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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64)화 (164/208)

NIS의 천재 스파이 (164)

돌연.

화, 화, 화악.

사방에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엄청 밝은 서치라이트가 켜졌다. 서치라이트는 여객 터미널을 등진 드넓은 공간을 대낮처럼 밝혔다.

동시에.

투타타타타타탕.

소스라칠 수밖에 없는 다수의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예광탄이 포함된 일반 소총탄 줄기가 무슨 광선처럼 어두운 밤의 허공을 갈랐다. 예의 줄기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못 잡아도 수십여 개는 충분히 될 것 같았다.

그런 한편으로.

소총탄보다 구경이 큰 몇몇 기관총의 총탄이 다수의 굵은 선을 허공에 그리며 뻗어 나갔다.

그사이.

바다 쪽에서 세 척의 경비정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다가오며 기관포를 난사했다.

터터터터터텅.

경비정은 거침없이 여객 터미널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하며 인정사정없이 발포를 이어 나갔다.

*    *    *

조금 전.

서치라이트들이 켜졌을 때.

다들 깜짝 놀랐다.

상상도 하지 못한 돌연한 상황 변화에 다들 멈칫멈칫하며 서 있던 자리에 잠시 잠깐 얼어붙었다.

채 1초도 되지 않는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류샤오칭, 당중산, 당우희, 좌종당, 청방의 조직원, 당가의 조직원.

그들 모두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놀람, 당황, 의문 등.

몇몇 감정을 온몸으로 내보였다.

곧.

총탄들이 날아들자.

“크아악!”

“으악!”

“꺼억!”

사살당하는 이들이 내지르는 비명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왔다.

댐이 무너지고 저장된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비명은 주위 여기저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터져 나왔다.

“엎드려!”

류샤오칭이 고함치며 황급히 바닥에 엎드렸다.

“아버지!”

당우희가 부친 당중산에게 달려들며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좌종당 역시 당중산에게 달려들며 고함쳤다.

“숙이십시오!”

그사이.

당가와 청방의 조직원들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황황급급히 바닥에 엎드렸다.

서치라이트들이 켜지고 동시에 이루어진 사격은 2, 3분 동안 이어졌다.

여객 터미널.

드넓은 장소에 서 있던 청방 1만여 조직원들 중 태반이 사살당했다.

죽은 이들이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그 수가 많았으며 크고 작은 총상을 입은 조직원들 수 역시 사살당한 조직원들 수 못지않았다.

당가의 조직원들 대다수는 사살당했다.

예고 없이 이루어진 2, 3분 동안 지속된 사격은 청방과 당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    *    *

사격이 그치고 거친 스피커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지 마라! ……일어나지 마라! ……일어나는 자는 즉각 사살한다! ……즉각 사살한다!”

살의 충만한 경고가 반복되었다.

움직이면 사살한다!

거리낌 없이 죽인다고 위협하는 스피커 소리였다. 그 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무자비한 사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시작된 사격으로 인해 여객 터미널의 드넓은 공간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런 의문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다들 죽음의 공포에 짓눌려 이성을 놓고 말았다.

공포와 두려움에 심신이 사로잡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혼란이 그들 모두의 이성은 물론이고 심신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으으…….”

“끄으으…….”

주위 곳곳에서 고통에 찬 신음들이 들렸다.

청방, 당가의 조직원들 중 움직일 수 있는 이는 수십여 명에 불과했다.

그들을 향해.

저벅저벅.

대형을 갖춘 군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군인들은 양손에 쥔 소총으로 겨누어 쏴 자세를 유지한 채 살의 충만한 눈빛을 희번덕였다.

여차하면 방아쇠를 당길 듯, 그 모습이 이만저만 살벌한 것이 아니다.

*    *    *

한참 후.

천천히 일어나는 류샤오칭, 당중산, 당우희, 좌종당은 경악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억!”

“흐으윽!”

죽은 줄 알았던 양승조, 패도맹주, 황하회주, 차은성을 비롯한 이들이 앞에 서 있었다.

이내.

군인들에게 의해 체포되는 류샤오칭, 당중산, 당우희, 좌종당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진한 혼란을 온몸으로 내보였다.

“바, 방주…….”

“아, 아버님…….”

당중산, 당우희 부녀는 엄청 당황했다. 사색이 된 표정을 지으며 진한 의문의 눈빛을 띠었다.

양승조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굳게 입을 다물고 엄청 성난 눈으로 당중산과 당우희를 바라보았다.

그를 죽이려고 한 배신자들!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

양승조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패도맹주와 황하회주가 양승조를 돌아보며 위로했다.

*    *    *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두 군인에 의해 차에 태워지던 당우희가 멈칫하더니 걸음을 멈추고 섰다. 그녀는 우를 돌아보았다.

서 있는 차은성.

“도련님 작품인가요?”

묻는 당우희.

변호사라 그런지 머리 회전과 상황 파악 및 판단이 빠른 것 같다.

당우희가 걸음을 멈추고 서자 연행하던 두 군인이 그녀를 강제로 밀며 차에 태우려 했다.

그러자 차은성이 군인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잠깐만.”

차은성의 말에 두 군인이 멈칫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잠시 지체했다.

차은성에 관해 상관에서 무슨 언질을 받은 듯하다.

차은성이 당우희를 바라보며 선선히 인정했다.

“네. 제 작품입니다.”

“어떻게……?”

당우희가 진한 의문을 내보였다.

씩.

차은성이 미소 지었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퍼즐이 하나둘 맞춰지며 그림이 완성되더군요.”

“…….”

“그날 밤 제가 마시던 술에 약을 탔을 당시만 해도 저는 몰랐습니다.”

“…….”

“그런데…… 사무실에서 형수님의 속옷을 보고 처음 의문을 느꼈습니다.”

차은성은 그때 무릎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당우희의 젖가슴을 마구 주물럭거렸었다.

“그때…… 형수님 속옷이 이상하더군요.”

“…….”

“지난 몇 년 동안 혼자인 여자의 속옷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섹시하더군요. 마치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옷을 보여 주며 자랑하고픈 여자의 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차은성의 말에 당우희의 눈썹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겼습니다. 한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더군요.”

차은성은 술에 약을 탄 것과 육소문, 황진동. 그리고 속옷을 일직선상에 놓고 생각해 보았음을 언급했다.

이상했다!

당우희는 양가의 며느리다. 아무리 남편이 없는 홀몸이라고 해도 함부로 찝쩍댈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육소문은 거리낌 없이 당우희를 가슴에 안았고 황진동은 자신의 여자 취급 했다.

당우희와 모종의 관계가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이다.

“그리고 절 이용하시려는 느낌도 받았고요.”

차은성은 당우희에게 혐의를 두고 그녀를 살펴보았음을 말했다.

“그런데 빈번하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당가를 찾으며 좌종당을 만나셨더군요.”

차은성은 장샤오츠를 언급했다. 그를 통해 당우희를 감시했었다.

“좌종당에 관해 알아보며 뜻하지 않게 당중산 장로까지 이상한 정황이 하나둘 나타나더군요.”

고구마 줄기를 캐듯 하나가 드러나며, 뒤이어 하나둘 의아한 정황들이 나타났음을 차은성이 말했다.

“암살은 내부 정보에 해박하고 의부님의 동선을 훤히 알고 있는 자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자가 시도하기에는 무리죠. 살펴보니 암살이 성공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성공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실패로 끝났더군요.”

차은성은 말하며 장샤오츠를 생각했다. 그가 건넨 정보가 상당히 유용했었다.

당우희는 참담한 눈빛을 띠었다.

좋게.

양승조로 하여금 물러나도록 만들기 위해 일부러 암살을 실패했었다. 그런데 차은성이 그걸 알아챘다.

차은성이 말했다.

“혹시 하는 마음에 판을 짜 보았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의부님의 죽음. 뒤이어 패도맹과 황하회의 급습.”

“…….”

“암중에 있던 자가 전면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죠. 그 결과가…….”

차은성은 말하며 좌를 힐금거렸다.

일단의 군인이 죽은 청방, 당가의 조직원들 시체를 수습하고 있었다.

경찰을 동원할까 생각해 보았지만 관련 정보의 외부 유출이 우려되었다.

그리고 한두 명도 아니고 최소 만 명 단위의 삼합회 조직을 처리하는 데 경찰 병력이 대규모로 동원된다면 관련 보안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설사 체포하더라도 청방과 당가의 조직원들의 뒤처리가 상당히 곤란했다.

최소 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감옥이 타이완에는 없다. 그렇다고 죄다 홍콩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다.

그랬다가 다시 항쟁이 터지면 적이 되어 타이베이로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콩 삼합회와 북경 중국 공산당 정부에게 은근 돌려 경고 및 주의를 줄 필요가 있었다.

―섣불리 움직이면 엄청난 피를 보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장샤오츠를 통해 군 병력을 움직였다.

물론 경찰보다 군이 상대적으로 보안 유지가 쉽다. 훈련을 핑계로 대규모의 병력 동원이 얼마든지 가능하니깐 말이다.

차은성은 당우희를 보았다.

“이해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

당우희는 침묵하며 가만히 차은성을 마주 보았다.

“미남계에 넘어가…… 남자 때문에 의부님과 사자방을 배신하신 겁니까? 아니면 처음부터 당중산 장로와 함께 중국 국안부와 연결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까?”

차은성의 물음에 당우희가 힘없이 말하며 옆으로 돌아섰다.

“아버지의 고향이 대륙이니까요.”

부친 당중산이 처음부터 중국 국안부와 모종의 관계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당우희였다.

차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그렇게 된 거군요.”

이해가 된다.

중국 국안부는 항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첩보망을 깔고 운용한다.

최소 4, 5년이고 최대 30년까지.

당중산이 처음부터 중국 국안부 사람이고.

아주 어릴 때 타이완으로 이민을 왔으며, 상부 지시에 따라 사자방에 들어왔다면.

국안부 요원인 좌종당이 그의 곁에 있는 것이 설명이 된다.

그리고 부친 당중산과 좌종당에 의해 아마도 당우희가 포섭되었을 것이다.

차은성은 처음에는 황일천을 의심했다.

막내아들을 낳은 애첩.

그녀가 중국 국안부의 요원이 아니었을까? 마음 한구석으로 혐의를 주었다.

하지만 당우희에 이은 좌종당, 당중산에게서 이상한 정황들이 계속 포착되면서 애첩을 의심하던 마음을 접었다.

*    *    *

당우희를 태운 차량이 시야에서 빠르게 멀어졌다.

그사이.

양승조는 자신과 사자방을 배신한 당중산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눴고. 이후 패도맹주와 황하회주에게 정중하게 고맙다 인사했다.

“하하하. 아니오. 우린 그저 귀수의 서신을 받고 그대로 움직였을 뿐이오.”

“양 방주. 이번 고육계로 말미암아 우리 3대 조직 사이에 단합이 깨어지는 일이 없도록 잘 좀 부탁하오.”

패도맹과 황하회가 일부러 사자방을 급습했다.

고육지계였다.

하지만 사자방 방도들 마음속에 패도맹과 황하회에 대한 적개심을 그만 심어 주고 말았다.

패도맹주와 황하회주는 그 점을 우려했다.

한 번 간 마음의 금은 다시 복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자방, 패도맹, 황하회.

3대 조직이 서로 단합하고 단결하지 못하면.

홍콩 삼합회 세력에게 여지없이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타이완 암흑가까지 내주게 된다.

그 점을 패도맹주와 황하회주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양승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두 분이 우려하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이 사람, 양승조의 이름을 걸고 약속드립니다.”

타이완 암흑가의 세 거물이 대화하는 동안.

차은성은 장샤오츠와 마주 보며 서서 담배를 피웠다.

골초답게.

장샤오츠는 입에 담배를 물고 간간이 담배 연기를 뿜었다.

“덕분에 타이완 삼합회에 스며든 중국 스파이망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소. 고맙소.”

“천만에요.”

차은성이 대꾸하며 씩 웃었다.

장샤오츠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CIA 쪽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완강하오. 얼마 전에 그들이 고용한 킬러를 죽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 국무성을 통해 총독부에 직접 압박을 가하는 바람에…… 최대한 빨리 출국하는 것이 좋을 거요. 자칫하면 우리 타이완 경찰이나 검찰이 체포에 나서야 할지도 모르니깐 말이오.”

장샤오츠의 말에 차은성이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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