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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43)화 (143/208)

NIS의 천재 스파이 (143)

불협화음

결정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계속 생각을 거듭했다.

차은성의 부탁 아닌 부탁이 가진 엄청난 파장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다. 향후 어떤 후폭풍이 몰아칠지…….

*    *    *

벽난로 안에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

그 빛이 주변을 밝혔다.

창밖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어두웠다.

밤!

흔들흔들.

흔들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몸을 앞뒤로 움직이는 시먼스 전 CIA 부국장.

그의 뒤.

두 걸음 떨어진 곳에 남미계로 보이는 한 남자, 잭 커비가 서 있었다.

“음…….”

“이미 작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

“성공한다면 별문제가 없겠습니다만.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한미 관계에 큰 트러블이 생길 겁니다. 부국장님.”

“하트가 왜 그렇게 서두른 거지?”

시먼스가 묻자 커비가 대답했다.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와히브에서의 작전 실패로 조직 내부에서 궁지에 몰려…… 거기다 이스라엘 군사 정보부 아만이 끼어들어 상황이 더 복잡, 미묘해졌습니다.”

커비의 말에 시먼스가 침묵했다.

“…….”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에게 달려든다. 그처럼 하트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냉철함을 잃은 것 같다.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무모한 짓을 독단으로 진행 중이다. 실패할 경우, 그 여파가 심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음…….”

침묵한 시먼스의 입술 사이로 낮고 작으며 긴 침음이 흘러나왔다.

커비가 긴장한 눈으로 흔들의자에 앉은 시먼스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시먼스의 입이 떨어졌다.

“……가 주도하는 중동 개편에 이스라엘이 혹 위기를 느낀 걸까?”

그의 물음에 커비가 답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만이 움직인 것으로 봐서는 중동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커비의 말에 시먼스가 얼굴을 찡그리며 언짢은 눈빛을 띠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커비가 시먼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중동 무기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저희 미국과 러시아입니다. 그런데 하트가 러시아 측과 협상을 하며…… 그 결과 러시아의 영향력하에 있는 중동 각국이 대거 러시아 최신 무기를 도입. 중무장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렇담 이스라엘이 전쟁 위기를 느낄 만하군.”

시먼스의 말에 커비가 명료하게 대답했다.

“네.”

이어.

커비가 신중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다시 중동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군사적인 동요가 심한 것 같습니다.”

“…….”

“그 때문에 현재 미국 내에 있는 각 유태 조직의 움직임이 아주 활발한 것이 아무래도…… 백악관은 물론 펜타곤 고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전례 없이 강력한 로비가 진행 중입니다.”

커비의 말에 시먼스가 물었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이 러시아의 무기 공급 중단인가?”

“네.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중동 각국이 중무장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긴. 이제까지 유지되던 군사적 우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아주 크겠군.”

시먼스가 이스라엘이 느낄 위기감을 염두에 두고 말했다.

“그것도 있습니다만. 저희 미국이 러시아와 모종의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수 없는 양보를 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훗.”

커비의 말에 시먼스가 실소했다.

“우리 미국이 이스라엘을 버리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로군.”

“네. 이스라엘에게 저희 미국은 그야말로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히든카드에 다름 아니니까요.”

커비의 말에 이어 시먼스가 말했다.

“……제1왕위 계승권자인 무샤드 왕자를 죽이려고 한 것에 와히브가 우리 미국을 상대로 한 번…… 거기에 이스라엘이 가세했다면 아주 골치 아파질 것 같은데 말이야.”

시먼스가 중얼거리듯 말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생기려 한다. 그 모든 일에 하트가 있다.

무샤드 왕자를 죽이고 제2왕위 계승권자인 마제드 왕자를 왕위에 앉혀, 와히브의 유전을 독점하려고 했던 계획을 아예 처음부터 시도하지 말았어야 했다.

관련 승인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한 하트로 인해 지금 평지풍파가 일고 있다.

이제까지 어렵사리 유지시켜 왔던 중동의 균형이 깨어지기 직전이다.

시먼스는 러시아와의 협상을 생각했다.

‘하트가 너무 앞서 나갔어!’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직 내에서 하트가 자신보다 서열과 위상이 위다. 그 때문에 하트가 벌이는 판에 끼어들어 제지할 수가 없다.

지켜보는 수밖에!

하지만 시먼스는 하트가 벌이는 짓거리를 용납할 수 없었다.

‘세계 질서 재편!’이라는 큰 틀에서 모든 것을 조율하는 조직의 방침과 글로벌 계획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음!’

시먼스는 머릿속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바르샤바 조약국.

나토와 대척점에 있는 서유럽 각국이 소련 연방 해체와 함께 독립국이 됐다.

새로운 시장이 생긴 것이다.

폴란드, 체코로 대표되는 동유럽에 지속적으로 투자. 동유럽의 경제를 조직은 크게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프랑스, 독일로 대표되는 서유럽과 맞먹는 거대한 시장을 창출.

……이들이 해당 시장을 선점 및 독점한다는 계획은 몇십 년에 이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조직의 글로벌 경제 질서 개편의 핵심이다.

그런데 하트가 와히브 유전 독점에 실패하면서 예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무리수를 거듭 두었다.

그 바람에 이스라엘이 전쟁 위기를 느끼고 전례 없는 움직임을 현재 보이고 있다.

시먼스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하트가 조직 내부에서의 위상과 개인 이익 때문에.

돌출 행동을 함으로써.

조직에 심각한 피해를 안겨 주고 아주 곤란한 문제와 상황을 그만 야기하고 말았다.

커비가 시먼스를 바라보았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분명 저희와 관련이 있는…… 하트에 관한 정보를 무샤드 왕자가 한국 NIS의 차은성 팀장에게 전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시먼스의 눈썹이 일순 꿈틀거렸다.

“이스라엘 군사 정보부 아만이 아무래도 무샤드 왕자를 뒤에서 백업하며…… 현재 상황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부국장님.”

커비의 말에 시먼스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때문에 하트가 서둘러 죽이려 한다?”

“…….”

“그런데 왜 하필이면 차은성이지?”

시먼스의 물음에 커비가 어리둥절해했다.

“무슨…….”

“무샤드 왕자가 왜 그 정보를 차은성에게 전했을까?”

시먼스가 의문의 목소리로 묻자 커비가 재빨리 대답했다.

“하트가 전날 무샤드 왕자를 제거하려고 했을 때, 무샤드 왕자를 구한 것이 바로 차은성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커비의 말에 시먼스는 의문을 떨치지 못했다.

“약해.”

“…….”

“해당 정보를 차은성에게 전한다고 해서 차은성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

“단지 자신의 목숨을 구해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정보를 차은성에게 준 것은 납득이 안 돼!”

시먼스의 말에 커비가 말없이 눈을 깜빡였다.

“커비.”

“네, 부국장님.”

“납득이 가는 정보 없나?”

물음에 커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것이, 정확히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만. 아만이 아무래도 뭔가 알아챈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만이?”

시먼스가 반문하며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네.”

커비가 대답했다.

“브뤼셀에서 저희가 영국으로 보내던…… 모사드가 중간에서 낚아채려 하였습니다.”

커비의 말에 시먼스의 눈이 반짝였다.

최종적으로 한국 NIS로 넘어갔지만. NIS 내부의 협력자가 조치를 취해 해당 정보는 무사히 회수했다.

NIS는 관련 정보를 상실했다. 내부에 이중 스파이가 있었다는 것을 NIS는 필사적으로 감췄다. 그 때문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시먼스가 생각하는 사이 커비가 계속 말했다.

“아만이 모사드를 통해서 저희 조직에 관해 뭔가 알아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설마 나와 차은성이 얽힌 것을 알아낸 건가?”

“그보다는 차은성이 저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차은성의 팀원들을 제거한 것을 아만이 알고 있다면 관련 정보의 전달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커비가 냉철한 눈빛을 띠었다.

“아만이!”

시먼스가 거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커비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입을 굳게 다물고 흔들의자에 앉은 시먼스 전 CIA 부국장을 바라보았다.

시먼스가 불쾌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만이 언제부터 무샤드 왕자와 그렇게 가까워졌지?”

“아만은 와히브를 우호국으로 만들기 위해 그동안 상당한 공을 들여 왔습니다.”

“…….”

“차기 국왕으로 가장 유력시되는 무샤드 왕자는 이스라엘에 있어서는 최우선 포섭 공작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부국장님.”

커비의 말에 시먼스가 재빨리 물었다.

“그런데 하트가 무샤드 왕자를 제거하려고 했으니.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자국의 국익과 대중동 정책을 하트가 깽판 놓으려 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그러니 니들도 어디 엿 좀 먹어 봐라. 뭐 그런 속셈인 건가?”

커비가 시먼스의 눈치를 보았다.

“네, 현재로서는 그런 모양샙니다.”

시먼스는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

머릿속으로 차은성을 생각했다.

‘그때 무리해서라도 없앴어야 했나?’

시먼스는 후회의 눈빛을 띠었다.

마담 화이트로 하여금 노태준, 황민준, 김아름, 우형광을 제거하라고 의뢰했다. 그런데 차은성을 그때 미처 제거하지 못했다.

이후.

차은성을 제거할 마땅한 기회를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CIA가 한국 NIS와의 충돌과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보냈다.

예의 메시지를 무시할 수 없어 상부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내지 말라고, 차은성에게서 손을 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은성을 지켜보기만 할 뿐 손을 대지 않았다.

천천히.

시먼스가 커비를 불렀다.

“커비.”

“네. 부국장님.”

“하트가 SOG 1개 팀을 보냈다고 했지?”

“네.”

“NIS 내에 있는 협력자에게…… 그렇게 전해.”

시먼스의 말에 커비가 흠칫했다.

“부국장님.”

“왜, 내게 할 말이 있나?”

“상부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알아.”

“그런데…….”

“내가 한 일이 아니야. 하트가 한 일이야.”

시먼스의 말에 커비가 순간 놀란 눈빛을 띠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부국장님.”

“처리해.”

시먼스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커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지시하신 대로 처리하긴 하겠습니다만.”

“만?”

“혹시 이번 일로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기거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아마 하트가 크게 다치겠지.”

“부국장님…… 설마 하트가 한 일로 생각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커비의 말에 시먼스가 소리 없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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