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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72)화 (172/208)

NIS의 천재 스파이 (172)

비단 대인 레이더가 아니더라도 암시경으로도 주변에 누가 숨어 있고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그 이동을 훤히 알 수 있다.

자신은 혼자고 적은 다수다. 밤의 어둠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    *    *

한참 후.

길리슈트를 입은 차은성이 숲에 은신. M24 저격 소총의 총구를 풀잎 사이로 살며시 내밀었다.

망원 조준경에 눈을 대고 중무장한 이들 중 한눈을 팔고 있는 이를 노렸다.

*    *    *

중무장한 이들은 특정 한 방향을 주시하며 특정 위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서 그들이 모종의 아주 특별한 훈련 과정을 거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    *    *

마침내.

차은성이 기다리던 한 표적이 눈에 들어왔다.

일발 필살!

단 한 번으로 잡아야 한다. 두 번의 사격은 없다.

저격수에게 있어 은신한 위치 발각은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두 번의 사격은 적에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격 후 위치 이동은 저격수에게는 필수 중 필수다.

차은성은 낮게 두어 번 심호흡했다.

“후우, 후우.”

이어.

숨을 참으며 모든 신경과 감각을 표적에 모았다.

십자 선에 한 중무장한 이의 머리가 정확하게 잡혔다.

그 순간.

툭.

차은성이 가볍게 방아쇠를 당겼다.

소음기 덕분에 거의 총성이 울리지 않았지만 알아듣기 어려운 미세한 소리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직 총성을 100% 없애 주는 소음기는 없다.

엎드린 차은성의 오른쪽 어깨가 밋밋하게 움찔거렸다. 사격 반동 때문이다.

*    *    *

오른쪽을 힐끔거리는 위장복을 입은 사내.

퍽.

그의 왼쪽 관자놀이에서 순간 핏방울이 튀었다.

털썩.

저격을 당한 그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 소리에 주위에 있던 다른 이들이 흠칫흠칫하더니 급히 당한 동료를 돌아보았다.

그사이.

퍼퍼퍼퍼퍽.

눈 깜짝할 사이에 저격이 이어졌다.

저격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중무장한 사내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그들 모두 정확하게 머리에 총상을 당했다. 그 때문에 제대로 된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하고 픽픽 바닥에 쓰러졌다.

*    *    *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

통나무집 주변은 캄캄하기 이를 데 없는 숲이었다.

소음기 탓에 중무장한 이들은 이렇다 할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들은 동료가 저격을 당해 쓰러지는 모습에 너나없이 고함쳤다.

“저격이다!”

“엎드려!”

“저쪽이야!”

“조심해!”

살아남은 이들이 무질서하게 고래고래 외쳤다.

그들 중 한 명이 저격당한 동료들의 모습에서 저격수가 숨어 있는 방향을 유추해 냈다. 그의 말에 중무장한 이들이 너나없이 해당 방향으로 돌아서며 경계했다.

그리고 각자 소지한 총기로 해당 방향을 겨냥하며 여차하며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그들의 행동에 위협을 느꼈을까? 저격이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뚝 끊겼다.

중무장한 이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만약 움직였다가 저격수의 눈에 띄어 저격을 당한다면. 그것으로 즉사다.

그런 이유로 중무장한 이들은 신중하게 행동하려 하였다.

밤이라는 점을 감안.

어둠으로 자신을 가리고, 해당 방향을 향해 포복으로 바닥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한편으로.

일부 중무장한 이들이 신속하고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인근 숲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숲과 어둠을 이용. 우회하여 저격수가 있을 만한 위치까지 이동하여 저격수를 잡으려 하였다.

그들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    *    *

숲으로 들어선 이들은 그리 오래지 않아 아차 했다.

밤!

야시경과 같은 장비를 미처 챙기지 않았다. 다급한 상황에 쫓겨, 본능적으로 저격수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밤의 어둠 때문에 시야가 제한받았다.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자연 이동 속도가 떨어지고 행동이 굼뜰 수밖에 없다.

그리고…….

퍼, 퍼, 퍽.

어둠 속에서 저격이 이루어졌다.

시야가 제한받는 상황에서 저격수의 위치를 가늠할 수 없었다.

당하는 동료들의 모습에서 저격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당면한 상황이 매우 위급했다.

숲으로 들어선 이들이 순간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들은 최정예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용병들이었다.

미국 각 특수부대 출신으로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아프간과 같은 세계 각지의 전쟁터에서 다수의 실제 전투를 치렀고, 그 전투에서 살아남은 이들이었다.

당면한 상황은 그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했다.

하지만…….

야간에 숲에서 저격수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는 답이 없었다.

저격수의 위치를 도통 알 수 없었고. 계속 이어지는 저격에 동료들이 죽어 나갔다.

풍부한 실전 경험에 살아남은 이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리거나 바위, 나무와 같은 엄폐물을 찾아 몸을 숨겼다.

하지만 잠시였을 뿐이다.

저격수는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훤히 알고 있었다.

어느새 오른쪽으로 측면 이동한 저격수가 다시 저격을 시작했다.

엄폐물에 몸을 숨긴 이들은 손 한 번 써 보지도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전장에서 1개 대대보다 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저격수다.

땅바닥에 몸을 숨긴 이들은 섣불리 일어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엄폐물에 숨은 동료들이 저격수에게 당해 픽픽 쓰러지는 것을 보고도 전혀 도와줄 수 없었다.

야간 저격!

적외선 스코프나 야간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의 탈, 부착이 가능한 야간 전투 고글이나 암시경 등.

저격수가 틀림없이 해당 장비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밤이지만 저격수는 대낮과 같은 시야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시야는 매우 제한적이다.

저격수는 자신들을 훤히 볼 수 있지만, 자신들은 전혀 저격수를 볼 수 없다.

저격 시 총구 화염을 통해 저격수의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지만.

저격수는 그것을 고려했는지.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계속 저격하고 있었다.

예의 총구 화염이 보이지 않는 가시거리 밖에서의 저격.

동료들이 저격수에게 당하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본 이들에게는 예의 가시거리 밖에서의 저격은 공포 그 자체였다.

*    *    *

저격이 시작되고 1시간 남짓 지났을까?

주위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더 이상 저격이 없는 걸까?

바닥에 엎드린 이들이 긴가민가했다.

자신들이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 확신할 수 없었다.

저격수가 저격을 중단하고 어딘가로 이동했는지, 이동하지 않았는지. 그 가부도 알 수 없었다.

숲으로 들어간 동료들.

총성이 들릴 법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

설마?

저격수에게 다 당한 걸까?

바닥에 엎드린 살아남은 이들은 반신반의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저격수는 프로가 틀림없다. 저격수로서의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갖고 있다. 일련의 저격이 그것을 입증한다.

*    *    *

1시간쯤 지났을까?

주위는 고요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저격수가 떠났는지, 계속 있는지. 그 여부를 확인해야 마음 놓고 움직일 수 있다.

저격수와 일반 보병.

양측의 생사를 건 전투의 결말은 두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인내심.

누가 더 오래 참고 견디느냐? 참고 견디는 측이 무조건 승리하고 살아남는다.

―위치 파악.

저격수가 어디에 있는지 무조건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저격수를 제거하여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저격수의 위치 파악이 말처럼 쉽지 않다.

저격수에게 있어 위치를 들킨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통상 저격수들이 훈련받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훈련받는 것은 사격이 아니다.

위장술과 인내심!

그 둘이다.

위장할 경우, 특정 시간 동안 위장술이 들키지 않아야 한다.

그와 같은 몇몇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저격수로서 실격이다.

즉.

저격수로서 불합격 판정을 받는다.

이틀 동안 아주 천천히 포복으로 300미터를 이동.

저격이 끝날 때까지 위치를 들키지 않은, 저격수의 교과서와 같은 이가 있다.

그처럼 오줌이란 생리적 현상은 물론, 배고픔도 참으며 저격 성공까지 버텨야 한다.

일례로.

미군은 저격수를 상대함에 있어, 저격수가 있을 만한 특정 공간.

대지 공격기나 기타 공중 지원기 또는 포병 전력을 동원해 반경 50미터를 초토화시킨다.

즉.

저격수가 있을 만한 공간 자체를 폭격으로 쑥대밭으로 만든다.

저격수를 잡겠다고 보병이 달려드는 상황 자체를 아예 만들지 않는다.

무조건 무전을 통해 지원을 요청. 저격수가 아닌 저격수가 있을 만한 공간을 직격해 버린다.

그것이 미국이 저격수를 상대하는 방법이다.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이지만 효과는 그만이다.

아군 병력의 손실이 일절 없으니까.

수십여 분 후.

더 이상 참지 못한 두 명이 머리를 들었다.

그 순간.

퍼, 퍽.

정확하게 두 명의 머리에 총탄이 박혔다. 그들은 저격에 당해 힘없이 바닥에 머리와 몸을 떨궜다.

“헉!”

“흐윽!”

두 동료가 저격당해 죽는 광경을 본 용병들은 하나같이 기겁할 정도로 놀랐다.

저격수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을 죽이려고 지금까지 노리고 있었다.

전형적인 저격수의 인내심이 생각나는 광경이자 상황이다.

저격수가 여전히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

그것은 공포였다.

종종 실제 전투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심리적으로 공포에 짓눌릴 경우.

세상에 다시없는 최정예 전투 병력이라고 해도, 사실상 모든 전투력을 어이없게도 상실하고 만다.

*    *    *

한편.

보고를 받은 JK. 시먼스는 크게 놀랐다.

“뭐?”

잭 커비가 침착하게 보고했다.

“현재 저격수가 몇 명인지, 저격수 외에 다른 병력이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급박한 상황임에도 잭 커비는 매우 침착했다.

아마도 평소에 현재와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었던 듯.

잭 커비가 다시 침착하게 말했다.

“현재 외부와 전혀 통신이 되지 않습니다. EMP 탄에 당했거나 재밍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먼스는 진한 당황이란 감정을 얼굴에 띠었다.

잭 커비가 EMP와 재밍을 언급했다.

시먼스는 그 때문에 최소 1개 중대 병력이 현재 자신을 노리고 공격 중이라고 그만 판단해 버렸다.

“지금 당장 지원을 요청해야 해!”

시먼스가 언성을 높였다.

“현재 외부와 통신이 단절된 상탭니다. 부국장님.”

잭 커비가 재차 말하며 은근 답답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미 외부와의 통신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그것을 시먼스가 주의 깊게 들었는지 의심스럽다.

JK. 시먼스가 잭 커비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여기를 빠져나가야 해. 빨리 당장 이동 준비해!”

조급한 시먼스였다.

“부국장님. 지금 당장은 안 됩니다. 저격수가 저희를 노리고 있습니다. 저격수의 수가 불명확합니다. 저격수를 처리하지 않고서는 이동은 불가능합니다.”

잭 커비가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이지 답답하다.

시먼스는 평소 매우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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