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
[말정… 군깝타안! 면다였체진 작진……! 을것 을났끝!]
“그러게… 말입니… 다!”
콰아앙! 콰가가가!
한 수, 한 수 부딪칠 때마다 파괴음과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대지가 흔들렸다.
성좌의 화신은 인간 레벨 최대의 능력을 가진 건지 유성원도 고전하는 상황.
그것을 멀리서 혹은 드론으로 지켜보던 헌터들은 놀라면서도 어떻게든 맞서고 있는 그의 기량에 기겁했다.
“와, S급을 능가했다는 게 농담이 아니었구나.”
“저게 인간의 싸움이냐? 하…….”
“올림푸스에서 왜 그냥 설득하려 했는지 알 것 같아.”
그리고 동시에 마찬가지로 다른 수단으로 그 모습을 관찰하던 스캐빈저들과 도살왕의 부하들도 긴장하여 서로 수군거렸다.
특히 말의 형상을 한 수인인 프르제발스키는 고작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완벽히 달라진 유성원을 보면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푸히힝…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이야.]
[…나는 처음 보지만… 저러니 다른 놈들이 당했던 거군.]
[그래, 토류. 이 ‘별’이 선택한 용사인 만큼 사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다른 녀석들이 패배한 것도 이상하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성좌’와의 싸움은 레벨이 다르지.]
사도는 어디까지나 성좌의 부하. 화신이라고 할지라도 성좌는 신적 존재이기 때문에 규격이 다르고 법칙이 다르다.
그나마 ‘별의 수호자’라서 그 규격은 어떻게든 다다른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좌를 쓰러뜨리려면 일반적인 방법으론 무리였다.
‘좋았어. 틈을 잡았다!’
[다없용소.]
챙!
간신히 틈을 잡아 가까스로 젓가락 같은 몸에 검을 댔지만, 베어지지 않고 바위에 부딪친 것처럼 손이 저려 오면서 패황 기사 유천의 검이 튕겨져 나갔다.
그 틈을 타서 성좌 도살왕은 ‘다 먹는다’를 휘둘렀고, 유성원은 간신히 몸을 틀어서 갑옷만 먹히는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땅을 굴러 피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아니! 무슨 몸이……!”
[이것이… 몸 의신.]
‘제길, 분명 별의 심장이니 뭐니로 되어 있어서 강한 검일 텐데?’
카아아앙!
다시 ‘다 먹는다’와 검이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었고, 유성원은 힘겹게 막아 내면서 밀려났지만 전혀 지치지 않는 속도로 성좌 도살왕은 포크와 나이프를 휘두르며 계속해서 압박해 들어왔다.
방어하는 것도 벅찬 상황인데, 문제는 패황 기사 유천의 검이 통하질 않는다는 거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젠장!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패황천검류를 써야 하나?’
[오오오오오오!]
‘하지만 틈이 없어. 젠장! 망할 시전 시간 같으니!’
큰 기술을 써야 하나 고민하면서 유성원은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거나 다른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성좌 도살왕의 맹격은 쉽게 멈추거나 따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 장소는 결투를 위해 아무것도 없는 폐허인 만큼 엄폐물이나 숨을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방어구를 믿을 수도 없으니 유성원이 할 수 있는 건 수세를 굳히는 것뿐. 뭔가 방안을 찾아야만 했다.
‘역시 성좌는 만만치 않군.’
[크오오오오오!]
‘지치지도 않고, 몸통은 칼로 베이지도 않고, 게다가 저 무기는 닿으면 말 그대로 먹히고……! 이걸 어떻게 이겨야 하지?’
쿠우우웅! 쩌저저적!
나이프와 포크의 충격으로 땅이 갈라지면서 퍼져 나갔고, 그것을 보던 유성원은 무언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다른 한 손에 티탄의 말뚝을 들고 똑같이 양손으로 대응하는 척하며 성좌 도살왕의 화신에게 휘둘렀다.
그러자 티탄의 말뚝의 무게와 유성원의 힘에 아까 전 성좌 도살왕의 화신이 가른 것만큼 땅이 갈라지게 되었다.
[슨무 을각생……!]
유성원은 그대로 몸을 비틀어서 갈라진 땅의 틈새로 스스로 떨어져 내려갔고, 성좌 도살왕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것을 지켜보았다.
바라던 틈을 얻은 유성원은 떨어져 내리던 벽에 티탄의 말뚝을 박은 다음 그 위로 올라가 자세를 바로잡고, 패황 기사 유천의 검으로 성좌 도살왕을 겨누면서 드디어 시전하고 싶었던 패황천검류를 빠르게 시전했다.
“땅과 하늘의 경계인 지평(地平)이여, 나 그 궤적을 따라 태양과 달을 베기 위해 이 검을 휘두르노라! 패황천검류(覇皇天劍流) 제3장-지평참(地平斬).”
유성원은 무조건 성좌 도살왕이 닿도록 사선 방향으로 지평참을 휘둘렀고, 지평참의 궤적은 확실하게 성좌 도살왕의 화신을 절반으로 가르는 방향에 도달했다.
그에 유성원은 승리를 예감했지만, 성좌 도살왕의 화신은 전혀 갈라지지 않은 채 멀쩡한 모습이었다.
[게그 가인다?]
“…뭐?”
심지어 ‘다 먹는다’는 방어하는 자세조차 잡지 않고 몸으로 받아 낸 것. 그것을 본 유성원은 몸이 굳을 정도로 놀랐다.
패황 기사 유천의 검으로 시전한 패황천검류인데, 그것을 맞고도 멀쩡하다니 그건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 성좌 도살왕보다도 더 대단한 존재인 성좌 용봉왕마저도 맞으면 비명을 지르면서 그대로 화신이 소멸했는데, 멀쩡하니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뭐야? 저거? 어떻게 잡아? 저러면?’
[지오라올 면거을않 가내 다간.]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생각도 하지 못한 사이, 성좌 도살왕은 그대로 갈라진 땅 틈새로 뛰어내려와 유성원을 노리고 포크와 나이프를 휘둘러 들어왔다.
제대로 맞으면 즉사였기에 유성원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면서 패황 기사 유천의 검으로 또다시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싸움이 다 있어. 저걸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라어죽.]
“크윽!”
콰아아앙!
패황천검류가 통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상황에서 유성원은 잠시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계속해서 몰아치는 성좌 도살왕의 공세. 확실한 수단이 없는 이상 오로지 방어밖에 할 게 없던 그는 서서히 지쳐 갔고, 아까 전 패황천검류의 사용도 꽤 부담이 되었던 상황. 이제 남은 건 없다고 봐야만 했다.
‘젠장! 이걸 어떻게 잡으라는 거야? 윽!’
[군이틈빈!]
“크윽!”
터엉!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것 같은 부담감 속에서 유일한 방어 수단이자 공격 수단인 패황 기사 유천의 검이 한눈을 파는 사이 날아가 버렸다. 이제 방어할 방법이라곤 무조건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재의 힘을 빌려 열심히 도망치고 구르면서 치열하게 저항하는 가운데, 티탄의 말뚝은 지금 그저 방해물이라고 생각해서 버려 버린 유성원은 추하지만 살려고 노력했다.
‘젠장! 젠장! 젠장!’
[어죽! 어죽! 어죽!]
“하아… 하아… 하아……!”
SS급 스테이터스를 얻은 이후 거의 처음으로 싸우면서 숨이 차오르고, 깊은 피로감을 느낀 유성원은 계속해서 쌩쌩하게 공격해 오는 성좌 도살왕에게서 도망치려고 애썼다.
이곳이 땅 밑이어서 천만다행이지, 만약 지상이었다면 기사라는 이름을 반납했어야 할 정도로 추한 광경이었다.
“콜록! 콜록! 하아… 하아… 하아… 젠장!”
[가인복항?]
“미안하지만 그런 건… 키우지 않아서! 큭!”
[군쉽아 면라너 은좋 가도사 데텐될…….]
“사양하지!”
어느덧 성좌 도살왕의 어법에 적응된 건지 유성원은 단번에 대답하며 ‘다 먹는다’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했다.
일단 어떻게든 다시 패황 기사 유천의 검을 손에 넣어야 저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성좌 도살왕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 짐승 같은 맹격과 떨어지지 않는 체력만이 장점이어서 솜씨로 어떻게든 피했던 유성원에게 그것은 치명적인 패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았잡.]
“커억! 으가아아악!”
검을 향해 간다는 사실 하나로 유성원의 이동 경로는 노출되었고, 결국 ‘다 먹는다’ 중 하나인 포크에 복부가 관통되어 그대로 돈가스처럼 들어 올려졌다.
그동안에도 찔러 들어간 포크 날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갑옷은 물론 복부의 피와 살, 내장을 파먹기 시작해서 고통은 배가되었고, 견디기 힘든 고통에 유성원은 자신도 모르게 포크의 날을 잡아서 빼려고 했지만 그건 자충수였다.
“까, 끄아아아아아악!”
[…은석리어…….]
닿은 것을 모조리 먹어 치우는 ‘다 먹는다’였기에 유성원의 손가락을 보호하는 건틀릿은 물론 손가락까지 먹어 버린 것이다.
그나마 빨리 손을 뺐기에 다 먹히는 건 면했지만, 건틀릿 장갑 부분은 사라지고 말았다.
‘젠장… 이제 진짜 끝인가? 윽!’
절망적인 상황. 고통은 물론 입에서 피까지 올라와 호흡이 힘들어진 유성원은 이 반칙 같은 성좌 도살왕의 존재를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난감했다.
유성원을 포크에 찔러 들어 올린 채로 성좌 도살왕은 머리를 잘라 내어 끝장낼 생각으로 나이프를 휘둘렀다.
이런 상황에서도 무재는 쓰러질 생각이 없다는 듯 본능적으로 몸부림치면서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
‘어?’
[런이……!]
그렇게 발버둥 치니 복부가 뚫린 채로 먹히던 유성원의 몸은 더욱 깊숙이 찔려 들어갔고, 관통된 채로 떨어져서 성좌 도살왕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방이라도 먹이고 가야…….’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성좌 도살왕의 얼굴을 본 유성원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방 제대로 먹이고자 주먹을 꽉 쥔 채 가까워진 성좌 도살왕의 화신의 면상에다 그대로 강하게 후려갈겼다.
[억쿠!]
“끄악… 아아악…….”
그런데 아주 놀랍게도 성좌 도살왕의 화신은 그대로 날아가면서 땅을 굴렀고, 덤으로 유성원 또한 포크에서 빠져나와 땅을 굴렀다.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해가 안 가던 유성원은 일단 손에 남은 감촉부터 떠올렸다.
패황천검류와 패황 기사 유천의 검으로 공격했을 때 느꼈던 그 딱딱한 손맛과 다르게 아주 물렁한 느낌. 마치 물 풍선을 때려서 터뜨린 듯한 느낌이었다.
‘…설마?’
[…게떻어, 게떻어……!]
그리고 힘겹게 일어선 성좌 도살왕은 뭔가 가루 같은 것을 입가에서 떨어뜨리면서 놀란 표정으로 유성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지만, 아주 운 좋게 공략법을 파악한 것 같은 기분이 든 유성원은 다급히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마신 다음 두 주먹을 쥐고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보통 사람이라면 진작 과다 출혈로 쓰러져야 했지만, 포션의 힘과 높은 스테이터스 덕에 간신히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성원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안에 그를 쓰러뜨리는 것만이 유일한 승산이라는 걸 깨닫고 곧바로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