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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30화 (130/293)

[130화]

전략적 이유로 수송기를 빌리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안 그래도 유성원 일행이 빨리 투입되길 바라는 건 정부와 협회의 의사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나 전략상에서 살짝 문제가 생겼는데, 유성원 측이 세운 코어 던전을 미끼로 아크데몬 비스트를 유인한다는 작전이 국방부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지금 급한 건 ‘코어 던전’이 아니라 ‘개성’에 갇혀 있는 우리 국군과 헌터들의 안위일세! 돈을 받았으면 제발 돈 준 쪽의 명령에 따라 주……!)

“예예. 얼른 수송기나 보내 주세요. 기름 가득 넣어서~”

(이봐, 지금 내 말…….)

어차피 수송기를 타면 자신들 마음이었기에 대충 듣고 끊어 버리는 유성원이었다.

그 잘난 사령관이니 육군 대장이니 하는 것도 대한민국이 유지되어야 뻐길 수 있는 거지, 절박한 주제에 말도 안 되는 명령을 해 대니 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암만 봐도 이번 작전을 조져서 책임져야 할 인간 vs 냉정하게 내린 판단. 어느 쪽이 맞는지는 불 보듯 뻔하지.”

“현명하십니다, 폐하.”

“아무튼 수송기 오는 대로 후딱 이동할 준비해. 내키지는 않지만 저렇게 현금이랑 물건 쌓아 주는데 가야지. 씁.”

혹시나 무를까 봐 정부와 협회에서는 미리 아이언 포트리스 입구에다가 상당한 양의 마정석과 현금을 대기시켜 놨고, 거기에 요구만큼 언제든 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은 것이었다.

이런 걸 보면 ‘진짜 대한민국의 명줄이 걸린 위기구나.’라는 게 체감이 확 되었다.

“장벽 건은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네. 대체 왜 도박처럼 공세 나가는 걸 내질렀을까요?”

“SS급 헌터에 대한 지식이 자네 때문에 어긋난 거겠지. 청룡 길드의 그 친구도 자네만큼 한다고 착각한 거지.”

“개인 전투력이라면 뭐~ 그렇긴 하겠습니다만… 저는 이상하게 부산물이 많아서요.”

“그 훌륭한 전투력에 정신까지 겸비한 기사들이 ‘부산물’? 배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구먼. 심지어 더 소환 가능한 상황인데도? 아무튼 유청 경에게 들어 보니 작전은 합리적이네만, 그들 말대로 코어 던전을 미끼로 했는데 아크데몬 비스트들이 오지 않으면 어쩔 텐가?”

“어쩌긴요. 그대로 뒤통수 까야죠. 설마 코어 던전 돌자고요?”

백가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성원의 표정은 또 구겨진다.

왜 이렇게 남의 목숨 가지고 도박하자고 하는 인간이 많은 건지. 불쾌하기 짝이 없어진 그는 못 들은 척 고개를 저으면서 단호히 부정한다.

“아, 싫어요, 싫어. 그거 돌아서 저한테 뭐가 좋은데요?”

[명예!]

[정의…….]

“최강에 대한 도전!”

[빛나는 승리의 기사도.]

“천검군의 새로운 전설!” ×2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망할 기사들 넷과 유청, 진석이 나란히 뒤에 나타나서 한마디씩 외쳐 대었다.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충성스러운 저 기사 놈들이 한술 더 뜨자 어처구니가 없는 유성원이었다.

뭐라고 말리고 싶었지만 죄다 무슨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애 같은 순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니, 대놓고 부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 그러니까 얘들아, 지금… 목표는 그러니까 일단 헌터랑 병사들 구하는 거잖아? 그것부터 하자. 응? 코어 던전은 미끼고, 지금은 밖에 있는 아크데몬 비스트들을 잡는 게 메인! 오케이? 오케이?”

[으음… 그게 좋을 것 같다.]

“하긴 약자도 구해야죠.”

간신히 유성원의 변명에 납득한 기사들은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듯 성소 관문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진땀 나는 이야기를 마치는 사이, 공군에서 보내온 수송기가 아이언 포트리스에 도착했다.

곧바로 짐이 실어졌고, 유성원은 엘드라엔을 불러서 타고는 그들과 함께 곧바로 북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목적지는 평양에 있는 코어 던전 입구였다.

***

개성, 도시 외곽.

평양으로 진군하던 국군은 결국 개성까지 후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희생이 어마어마하게 컸다.

일단 병력은 평양으로 진군하던 군대가 3분의 1을 제외하고 죽거나 행방불명. 사실상 추격해 오는 스캐빈저와 몬스터에게 죽었다고 봐야 했으며 헌터 또한 수천 명이 죽은 것은 물론 지금 던전을 돌고 있는 인원을 구출 못해서 난리였다.

그리고 가장 강한 길드였기에 최후미에서 적과 싸웠던 청룡 길드도 만만치 않게 중, 하위 헌터들의 희생이 심각했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S급 3인방은 무사하다는 점이었다.

“끔찍하군. 그보다 왜 몰아넣고는 공격을 안 해 오는 거지?”

“그걸 어떻게 압니까? 형님. 우리야 일단 한숨 돌리니 다행이죠. 사령부에선 뭐라고 합니까?”

“유성원 그놈을 보내 준다더군. 자그마치 100조나 들여서 말이지.”

“와아, 그 새끼, 사실 머리 좋은 거 아닙니까? 캬아아아~ 100조면, 이야~ 아무튼 놈이 오면 그래도 살긴 살겠네요.”

“저 마력 장벽을 넘어서 도망갈 방법이 없으니 말이지. 그렇다고 여기 병사와 우리 모두가 성좌 도살왕에게 먹히면 그걸로 대한민국의 운명은 끝이니 말이야.”

그렇기에 사령부에서는 그들을 살리기 위해서 100조라는 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유성원을 보낸 것이었다.

다만 이해가 안 가는 건 자신들을 개성에 몰아넣고 움직이지 않는 아크데몬 비스트들이었는데,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걱정이 되는 고천수였다.

놈들에게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몰아치면 좋을 이 타이밍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무언가 더 잔인한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

“먹어라! 마셔라! 우효오오오! 대승이다! 대승!”

“지금 장군님, 수령님께 기도 중인데 시끄러!”

“와, 레벨 많이 올랐네요.”

하나 그런 우려와 달리 스캐빈저들과 아크데몬 비스트들은 승전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고 각자 잡은 인간 제물을 바치거나 서로 떠들면서 흥겨운 상태였다.

애초에 정규 군대 같은 것이 아니었기에 개성에 방어진을 치고 있는 군대와 헌터들을 먼저 공격해서 매 맞고 싶지는 않았으리라.

[못 먹을 건 아닌데……. 역시 이 목사가 해 준 것만은 못해.]

[너무 이 목사의 음식에 물든 거야. 음머어어. 아오! 이거 죄다 수컷 고기뿐이야. 질기고! 제길!]

[아무튼 배는 채워야겠는데… 꽥꽥, 근데 프르제발스키는 어디 갔냐?]

그리고 아크데몬 비스트들도 산더미처럼 쌓인 군인들의 시신에서 군복과 군화를 일일이 벗겨 가면서 만찬을 즐기는 중이었는데, 익숙한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신마승천(神馬昇天)으로 하늘을 나는 말 수인이 된 프르제발스키와 그의 부하들이 안 보였던 것이다.

[므우우! 걔는 역시 걱정된다면서 어디로 간다는데?]

[꽈악? 토류랑 토사독 쪽도 별일 없다고 했잖아. 왜 간 거래? 갑자기 재미없대? 이렇게 포식할 찬스인데?]

[음무? 몰라. 아무튼 걔는 떠났으니 인간들 먹는 건 우리 몫이지. 아, 맞다. 너 돌아갈 때 이베리코 거 밥 챙겨 가라. 먹고 나면 다시 싸워야 하는데… 걔가 마법진 안 지키면 다 놓치니 말이야.]

[꽈악! 알았다.]

그렇게 아크데몬 비스트들도 식사 중이었기에 이들이 움직이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그 와중에도 유성원이라는 인간에 대해 불안했던 프르제발스키는 따로 움직였다.

물론 인간들이 가져온 정보를 못 믿는 건 아니었지만, 이때까지 두 번 당했을 때의 패턴이 그에게 크게 각인되었던 탓이다.

[푸르륵… ‘레그혼’ 때 한 번, ‘렘렘’ 때 두 번 속았으면 되었지. 같은 패턴에 세 번 당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안 그런가? 인간?]

“아니, 우리 인간들 사이엔 ‘삼연벙’이라고 세 번까지는 봐주는 습성이 있어서…….”

[푸르르륵! 그러면 적어도 나는 너희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게 설명이 되겠군.]

그 덕분에 마력 장벽을 넘어가려는 유성원 일행을 알아채고 그들의 진행로를 막게 된 프르제발스키였다.

설마 자신들의 생각을 꿰뚫어 볼 줄 몰랐던 유성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면서 계속해서 날아오는 수송기를 향해 선회하라고 통신을 보냈다.

새하얀 털과 날개를 가진 백색의 준마, 거기에 은은한 빛의 아우라까지. 누가 봐도 신의 사도 같았다. 인간을 먹는 존재라고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었다.

“딱 봐도 레그혼이 쓴 비장의 수와 같은 거군. 그때랑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달라서 그런데, 혹시 변신 한 번 더 남았으면 미리 해 줄래?”

[푸르르륵! 예전과 많이 달라졌군. 하나 나를 그 ‘레그혼’과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산은 경기도에 있어, 말대가리 씨. 아무튼 이러면… 보자. 엘드라엔, 보너스가 눈앞에 있다. 잘할 수 있지?”

크오오오오!

포효로 대답을 대신하는 엘드라엔이었다.

그리고 유성원은 그대로 티탄의 말뚝을 꺼내어 프르제발스키에게 겨눈 채 공중전이 가능한 ‘섬멸’과 ‘아칼론’을 성소에서 미리 불러냈다.

프르제발스키 또한 싸울 준비가 되었다는 듯 법의 안에서 책을 꺼내 펼쳤고, 그의 뒤에 있는 날개가 달린 수많은 말 머리 수인들도 각자 무기를 들고서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전에 볼 때와 다르게 종교인이셨나? 거기엔 뭐가 쓰여 있지? 이 목사처럼 인간 조리법이라도 쓰여 있나?”

[푸르륵! 불경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푸르륵! 하나 상관없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정의’가 다시 설 테니!]

‘…쟤 말투, 갑자기 왜 저래?’

[푸르륵! 나는 프르제발스키! 보통은 위대하신 우리의 성좌 도살왕 님의 ‘아크데몬 비스트’라 말하나! 진정한 적수! 위대한 성좌의 진정한 적이 나타났을 때가 바로 나의 사명! 나의 ‘서약’을 이룰 때이니!]

‘…사명? 서약? 설마?’

[나야말로 ‘성좌 도살왕’의 성기사! 프르제발스키! 황금 용기사여! 형제를 쓰러뜨리고 또 도살왕을 방해하는 너를 내가 쓰러뜨릴 것이다. 와라! 나의 신마(神馬)여! 나의 갑주여!]

말(馬).

체스에서 나이트(Knight)는 말의 모양이다.

그리고 장기에서도 마(馬)라고 하는 장기말이 있고, 그렇기에 말(馬)은 대부분 전쟁을 위한 가축이며 기사(騎士)의 상징이었다.

프르제발스키는 자신이 말(馬)이면서 동시에 기사(騎士)인 자. 신을 따르는 믿음까지 있는 성기사였다.

히이이히히히힝!

[왔구나, 나의 분신(分身)이여.]

고로 신마승천(神馬昇天)은 자기 자신이 승천한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타는 말을 상징한다.

프르제발스키의 선언과 함께 그의 곁에는 그의 말 머리와 비슷하게 생긴 신마(神馬)가 강림했고, 어느새 나타난 적색과 백색의 풀 플레이트 메일이 그의 몸에 장비되었다.

그와 동시에 손에는 거대한 랜스와 방패가 쥐어지면서, 프르제발스키는 날개 달린 신마(神馬)를 타고 완전무장한 기사의 모습이 되었다.

[성기사 프르제발스키 경, 데이터 입력 완료. 마스터, 부러움. 부러움.]

“오오, 다른 성좌 세력의 성기사라니! 단장님, 땡잡으셨어요. 아! 가슴이 두근거려! 단장님, 너무 부럽다아~”

“어디가! 부러운데! 저거 봐! 말이 말을 타고 있다고!”

심지어 그 모습을 본 아칼론과 섬멸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그 성기사 프르제발스키와 싸우게 된 유성원을 진짜로 부럽다는 듯 쳐다보았다.

하지만 유성원은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외양부터가 등에 날개를 단 말 머리를 한 수인이 날개 달린 말을 타고 있는 모양새라서 크리스마스트리도 울고 갈 정도로 과도한 모습이기도 했고, 이제 와서 아크데몬 비스트라는 놈이 ‘성기사’라고 하니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이 모습과 이 무구는 오직 내가 맺은 사명과 서약을 위한 것. 강대한 힘을 제멋대로 야만적으로 휘두르면 그거야말로 짐승과 같은 일. 기뻐해라, 유성원, 아니 황금 용기사여! 이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너에게는 명예로운 일이다.]

[긍정. 완벽한 기사도의 이해. 명망이 높아 보임. 100점 만점에 100점.]

“큿… 분하지만 감동적이네요. 눈물이…….”

[스스로 기사도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기사를 만나 배우는 것 또한 중요한 일입니다. ‘성기사 프르제발스키’ 경의 훌륭한 말과 행동은 기사도의 귀감을 만족시켰습니다. 신에 대한 믿음과 기사도 모두를 겸비한 그를 당신도 본받으시길 바라며 정정당당한 싸움을 하십시오.]

[보상:‘성기사 프르제발스키’ 경과의 전투 승리 시 추가로 보상이 주어집니다.]

‘이거 진심이냐?’

중후한 미성으로 말하며 랜스를 겨누는 프르제발스키의 모습을 아칼론은 제멋대로 채점하고 있었고, 섬멸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었다.

심지어 자신의 기사도 특성까지 감동했다면서 보상까지 얹어 주고 있었으니, 유성원은 더욱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 말대가리는 결국 아크데몬 비스트였다.

식인을 하고 인간을 위협하는 적인데, 대체 모습 하나 바뀌었다고 저러는 게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어이가 없네. 하지만 결국 너를 무조건 쓰러뜨려야 한다는 건 알았다. 나는 황금의 용기사 유성원! 인류의 적! 성좌 도살왕의 수하 아크데몬 비스트이자! 성기사 프르제발스키 경! 지금부터 너를 쓰러뜨리겠다.”

[나 또한! 내가 믿고 따르는 신과! 나의 명예를 위해! 싸우겠노라! 가자! 나의 분신! 신마(神馬)여!]

선언이 끝남과 동시에 말을 탄 프르제발스키와 용을 탄 유성원이 서로에게 무기를 겨눈 채 날아들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프르제발스키의 부하인 천마(天馬) 수인들과 아칼론, 섬멸도 자신들의 주인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라 전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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