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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93화 (193/293)

[193화]

약 2주 뒤, 도쿄 외곽 ‘언더시티’.

혼란으로 가득한 일본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올림푸스 길드가 다시 참전한다는 소식은 한창 행복한 사냥과 즐거운 약탈 등등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날뛰던 스캐빈저들에게는 최악의 소식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스캐빈저들로 가득한 언더시티에서는 이 소식을 들은 스캐빈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씨구, 자기들이 이렇게 만들어 놨으면서 무슨 일이래?”

“그러게 말이야. 뭐, 양심에 찔리니까 오는 거겠지? 근데 무거운 엉덩이를 기어이 드셨네?”

“본래 목적은 유성원 헌터에게 맡기는 거였겠지만, 지금 코어 던전 후유증으로 골골대는 양반을 보낼 순 없으니 말이지.”

“와, 페르세이아랑 비비던 그 양반이 코어 던전 한 번 다녀와서 그렇게 될 정도면 역시 코어 던전은 장난이 아니란 거군. 크으으! 아무튼 어떻게 할 거야? 이제 와서 발 뺄 거야?”

“이 좋은 곳에서 발을 빼라고? 하! 어림도 없지.”

현재 스캐빈저에게 일본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치안과 질서를 유지할 헌터들의 역량이 떨어지는 이곳에서 진리는 오직 힘뿐.

그리고 스캐빈저들은 그 힘을 가지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쳐 있었고, 라이벌은 오직 다른 스캐빈저일 뿐이었다.

이런 곳이 흔하지 않은데, 빼앗기고 싶지 않으리라.

“그럼 다른 나라 놈들이랑 협력해야 할 것 같은데… 협력해 줄 놈이 있을까?”

“그런 게 가능했으면 스캐빈저 짓을 못하지. 하하핫! 아마 상대하는 놈이 맞설 때 뒤통수치려 할걸?”

“그러면 결국 또 각개격파당하는 꼴인가? 뭐, 겁먹은 놈들은 알아서 빠지겠군.”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었지만, 스캐빈저들이란 어떤 자들인지 아주 쉽게 알 수 있는 대화였다.

올림푸스 길드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타국 스캐빈저와의 화합이나 협력은 생각도 못하고, 맞설 수 있는 급이 되는 놈들만 남고 그 외의 스캐빈저들은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숨어 지내게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 좀 체급이 되는 스캐빈저들의 반응은 어떠냐면?

“Oh~ 우리는 올림푸스에게 미움받아서 좋을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적절히 정보를 팔고 시장을 일부 철수하도록 합시다.”

미국에서 들어온 각종 스캐빈저 계열 회사 및 무기 상인들은 미국에 본진을 두고 있는 올림푸스 길드에게 밉보여서 좋을 게 없기 때문에 적절히 넘겨줄 정보를 생각하고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어차피 올림푸스 길드가 들어와서 다른 경쟁자들을 처리해 준다면 궁극적으로 일본을 장악하는 건 자신들이 되기 때문이었다.

“올림푸스 길드가 다시 일본에 온다고 한다. 자오신! 시하오! 흩어진 지부원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절대 우리가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온 특작부대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선 안 된다. 알았나? 자칫하면 이 일본처럼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이 당할 수도 있다.”

“예! 대장님!”

***

“다들 들었겠지? 지르코프 대원, 모두에게 올림푸스 길드가 온다는 걸 전하게. 우리 조국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정부의 명을 받고 왔다는 증거를 모두 감춰야 하오. 알았소?”

“알겠습니다.”

“그리고 올림푸스 길드가 와 있는 동안엔 다른 곳보다 얌전히 작업하시오.”

정부의 명을 받고 온 러시아와 중국은 자신들이 정부 소속이라는 사실을 모조리 은폐하고 올림푸스 길드가 활동하는 동안엔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럽게 작업하라는 명을 내렸다.

맞서 봐야 득도 없고, 혹시라도 정체를 들키게 되면 자신들의 조국이 지금 일본과 같은 꼴을 당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스캐빈저들도 얌전히 있기를 택하거나 아니면 외국으로 나가는 선택지를 택하였다.

그런데 그와는 달리 올림푸스 길드를 사냥할 생각을 하는 유일한 그룹이 있었다.

바로 성좌 도살왕 그룹, 한국에서 넘어온 스캐빈저들이었다.

“야, 우리 올림푸스 애들 오는 거 잡자.”

“숙자 누님, 지금 정신 나갔습니까? 걔네가 누구라고 잡습니까?”

“사실 나도 그렇긴 한데… 아, 이 목사 저 양반이 하자고 그러잖아. 올림푸스 길드원의 시신이나 헌터를 복제 인간으로 만들면 우리 성좌님이 얼마나 좋아하시겠냐면서 막 흥분하고 난리더만!”

“…승산이 있는 겁니까? 일본에 S급이 그만큼이나 있는데도 발렸는데…….”

“아마 이번에 오는 건 일본을 작살낸 그 팀이 아닐 거야. 그 하데스인가 뭔가 하는 팀은 지금 또 X뺑이 치는 중이거든. 걔네가 맨날 아무 데나 돌아다닐 정도로 한가했으면 진작 우리 쪽에 오거나 성좌 66천마를 저 유성원이라는 놈에게 맡기지도 않았겠지.”

“그거… 그럴싸하네요. 하지만 또 올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럴 순 있겠지만 걔네들, 바빠. 그리고 결정적으로 서울에 있는 올림푸스 길드가 갑자기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연락이 왔다. 걔네 어디 원정 갈 데도 없는데 말이지. 그 하데스인지 뭔지는 지금 남미에서 싸움 중인데, 왜 서울이 움직일까?”

“오… 즉, 최정예는 안 온다는 말이군요.”

“바로 그거지.”

사령 군대에게 진로가 잘려서 일본으로 넘어왔지만 그래도 서울에 있는 스캐빈저들과의 소통은 충분히 가능했다.

물자를 옮기는 비용이 비싸서 그렇지, 바닷길이 막힌 것도 아니고 전파는 통하기 때문이다.

그 정보를 통해 이곳에 올 부대에 대해 미리 알 수 있었고, 서울에서 출발하는 부대와 미국 본진에서 온다는 부대를 사전에 알아차린 것이다.

“그, 근데 미국 본토에서도 보낸다는데 그건요?”

“뭐, 보내기야 하겠지. 하지만 알잖아? 나랑 원호, 저기 이 목사급이면 S급은 와야 하는 거. 그리고 ‘이 목사’는 이미 우리를 능가하는 ‘성좌’의 직속 사도이고 말이지. S급 몬스터는 S급 헌터 셋이 필요한 기본 교범은 알지?”

“알죠. 안 그래도 귀한 인재를 죽여선 안 되니 말이죠. 어……?”

“그래. 그럼 적어도 우릴 상대하려면 S급 5명이 와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우리 말고도 다른 스캐빈저 세력을 생각한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고. 하지만 그 정도 전력을 보낼 거면 그냥 하데스네를 다시 부르는 게 낫지. 즉, 뻥카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야. 추가한다면 아마 용병이라도 쓸걸?”

올림푸스 길드의 노림수를 완벽하게 꿰뚫은 박숙자였다.

“물론 알고도 안 할 생각이었는데 망할 이 목사가…….”

하지만 아는 것과 실행은 다르기에 그녀 또한 처음엔 스캐빈저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그냥 도망치거나 얌전히 숨죽이는 쪽을 택하려고 했었다.

하나, 문제는 결국 이 목사가 이런 선택을 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뭐, 성공하면 대박이긴 하죠. 세계 최고의 길드이니까……. 일반 부대원이라도 잡아다 바치면 짭짤할 거고, S급 헌터는 그냥 잡스러운 놈들보다 훨씬 가치 있을 테니……. 물론 성공한다면 말이죠. 리스크가 너무 커요.”

“나도 알아. 근데 어쩌겠냐?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도 우리가 고사(枯死)당하는 것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는데……. 아무튼 끼지 않을 놈들은 그냥 다른 스캐빈저 견제나 맡게 할 거니까, 할 생각 있는 놈들만 오라고 전해. 그래도 뒷배가 든든한 배인데 다른 것보단 탈 만하겠지.”

“쓰읍…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박숙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스캐빈저는 언더시티에 해당 이야기를 전파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사실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이 목사가 본인이 대부분의 일을 다 하고 자신들은 보조만 하면 넉넉히 보상을 챙겨 준다는 말에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과 같은 안 좋은 상황에서 이 목사까지 잃어버리면 성좌 도살왕 계열 스캐빈저들의 미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분의 은총이 없으면 나는 살지 못해.’

‘성좌’가 사라지면 은총과 가호가 거두어지고 심할 경우 ‘각성’ 자체가 취소되는 일까지 발생하는데, 이미 육체의 절반이 악마의 것인 그녀는 그렇게 되면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에 불과한 미래만 남게 된다.

그렇기에 이 목사를 말리지 못한다면 혼자 꼬라박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성좌 도살왕의 휘하 스캐빈저들은 박숙자와 이 목사의 지휘 아래 올림푸스 길드를 사냥할 준비를 시작했다.

***

2주 뒤, 일본 도쿄항.

비록 천공섬은 현재 한국에 주둔시켜 놓았기에 끌고 올 수 없었지만 트리토니아스는 올림푸스 길드의 헌터이자, 포세이돈의 사도라는 위명에 걸맞게 거대한 요새형 함선 ‘황금 갈기’를 타고 도쿄항에 입항하였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얼마 전 성좌 하데스에게 지독하게 당했던 만큼 그에 준하는 성좌 포세이돈의 사도인 트리토니아스를 여느 국빈을 넘어설 정도로 성대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와,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트리토니아스 님.”

“별말씀을요. 비록 인류를 배신한 대가를 치렀지만 그로 인해 이런 일까지 당하는 건 부당하기에 도우러 왔을 뿐입니다. 아무튼 곧바로 작전에 들어가고 싶은데, 데이터나 자료가 있습니까? 저희가 가져온 것도 있지만 그래도 현장에서의 것과 비교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무, 물론입니다. 이보게, 대위! 곧바로 브리핑 룸으로 모시게! 모든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트리토니아스는 결국 일로 오기도 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류를 배반하는 짓을 저지른 일본인이나 정부인들과 깊게 연관되고 싶지 않았기에 냉랭한 태도로 대하며 곧장 업무에 들어갔다.

특무부대원의 안내를 받아서 브리핑 룸으로 간 그는 현재 일본 내에 와 있는 스캐빈저 세력에 대한 지도를 만들어 보여 주었다.

“일단 아시다시피 하데스 님의 처분 이후 S급 헌터 및 길드 전력이 눈에 띄게 깎여 세계 각지에서 온 스캐빈저들을 막지 못해 일본은 현재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성좌 도살왕의 스캐빈저부터 시작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등… 너무나 많은 수의 스캐빈저들이 몰려와서 약탈은 물론 내전 상태에까지 들어갔고, 심지어 일부는 언더시티를 건설해서 세력권을 본격적으로 넓혀 가고 있습니다.”

“나고야 서부 쪽엔 없습니까?”

“거기는 현재 사령 몬스터들이 가득해서 잘 안 가려고 합니다. 또 아직 대장군급 몬스터도 살아 있구요. 스캐빈저들의 본성은 늘 자신보다 약한 자를 잡아서 쉽게 이익을 취하려 하는 것이니까요.”

힘들게 사냥을 한다면 일반 각성자라고 부르지, ‘스캐빈저’라 부르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튼 지도에 나온 세력 구도를 보면 대부분 수도인 도쿄 주변에서 ‘언더시티’를 만들거나 세력권을 구축해서 도쿄로 들어와서 약탈, 방화, 납치 등등 범죄를 저지르며 자신들의 세상처럼 살고 있었다.

“특히 이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노리는 것은 야쿠자들로, 대부분 사업체화에 성공한 데다 뒷세계 사업까지 같이하고 있기에 큰 부를 축적한 이들입니다. 또한 AV 사업과 도박, 창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빼앗기 위해 스캐빈저들이 노리고 있습니다.”

“맛있는 걸 먹고 있으니 그걸 노리는 거겠지. 또 정부나 특무부대에 지원 요청을 하지도 못할 테니까…….”

“예, 맞습니다. 그래서 나름 ‘항쟁’이라면서 스스로 대응하려 했지만 아시다시피… 이 세계에 몰려든 스캐빈저들은 모두 범죄 조직 간의 전투에 이골이 난 놈들이라. 특히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게 성좌 도살왕의 스캐빈저들입니다. 놈들은 대인 전투는 물론이고 시가전에 이골이 난 놈들… 인간 사냥꾼, 살점 사냥꾼이라고 자칭할 정도로 무서운 놈들입니다.”

그들에게 당한 것이 치가 떨리는 듯 몸을 떨며 분개하는 특무대원이었다.

특무대원들도 나름 각종 훈련을 하긴 했지만, 인간 사냥 방향으로 완전히 특화된 스킬을 가지고 있는 도살왕 계열 스캐빈저들을 당해 내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놈들은… S급 헌터에 준하는 각성자가 둘이나 있었습니다. 평양 언더시티의 지배자로 유명한 박숙자와 원산 언더시티의 지배자인 곽원호 말이죠.”

“둘? 하나 더 있지 않나? 우리 정보에 의하면… ‘사도’로 승천한 이 목사가 있을 텐데?”

“그게, 이 목사도 포함되었다곤 하는데… 오늘 다시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평양에서 그의 모습이 확인되었답니다. 여기, 위성사진 및 해킹과 정보원으로부터 얻은 영상입니다. 기존의 그의 신체 데이터와 대조해 본 결과 99.5퍼센트의 일치율이 확인되었습니다. 아마 잠시 볼일이 있어서 간 걸로 추정됩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부터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비행기, 배편에 대한 탐색은 물론 불법으로 침입해 오는 자들에 대해 철저히 기록해 주시길 바립니다.”

트리토니아스는 특무대원이 내미는 자료를 보고서 이 목사가 평양에 있음을 확신했다.

인간의 몸으로 S급 몬스터의 지위, 즉 직속 사도로 승천한 그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었는데 지금 이곳에 없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바다와 하늘길을 모두 철저히 봉쇄하고서 스캐빈저들을 처리하기 위한 작전을 구상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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