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68화 (168/293)

[168화]

“이런 제기랄!”

“뭐 해? 빨리 떨어뜨려! 몸을 던져서 저 괴물을 땅에…….”

[저놈만 있는 게 아니다…….]

쿠우우우우웅! 그그그그극!

재앙은 화군대장군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반대편 벽을 뚫고 또 하나의 대장군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꽃과 나무, 이끼로 뒤덮인 대장군, 목군대장군이 덩굴뿌리와 줄기를 밀어 넣으면서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후지와라 및 다른 S급 헌터들은 모두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몰랐다.

자신들은 9명이고 S급 몬스터 하나당 4명, 5명으로 나눠서 붙으면 싸울 수 있었지만 여기는 지금 지상에서 수백 미터 높이의 상공이었다.

“어떻게든 떨어뜨려! 이 수송기가 추락해선 절대 안 된다!”

“말은 쉽지! 젠장! 여기 비좁아… 서… 헉! 후지와라! 저, 저길 봐라!”

“저, 저건?”

더 충격적인 것은 목군대장군이었는데, 수송기에 매달려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과 동시에 지상으로 마치 사다리 줄을 내리듯 뿌리줄기를 빠르게 떨어뜨리고 있었다.

심지어 더 환장할 일은 이미 또 다른 대장군으로 보이는 몬스터들이 그것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 나무! 나무 같은 놈부터 처리해!”

“젠장! 검기로도 흠집밖에 안 나! 불로 태워야 하는데!”

“여기 다 폭파시킬 일 있어?”

“아니면 벽면째로 잘라 버려!”

“이미 덩굴이 깊숙이……! 저 뒤에 화군대장군부터!”

아비규환과 혼돈의 연속. 후지와라 길드장은 어떻게든 수습하고 싶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아니, 지금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하나 있긴 했다.

그것은 한 사람이 S급 몬스터를 묶는 동안 그대로 땅에 떨어지는 것. 바로 위대한 희생 전략이었다.

“젠장, 이대로 있다간 모두 당하고 말 거요. 누군가가 저놈을 잡아서 떨어뜨리지 않으면 우린…….”

[전부 죽일 것이다아아아!]

“누가 한단 말입니까?”

“마음 같아선 내가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나는 후방 전담이오. 놈들을 밀어낼 스킬도, 같이 떨어질 만한 스킬도 없소. 그러니 이 일은… 다른 이가 가미카제 정신으로 해결을……!”

그그그그그그극!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고, 목군대장군이 있는 방향으로 수송기가 갑자기 기울기 시작했다.

아마 목군대장군이 뻗은 줄기를 수많은 사령들이 붙잡고 올라오고 있는 것이리라.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죽을 판이었다.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상황. 같이 타고 있는 A급 헌터라도 써먹으려고 했지만, 그들도 S급은 아니어도 곧 S급에 오를 사람들인지라 후지와라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 그냥 이대로 저기 철판이랑 같이 떨어뜨리는 게…….”

“하다못해 모두 저 목군대장군부터 처리합시다. 어이! 거기 너! 위대한 일본을 위해 목숨 바칠 각오가 되었다고 했지? 지금이 그때다. 어서 나서서 저놈을 처리해!”

“웃기지 마십쇼. 가미카제 같은 거 할까 보냐? 희생당하는 놈만 멍청한 거 다 아는데?”

“젠장!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나, 나도! 나도 싫어! 으아아아! 떨어진다아아아!”

덜컹! 쿠우우웅!

수송기 내부라는 제대로 싸울 수 없는 곳에, 9명이나 있었지만 결국 말로만 숭고한 희생이니 일본의 정신이니 떠들기만 하고 그 누구도 모범을 보이지 않던 S급 헌터들.

그러니 그 아랫사람들도 서로 눈치만 보며 나설 수 없게 되었고, 그 결말은 수송기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소리와 함께 불기둥이 솟아올랐고, 안에선 역시 각자 생존 스킬로 살아남은 헌터들이 튀어나왔다.

이미 협동 정신은 완전히 깨진 상황. 헌터들은 살아남기 위해 각자 길드끼리 뭉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 목표는 무조건 각자 생존이었다.

“바다만이 살길이다. 모두 뛰어!”

“젠장! 아니야! 동쪽으로 가야 해!”

“이, 이봐! 다들 흩어지지 마! 그게 더 위험해! 모여서 화력으로…….”

“그건 이미 끝장났어! 이 멍청아!”

이성보다 생존 욕구가 우선되기에 누군가가 현명한 조언을 해도 무시당하는 상황.

멀리서 이 장면을 바라보던 천군대장군은 승리를 확신하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핫! 이보게, 지군대장군, 인군대장군. 저게 보이나? 저게 이 ‘일본’이라는 곳에서 가장 강한 헌터들이라는 자들일세. 꼬리 잘린 원숭이처럼 도망가는 꼴이라니! 차라리 암군대장군을 이겼던 놈들이 더 기대되는군.]

[그놈들은 저 바다 건너에 있습니다. 상대하려면 역시 바다를 건너야겠지요. 아무튼 놓치지 않도록 금군(金軍)과 수군(水軍)을 미리 보내 놓았습니다. 명군(明軍), 토군(土軍)은 나고야로 먼저 진격시켰고, 남은 건 우리 천지인뿐입니다.]

[좋아. 남은 일은 모조리 사냥하는 것뿐이군. 화군, 목군, 금군, 수군에게 전해 주게. 놈들을 포위하고 진을 빼서 생포하라고 말이야. 교섭 도구로 써야겠어.]

[물론입니다. 저희도 이딴 시시한 전쟁터보단 바다 건너로 가고 싶으니 말이죠. 용봉왕, 얼어붙은 지배자, 도살왕… 듣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적수들!]

[그거 도살왕은 빼라고 몇 번을 말하지 않았나? 망했다니까…….]

인군대장군의 말을 정정해 주면서 천군대장군은 도망치는 사냥감을 쫓는 사령병과 기마병들에게 놈들을 생포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드디어 바다를 건널 찬스가 생긴 것에 보다 더 큰 전쟁이 벌어지길 기대했다.

***

시코쿠 기지.

그 시각, 이런 일이 일어난 일본 정부는 그야말로 비상사태였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보냈다고 생각한 수송기가 내부인의 배신으로 추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나고야 방어선에 있는 S급 헌터들을 소집하게! 다, 당장 구해야 해!”

“무립니다! 지금 명군대장군과 토군대장군 두 S급 몬스터가 군을 이끌고 나고야로 가고 있습니다. 이를 상대하려면 특무부대 헌터 7명 전원이 방어 전선에 나서야 합니다.”

“구출대를 편성해서 9명을 구해 온 다음에 같이 수비를 나서는 게 낫지 않은가? 9명일세! S급 9명! 국가의 존망이 흔들릴 수 있는 S급 헌터가 자그마치 9명! 그 모두를 날려 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하지만 그들을 구하려다가 오히려 헌터들 전원을 잃을 수 있는 판국입니다. 진정하십시오, 총리님.”

총리를 비롯해서 특무부대 헌터와 일본 헌터 협회의 간부들이 다급히 방안을 내놓으려고 했지만, 안 그래도 고생하는 헌터들을 아끼는 특무부대장은 극구 반대하면서 구출대 편성을 거부했다.

“일단 유성원 헌터를 부르죠.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입니다. 비용이고 뭐고 빨리 구출해야 합니다. 특히 그 용을 타고 날아다닐 수 있는 기동성은 지금 더더욱 필요합니다. 신속히 연락을!”

“예! 알겠습니다. 협회 노선을 통해 연락하겠습니다.”

그리고 자국 헌터들에게 비상이 걸리자, 현재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헌터인 유성원에게 연락하는 건 매우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들이 연락할 즈음, 유성원은 성 꼭대기에서 최근 몇 달간 진척이 생긴 전선 도시의 개발과 정비, 그리고 각종 건물들이 쑥쑥 올라가는 것을 보며 심시티의 재미를 맛보고 있었다.

“오오… 이제 제법 도시 티가 나네요. 날마다 변하는 게 참 보기도 좋고 말이죠.”

“그게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즐거움이지. 게다가 가장 위험한 곳에 자리해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되어 가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돈을 신강남만큼 처발랐으니까요. 하하하. 그나저나 여기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넘쳐 나서 난리라면서요?”

“그렇다네. 이제 본격적으로 마정석 열차도 뚫려서 사람들과 물류의 이동도 편해졌고, 여기 실정을 알게 되니 너도나도 오고 싶어 하는 거겠지.”

신강남이 기존의 강남에다 S급 헌터 둘이 있는 서울 길드라서 번영한 것을 생각하면 SS급 헌터인 유성원이 돈을 퍼붓는 곳이라는 소리에 너도나도 들어오고 싶어 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유성원 측은 이 도시가 일종의 군사 영역이라는 것을 빌미로 사람과 회사의 진출을 강력히 통제하면서 한국의 경제계와 기업계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또한 각종 투기 및 사기를 경계하기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었다.

“부동산 통제 등등 다 좋네만, 이게 모두 전선 도시여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언젠간 그 핑계를 쓰지 못하게 된다는 것도 말이야.”

“어차피 이 도시는 뻥카예요. 한때의 천국처럼 보이는 거죠. 그때까지 저 망할 정부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땐 될 대로 되라니까 손 놓을 거예요.”

“뭐, 그건 자네 마음이니 상관없네만 아영이라든가, 아니면 언젠가 생길 자식을 생각하면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가? 요새 그 아가씨와의 관계가 상당히 진전된 것 같은데 말이지.”

“그거야 그런데… 가족에게 물려줄 환경이랑 세상 이야기는 다르죠. 그걸 생각했다면 저들이 저 꼴이 났겠습니까?”

유성원의 당연한 말에 반박이 나오지 않는 백가연이었다.

아무튼 그의 일로 인해 한국 정부가 큰 자극을 받아서 그동안 많은 개선을 해 온 것은 사실이었다.

일단 3대 길드 체제는 이제 완전히 붕괴되었고, 전지아 헌터와 협회장을 중심으로 협회 중심 운영을 시작했으며, 애초에 외국계였던 올림푸스 길드는 지망자만 받으면 되기에 거기에 협력하는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내부 고발자랑 공익 신고자들을 특채로 배치한 게 엄청 도움이 되었어요. 진짜 특효약이라니까요. 그 사람들~ 좀 미안한 소리이지만 미끼 역할로도 좋았죠.”

“뭐, 그들의 신변을 잘 지키기만 하면 뭐라 할 생각이 없네. 철저히 지켰으니 상관없지.”

“천검군 기사들이 보통이 아니더라구요.”

“아, 그 친구들… B급 헌터 레벨이었던가?”

각종 시설의 설치와 인원 수급 문제, 또 반년간 구른 덕분에 나름 노하우가 생긴 유성원은 전선 도시가 안정화되자 포인트를 절약해서 상위 병종 천검군 기사를 소환해서 써먹었다.

천검군 기사. 역사에 이름을 남긴 기사는 손에 꼽히지만 그 전설적인 부대를 함께한 이 기사들은 하나하나가 B급 헌터에 준하는 무력을 지닌 자들이었는데 포인트가 매우 비쌌다.

하지만 고급 인력인 만큼 요원 호위 및 전투 능력은 출중해서 거리낌 없이 노림받을 만한 사람들에게 배치한 것이었다.

“딱 이대로 계속 자극 주면서 우리는 방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어? 잠시만요. 갑자기 연락이… 보자~ 일본? 뭐지?”

“자네에게 연락이 왔다는 것은 꽤나 급박한 사태라는 소리인데… 토벌이 잘못된 것 같군.”

“…불길하네요. 하아~ 여보세요? 예? 누구시죠? 일본 정부요? 네. 그러니까… 빨리 와 달라고요? 아, 이유나 좀 말해 주면 안 될까요? 네? 토벌대가요?”

설명을 들은 유성원은 깜짝 놀랐다.

토벌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건 어차피 싸움 여파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일이지만, 아예 토벌을 시작하자마자 수송기가 터져서 전장에 제대로 착지도 못한 채 위기를 맞은 것은 처음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대체 사람 관리를 어떻게 했는데요? 토벌 멤버는 헌터뿐만 아니라 군인들도 진즉에 인적 사항 다 체크했을 거 아니에요? 어떻게 내부 배신이 나오죠? 성좌든 뭐든 이거 참…….”

(아, 아무튼! 지금 상황이 매우 시급합니다. 구출 작전을 해야 하니 빨리 와 주십시오. 비용은! 물론 섭섭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해서 가도록 하죠.”

(예! 물자 같은 건 여기서 다 준비할 테니 그 용을 타고 한시바삐 날아오시길 기다리겠습니다.)

비용을 섭섭지 않게 드리겠다는 말에 유성원은 곧바로 승낙하고는 성을 내려가서 크록베인, 가울프, 섬멸, 아칼론을 호출했다. 그다음엔 곧장 엘드라엔을 타고 일본을 향해 출발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