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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31화 (231/293)

[231화]

“아, 맞다. 한국인가에 성좌 세력을 다수 쓰러뜨린 헌터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름이… 유성원인가?”

“예, 그 이름이 맞습니다. 동아시아의 제왕, 중국 북부와 한국, 일본을 모두 제패한 자. 단독으로 선진국급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자입니다. 그러니 그쪽에도 지원 요청을 보냅시다.”

“그, 그러죠. 그리고 저희 쪽에서도 당장 방어 전선을 꾸리는 건 물론 공군 및 해군 병력을 보내서 지원을… 국제 연합에도…….”

분명 자국을 지키기 위해서 움직여야 하는데, 자꾸만 나오는 것은 외국의 인물들이다.

물론 지구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멸망급 성좌의 공세라는 점에서 더 이상 이쪽 국가만의 일이 아니니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도 크샤트리아들을 움직인 것도 아닌데 도움부터 바라는 건 너무나 뻔뻔한 모습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은 알겠습니다만, 저희 올림푸스는 현재 이미 2개의 멸망급 ‘성좌’와 맞서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당장 눈에 보일 만한 도움을 보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파견 나가 있는 S급 헌터들 및 미국 정부와 이야기를 마쳐야…….)

“끄으으응…….”

(저희도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랑 아프리카 쪽 공세에 힘든 처지라서 말이죠. 죄송합니다. 다른 곳에 알아보세요.)

일단 가장 맨 위에부터 제안을 해 봤지만 역시 다른 멸망급과 상대하고 있는 세력들은 에둘러서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그렇다고 강요할 수 없는 게 그들은 성좌 종말자와 동급인 멸망급을 상대하고 있어서 더 이상 강하게 말하기가 힘들었다.

주변국에도 연락을 넣어서 도움을 요청하는 동시에 다음 급수가 되는 유성원에게 연락이 닿았다.

(예, 당연히 도와 드려야죠. 기어이 사고가 날 줄 알았습니다.)

“오, 오오오오! 역시 아시아의 제왕.”

(이미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파견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물자랑 식량 구매 및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죠.)

“저, 정말이십니까?”

그리고 모두가 거절의 연속인 상황에서 유성원은 인도에 모인 브라만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는 정말 예상외의 일로, 보통 일을 잘 하려 하지 않는다는 소문과 달리 그가 흔쾌히 승낙하자 모여 있는 브라만들도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었다.

하나 세상일이라는 게 모두 좋은 일, 생각대로 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저희는 아예 ‘성좌 종말자’의 코어 던전을 공략해 볼 생각입니다. 이 모든 불행과 전쟁의 연쇄를 끊는 방법으로는 역시 그게 제일 확실하지 않겠습니까?)

“예?”

(다만 적 군세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해서 멤버 선정과 공략 부대 준비 및 코어 던전 돌입 방식 등 준비할 것과 생각할 게 많기에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물론 식량 및 구호물자는 별도의 부대를 통해서 보낼 것이니 그동안 방어전만 잘해 주십시오.)

“아, 아니, 잠깐, 그건…….”

(듣자하니 인도엔 시민들을 사랑하는 수많은 ‘성좌’님들이 계시고 ‘신성 전쟁’이라는 것으로 꾸준히 기량을 향상시켜 왔으니 모두가 힘을 합치면 2주 정도는 막아 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럼…….)

마치 인도의 현실에 대해 모르고 어디서 들은 것 같은 립서비스를 던지는 유성원의 모습에 브라만들은 반박할 수 없게 되었고, 그저 통신이 끊어지는 것을 그대로 지켜봐야만 했다.

굳이 반박해 봤자 자신들 혹은 자신들이 섬기는 성좌를 모욕하는 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전선을 만들 곳을 정하고 그곳의 공사부터 시작합시다. 육군과 공군, 해군 전력을 집중해서 인도로 들어오려는 것을 막고, 각 성좌의 크샤트리아들을 투입하는 방안을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죠. 그렇죠.”

“그게 순서에 맞을 것 같습니다.”

결구 자신들이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우선적으로 할 일부터 진행하는 브라만들이었다.

아무튼 성좌 종말자의 군세를 막아야 자신들의 미래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전선 계획과 크샤트리아 참전 계획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

대한민국 평양, 제2전선 도시 연결 사령부.

성좌 도살왕 세력이 사라졌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재개발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급한 시설과 철도 공사를 위해 세워 둔 신규 사령부에서 유성원은 어딘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인도, 동남아 쪽에서 대규모 사태가 벌어진 만큼 국제 연합과 정부는 물론 올림푸스 길드에서까지 연락이 와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았고, 그것을 예측한 듯 유성원은 인도에게 하던 대답 그대로 그들에게 전하는 중이었다.

(…코어 던전 공략이라니, 너무 성급한 거 아닙니까?)

“어차피 전선을 구축해 놓고 막기만 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잘 막고 있던 동남아 전선이 뚫린 것부터가 성좌 종말자 그 양반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 움직직인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죠.)

“그런 판국에 또다시 새로운 전선을 꾸려 봤자 또 언젠가 뚫리거나 아니면 더 많은 희생이 날 거고……. 여기까지 올라오면 곤란하니 여기서 끊어 버리는 게 확실하죠. 그래서 준비가 좀 많이 걸립니다. 2주도… 솔직히 빠듯합니다.”

코어 던전, 그것도 지구상에 다섯밖에 없는 멸망급 성좌를 공략하는 준비라면 그의 말대로 2주라는 기간도 모자란 것이 현실이었다.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올림푸스 길드도 더 이상 그에게 더 큰 압박을 하지 못하고 그저 잘하라는 말만 남긴 뒤 통신을 끊는 수밖에 없었다.

“휴우~ 이제 다 됐네.”

그리고 모든 통신이 꺼지고 혼자 남은 유성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모든 상황이 다행히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왔다고 생각했다.

다만 문제라면 선언해 둔 대로 이제 정말로 성좌 종말자의 코어 던전으로 갈 운명이 됐다는 것이었다.

멸망급이라 불리는 다섯 성좌의 던전 중 하나. 처음 성좌의 코어 던전을 공략할 때보다도 더 긴장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것도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니 속 편하네. 후우우우~ 아무튼 사전 조사를 하길 잘했어.”

성좌 종말자. 강철과 돌로 이루어진 골렘들을 통해서 기묘한 기계를 설치해 ‘별’의 생명을 빨아들여 마정석으로 만드는 성좌. 모든 생명력이 소진되어 메마른 별이 되어 버리면 그제야 그 별을 떠나 다른 새로운 생명이 가득한 ‘별’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무슨 흡혈귀도 아니고… 하아아~”

별 자체를 먹어 치우는 성좌 영원한 분노, 별의 생명을 빨아먹는 성좌 종말자. 그야말로 멸망급이라고 불릴 만한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다웠다.

야생 던전을 불러올 것도 없이 이미 호주 전체가 그 던전으로 봐도 되었으며 지금 그 영역을 확장하는 군세, 가장 아래 약한 부대는 돌, 흙으로 된 골렘부터 시작해서 등급이 오를수록 더 강력한 재질로 이루어진 골렘들이 주 병력을 이루었고, 사도급이라 할 수 있는 종말기장(終末機將)급까지 가면 최신 무장을 한 메카닉 부대나 다름이 없었다.

“아칼론.”

[부르셨습니까? 마스터.]

“내가 둘러보는 사이에 분석했을 텐데… 그놈들 상황은 어때?”

[‘종말기장’이라 불리는 특별 기체들을 제외하고는 저희 전투 레벨이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만, 문제는 역시 그 ‘종말기장’들입니다. ‘카파(Kappa)’라 불리는 기체를 분석한 결과, 출력이 무려 SS급 헌터의 마력에 준하고 있습니다.]

“역시… 멸망급이라 그런가? 사도 체급이 장난 아니네.”

[그리고 ‘종말기장’들을 제외하고도 하위 골렘 병력들도 그 구조가 매우 단순하고 재질과 크기의 차이뿐, 짜인 마력의 코드 또한 너무나 단순합니다. 그래서 아마 무한에 가까운 숫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거겠지요.]

SS급 헌터에 비견되는 ‘종말기장’에다 무한대에 가까운 골렘 병력들. 단순하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우습게 볼 게 아닌 것이 흙, 돌, 철 같은 무기물로 이루어졌기에 무한대로 밀고 올라온다.

하나를 부수면 열이 보충되고, 열이 부서지면 백이 보충이 되는 것이다.

[또 최상위와 최하위의 사이엔 ‘종말기병’이라고 하는 약 A급, B급 헌터에 준하는 기체들이 각 역할별로 제조되어 있어 전쟁에 필요한 화력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만만치 않은 적이 될 거라 예상됩니다.]

“그것도 그거지만… 코어 던전 내부엔 무엇이 있을지가 걱정인데.”

밖에서 싸우는 것도 문제였지만, 더 무서운 건 코어 던전 내부에 들어가면 무엇이 있고, 과연 어떤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냐였다.

이 성좌 종말자 또한 무한으로 다가오는 골렘들과 ‘종말기장’이라 불리는 특별 기체들이 무서운 전력이었지만, 막상 코어 던전에 들어가면 갑자기 완전 딴판인 일을 시킬지 모른다는 게 두려웠다.

“어쩌면 뜬금없이 축하한다, 라면서 상황을 끝낼 수도 있지.”

[그럴 일은 없습니다, 마스터. 놈들은 별의 생명을 빨아들이고 우주의 종말을 부르고자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그들은 저희 ‘KMG TECH’ 사(社)의 적입니다. 수많은 ‘별’에서 생명을 빨아내는 사악한 군단을 저희는 수많은 우주와 ‘별’들을 넘으며 상대해 왔습니다. 놈들이 바라는 건 결국 우주의 종말입니다. 그들이 지나간 수많은 ‘별’들은 지금도 아무 생명도 남지 않은 황폐한 행성이 되었지요.]

“…….”

아칼론의 설명을 들은 유성원은 농담도 못할 상대라는 것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지구를 차지하는 것을 넘어서 모든 생명을 빨아들여 ‘마정석’으로 만들어 버린 다음 떠나는 가혹한 행위에 그는 그래도 해야 한다고 굳게 마음을 먹고 남은 시간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다짐했다.

***

5일 뒤.

“으아아! 장벽이 무너진다! 대피해!”

외국에서 비싸게 구해 온 아다만티움과 미스릴로 이루어진 제2동남아 전선의 장벽이 기어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틈으로 거대한 돌과 강철로 된 골렘들이 힘으로 비집고 들어오면서 저항하는 인간과 기계들을 짓밟고 부수면서 묵묵히 파괴하는 일을 반복하며 나아갔다.

일반적인 전쟁의 광경이 그렇다면 현재 공중에서는 길드의 헌터들이 각종 마법 스킬과 성좌에게 받은 힘으로 열심히 저항을 했지만, 그런 그들도 하나둘 기력이 다해 쓰러지거나 아니면 땅에서 물밀 듯이 밀려오는 골렘들과는 완전히 다른 기체들에게 목숨을 잃는 중이었다.

“후퇴! 후퇴하라!”

“젠장! 왜 이렇게 끝이 없어!”

“지원군은 왜 안 오는… 끄아아아악!”

콰직!

총기로는 돌과 흙, 강철로 된 골렘들에게 타격을 줄 수가 없었다.

못해도 중화기나 폭발 무기, 혹은 대구경 탄환을 가진 소총으로 관절 부위를 공략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게 최우선이었지만 해당 화력들은 사용에 제약이 있었고, 보급이 밀리는 바람에 군인들은 제대로 그들을 막아 내지 못했다.

“젠장! 마법을 쓰려고 해도 저 하늘에 있는 깡통들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어! 캬우, 코… 앞에 방패 좀 들고 막아 봐!”

“알았어! 내가 스킬을 써서 막아 줄 테… 끄아아악!”

그나마 둔중하고 느릿한 골렘들이었기에 마법이나 스킬로는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점에서 우세했지만, 상대도 그런 헌터들을 가만히 둘 생각은 없었다.

아군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는 동안 방패를 들고 막아 주던 탱커는 허공에서 쏘아 낸 무언가에 의해 방패와 몸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채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사격 명중. 적 침묵. 레일 라이플(Rail Rifle) 재장전. 남은 탄환 수 11발. 오메가(Omega)에게 보급을 요청함.]

먼 하늘 위에서 사격을 한 것은 ‘종말기장 K(Kappa)’. 유성원을 대접할 때와 다르게 어깨에 거대한 레일 라이플을 장비한 채로 바이저 부분을 빛내면서 탄환 보급까지 요청하고 있었다.

현재 그가 있는 곳은 지상에서 약 1,000미터 상공. 바닥에 잔뜩 깔려 이미 적진에 돌입한 골렘들과 시야를 공유한 덕분에 적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었으며 SS급 헌터의 마력량과 맞먹는 출력을 가진 코어에서 공급된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쏘아 낸 레일 라이플은 고작 방패나 스킬로 막을 수준의 무장이 아니었다.

아마 인간들은 모르겠지만, 그가 쏜 탄환은 그것을 막으려고 한 인간과 방패는 물론 대지를 뚫고 지반 아래까지 파고들어서야 겨우 타서 없어졌을 것이다.

[전 종말기병과 종말기들에게 전함… 타깃 확인……. 현재 작업 수행 속도가 목표 시간에 비해서 약 10시간가량 부족한 상황… 레일 라이플 에너지 충전 완료……. 진군 속도 및 전투 스피드를 20퍼센트 향상하라……. 발사.]

콰아아아아앙!

하나 상황이 매우 급한 듯 ‘종말기장 K(Kappa)’의 눈이 이리저리 빛나면서 두 가지 작업에 대한 말이 반복하고 있었다.

그가 말한 대로 현재 유성원과 약속한 인도까지의 점령은 그들의 예상보다 10시간이나 지연되고 있었다. 이래 보여도 성좌의 이름과 명예를 걸었기에 그는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전투에 나서서 저격 임무를 맡는 등, 이기고 있는 전투치곤 매우 급박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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