공격 역할을 한다. 그리고 게리가 공을 찰 테니! 대열을 똑바로 맞추도록. 시작.”

게리가 공을 찼고, 공격 역할을 담당하는 선수들이 침투하자 대니얼이 ‘옆을 봐. 나를 보라고.’라는 말을 수도 없이 외쳤다.

훈련 한 시간 만에 칼슨은 이 코치, 김종일 코치의 능력만큼은 정말 뛰어나다고 판단을 하였다. 선수들의 디테일한 점까지 지적하면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조금씩 정밀하게 조정하였다. 6부 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레벨의 코치였다.

칼슨은 김종일 코치의 훈련만으로도 배울 것이 있겠다고 생각을 하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였다.

* * *

리그 19차전 블리스 FC와의 경기 날이 다가왔다.

선발 출장을 통보받은 칼슨은 새로운 팀에서의 첫 경기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오전에 구단으로 출근을 하였다.

대칸 감독과 아담 수석 코치가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칼슨의 등장에 두 사람은 뭔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아담은 다급히 사라졌다.

“일찍 오셨네요. 칼슨 선수.”

대칸은 칼슨에게 인사를 하였고, 칼슨은 얼떨떨하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안녕하세요.”

마침 수석 스카우트인 레이첼이 출근하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왔고, 칼슨에게는 사무적으로 인사한 다음에 대칸에게는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레이첼의 매서운 모습에 그러자 대칸은 한숨을 푹 내쉬고 ‘네네…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하고서는 자리에 앉았다.

칼슨이 블리스 FC에 대한 정보를 레이첼에게 받아서는 읽기 위해 선수 대기실로 이동하였다. 그런데 선수 대기실에는 주전 센터백인 대니얼이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어이! 칼슨, 일찍 왔네?”

“그래 대니얼, 너도 일찍 왔구나.”

약간 어색하기는 했지만 칼슨과 대니얼은 동갑내기라 편하게 대하기로 이야기를 한 상태였다.

“난 빌어먹을 무능력한 감독 새끼가 오늘 경기 수비진 전략 조정하고 싶다고 해서 빨리 왔지.”

아무리 친하다고는 하지만 감독에게 막말을 하는 선수… 그것도 앞에서 대놓고 말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넌? 오! 그건 블리스 FC 선수 정보?”

대니얼의 물음에 칼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보고 경기에 들어가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

“오! 좋은 자세다. 이제야 괜찮은 수비수가 한 명 들어왔구나. 기존 수비수 녀석들은 죄다… 쓰… 하… 아니다. 그 녀석들 성격은 좋으니깐. 착한 무능력한 새끼들이거든!”

대니얼은 먼저 대칸을 만나러 간다면서 대기실에서 나갔고, 칼슨은 보고서를 차분히 읽기 시작했다.

칼슨이 보고서를 읽고, 가볍게 점심을 해결한 다음에 경기장에 들어갔다. 그러자 오늘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이미 대부분 모여 있었다.

“선수들이 다 모였으니 같이 몸 풀자고.”

수석 코치인 아담의 지시 아래, 선수들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뛰면서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팀의 가장 어린 급식 듀오… 에드워드와 마크는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서는 코치석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그런데 지나가던 코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였다. 아담은 보고서 그냥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지나갔고… 김종일 코치는 웃으면서 지나갔다. 게다가 대칸은 다가가서 같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에드워드와 마크는 웨스트 릴링 FC의 핵심 선수이자, 오늘 선발진에 들어가 있는 선수였다. 그러고 보니… 저 두 녀석들은 훈련 때에도 참가하지 않고서는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 팀은 도대체 뭐야?”

선수들이 주전에서 밀리는 것을 좋아하고… 스카우트는 감독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그리고 선수가 감독에게 막말을 하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게다가 어린 선수들이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데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이해가 안 되는 것들투성이인 웨스트 릴링 FC이었다.

“헐…….”

근데, 경기에 들어가니 전혀 다른 팀이 되었다.

급식 듀오는 경기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에드워드와 마크는 라이언과 함께 완전 미쳐 날뛰기 시작하면서 반대편 수비진을 압살하면서 축구공을 마치 자신의 주머니에 넣듯이 골을 쉽게 넣었다.

감독에게 막말을 하고 같은 팀 수비 선수들을 무시하던 대니얼은 경기 도중에는 완벽한 프로 선수로 변신하였다. 감독의 말에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열심히 수비만 하였으며, 주변 수비 선수들을 다독이는 말을 하며, 전반적인 수비를 책임지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였다.

평상시 실실 웃고 다니던 관심 종자 감독… 대칸은 심판들에게 격렬하게 항의를 하고 선수들에게 F가 섞인 욕설로 격하게 지시를 하였다. 특히, 하프타임에 조곤조곤한 말투로 선수들을 쪼아댔다.

“에드워드, 마크! 너희들은 절대로 수비하지 말라고 했지. 반대편 진영에서 절대 내려오지 마. 알겠어?”

열여섯 살… 에드워드와 마크가 겪고 있는 성장통 때문에 최대한 적게 움직이는 것을 주문하는 감독이었다. 그래서 훈련도 하지 말고, 경기에서도 수비에 가담하지 말고 공격만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대니얼, 이제는 좀 수비 제대로 하자. 네가 원하는 수비 코치도 왔고 수비 선수들도 보강하였고, 게리를 비롯한 미드필더들까지 수비에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전반 2실점은 아니야! 이 수비진과 능력이라면 1실점도 하면 안 되는 거야.”

대칸이 축구 매니저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무실점을 해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2실점이나 하여 수비진을 책임지고 있는 대니얼을 압박하는 대칸이었다. 그리고 그런 대칸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는 대니얼이었다.

감독의 말이 끝나고 코치들이 나서서 파이팅을 주도하였다. 그리고 대니얼이 수비 선수들에게 말을 하였다.

“다들 나만 믿고 가자. 내가 해줄 테니 모두 걱정 말고 자신의 플레이를 하자고!”

그리고 수비 선수들은 대니얼에게 무한한 신뢰의 눈빛으로 대답하였다.

이날 경기는 6:2로 가볍게 웨스트 릴링 FC의 승리로 종료되었다.

칼슨이 본 웨스트 릴링 FC는 평상시에는 예상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팀이었지만… 경기 때만큼은 진지한 팀이라고 간단하게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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