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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94화 (194/293)

[194화]

“관건은 첫 사냥감을 누구로 하느냐는 거군.”

브리핑을 마친 트리토니아스는 그대로 자신의 배로 돌아와 용병들과 올림푸스 길드의 헌터들을 불러 모은 다음 회의를 진행해 나갔다.

위대한 올림푸스 길드의 명예와 위엄을 알리기 위해선 역시 첫 승리가 필요했고, 그 사냥감을 무엇으로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현재 여러 국가의 스캐빈저들이 몰려 있는 만큼 상대는 너무나 다양했다.

“그냥 근처에 있는 언더시티들부터 없애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 봐야 스캐빈저들인데 말이죠.”

“일단 여기 들어와 있는 미국 쪽 무기 회사 및 상인 계열 스캐빈저 놈들이 정보를 제공했으니 놈들은 빼야겠죠? 트리토니아스 님.”

“아니꼽지만 뺄 수밖에 없지. 젠장, 그놈의 정치니, 자금이니, 경제니… 얽힌 게 너무 많으니…….”

순수 야생 도적단이나 범죄 조직 형태를 띤 다른 스캐빈저 그룹보다 더 전문적인 기업형 스캐빈저 조직인 미국계는 정부와 여러 길드에 돈을 뿌려 놓은 탓에 손대기가 힘들었다.

심지어 그 돈 중에는 자신들의 올림푸스 길드에 흘러들어오는 것까지 있었고, 지금 현재 상황과 언더시티 위치 및 구조 지도까지 가져다줬던 것이다.

“그러면 남은 게… 중국, 러시아계, 한국계, 그 외 여러 국가에서 온 잔챙이들인가?”

“잔챙이들도 무시 못할 세력이긴 하지만 뭐, 다른 애들이 워낙 똘똘 뭉쳐 있으니 그런 거죠.”

“어떻게 하겠습니까? 쉬운 쪽부터 갈까요? 가능하면 처음엔 화려하게 압도적으로 짓밟으면서 보여 줘야죠. 한번 운영하려면 엄청 돈이 깨지는 이 황금 갈기 요새를 기껏 꺼내 왔는데, ‘하데스’ 님의 사도들이 위용을 보여 주었듯 우리도 ‘포세이돈’ 님의 영광을 알려야 합니다.”

휘하 부하들은 거의 다 성좌 포세이돈의 가호를 받은 자들이며, 올림푸스 길드는 12명의 성좌가 하나로 뭉쳐 있었지만 결국 내부에서는 자기들끼리 기 싸움이라든가, 다들 자신이 모시는 ‘성좌’가 제일이라는 자존심 싸움 같은 게 존재했다.

“물론 그럴 생각이다. 하나 지금 여기 있는 S급은 나 혼자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무리 너희 라이스트리곤(Laistrygon) 군단이 있다고 해도 스캐빈저는 간교한 놈들이기 때문이다.”

“하하하, 농담도. 미국 본토에서도 그런 놈들 잔뜩 상대해 봤는데, 별거 아니더만요.”

비록 S급은 자신 혼자 왔지만 그래도 트리토니아스가 아무 대책 없이 온 건 아니었다.

성좌 하데스의 처벌 부대나 성좌 제우스의 유피테르 가드에 버금가는 성좌 포세이돈 휘하의 특별 부대, 포세이돈의 자손인 거인족의 이름을 딴 ‘라이스트리곤 군단’.

구성원 전원이 A급 헌터이며 다들 키 약 3미터에 보통 인간을 능가하는 체격과 체중을 가진, 말 그대로 거인 군단이었다.

그럼에도 민첩성에선 전혀 밀리지 않으며 전원 성좌 포세이돈이 축복하고 성좌 헤파이스토스의 사도들이 만든 무장을 하고 있는 친위부대 100인을 데려온 것으로 트리토니아스의 비장의 카드였다.

‘혹시 몰라서… 나중에 증원 요청을 했는데 받아들여 줘서 다행이군. 형제들에겐 참 미안해.’

본래라면 다른 성좌 포세이돈의 가호를 받은 S급 헌터를 데려오고 싶었지만 그들은 주요 전선을 커버하느라 매우 바빴고, 사실상 이 라이스트리곤 군단도 이번에 빨리 정리한다고 이야기해서 겨우겨우 데려온 것이었다.

“아무튼 첫 상대를 누구로 하느냐가 중요한데…….”

“대장님, 일본 정부에서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도쿄 근방에서 성좌 도살왕 측 스캐빈저들이 또 약탈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오? 뭐야, 그놈들? 제정신이 아닌데?”

“이야~ 간이 부었네?”

“올림푸스가 왔는데, 우리 포세이돈이 왔는데 설친다고? 푸하하핫!”

소식을 들은 올림푸스 길드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올림푸스 길드이자 그것도 성좌 포세이돈의 직속 부대원들인 라이스트리곤 군단은 물론 하위 헌터들조차 온 이 상황에서 약탈을 재개했다는 것에 기가 막혔던 것이다.

세계에서 올림푸스 길드의 존재감이 어떤가?

세계를 수호하는 길드, 멸망의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 내고 있는 길드, 신의 가호와 함께 전설의 영웅들의 힘이 발현된 길드, 그들이 없었다면 인류 문명은 후퇴했을 거라는 게 과언이 아닌 곳이며 그뿐만 아니라 단독 길드로서 하나조차 운영하기 힘든 천공섬을 수십 개나 가지고 있으며 이 황금 갈기호 같은 요새 함선도 가진 압도적인 세력이었다.

“이건 도발인가? 아니면 도망가기 전에 한탕 하려는 건가? 참~”

“아무튼 타깃은 정해진 것 같은데요? 트리토니아스 님. 이거 도전장 안 받으면 우리 꼴이 말이 아닐 겁니다.”

“올림푸스의 이름을 듣고도 겁내지 않고 설치는 놈을 우리가 무시한다? 그럼 역으로 우리가 다른 성좌 애들에게 무시받을걸요?”

“맞지. 맞지.”

트리토니아스 또한 어처구니없는 보고가 진실임을 확인하자 뭔가 찜찜함을 느꼈다.

한국에서 이미 성좌 도살왕의 세력을 만나 실제로 상대해 봤지만, 놈들은 상당히 간교하고 무서운 자들이었다.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보우건의 볼트와 도시나 숲에 설치된 덫 등, 실제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놈들에게 당하거나 잡혀간 대원들 숫자도 꽤 되는 만큼 만만한 놈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잠시만 기다려라. 다들 놈들은…….”

“음? 트리토니아스 님, 설마 여기서 신중하게 간다는 말씀을 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고작해야 스캐빈저들인데? 이거 본토에 보고 들어가면 웃음거리입니다.”

“놈들과는 이미 한 번 붙은 적이 있다. 보통 녀석들이 아니었어. 한국 지부에 있던 대원들까지 많은 피해를 입었었다. 나와 디오메디아도 상당히 고전을 했어. 그러니 신중하게…….”

“에이~ 그래도 이 황금 갈기호까지 끌고 왔고, 저희도 있잖습니까? 적진에 들어갈 때나 육지에서라면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여긴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인데, 놈들의 언더시티 위에 레이더 드론을 띄워서 인원 파악하면서 미사일이랑 마력포를 와장창 쏴 재낀 다음에 라이스트리곤 군단이 선봉으로 강하해서 모조리 쓸어버리면 끝 아닙니까?”

압도적인 화력으로 선제 투사한 다음 진압 부대를 투입하는 정석적인 전략.

이렇게 하면 못해도 스캐빈저들의 생활권이자 방패가 되어 줄 언더시티가 박살이 나서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번거롭긴 해도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필승 전략이었다.

그리고 상공에 있는 레이더 및 마력 감지 드론 등등… 올림푸스 길드가 미국 정부와 힘을 합쳐서 만들어 낸 최첨단 전략, 전술 장비의 힘까지 이번엔 모조리 갖고 있어서 흩어져도 한번 추적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쫓을 수 있었다.

“이론은 그런데… 그 정도로 쉽게 쓰러질 레벨이었다면 진작 성좌 용봉왕의 손에 토벌되었을 것이며 대한민국이 밀어 버렸을 거다.”

“그거 S급 몬스터빨 아닙니까?”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마치 보란 듯이 약탈하는 것을 보면 분명 함정이 있을 가능성이…….”

“그깟 함정이 뭐라고! 그놈들이 함정을 파 봤자 영원한 분노의 그놈들만 하겠습니까?”

‘이거 안 좋은데?’

S급인 자신이 하는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대원들의 태도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들이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명령을 들으면 좋겠는데, 이렇게까지 상대를 우려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면 자신이 명령을 내려도 듣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다들 세계 최고의 헌터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세계에 위협이 되는 거대한 악과 싸운다는 사명감을 가진 것은 좋았지만, 그 자부심이 너무 큰 탓에 이런 과도한 자만심이 생긴 것이리라.

“예전이면 모를까? 지금 성좌 도살왕의 세력은 겁낼 게 없죠. 그 유성원인가 하는 놈에게 S급 몬스터들 다 빠따로 얻어터졌던데…….”

“디오메디아도 당했었다.”

“뭐, 그건 상성 차이였잖습니까? 그런 의표를 찔리는 일이야 저희도 일상이죠. 하나 문제는 그걸 극복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아아~ 그래, 좋다. 다만 공격 작전은 신중하게 절차를 지키면서 행하도록 하며 내가 지휘부를 지키다 변수가 있으면 출진하겠다.”

이렇게까지 되니 작전을 막을 수 없게 된 트리토니아스는 어쩔 수 없이 실행을 명했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자신이 이 배를 지킨다는 조건을 걸었다.

아무튼 지상에서 일이 잘못된다고 한들 결국 바다와 하늘의 길을 막고 일본을 떠나지 못하게 하면 자신들이 이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약 3시간가량 황금 갈기호는 이동과 작전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계 스캐빈저 그룹인 ‘이블 컴퍼니’에서 받은 정보를 토대로 성좌 도살왕의 세력 언더시티를 포착, 도쿄 외곽이며 바다와 가까운 도시라는 것을 안 트리토니아스는 곧바로 일본 정부에 연락해서 공격 허가를 신청함과 동시에 민간인 대피령을 내렸다.

“마력포, 미사일, 쏠 수 있는 건 모조리 쏴 버려. 일단 돌아갈 곳을 없앤다. 그리고 도심의 사람들은 모두 피난 시설로 들어가라고 해. 놈들이 유리한 시가전을 해 줄 필요가 없다. 도심에서 싸워 주지 않고 외곽에서 철저하게 포위망을 좁힌다.”

“시가전이라고 해도 어차피 우리 라이스트리곤 군단 애들이 압도적으로 이길 텐데……. 너무 우려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 간악한 놈들 상대로는 얼마든지 우려할 수 있다.”

그래, 트리토니아스는 실제로 만나 보고 상대해 봤기에 그들이 얼마나 악독한지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과한 우려인 듯 보여도 S급 헌터인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으며 어차피 작전은 진행되기에 더 불만은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일본 정부 측에서 공격 허가 승인이 나자 본격적으로 작전이 시작되었다.

“PTTD-01 트라이던트 미사일, TYP-037 타이푼 마력포 사격 준비되었습니다. 언제든 가능합니다.”

“라이스트리곤 군단, 전원 자이언트 수송기에 탑승 완료. 언제든 출격 가능합니다.”

“강습 상륙함 네레이스, 푸토 출격 준비 완료. 상륙 부대 또한 출격 가능합니다.”

“전략 드론 위치 스탠바이, 위성 통신 연결, 천공섬의 마력 감지 레이더 확인.”

“요새 공격 시스템 작동, 인원 포착 및 신원 기록 프로그램 연결 완료. 체온, 지문, 모든 요소를 판별하겠습니다.”

“마력 해석 시스템 작동.”

“크라켄, 모비딕 지원 함대 황금 갈기호에서 출격 지정된 위치로 이동 중!”

“좋아. 작전 개시!”

모든 준비가 끝났고, 이 황금 갈기호의 대장인 트리토니아스의 신호와 동시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미국 정부와 합작해서 만든 마정석과 마력 반응 폭발의 원리로 위력을 압도적으로 높인 PTTD-01 트라이던트 미사일과 순수 마력을 발사해서 직사로 쏘아 대지 심층부까지 꿰뚫을 수 있는 TYP-037 타이푼 마력포가 동시에 발사되며 성좌 도살왕의 스캐빈저들이 거주하던 언더시티를 노리고 폭격해 들어갔다.

그러자 여러 버섯구름과 폭발의 연기가 무수히 솟아올랐고,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흔들리며 가라앉았다.

“마력포, 미사일 모두 명중. 스캐빈저들의 언더시티 파괴! 거기에 지반까지 부수고 간 타이푼 마력포에 지하 붕괴 중! 일단 선제공격은 전부 예상대로 성공입니다!”

“도쿄 시가지에 있는 민간인 전원 대피, 특무부대 헌터들 출격하여 포위망 구성! 도심에 있는 스캐빈저들을 토벌할 준비 완료.”

“정찰 드론으로 시가지 내부에 있는 스캐빈저들 포착! 아주 순조롭습니다.”

“자이언트 수송기와 네레이스, 푸토 상륙함 출격! 놈들이 해안이나 다른 도시로 못 도망치게 포위망 구성을 도와라. 그리고 포착된 놈들의 위치를 절대 잊어버리지 마!”

“예!”

전쟁은 스포츠가 아니라 항상 비겁한 게임이다.

그리고 특히 현대에 들어서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힘의 차이는 날로 커졌고, 각성자와 헌터의 시대가 되어도 달라진 건 없었다.

정보, 자금, 병력, 병기 모든 면에서 일방적으로 앞서는 올림푸스 길드의 압도적인 공격. 상대하는 성좌 도살왕 소속의 스캐빈저들은 기껏해야 게릴라군 수준의 레벨로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보십시오. 이렇게 압도적인데 대체 뭘 우려하시는 겁니까? 시가전이 특기라고 해 봤자 이미 저희 드론에 다 드러났는데… 이제 포위망 구성해서 라이스트리곤 군단이 건물 부숴 가면서 하나씩 진압해 나가면 끝입니다.”

“…언더시티 지배자인 박숙자와 곽원호의 위치는?”

“그건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역시 스캐빈저들 중 상위급이라 그런지 쉽게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금방 탐지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

“뭔가?”

“이 배에… 배에! 어느새? 통신으로 현재 수상한 인물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이, 일단 들어온 영상 보여 드리겠습니다!”

곧장 모니터의 화면이 바뀌고, 거기엔 자신들의 배 위에 와서 서 있는 한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렇지 않게 배 위에 서 있는 그는 미소를 띤 채 여유로워 보였지만, 그 모습에 거의 모든 황금 갈기호 스태프들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이 배엔 레이더, 마력 탐지 시스템에… 심지어 우리 성좌 포세이돈 님의 영역인… 바다… 바다 위인데!”

그렇다. 이 황금 갈기호는 일반인 스태프를 빼면 거의 다 성좌 포세이돈과 계약하거나 가호를 받은 헌터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바다의 주인이라고 자부하는 성좌 포세이돈의 부하이자 이 황금 갈기호의 스태프들 거의 대부분은 해류의 흐름뿐만 아니라 심해 깊은 곳에서 움직이는 생물의 움직임까지 알아낼 수 있는 자들로 가득했다.

“제기랄!”

“서, 설마 트, 트리토니아스 님도?”

그리고 그중 성좌 포세이돈의 아들이라 할 수 있는 트리톤의 가호를 받은 트리토니아스는 S급 헌터이자 바다의 제왕이라 불릴 정도로 바다와 친밀한 헌터.

설사 그가 감지 못했어도 각종 바다 생물과 신수, 바다의 바람이 알아서 그에게 경보를 해 주는 게 정상인데,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하자 더욱 충격을 받은 그였다.

“게다가 저건… 설마? 내, 내가 직접 나가겠다! 화면 절대 놓치지 마라!”

“예!”

충격을 뒤로하고 트리토니아스는 잽싸게 인벤토리에서 무장을 꺼내 들고는 배 위로 뛰기 시작했다.

이 바다 위에서 자신들이 감지를 못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충격이자 굴욕이었다.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에 이를 악물고 단숨에 배 위로 올라간 트리토니아스는 올라가자마자 창을 겨누고 적의 어린 시선을 보내며 분노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이 목사! 네놈이 어떻게 여기에 온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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