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92)화 (192/208)

NIS의 천재 스파이 (192)

지금으로서는 하비에와의 인연이 선연인지, 악연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현시점에서 하비에와 하비에의 팀은 충분히 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한다?’

차은성은 입안의 면발과 총각김치를 씹으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현 상황에서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최선의 결과를 얻어야 한다.

‘으음.’

차은성은 내심 침음을 흘리며 생각했다. 하비에와 하비에의 팀은 어떻게든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이대로 놔두는 것은 아무래도 곤란하다. 틀림없이 앞으로 자신의 일에 걸리적거릴 것이 틀림없다.

‘지금은 뉴욕을 뜰 수 없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데…….’

차은성은 내심 중얼거리며 느긋하게 라면을 계속 먹었다.

*    *    *

얼마 후.

차은성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테이블에 널려 있는 서류들을 이리저리 뒤적였다. 그러다 몇몇 서류를 차례대로 집어 들었다.

―마흔 초반의 이.

루이 고머트의 얼굴 사진과 그에 관한 정보들이 적혀 있는 몇 페이지의 서류.

차은성이 침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흠. 헤지펀드 시타델의 최선임 자금 운용 책임자라…….”

차은성은 루이 고머트에 관한 서류를 꼼꼼하게 읽고 또 읽었다.

AOA의 자금을 운용하는 핵심 멤버다.

차은성은 뒤이어 시타델을 생각했다.

―몇 년 전에 시타델이 대형 사고를 친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월가에서 시타델이 유명해졌다.

시타델은 거액의 자금으로 증권사 고객들의 투자 패턴을 비롯한 일련의 거래 내역을 사들였다.

그리고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으로, 사들인 고객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초단기 매매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시타델의 매매 수법은 다음과 같다.

불과 몇십 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을 이용하여 특정 주식을 싸게 사들이고.

해당 주식을 매입하려는 고객들에게 비싸게 매도하여 그 차액을 수익으로 거뒀다.

그런데 특정 주식을 매매하는 이들의 패턴과 거래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초단타 투자를 한 것을 미국 증권위원회가 알아챘다.

그 바람에 관련 소송으로 시타델이 곤욕깨나 치렀다.

차은성은 살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나이에 비해서 재산이 너무 많은데…….”

그동안 얼마나 편법으로 돈을 벌었는지 모를 수 없다.

막대한 은행예금. 장기 투자로 묶인 개인 자금, 교외에 있는 고급 주택, 주택에 딸려 있는 목장 등.

AOA 멤버 아니라고 할까 봐 아주 화려하고 부유한 삶을 사는 루이 고머트였다.

그는 현재 전형적인 미국 최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었다.

AOA의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일까?

루이 고머트를 경호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경호 체계가 보통 삼엄한 것이 아니다.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워.’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고심의 눈빛을 띠었다.

루이 고머트의 주택은 최첨단 보안 시스템으로 엄중 방호되어 있었다. 그리고 출퇴근 역시 경호원들의 철통같은 콘보이를 받았다.

“저격이 여의치 않아.”

차은성은 중얼거리며 손에 쥔 몇 페이지의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다른 한 서류를 집어 들었다.

저격으로 루이 고머트를 제거할 수 있을까?

차은성은 그 가능성을 살피려 했다.

*    *    *

수여 분 후.

차은성은 집어 든 서류를 보고 또 보았다.

하지만…….

“난감하군.”

차은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힘들어…….”

마땅치 않다.

저격은 하고 싶다고 하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저런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저격이 가능해진다.

저격 포인트라는 것이 있고, 저격이 가능한 각도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저격 후, 퇴출할 수 있는 도주로 또한 확보가 되어야 한다.

그런 한편으로 저격을 할 때 자신을 가려 줄 은폐물이 있어야 한다.

저격을 한 순간부터.

루이 고머트의 경호원들은 저격수를 찾으려 할 것이다.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은 경호원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라면.

저격수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고 이내일 것이다.

일단 위치를 들키면 그때부터는 저격한 자신은 경호원들의 밥이 될 수밖에 없다.

도주로를 철저히 차단하고 사방에서 천천히 죄어들어 가며 죽이려고 빗발치듯 사격을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루이 고머트의 주택은 주위 지형 때문에 저격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단 몸을 가릴 적당한 은폐물이 없고. 설사 저격을 한다고 해도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

본래부터 그런 지형을 골라 주택을 지은 것인지.

아니면.

주택을 지은 후 저격이 불가능하도록 주변 지형을 손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루이 고머트의 주택을 대상으로 저격은 어렵다.

“흠.”

차은성은 침음을 흘렸다.

AOA가 루이 고머트에게.

“차은성이 널 노리고 있다.”

라고 주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루이 고머트는 다른 멤버와 달리 조직의 자금을 운용하는 자다.

조직에 있어 자금이란 사람 몸에 흐르는 피와 같다.

그러니 당연히 루이 고머트를 보호하려 할 것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루이 고머트의 곁에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은 경호원들을 AOA에서 배치해 둔 것인지도 모른다.

맥코이 오라마스, 찰리 발레리오. 모레오 카부치가 죽었다는 것을 지금쯤이면 AOA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은성의 눈이 반짝였다.

루이 고머트를 지키기 위해 모종의 전문가나 관련 팀을 AOA가 파견했을 가능성이 있다.

LA, 마크트웨인, 시카고에서의 일로 AOA가 틀림없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었을 테니깐 말이다.

“날 필사적으로 찾아 죽이려고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그리고 어쩌면 내가 루이 고머트를 죽이려는 것을 짐작하고…… 루이 고머트를 미끼로 삼아 함정을 파 놓고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차은성은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서 해당 상황하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모든 것을 다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야 실전 상황에서 예측 불허의 변수가 튀어나왔을 때 즉각 대처할 수 있다.

“음……. 최대한 빨리 뉴욕에서의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은데.”

차은성은 뉴욕에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내심 판단했다.

“쉬지 않고 계속 이동해야 해. 가만히 서 있는 표적은 맞히기 쉽지만, 계속 이동하는 표적은 맞히기 어려운 법이니깐.”

차은성은 중얼거리며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미국의 경제 수도라 불리는 뉴욕이다.

미국의 그 어느 도시보다 뉴욕의 AOA 멤버 수가 많고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마음 같아서는 죄다 쓸어버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 때문에 몇몇 핵심 인사만 골라 처리할 작정이다. 그동안 불가피하게 뉴욕에 머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내가 독 안의 쥐일 수도 있어.”

차은성은 뉴욕이 차단되어 자신이 뉴욕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핑계는 얼마든지 있다.

―테러리스트가 뉴욕에 숨어들어 테러를 자행하려 한다. 그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해 거대 도시 뉴욕을 차단하고,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고자 한다.

뉴욕 시장이 그렇게 발표하면 뉴욕 시민들은 백이면 백! 다 그렇게 믿을 것이다.

그럼 자신은 뉴욕이란 독 안에 갇힌 쥐가 되어 버린다.

“휴우우.”

차은성이 한숨을 길게 쉬었다.

머리가 아프다.

“경우의 수가 하나둘도 아니고 돌출 상황이 발생할 확률 또한 높은데…… 어떻게 한다?”

차은성은 중얼거리며 고심했다.

향후.

AOA 멤버들을 제거하면 할수록 점점 더 제거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려는 AOA가 점점 더 집요해질 것이고.

차은성은 손에 쥔 서류를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루이 고머트의 하루 일과와 동선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는 서류다.

*    *    *

몇 분이란 시간이 흐르고.

차은성은 노트북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사람을 죽이는 데 저격 외에도 다른 방법이 많다.

몇 초 후.

차은성은 노트북의 모니터에 뜬 것을 보고 살며시 미소 지었다.

씨익.

재미있을 것 같다.

*    *    *

최고급 전원주택이라고 할까?

무슨 유럽 귀족의 장원 같은 드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주택 내부 거실.

우측 유리벽을 배경으로 마흔 초반의 루이 고머트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

네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 서른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슈트 차림의 그는 고개를 숙였다 들더니 가만히 루이 고머트를 바라보았다.

“토미 터버빌이라고 합니다, 다이아 님. 토미라고 불러 주십시오.”

토미는 루이 고머트의 조직 내 코드명인 다이아몬드를 언급했다.

루이 고머트가 눈을 반짝이더니.

“흠. 퀸의 연락을 받았네.”

근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제부터 제가 루이 님의 경호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차은성이라는 자. 이래저래 시끄럽게…… 맥코이, 찰리, 모레오 등 꽤나 많은 멤버들을 죽였더군.”

토미는 입을 굳게 다물고 물끄러미 루이 고머트를 바라보았다.

―네가 날 지킬 수 있을까?

그렇게 의심하는 루이 고머트였다.

“토미라고 했나?”

“네, 다이아 님.”

“차은성이라는 자를 잡아 죽이기 위한 미끼가 나인가? 아니면 방금 전에 자네가 말한 것처럼 순수하게 날 지키기 위해 온 건가?”

루이 고머트가 의심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

토미는 침묵했다.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봐하니, 내가 물어도 대답하지 않을 것 같으니 더는 묻지 않겠네. 하지만 말일세. 퀸이 날 미끼로 사용하려 한다면 난 킹에게 보고할 거네. 그럼 퀸이 아주 곤란해질 거야. 알겠나?”

루이 고머트의 말에.

“…….”

토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    *    *

잠시 뒤.

저택 밖으로 나온 토미는 가만히 서서 시가를 피웠다.

그런 그에게 두어 살 연하로 보이는 한 사내가 정면에서 다가오더니 면전에 이르러 섰다.

맷 바튼.

토미 터버빌의 최측근 부하다.

후우우우.

토미가 입에서 시가를 떼며 연기를 뿜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맷 바튼이 토미에게 말했다.

“어때?”

토미가 궁금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지형 자체가 저격이 아주 힘든…… 의외로 루이 고머트가 몸을 많이 사리는 것 같습니다.”

맷 바튼의 대답에 토미가 소리 없이 웃었다.

“아무래도 자금을 운용하며 이런저런 원한을 많이 산 모양이야…… 방탄차도 차지만…… 경호하는 애들. 하나같이 스와트 아니면 장거리 정찰대 출신이야.”

토미가 의외라는 심중을 담아 말하자.

“휘유우.”

맷 바튼이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몸값이 장난 아닐 텐데요.”

“뭐, 그만큼 돈이 넘쳐 난다는 말이지. 그리고 봐하니 보통 배짱이 두둑한 자가 아니야. 퀸께서 자신을 미끼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챘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태연해.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이야.”

토미가 다시 입에 시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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