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97)화 (197/208)

NIS의 천재 스파이 (197)

워싱턴 DC

그 때문에 그녀는 휴대폰을 꺼냈다. 지나가는 진열창의 제품들을 폰으로 찍는 척하며 고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    *

몇 분 후.

매건은 카트를 끌고 과일 코너로 향하며 폰을 확인했다. 고든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조심해. D 포인트로 유인해.

매건은 과일을 둘러보는 척하며 메시지를 삭제했다. 그리고 만일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폰을 초기화했다.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죽거나 사로잡혔을 때. 그들의 수중에 자신의 폰이 들어가는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매건은 그들에게 일절 정보를 주지 않으려 했다.

*    *    *

과자들을 진열해 둔 진열대를 이용해 자신의 몸을 가리고 매건을 주시하는 바튼.

긴장의 눈빛을 띠었다. 어렵사리 확보한 단서, 매건.

‘확실히 CIA가 대단하긴 대단해.’

바튼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매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초집중 하듯이 매건을 예의 주시했다.

고든과 ADD의 접촉을 CIA가 알아챘다. 그 결과 고든과 매건이 노출되고 말았다.

고든보다 매건이 바깥 활동이 많아, 자연스럽게 바튼과 그의 팀의 이목에 잡히고 말았다.

치, 칙.

바튼은 귀에 깊숙이 꽂은 이어폰에서 작은 잡음이 몇 들리자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있는 장소가 마트라 그런지 통신이 깨끗하지 않았다. 간간이 잡음이 들려 은근 신경이 쓰인다.

―부팀장.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잡아 버리죠.

―고문하면 술술 불 겁니다.

부하들이 짜증 냈다.

바튼은 손을 들어 옷깃을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들 하지 말고, 잘 감시해!

무전망을 통해 바튼이 주의를 주었다.

그러자 팀원들이 하나둘 무선망을 통해 말하기 시작했다.

―부팀장. 겨우 여자 한 명입니다.

―우리에게 맡겨 주십시오. 잡아 고문하면 알고 있는 정보를 다 말할 겁니다.

―맞습니다. 이런 감시는 우리 팀 성격과 맞지 않습니다.

팀원들이 무언으로 말하고 있었다.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다들 자신만만했다.

‘휴우.’

바튼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사살하고 폭발시키며 다 때려 부수는 테러가 적성에 딱 맞는 팀원들이다.

지금 하고 있는 감시는 매우 이질적이다. 그 때문에 팀원들이 짜증 내는 것이다.

바튼은 그 모든 것을 이해하지만.

매건을 잡아, 고문을 통해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를 확보하고 싶지만.

섣불리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내가 말했지! 지금 니들이 감시하는 매건은 백악관 비밀 경호국 SS 출신이야.

―…….

―만에 하나라도 감시당하는 것을 알아채는 날에는 차은성은 물 건너가는 거라고.

―…….

―차은성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데. 만에 하나라도 놓치는 날에는 팀장이 나는 물론이고 니들 모두를 죽이려고 할 거야.

바튼은 토미 터버빌을 언급했다.

무전망은 조용했다.

팀장 토미 터버빌을 언급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

―다들 긴장해. 방심하지 말란 말이야.

바튼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팀원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    *    *

잠시 뒤.

매건은 계산을 하고 카트를 끌며 마트를 나왔다. 그녀는 곧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이윽고.

매건은 주차해 둔 차에 이르자마자 뒤로 가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카트에서 천천히 짐을 꺼내 트렁크에 싣기 시작했다.

매건은 의심받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주변을 살폈다.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운이 좋았다.

만약 진열창을 무심코 보지 않았다면 미행과 감시를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짐을 다 싣고 매건은 트렁크를 내렸다.

탕.

그리고 운전석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좌석에 앉았다.

*    *    *

5분쯤 후.

매건은 도로의 끝, 교차로에 이르며 우회전했다.

그 모습을 본 바튼이 무전망을 통해 팀원들에게 말했다.

“놓치지 마!”

―…….

“2조 빠지고. 3조 붙어. 그리고 1조 대기해.”

바튼은 운전하는 매건이 의심하지 않도록 미행하는 조를 바꿨다.

―알겠습니다.

―이쪽 방향이면…….

―×× 공원이 목적지일까요?

무전망에서 팀원들의 말이 들렸다.

바튼은 눈살을 찌푸렸다.

“쓸데없는 말들 하지 말고. 집중해!”

언성을 높여 팀원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팀원들 모두 자만하고 있었다. 다들 자신감이 지나쳤다.

바튼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매건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단서다. 만에 하나 매건을 놓친다면 차은성이 모습을 감출 가능성이 크다.

매건이 알아채지 못하게 미행하여 차은성이 숨어 있는 곳으로 자신들을 안내하게 해야 한다.

바튼은 바짝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    *    *

얼마 후.

매건이 운전하는 차량이 협소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부우웅.

겨우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골목의 폭이 좁다.

매건이 운전하는 차가 골목 끝에 이르자.

드르르.

철제 셔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내.

매건이 운전하는 차가 안으로 들어가고 셔터가 다시 내려왔다.

그 광경을, 골목을 스쳐 지나가는 차량 안에서 바튼이 바라보았다.

“빙고!”

바튼은 득의양양한 어조로 짧게 말하며 형형한 눈빛을 띠었다.

차은성이 숨어 있는 곳을 드디어 알아냈다.

*    *    *

끼익.

차가 서자마자 매건이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렸다.

“고든!”

그녀가 소리치자, 2층 역할을 하는 위에 있는 철제 난간에 고든이 나타났다. 고든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빨리 올라와.”

매건이 돌아서며 고든을 올려다보았다.

“사 가지고 온 식품들은요?”

“신경 꺼. 지금 식품 챙길 시간 없어.”

“알았어요.”

매건이 대꾸하며 급히 난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뛰어갔다.

*    *    *

잠시 뒤.

차은성, 매건, 고든이 한 테이블에 둘러섰다.

테이블에는 다양한 무기들이 널려 있었다.

―Steyr aug, N3 Heckler, AK74, MP5, HK416D, AR15 라이플, 인마 살상용 수류탄, 클레모어, 섬광탄, 연막탄, 군용 나이프 등등.

차은성은 말없이 HK 소총을 집었다.

이어.

약실과 탄창 장전 여부를 살폈다. 그러다 우연히 총탄의 탄두 부분의 색이 다른 것을 알아챘다.

“이건! 메탈 코팅 탄!”

차은성이 놀람과 당혹의 두 감정을 담아 말하며 고든을 바라보았다.

씨익.

고든이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웃었다.

“방탄 플레이트가 장착된 구명조끼를 입고 올 테니, 특수 탄 정도는 되어야 상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고든의 말에 차은성이 피식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군요. 샷 건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특수 탄이 사용하기 편하죠.”

차은성은 말하며 탄창과 수류탄, 그리고 군용 나이프 등 몇몇 무기를 챙겼다.

그사이.

고든이 AR 라이플과 탄창. 그리고 수류탄 및 연막탄 등을 챙겼다.

매건은 MP5에 이어 탄창과 수류탄. 그리고 뜻밖에도 클레모어를 챙겨 들었다.

세 사람은 각기 소총을 선택하고 중무장하기 시작했다.

서둘러야 한다.

곧.

매건을 미행한 이들이 치고 들어올 것이다. 그러니 빨리 CQC 근접 전투 준비를 마쳐야 한다.

차은성이 HK 소총을 늘어뜨리며 고든을 바라보았다.

“C4는?”

“이미 곳곳에 세팅해 두었으니 센서에 의해 자동 작동. 폭발할 겁니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머뭇거리지 말고 비상 통로로…….”

고든은 비상 통로 입구 좌측을 언급했다.

“아래로 레버를 끝까지 당기면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건물 전체가 무너질 것이고, 내부에 있는 이들이 모두 매몰되어 죽을 것이다.

고든의 살의 짙은 말에 매건이 낮은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유우.”

그러자 고든이 매건을 돌아보았다.

“어차피 폭파와 매몰을 염두에 둔 포인트였어. 아쉬워할 것 없어. 그리고 빠져나가는 즉시 B 포인트로 이동해. 미행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서. 알겠지?”

고든의 당부에 매건이 쏘아붙였다.

“노출되고 싶어서 노출된 것이 아니라고요!”

“알아. 그러니깐 조심하라고.”

고든이 매건에게 말하는 사이, 차은성이 뒤돌아섰다.

미리 봐 둔 포인트로 서둘러 이동하려는 차은성이었다.

고든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차은성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어.”

불안한 목소리였다.

차은성은 정보 요원이다. CQC와 같은 근접 전투 경험이 있는 군인. 그러니깐 전투를 하는 보병이 아니란 말이다.

매건이 차은성을 돌아보며 고든에게 말했다.

“군사훈련 정도는 받았겠죠. 공연히 내게 저 사람 백업하라고 말하지 말아요.”

매건은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곧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자신의 목숨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 차은성까지 챙기는 것은 아니다. 자칫 차은성을 챙기려고 하다가 자신이 당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죽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런 이유로 매건은 매정하게 선을 그었다.

한편.

고든은 군용 나이프를 챙기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래서 보안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던 건데.”

진한 후회의 낯빛을 띠었다.

차은성이 말을 듣지 않았다.

자신의 말을 들었으면 아마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제기랄!”

고든은 화냈다.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지금 후회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거나 바뀌지 않는다.

고든은 서둘렀다.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    *    *

몇 분 후.

차은성은 천장 바로 아래에 있는 크레인 레일을 마주하고 섰다.

앞뒤로 크레인의 레일이 오간다. 그 때문에 아래가 한눈에 다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불안한 점은 천장 바로 아래라는 것이다.

적이 수류탄으로 천장을 폭파, 구멍을 내고 해당 구멍을 통해 진입할 경우.

자신의 행동반경이 제약받을 수 있다.

지금 서 있는 레일은 일자의 긴 철근이라 좌우로 움직일 만한 공간이 없다.

공격당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차은성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레일 양쪽 끝을 번갈아 보았다.

오른쪽 바로 아래에 세 창문이 있고, 왼쪽은 벽이다.

“흠.”

차은성은 불안한 눈빛을 띠었다.

대테러 작전이나 훈련에 있어, 다양한 방향에서 기습적으로 동시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교과서나 마찬가지다.

틀림없이 치고 들어오는 적들이 창문을 부수고 내부로 진입하려 할 것이다.

차은성은 그 점을 우려하며 다시 창문을 바라보았다.

이내.

“풋.”

차은성은 실소했다.

매건.

그녀가 클레모어를 창문을 향해 배치하며 각도를 조정하고 있었다.

자신처럼 매건 역시 창문을 통한 진입을 생각한 것 같다.

한편.

매건은 2층 철제 난간 오른쪽 중앙 어름에 자리 잡았다.

그녀는 큼직한 파이프를 은폐물로 삼아 바닥에 엎드렸다. 최대한 노출되는 몸의 면적을 줄이려는 행동이다.

맞은편.

왼쪽 난간 중앙 어름에 고든이 자리 잡았다.

고든은 앉아쏴 자세를 취하며 왼쪽에 있는 계단을 은폐물로 삼았다.

차은성, 매건, 고든이 긴장감에 심호흡하며 몸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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