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204)화 (204/208)

NIS의 천재 스파이 (204)

“하트는 자신을 따르는 멤버들을 포섭, 회유하는 한편. 자신의 사람들을 조직의 세 멤버로 영입. 조직 내에서 최대 파벌의 수장이 되려고 하더군.”

“…….”

“그런 한편으로 방해가 되는 자는 조직 외부 인사건, 조직 멤버이건 가리지 않고 없애려고 하더군.”

“…….”

“그런 하트를 킹이나 퀸이 제지할 줄 알았는데, 둘 다 방치하더군.”

“…….”

“무슨 생각에서 방치하는지는 몰라도 조직 규약상 좌시할 수 없는 위해 행위라 제재가 불가피했다네.”

월리엄 국장이 계속 말했다.

“게다가 에이스인 조나단 대통령이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더군.”

월리엄 국장은 마치 다른 사람 얘기를 하듯 말하며 대화 아닌 대화를 주도했다.

“…….”

월터 부국장은 침묵하며 월리엄 국장을 가만히 마주 보았다.

“아무래도 손을 써야 할 것 같아…….”

“…….”

“이왕 손을 쓰는 김에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자 싶었지. 기왕이면 조직 내에서 내 지분과 영향력을 높이는 것도 도모할 만하다고 생각했었지.”

“…….”

“하지만 마땅한 수단이나 방법이 생각나지 않더군. 섣불리 움직이면 역으로 내가 당할 것도 같아, 제3의 외부 인사나 외부 세력을 이용해 조직을…….”

차도살인!

월리엄 국장이 그것을 슬며시 입에 올렸다.

일순.

“그런데 JK. 시먼스가 일을 망치기 시작하더군.”

월리엄 국장이 서늘한 눈빛을 띠었다.

“파이브 아이즈……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비교하면 손색이 있긴 하지만, 아시아 전체를 놓고 보면…….”

“…….”

“러시아와 중국을 감시 및 견제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동맹인 한국을 상대로 JK. 시먼스가…….”

“…….

“시먼스를 그때 처리하려고 했는데, 가만히 지켜보니 꽤 재미있는 상황이 생길 것 같아…….”

“…….”

“그래서 적당히 시먼스의 뒤를 봐 주었지.”

“…….”

“시먼스는 나름 상층부로 올라가기 위해 무진 애를 쓰더군. 몇 번이나 거듭 무리수를 두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

“조용히 내버려 두고 지켜볼 만은 했다네.”

월리엄 국장이 은근 유쾌했었다는 감정을 내색했다.

*    *    *

잠깐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월리엄 국장은 꽤 많은 것을 말했다.

그의 말에 월터 부국장은 이렇다 할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내심 놀라는 한편으로 매우 당황했다.

월리엄 국장이 계속 말했다.

“확실히 무리수는 탈을 불러오더군. 그래도 우리 미국의 동맹이고 우방국인데. 한국을 상대로…… 과하다 싶었지.”

“…….”

“그래서 자네를 움직인 거네.”

“…….”

“시먼스를 제지하라고 자네에게 힘을 실어 주었지.”

“…….”

“뭐, 덕분에 차은성과 자네가 이어지게 되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으니.”

“…….”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럽네. 하하하.”

후련하다는 듯.

월리엄 국장이 크게 웃었다.

월터 부국장은 담담했다.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월리엄 국장이 웃음을 그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이내.

월리엄 국장이 웃음을 그쳤다.

그러자 월터 부국장이 천천히 말했다.

“결국 저와 다른 사람들 모두!”

“…….”

“국장님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거로군요.”

월터 부국장의 말에, 월리엄 국장이 살며시 미소 짓더니.

씨익.

은근 득의만면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게. 다 우리 미합중국을 위해서니깐 말이네.”

“…….”

“AOA는 너무 오랫동안 이면에만 있었네. 그리고 내부적으로 이런저런 파벌 다툼이 끊이지 않았지.”

“…….”

“아디 그뿐인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곪아 가고 있었지. 흐르지 않고 한곳에 가두어 둔 물이 썩어 가듯이.”

“…….”

“하하. 이젠 아무 걱정이 없네. 이제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었으니깐 말이야. 그리고…….”

월리엄 국장이 이어 말하려 했다.

그러자 월터 부국장이 말하며 월리엄 국장의 말을 중간에서 끊어 버렸다.

“이제 AOA는 국장님 수중으로 들어오겠군요.”

월리엄 국장이 말없이 입가에 미소 지었다.

씨익.

천천히.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AOA는 새롭게 다시 태어날 걸세. 물론 내 뜻대로!”

월터 부국장이 물었다.

“이제 저는 어떻게 됩니까?”

월리엄 국장이 안타깝다는 눈빛을 띠었다.

“방금 전까지 난 자네를 살려 둘 생각이었네. 내가 조직을 장악하는 데 차은성과 함께 자네 공이 가장 컸으니깐 말이야.”

“…….”

“하지만 내가 조커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군.”

월리엄 국장이 말하며 손을 들더니 상의에서 S&W 자동 권총을 꺼냈다.

월터 부국장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S&W 자동 권총을 겨누는 월리엄 국장을 바라보았다.

“유감이네.”

월리엄 국장이 S&W 자동 권총으로 월터 부국장의 심장을 겨눴다.

“혹 이런 생각 안 해 보셨습니까?”

월터 부국장의 말에, 월리엄 국장이 흠칫했다.

“지금까지 저와 주고받았던 대화를 차은성이 모두 다 듣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뭐?”

월리엄 국장이 놀라 반문하는 순간.

퍼억!

99mm 나토 탄이 월리엄 국장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박혔다.

핏방울이 몇 튀고 월리엄 국장의 몸이 왼쪽으로 기우뚱거리더니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월터 부국장이 천천히 고개를 숙여 죽은 월리엄 국장을 보았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은 권력이란 힘을 가진 자들과, 보다 더 크고 강한 힘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에 젖은 자들이죠.”

월터 부국장이 이어 말했다.

“이제 모든 것이 다 끝났네.”

보청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왼쪽 귀 깊숙이 꽂아 둔 무선 이어폰에서 차은성의 낮은 음성이 들렸다.

―글쎄요. 아직 한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의 뒤처리를…….

차은성이 말하기 시작했다.

월터 부국장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그런…….”

―뒤처리를 부탁드립니다. 부국장님.

“알겠네. 그런데 말이네. FBI의 하비에와 그의 팀이 자네를 대상으로…….”

―…….

“조커까지. 자네 덕분에 깔끔하게 AOA를…….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난 까맣게 몰랐을 거네.”

―…….

“그리고 자네가 아니었다면 방금 전 난 죽었을지도 모르네.”

월터 부국장의 말에, 차은성이 이어폰을 통해 말했다.

―믿을 수 있는 친구는 늘 행운을 안겨다 주는 법이죠.

월터 부국장이 순간 실소했다.

“풋!”

―…….

“친구라……. 나쁘지 않지.”

―그럼, 다음에 또 뵙죠.

“조심해서 돌아가게. FBI의 하비에 팀장과 그의 팀을 유의하고.”

―알겠습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부국장님.

이어폰에서 들리는 차은성의 말에, 월터 부국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잠시 뒤.

월터 부국장이 뒤돌아 서 있었다.

그는 폰을 귀에 대고 통화 중이었다.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의장님.”

“…….”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라…… 현재 매우 다급한 상황이라 부득불 이렇게 무례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

“네. 내란이 우려되는 긴급 상황입니다. 네에. 곧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월터 부국장이 통화를 끝내고 귀에서 폰을 뗐다. 그리고 상의에 폰을 집어넣었다.

천천히.

월터 부국장이 뒤돌아섰다.

―눈에 들어오는 죽은 월리엄 국장.

월터 부국장의 머리에 자연스럽게 차은성이 떠올랐다.

“대단한 친구야.”

중얼거리며 경탄의 눈빛을 띠었다. 새삼 차은성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혼자서.

AOA와 같은 초국가적인 조직의 상층부를 모조리 다 괴멸시켰다.

사람을 죽이는 데에 있어, 가히 천부적인 자질과 능력을 타고난 것 같다.

무슨 천재처럼!

*    *    *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미국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과 혼란을 겪었다.

모든 것은 극비리에 진행되고 처리되었다.

상원 정보위원회를 중심으로 극비리에 청문회가 열렸다. 해당 청문회에는 맥슨 부통령을 포함하여 정부 요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월터 부국장은 해당 청문회의 핵심 증인으로 증언대에 섰다. 그리고 그가 아는 모든 것을 말했다.

그의 말은 청문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충격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    *

며칠 후.

하비에는 월터 부국장과 마주 앉았다.

그는 월터 부국장으로부터 차은성과 AOA에 관한 모든 것을 전해 들었다.

하비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황당함에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충격도 이만저만한 충격이 아니다. 매우 비현실적이라 하비에는 반쯤 넋을 놓았다.

월터 부국장은 그에게 차은성에 관한 수사를 모두 종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상, 하원과 백악관에서 차은성과 AOA에 관한 모든 것을 극비리에 처리하기로…….”

“…….”

“이미 차은성에 대한 사면이 결정되었으니, 차은성에 대한 수사를 여기서 종결해 주었으면 하네.”

“…….”

“만약 자네가 계속 수사를 이어 나가고자 한다면, 부득불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네.”

“…….”

“모든 것은 묻혀야 하네. 절대 외부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일이네.”

월터 부국장의 간곡한 말에, 하비에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    *    *

몇십여 일 후.

와히브 최대 규모의 이슬람 사원 아스마엘.

사실상 왕으로 결정이 난 무샤드 왕자가 즉위식 전에 와히브의 고위 종교 지도자들과의 회동을 위해 아스마엘 사원을 찾았다.

무샤드 왕자는 종교 지도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

즉위식만 남은 무샤드 왕자에게 종교 지도자들 모두 호의와 호감을 표시했다.

그 때문에 만남은 아무 일 없이 무난하게 끝났다.

저벅저벅.

사원의 회랑을 걸어가는 무샤드 왕자는 일순 걸음을 멈췄다.

측근 중 한 명이 다가와 그에게 폰을 건넸다.

폰을 귀에 댄 무샤드 왕자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 팀장.”

“안녕하십니까?”

“하하하. 잘 있었나? 자네 활약은 이래저래 전해 듣고 있었네.”

“그러십니까?”

“대단하더군.”

무샤드 왕자가 은근 놀랍다는 투로 말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뭔가?”

“왜 저였습니까?”

“무슨 말인가?”

무샤드 왕자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

그러자 차은성이 힘주어 말했다.

“J 10!”

순간.

“흑!”

무샤드 왕자가 매우 놀라며 헛바람을 삼켰다.

“저를 이용하여 하트를 제거하려고 한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가 왕자님을 죽이려고 했으니까요.”

“차, 차 팀장.”

무샤드 왕자가 말을 더듬었다.

매우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정체를 차은성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무샤드 왕자는 내심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사이.

폰 너머에서 차은성이 말했다.

“그런데 절 이용하셨더군요. 저로 하여금 하트와 충돌하게 하고.”

“…….”

“하트에게 정치적 타격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 내에서의 위치와 위상을 흔들어 입지를 약화시키고…….”

차은성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무샤드 왕자가 가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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