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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45)화 (145/208)

NIS의 천재 스파이 (145)

당선인을 방패로 내세워 경찰을 지키려는 임범철 국장이었다.

기자회견 때문에 청와대가 경찰이나 민경구 청장을 대상으로 모종의 포지션을 취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임범철 국장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완만한 속도로 말을 이었다.

“이번 일로 평지풍파가 일 겁니다.”

“…….”

“청와대에서 청장님의 목을 날려 버리려고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임범철 국장이 예상한 바를 말하자 민경구 청장이 움찔했다.

그의 목이 지금 위태위태하다. 그 때문에 방금 전에 크게 언성을 높였었다.

목이 보장되고 경찰 조직에 그 어떤 피해도 없다면.

굳이 임범철 국장에게 언성을 높일 이유가 없는 민경구 청장이다.

“하지만 당선인이 커버해 주면 청와대라고 해도 청장님을 어쩌진 못할 겁니다.”

임범철 국장은 민경구 청장의 목을 보장했다. 그러자 민경구 청장이 은근 안도의 눈빛을 띠었다.

임범철 국장은 말없이 민경구 청장을 바라보았다.

보신이 다른 모든 것에 있어 최우선이다. 그 모습에 임범철 국장은 내심 크게 실망했다.

‘저런 사람을 상사라고 이제까지 모셔 왔다니!’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사이.

민경구 청장이 임범철 국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뭘 말씀이십니까?”

임범철 국장이 반문하자.

“자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민경구 청장이 언성을 높였다.

“…….”

임범철 국장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온 대한민국이 난리가 날 텐데.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거 아냐?”

임범철 국장이 말했다.

“무슨 대책을 어떻게 세웁니까? 청장님.”

“뭐?”

민경구 청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장님, 저희는 경찰입니다. 정보기관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일에 있어 저희는 그저 조연에 불과합니다. 주연은 국정원과 CIA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뭔 대책을 어떻게 세웁니까?”

임범철 국장의 말에 민경구 청장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다!

민경구 청장은 그런 속내를 내보였다.

“감추어야 하는 것을 기자회견을 통해 모조리 다 까밝혔잖아! 그럼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지!”

민경구 청장이 재차 언성을 높였다.

“청장님.”

임범철 국장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민경구 청장을 불렀다.

“저희는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것뿐입니다. 체포한 SOG 요원들은 이미 국정원에 신병을 인도하였고요.”

“하지만 자네가 관련 정보를 발표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제가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률에 따른 정당한 업무였습니다.”

“업무?”

임범철 국장의 말에 민경구 청장은 황당하다는 눈빛을 띠었다.

“임 국장.”

“…….”

“자네 지금 경찰청장이 무슨 핫바지로 보이나? 응!”

민경구 청장의 말에 임범철 국장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형사소송법 234조!”

순간.

민경구 청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는 공직자로서 묵과할 수 없는 중요한 범죄행위를 인지하였고, 해당 범죄에 대해 공개적으로 고발한 겁니다.”

민경구 청장이 가만히 임범철 국장을 바라보았다.

잠시 동안.

청장실에 침묵이 흘렀다.

민경구 청장, 임범철 국장.

두 사람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한참 후.

민경구 청장이 임범철 국장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뭘 노리고 있는 건가?”

“전, 노리는 것 없습니다. 청장님.”

“임 국장!”

민경구 청장이 다시금 언성을 높였다.

“난! 경찰청장이야. 이 자리에 앉기까지 얼마나 많은 험난한 고비를 넘겼는지 아나?”

임범철 국장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고?”

민경구 청장이 임범철 국장의 말을 받아넘기듯 반문했다.

그러자 임범철 국장이 말했다.

“CIA 요원들이 추가로 더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그들이 죽이려고 하는 국정원 팀장급 요원이 죽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다시 해당 요원을 죽이려고 할 수도 있어 공개 발표를 통해 CIA의 움직임을 막으려고 한 겁니다.”

임범철 국장의 말에.

그럼 그렇지!

민경구 청장이 그런 표정을 지었다.

“아울러!”

임범철 국장이 힘주어 말했다.

“해당 요원의 지인이나 가족에 대한 CIA의 살해 시도가 있을지도 몰라…….”

민경구 청장이 일순 움찔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다.

“임 국장. 그 요원이라는 사람, 신변 보호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인이나 가족들에게도 경호 인력 붙이라고. 지금 당장!”

민경구 청장이 급히 말하자 임범철 국장이 낭랑하게 말했다.

“청장님! 국정원 요원입니다. 그들의 신원은 국가 기밀에 속한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만에 하나, 요원 가족이 언론에 노출되기라도 한다면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민경구 청장이 헛기침했다.

“허, 험.”

국정원 요원이나 요원 관련 지인이나 가족에 관한 정보는 극비다. 그건 기본 중 기분이다.

임범철 국장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민경구 청장이 10만 경찰의 수장이다? 임범철 국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뭐, 정권 교체가 되면 당연히 청장 인사가 뒤따르니.’

정해진 수순이다.

누구든지 청와대의 주인이 되면 서두르는 것이 국정원, 검찰, 경찰 수장을 자신의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다.

임범철 국장은 생각했다.

자신의 기자회견으로 온 대한민국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청와대나 국정원이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이다.

대중이나 언론에 감추어야 하는 국가 기밀급 정보를 기자회견을 통해 다 까발린 자신이다.

틀림없이 자신의 옷을 벗기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무마하려 할 것이다.

자신의 기자회견을 부인하려 할 것이다.

미국과의 정치, 군사, 외교적 관계를 고려하려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 자신이나 경찰에 대한 비난이 폭주할 것이고. 각 언론 매체는 청와대의 요구에 굴복.

거짓 기자회견을 하였다고 자신을 궁지로 몰아세울 것이다.

이래저래 자신에게는 불이익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두 가지는 건졌다.

‘CIA의 발은 충분히 묶을 수 있어. 그리고 CIA가 우리 한국을 대상으로 모종의 뭔가를 진행 중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각 정부에, 각국 정보기관에 알릴 수 있어!’

임범철 국장은 내심 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면 족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눈을 반짝였다.

각국 정보 조직이나 기관은 바보가 아니다. 다들 궁금해할 것이다.

CIA가 한국 국내에서. 그것도 수도 서울에서 한국 정보기관인 NIS의 팀장급 정보 요원을 암살하려 한 이유?

아마 모르긴 몰라도 부탁한 차은성의 말대로 전 세계 정보 관련 세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도 남을 것이다.

주목!

관심!

그것이면 족하다.

임범철 국장은 생각을 정리하고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민경구 청장을 돌아봤다.

“자네 지금…….”

그가 물었다.

“당선인을 서둘러 만나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임범철 국장의 말에.

민경구 청장이 흠칫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

임범철 국장은 옆으로 돌아서며 곧바로 청장실 입구로 걸어갔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완만한 걸음.

민경구 청장은 걸어가는 임범철 국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임 국장이 언제 당선인과 줄을 댔지?’

민경구 청장은 당혹스러웠다.

당선인 이시목은 차기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이시목 당선인을 아무래도 임범철 국장이 아는 것 같다.

선거 전일까?

아니면.

선거 후일까?

어느새 이시목 당선인의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임범철 국장이 자신의 다음 자리를 노리고 당선인 이시목에게 선을 댄 것 같은데.

민경구 청장은 내심 그렇게 예상하며 은근 긴장했다.

아직은 청장이란 자리에 계속 앉아 있고 싶다. 그러자면 그 역시 당선인 이시목 측에 줄을 대야 한다.

민경구 청장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임범철 국장이 문에 다다랐다. 그는 손으로 문손잡이를 잡더니 이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    *

조영국, 신일권, 최라경, 이창희, 차은성이 테이블을 중앙에 두고 둘러서 있었다.

차은성이 테이블 중앙에 서서 팀원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미 상황 설명을 끝냈다.

조영국, 신일권, 최라경, 이창희.

팀원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온몸으로 훤히 드러냈다.

“거주지를 최대한 빨리 옮기고 회사와도 모든 연락을 끊어.”

팀원들이 차은성의 말에 집중했다.

“……무기한 잠수에 들어가…… 부득이하게 회사와 연락해야 한다면 박영광 과장을 찾아.”

“…….”

“박 과장 외에 다른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

차은성이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현재 CIA가 날 노리고 있고, 회사 내부에도 이중 스파이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

차은성은 엄청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며 팀원들에게 무기한 잠수. 자신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라고 당부했다.

팀원들은 하나같이 굳은 얼굴이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

CIA가 노골적으로 차은성을 노릴 줄은 정말 몰랐다. 이런 상황 전개라니.

팀원들 모두 마음속으로 매우 불안해했다.

차은성은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각자의 계좌에 이틀 안으로 거액이 입금될 거야.”

“…….”

“설사 나 때문에 회사에서 퇴직하게 되더라도, 남은 생애 동안 먹고사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차은성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 팀원들의 노후를 위해 준비해 두었다.

팀원들에게 아무 일이 없더라도 팀장인 자신 때문에 회사에서 강제 퇴직 당할지도 모른다.

그럼 팀원들의 노후가 어떻게 될지…….

차은성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자신은 회사에서 강제 퇴직 당한 상태다.

CIA가 어쩌면 그것을 노리고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차은성은 팀원들을 둘러보며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팀원들을 또 잃고 싶지는 않았다.

차은성은 팀원들을 한 명씩 마주 보았다. 짧은 기간 동안 꽤 정이 들었다.

눈에 보이는 팀원들.

그들의 시체를 절대 보고 싶지 않다!

차은성은 내심 힘주어 이를 악물었다.

이전 팀.

그들이 생각난다.

노태준, 황민준, 김아름, 우형광.

모두 자신의 책임이다.

팀장으로서 팀원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차은성이 죄책감, 가책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이.

조영국이 차은성을 불렀다.

“팀장.”

차은성이 돌아보자.

“괜찮아?”

차은성을 걱정하는 조영국이었다.

씨익.

차은성이 미소 지었다.

“이미 기자회견을 보셨지 않습니까? 선배.”

“그래도…….”

“저 역시 당분간은 잠수에 들어갈 겁니다.”

“회사 내에 이중 스파이가 있는 것이 확실해?”

조영국이 재차 물었다. 눈빛이 이만저만 격한 것이 아니다.

배신자!

이중 스파이를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다.

“심증일 뿐이지만, CIA SOG 요원들은 제가 어디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관련 동선을 정확하게 알고서 날 찾아왔습니다.”

차은성은 생각하는 바를 계속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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