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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12화 (212/293)

[212화]

“보자… ‘성좌 용봉왕’을 이 별에서 추방시킨 ‘별의 수호자’ 유성원 경에게. 당신이 보낸 제안서는 잘 받았습니다. 나 ‘성좌 진황’은 이 ‘별’과 ‘우주’의 오염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로, ‘성좌 용봉왕’은 기존에 나와 손을 잡아 환경오염을 최대한 막고 제어하면서 인류 문명을 꾸려 가기로 협약을 맺었습니다. 당신이 만약 ‘성좌 용봉왕’의 계약을 그대로 연장하고 준수한다면 나는 지금과 같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인가?”

“오… 좋은 소식이군요.”

“그렇지. 이런 조건에 얌전히 있어 주면 더 바랄 게 없지. 우리가 간절히 빌고 싶을 정도야. 정말 다행이다.”

천만다행으로 성좌 진황은 성좌 용봉왕과 맺었던 ‘환경 조약’만 준수하면 OK라고 허락을 해 주었다.

큰 걱정거리가 하나 줄어든 유성원 측, 제1근위대장 장범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환호했다.

“그나저나 성좌들끼리는 딱히 유대감이 없나 봐? 그래도 친하게 지낸 축 아니었나?”

“신이잖습니까? 올림푸스처럼 모여서 노는 경우가 역으로 특이한 겁니다. 애초에 서로 경쟁자이니까요. 그런 게 되었다면 진작 성좌 도살왕과 성좌 66천마가 손을 잡았을 겁니다. 도살왕은 인간의 고기만 노리고 있고, 66천마는 문명을 멸망시키는 걸 목적으로 하니까요.”

“아… 그렇지. 그 둘이 손을 잡았다면 그건 그것대로 끔찍한 일이었겠네.”

끔찍한 상상은 접어 두고, 곧바로 유성원은 이제 다른 나라와 중국에 해 줄 답변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단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와 몽골 쪽인데, 몽골은 이미 영향력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몰락해 있었고, 먼 나라들에는 기존 중국 공산당이 저질렀던 부정과 패악질을 모두 모아서 가져다주면 그만이었다.

“솔직히 걔네가 다시 중국을 차지하는 걸 반기는 놈은 없을 테니까 말이지.”

“그, 그렇죠.”

외교적으로 봐도 중국 공산당이 다시 비상하길 원하는 나라는 본인을 빼고 없을 것이다.

민중 학살, 일대일로,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 및 역사 종속 프로젝트, 위구르 민족 말살, 인체 실험, 질병 개발 등등 쌓아 온 업보에 대해 말하자면 수도 없어서 원한을 가진 이들이 너무 많았다.

“성좌 진황의 수하로 들어간 신장 위구르 사람들이 지금도 이를 갈고 있는 걸 보면 아주… 난리도 아니지. 아무튼 거기엔 이제 열 받을 만한 서류를 보내 줘야겠지? 유청.”

“걱정 마십시오. 전 격문으로 사람도 죽여 봤습니다. 하하핫.”

“자랑이라기엔 뭔가 무섭지만 뭐… 그래, 열 받을 만한 말로 팩트 폭력하면 좋으니 말이지.”

내용은 보지 않았지만, 저 자신하는 유청의 반응으로 볼 때 상당한 물건의 외교 서류가 완성된 것이리라.

어쨌든 확실한 거절을 표시해야만 했고, 여차할 경우 전쟁까지 불사해야 하는 만큼 유성원은 남쪽 국경을 비롯해서 중국 공산당의 주요 군사 기지의 동태를 철저히 살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음, 자기 영토가 될 곳이라 핵은 안 쏠 것 같은데… 아니,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야. 최악의 최악을 걱정해도 되겠지. 감정에 휩쓸릴지도 모르니까…….”

최악의 경우 폭주할 중국의 움직임을 고려해서 모든 사전 준비를 마치고는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공산당 정부에 의견을 전했다.

의견의 요점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거절이었지만,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화나게 할 수도 있고, 진정시킬 수도 있으며 오히려 미안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성원 측이 정한 방법은 가장 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서 아직도 분수 파악을 하지 못하는 주석님과 그 아래 정부 관료분들에게…….”

주석은 첫 문구를 읽자마자 머리에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작 문구부터 아주 화려한 도발로 장식한 것으로, 거의 선전포고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단 참은 주석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다.

<귀하가 보낸 문서는 잘 읽어 봤습니다. ‘성좌 용봉왕’의 영토와 국민들을 돌려 달라고 하셨지만 이미 이곳의 시민들은 더 이상 ‘중화인민공화국’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이 없으며 그것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시민 설문 조사 결과 전 국민 중 87.9퍼센트의 의견이 ‘중화인민공화국의 국민’이 아니라 다들 ‘성좌 용봉왕’의 백성으로 아이덴티티를 잡고 있으며 나머지 중 약 10퍼센트가 기권표이며, 2.1퍼센트만이 ‘중화인민공화국’ 시민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이, 이 무슨! 이건 날조야! 날조!”

<그렇기에 ‘성좌 용봉왕’이 사라진 이후 ‘국가 재건 위원회’를 통해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중화인민공화국’과의 재결합은 내부의 반발로 인해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개자식들이!”

<하나 그렇다고 한들 뿌리는 역시 하나의 중국이며 새롭게 구성하는 정부 체제보다는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정부 체제와 합쳐지는 것이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

도발로 시작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척하다가 갑자기 급커브로 던져 오는 제안에 주석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하나 그것은 유청의 함정. 이미 처음의 도발로 분노를 불러일으켜 감정을 흔들어 둔 다음 갑자기 달콤한 것을 놔두는 것이었다.

<하나 시민들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정상적인 정부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큰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또 오랜 세월 내려온 업(業)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건?”

<첫째, 이미 유명무실해진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를 버리십시오.>

슬쩍 방심시켜 둔 다음 명치를 찌르는 일격. 이미 자본주의에 물들어 사실상 공산주의는 껍데기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국민 통제에 효율적인 터라 유지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계속 국가의 주요 사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근데 시작부터 그걸 부인하니 머리가 띵해지는 주석이었다.

“이… 이이이이이!”

<둘째,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부를 구성하십시오.>

“이건 우리가 그렇지 않다는 건가!”

<셋째, 1989년 천안문 사태 등등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일으킨 ‘비인륜적 행위’와 ‘인권 유린’, ‘국제적 테러 범죄’, ‘침략 도발 행위’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아직 내용은 더 많았지만, 이미 세 번째에서 유성원 측이 보낸 이 서찰의 의미가 거절이라는 것을 깨달은 주석은 편지를 구겨 버렸다.

만약 그들이 어디까지 하는지 보기 위해 끝까지 읽었다면 유청의 말대로 정말 격노해서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렇게 도발을 당한 이상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주석은 어떻게 해서든 성좌 용봉왕의 중국을 반드시 먹겠다고 결심하고 결단을 내리려는데, 급보가 들어왔다.

“주, 주석님! 큰일 났습니다. 아무 일 없을 거라던 서부 전선에……! 지금 성좌 진황의 군대가 움직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둘이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믿는 구석이 있었군. 젠장……!”

“그, 그리고 러시아, 미국에 있는 요원들의 첩보에 의하면 현재 회의 중이긴 하지만 모두 국가 재건 위원회를 지지하는 움직임이라고 합니다. 그… G2 시절을 되돌리기도 싫다고 하면서… 후우우~”

결국 수십 년 전부터 쌓아 온 세계의 원한이 그들을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유럽, 아프리카, 인도, 미국, 러시아. 세계가 모두 중화인민공화국이 다시 비상하길 원하지 않았고, 유성원의 괴뢰 정부 꼴이지만 일단 현 지도자이자 성좌 용봉왕 다음가는 제1근위대장 장범이 그들과 협력하며 ‘국가 재건 위원회’에서 정식으로 국가 운영 체제에 대한 투표와 설문 조사를 하는 등등,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밟고 있었기에 그나마 명분은 유성원 측이 잘 챙긴 것이었다.

“어, 어쩌지요?”

“으으윽!”

완벽한 외통수. 국제 사회에 호소라도 해 보고 싶었지만 답이 없기에 주석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대로 성좌 용봉왕의 중국에 진짜로 정통적인 선거를 거친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세계는 누굴 인정하게 될까?

주석은 심한 갈등을 겪으며, 그냥 핵미사일 버튼이든 전쟁이든 해 버릴까? 하는 큰 고민에 빠졌다.

하나 자신을 비롯해서 고위층의 자산은 대부분 해외로 빼돌려져 있고, 자식과 가족들까지 있는 만큼 세계 전쟁으로 가게 되면 그것을 모두 잃을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어쩌면 인류 멸망의 시작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그건 안 돼.’

이미 기울 대로 기운 거, 끝까지 챙길 수 있을 만큼 챙기다가 그냥 물러나거나 순리에 따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 주석은 최악의 선택만은 피하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결국 중화(中華)는 이제 끝이 났다고 생각하며 답장을 준비했다.

***

일주일 뒤. 자금성, 용의 궁전.

드디어 중국 정부에서 답변서가 도착했다. 다소 외교적인 말투가 많았지만 성좌 용봉왕의 중국을 일부로 인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자존심만은 버리지 못했는지 오만하고 고압적인 말투였는데, 아무튼 유청이 보낸 아주 도발적인 외교 문서에 이런 대답을 한 것 자체가 굴욕적인 패배를 인정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후우~ 이제야 한시름 놓겠네. 러시아도 딱히 내려올 생각 없어서 다행이고, 국경에 모인 군대도 슬슬 물러난다고 하나 봐.”

“예. 결국 분쟁 없이 해결되는 게 최선이니까요. 역시 성좌 진황과의 동맹 성공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데… 문제가 하나 더 늘어났어. 에휴~ 이게 뭐람.”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니 다음 문제가 또 들어왔다.

유성원 앞으로 온 한 장의 편지. 바로 UN에서 온 초대장이었다.

그 안에는 친절하게 한글로 이번 성좌 용봉왕 사태에 대해 설명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성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죽 훑어보았는데, 평소 같으면 무시하라고 하겠지만 이것도 은연중 협박이 들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가서 내가 이 ‘별의 수호자’라는 것도 설명해야 하려나?”

“그건 가능한 한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생각에도 그렇지?”

“예. 다행히 이번 경우는 성좌 용봉왕이 먼저 저희를 노리고 벌인 일인 만큼 굳이 별의 수호자라는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가서 할 말을 생각해 놔야겠네.”

자신의 일 같으면 그냥 하나 마나 하겠지만 이번 일의 경우에는 성좌 용봉왕의 중국이었던 이곳이 걸려 있었고, 그들이 인정해 줌으로써 국제 사회의 압박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야망을 저지한 셈이니 빚이 생긴 격이었다.

만약 거절하면 간신히 진압해 둔 이곳 상황이 다시 어떻게 요동칠지 모르니, 이번만큼은 국제 회의에 나가서 상세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 유성원의 운명이었다.

“하아아~ 성좌 하나를 보내면 이렇게 골치가 아프네. 그런데… 이렇게 보내는데도 또 누군가가 계속 들어오면 일이 끝이 없지 않나?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할 것 같은데?”

성좌의 시대가 된 이후 수십 년. 매년 새로운 성좌가 나타나기도 하고, 수많은 성좌가 이 ‘별’에서 떠나기도 한다.

하나씩 보내더라도 둘 이상이 갑자기 한 번에 와 버리면 유성원의 고생은 그야말로 물거품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평생 동안 이런 싸움과 정치질만 하고 살다가 죽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래서 속도전이 필요한 겁니다. 정말 다행히도 폐하께선 싸워서 이겨 나가실 때마다 세력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4명의 기사들로 시작해서 천검군, 사령 군단… 거기에 여기 그러니까… 신중국?”

“아, 나라 이름이 아직 안 정해졌지? 그러고 보면 옛날에도 그냥 성좌 용봉왕의 중국이라고 불리기만 했을 뿐이고…….”

“애초에 ‘별’을 얻고 말고를 따지는 레벨이라 그런 걸 생각 안 했을 겁니다.”

“그건 장범이 알아서 하겠지. 아무튼… UN 회의만 잘 넘기면 여기 문제는 대충 해결되는 거겠군. 그거나 준비하자.”

그렇게 유성원은 유청과 함께 UN에 참석할 준비를 시작했다.

목표는 가능한 한 자신이 별의 수호자인 것을 감추고, 성좌용봉왕과의 교전에 대해서도 적당히 넘어가는 것.

UN엔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젠 주요 헌터 길드들과 성좌의 사도들도 모두 참석하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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