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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200)화 (200/208)

NIS의 천재 스파이 (200)

토미 터버빌은 콘솔에 앉은 세 부하를 보았다.

“우리도 진입한다. 준비해!”

“네.”

“네.”

세 부하가 대답하며 뒤돌아보았다.

그들은 잔뜩 긴장했다.

지휘차에 있는 그들이 내부에 진입할 정도라면 맷 바튼이 지휘하는 각 조가 사실상 전멸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 죽음을 느끼며 공포라는 감정에 서서히 심신이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죽고 싶지 않아!

다들 그런 내심 그런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상관인 토미 터버빌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설사 죽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명령이 떨어지면 명령대로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군인의 숙명이다.

*    *    *

양손에 AK74 파생 소총을 쥔 토미 터버빌을 선두로 세 명의 부하가 MP5를 들고 천천히 안으로 진입했다.

그들의 눈에 죽은 동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무질서하게 죽어, 방치된 동료들의 모습에 토미 터버빌과 세 부하는 자신들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꿀꺽.

그들 모두 뭐라 말할 수 없이 긴장했다.

전멸당했다!

토미 터버빌은 AK74 소총을 눈높이로 들었다.

그리고 몸을 움츠리듯 좁히며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이어.

신속하게 주변을 훑듯이 돌아보았다.

전후좌우, 위아래.

언제든지 즉각 사격할 수 있는 자세와 마음의 준비를 한 토미 터버빌.

그 순간.

퍽!

가장 뒤.

최후미에서 움직이던 한 부하가 앞으로 거꾸러졌다.

털썩.

바닥에 엎드리듯 쓰러진 부하의 머리에 작은 총상이 나 있었다.

줄줄.

흘러내리는 피.

“헉!”

“흑!”

두 부하가 움직임을 멈추고 당한 동료를 뒤돌아보았다.

그들처럼 뒤돌아보던 토미 터버빌이 돌연 고함치며 오른쪽으로 돌아섰다.

“피해! 저격이야!”

주의를 촉구하는 토미 터버빌의 외침에 두 부하가 멈칫했다.

그때.

퍼, 퍽.

삽시간에 두 부하가 거의 동시에 저격당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내 바닥으로 쓰러졌다.

털벅…… 털퍼덕.

그새 한 철근 뒤로 몸을 숨긴 토미 터버빌이 그 광경을 보았다.

“썬 오브 비치!”

거칠게 욕하며 위를 힐금거렸다.

당한 세 부하의 총상으로 보아 저격수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격한 것 같다.

힐금거리는 토미 터버빌의 눈에 저격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염병!’

위장에 철두철미한 것 같다.

‘만만하지 않아!’

토미 터버빌은 내심 중얼거리며 경각심을 북돋았다.

―저격을 당한 순간!

저격수를 찾는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은 미친 짓이다.

“날 죽여 주세요!”

라고 저격수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어 주는 것과 같다.

저격을 인지한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저격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안전한 은폐물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저격을 인지한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차은성은 조준 망원경에 보이는 토미 터버빌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씨익.

프로 같다.

저격으로 뒤따르던 세 동료를 죽였다. 그런데 즉각 철근 기둥으로 재빨리 이동. 몸을 숨겼다.

‘저격 관련 경험이 있어.’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저격 위치. 포인트를 바꿔야 한다.

차은성은 양손으로 TAC 50 저격 소총을 들고 서둘러 이동했다.

*    *    *

몇 분 후.

내부는 고즈넉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고요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정적이 흘렀다.

철근 뒤에 몸을 숨긴 토미 터버빌은 연방 심호흡했다.

“후, 후우.”

그는 풍부한 실전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현 상황에 대응하려 했다.

지금은 움직이면 안 된다!

저격수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모른다.

저격수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저격에 당한다!

죽고 싶은 마음이 일절 없는 토미 터버빌이다.

계속 쉬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힐금힐금.

토미 터버빌은 격한 표정을 지었다.

‘젠장!’

답답하다!

저격수는 자신의 위치를 아는데, 자신은 저격수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이 엄청 화난다.

직면한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른 상황도 아니고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지?’

토미 터버빌은 내심 중얼거리며 생각했다.

이대로 계속 철근 뒤에 숨어 있을 수는 없다. 저격수가 알고 있으니 자신의 위치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이동해야 하는데.

부득불 저격수의 시야에 자신을 노출하지 않을 수 없다. 노출은 곧 자신의 죽음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위치 이동을 쉽게 결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마냥 여기서 있을 수도 없어.’

토미 터버빌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재차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있는 다른 엄폐물.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엄폐물을 찾으려 했다.

‘지저스!’

토미 터버빌은 와락 인상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듯한 엄폐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죄다 엄폐물로 쓰기에는 부적절하다.

‘갓 뎀!’

토미 터버빌은 마음속으로 크게 화냈다.

공교롭다고 해야 할까?

뭔가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

오히려.

“너, 죽어!”

라고 말하듯이 자신을 죽음의 위기로 모는 것 같은 느낌이다.

“후우, 후우.”

토미 터버빌은 다시 심호흡하며 긴장을 풀고 냉정하게 직면한 상황을 풀어 나가려 했다.

*    *    *

2층 난간 왼쪽 앞.

차은성이 바닥에 엎드려 조준 망원경에 눈을 바짝 붙였다.

망원경의 십자 선에, 철근 뒤에 숨어 있는 토미 터버빌이 잡혔다.

하지만 철근 때문에 저격 각도가 다소 나오지 않았다.

저격하면.

토미 터버빌을 부상 입힐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단발로 그를 사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차은성은 심호흡했다.

“후우, 후우.”

토미 터버빌처럼 긴장을 풀며 최적의 저격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인내력 싸움이다.

철근 뒤에 숨은 토미 터버빌이 얼마나 버티느냐?

최적의 저격 순간을 자신이 얼마나 기다리느냐?

그 결과.

한 사람은 죽고 다른 한 사람은 살 것이다.

―흔히 영화를 보면.

건물 옥상에서 저격수가 자신을 드러내고 저격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해당 광경에서 저격 소총의 총구는 노출되지만 저격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

스나이퍼라고 불리는 저격수를 양성하는 군 특수부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멍청이에게 배웠기에 옥상에서 저격을 해! 그따위로 저격할 것 같으면 아예 저격 소총 따윈 손에 쥐지도 마!”

스나이퍼를 훈련시키고 육성하는 교관은 옥상 바로 아래층을 저격 포인트로 잡으라고 가르친다.

“내부에서 총구만 내밀 수 있는 아주 작은 구멍을 유리 창문에 내!”

“…….”

“그리고 기다려!”

“…….”

“단 한 발로 적을 사살할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을!”

“…….”

“절대 자신을 노출시키지 마라!”

“…….”

“노출이 허용되는 것은 저격을 위한 총구밖에 없다는 점! 명심하고 또 명심해!”

교관은 그렇게 저격 훈련병을 철저히 훈련시킨다.

저격수는 그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과할 정도로 저격수의 위장을 중시하고 철저히 관련 훈련을 시킨다.

차은성은 자신을 가르친 교관을 생각하며 싱긋 웃었다.

그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때의 죽을 것 같았던 훈련이 고맙게 느껴진다.

자신이 살 수 있는 생존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여 주기 때문이다.

*    *    *

몇십 분 후.

토미 터버빌은 내심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맷 바튼을 포함한 모든 부하들이 저격에 당해 죽었다.

살아남은 것은 오직 자신밖에 없다.

이렇게 철근 뒤에 몸을 숨긴 지 꽤 지났다. 이제까지 저격수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혹시…… 퇴출했나?’

토미 터버빌은 저격수가 지금 이곳을 떠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갈등의 눈빛을 띠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일 뿐이다.

저격수가 떠났을 수도 있지만, 떠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토미 터버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매우 고민했다.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대로 철근 뒤에 계속 있을 수는 없다.

한참을 고심하던 토미 터버빌은 입구를 바라보았다.

*    *    *

수십여 초 후.

주변에 있는 다른 엄폐물로의 이동 대신, 그가 진입했던 입구로 이동. 밖으로 나가는 것을

토미 터버빌은 선택했다.

그는 곧바로 바닥에 배를 대고 납작 엎드렸다. 포복 자세를 잡고 아주 천천히 바닥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느릿느릿하게.

*    *    *

포복으로 입구로 이동하는 토미 터버빌을 본 차은성은 어이가 없었다.

‘풉!’

절로 실소가 나오는 모습이지만, 살고자 하는 처절함이 한눈에 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차은성은 조준 망원경의 레버를 조절. 포복으로 기어가는 토미 터버빌을 확대했다.

‘그렇게 쉽게 보낼 줄 생각은 없어.’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내.

망원 조준경 십자 선에, 토미 터버빌의 오른발이 잡혔다.

차은성은 숨을 멈추고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    *    *

퍽!

12.7x99mm NATO 탄이 기어가던 토미 터버빌의 오른발 종아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악!”

토미 터버빌이 총상이 주는 고통에 단발의 비명을 지르며 몸을 크게 뒤척였다.

“아흐윽!”

총상을 입은 종아리에서 가느다란 피가 천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총상으로 인해.

토미 터버빌이 포복으로 기어가던 행동이 잠깐 동안 멈춰졌다.

“흐으으…….”

토미 터버빌이 고통이 밴 나직한 신음을 흘렸다.

지독히도 아프다!

하지만.

총상과 그로 인한 고통은 익숙하다. 한두 번 총상을 입었던 것이 아니다.

아프간, 이라크 등지에서 다수의 총상을 입은 경험이 있다.

으득.

토미 터버빌은 이를 악물며 총상의 고통을 참았다. 그리고 악착같이 다시 포복으로 바닥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이, 일단은 입구까지만…….’

입구를 향해 기어갈 때마다 총상의 고통이 일었다. 고통은 토미 터버빌의 심신을 공격. 포기라는 감정을 유발했다.

그럼에도 토미 터버빌은 포기하지 않았다.

살고 싶다는 강한 생존 욕구로, 이는 고통을 누르고, 마음속에서 이는 포기라는 감정을 억눌렀다.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기만 하면 복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죽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이다.

슬슬…….

포복으로 바닥을 기는 토미 터버빌은 처절하리만큼 생에 집착했다.

퍽!

다시 저격이 이루어지며 토미 터버빌의 왼발 종아리가 12.7×99mm 나토 탄에 관통당했다.

“아악!”

토미 터버빌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기어가던 동작을 멈췄다.

“크흐으으…….”

고통의 신음을 흘리며 토미 터버빌은 인상 썼다. 자의가 아닌 고통 때문에 짓는 인상이었다.

바르르.

몸이 가늘게 떨렸다.

으드득!

토미 터버빌은 이를 갈았다.

으드득!

그는 눈을 부릅뜨며 강한 살의가 꿈틀거리는 듯한 눈빛을 띠었다.

‘나, 나중에 반드시!’

토미 터버빌은 지금 자신을 농락하는 저격수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후일로 미루며 지금은 살아남는 것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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