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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42)화 (142/208)

NIS의 천재 스파이 (142)

차은성은 커플이 아시아 담당 SOG 요원임을 명심하고 있었다.

차은성은 테이블에 기대서서 커플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그 와중에도 차은성은 라이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여전히 왼손 엄지로 여차라면 라이터의 뚜껑을 밀어 올리려는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한편

야외 테이블로 나가는 자동 유리문 앞에 카페 종업원들과 손님들이 모여 있었다.

웅성웅성.

그들은 하나같이 의문이란 감정을 내보였다. 차은성과 커플을 바라보며 다들 영문 몰라 했다.

그때.

카페 문이 열리며 일단의 이들이 우르르 뛰어 들어왔다.

매우 다급하게.

*    *    *

몇 시간 후.

차은성은 창가에 서서 가만히 밖을 바라보았다. 두 눈 가득 서울 도심이 보인다.

차은성은 눈을 깜빡이며 손을 들었다. 그는 눈썹을 긁적이며 초조한 눈빛을 띠었다.

‘내 느낌이 맞다면!’

두 번이나 자신을 누군가가 죽이려 했다.

미구엘.

커플.

그런데 커플이 CIA SAC 산하 아시아 SOG의 요원이라는 것이 매우 마음에 걸린다.

‘적어도 작전 부국장 정도의 고위 인사의 승인이 없으면 SAC가 움직이지 않을 텐데.’

차은성은 월터 부국장을 생각했다.

그가 자신을 죽이라고 SAC에 지시했을 리는 없다.

‘시먼스 후임으로 부국장이 된 조지 럭스!’

차은성은 그가 의심스러웠다.

‘시먼스와 무슨 관계일까?’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서울 도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분명한 것은 CIA가 여전히 시먼스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건데.’

차은성은 손을 내리며 골똘히 생각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날 노리는 암살 시도가 여기서 멈출까?’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만 노린다면 다행이지만. 예서나 어머니, 아니면 팀원들까지 노린다면!’

차은성은 불안했다.

자신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죽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다.

노태준, 황민준, 김아름, 우형광.

마담 화이트에게 죽은 이전 팀원들.

아직도 그들을 기억한다.

그들의 죽음이 앙금처럼 자신의 가슴 깊숙이 남아 있다.

‘왜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지?’

그 당시 차은성은 의문을 느꼈다.

팀원들은 다 죽였는데, 왜 자신을 죽이지 않았을까? 무슨 이유로…….

차은성은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머리가 아팠다.

“으음.”

생각을 멈추며 차은성이 다문 입술 사이로 가늘고 작은 신음을 흘렸다.

당시 자신을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음에도 죽이지 않은 시먼스의 의중을 모르겠다.

*    *    *

꽤 시간이 지났다.

덜컥.

문이 열리며 임범철 국장이 들어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창가에 서 있던 차은성이 뒤돌아섰다.

“어서 오십시오.”

차은성의 말에 임범철 국장이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자네와 엮이기만 하면 왜 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지 모르겠어.”

임범철 국장의 불만스러운 말에 차은성은 말없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씨익.

*    *    *

몇 분 후.

임범철 국장과 차은성이 마주 보며 소파에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유리가 얹어진 사무용 테이블에는 두 개의 종이컵이 놓여 있었다.

임범철 국장은 뜻밖이었다는 목소리로 커플에 관해 말했다.

“……관련 우리 경찰 전문가가 혀를 내두르더군. 설마 여자 핸드백에 총을 쏠 수 있는 장치를 할 줄이야. 꿈에서도 상상해 보지 못했다고 말이야.”

“…….”

“게다가 여자가 쓴 안경이 HMC 기능을 한다고 하더군.”

순간.

차은성이 움찔했다.

얼굴과 두 눈동자가 당황이란 감정에 삽시간에 잠식되었다.

크게 놀랐다.

HMC.

Helmet Mounted Sight.

쉽게 말해 헬멧 조준장치다.

임범철 국장의 설명에 차은성의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졌다.

헬멧 조준 기술을 적용한 안경으로 자신을 조준하고, 핸드백으로 위장한 암살용 총으로 자신을 죽인다!

차은성은 새삼 CIA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단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첨단 장비를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흔한 말로 수지 타산이 안 맞다.

사람 하나 죽이자고 그야말로 돈을 물 쓰듯 하지 않는가?

‘그래서…….’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골목에서 왜 자꾸 여자가 자신을 보았는지.

눈의 초점을 왜 자신에게 맞추려고 했는지.

핸드백 방향을 왜 자신에게 돌리려고 했는지.

그 모든 것이 이제야 납득이 된다.

느긋한 목소리로 임범철 국장이 차은성에게 말했다.

“문제는 그들의 처린데…….”

머리 아프게 되었다.

임범철 국장이 그런 속내를 내비쳤다.

체포한 커플이 CIA 요원이고 차은성을 죽이려고 한 암살 팀이다.

경찰이 처리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임범철 국장이 그런 속내를 내비쳤다.

“NIS가 그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임범철 국장이 말끝을 흐리며 차은성의 기색을 살폈다.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그렇게 하십시오. 아마 연락하면 얼씨구나 하고 올 겁니다.”

차은성이 마치 남의 일처럼 말했다.

임범철 국장이 내심 의아해 반문했다.

“얼씨구나 하고 온다고?”

“네.”

차은성이 말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SOG다.

CIA에게 충분히 큰소리 탕탕 칠 수 있다.

그리고 커플을 넘겨주고 이번 일을 덮는 조건으로 CIA에게 무엇을 요구할까?

1차장 윤희상이라면 아마 그렇게 주판알을 튕길 것이다.

박희오 원장이라면 짐짓 못 본 척하며 1차장 윤희상을 은연중에 묵인할 것이 뻔하다.

선우종은 CIA에게서 받아 낼 대가에 대한 기대에 마냥 부풀어 침묵할 것이다.

요원 한두 명 죽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다만 그 대가로 NIS가 어떤 이익을 취할 수 있느냐? 그것이 중요할 뿐이다.

조직의 생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차은성이다.

차은성의 언급에.

“끙…….”

임범철 국장이 앓는 작은 소리를 흘렸다.

마음 한구석으로 죄책감에 가까운 자괴감이 드는 그다.

속한 경찰 조직 역시 별반 다를 것이 없다. NIS보다 조금 덜하다?

천만의 말씀이다.

50보, 100보.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차은성이 임범철 국장을 보았다.

“NIS야 CIA에게서 적절한 대가를 챙기겠지만. 경찰은 아무것도 손에 쥐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물음에 임범철 국장이 선선히 대꾸했다.

“우리가 뭔 한 일이 있다고?”

자조적인 임범철 국장의 말에 차은성이 살며시 웃었다.

그가 전화로 도움을 청했다.

커플을 처음부터 정보국에서 인지하여 추적, 체포한 것이 아니다.

의외로 임범철 국장이 솔직하게 나온다.

“국장님.”

차은성이 임범철 국장을 불렀다.

“응.”

임범철 국장이 차은성을 마주 보았다.

“어디 조용한 곳이 없겠습니까?”

“조용한 곳?”

차은성의 말에 임범철 국장이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네. 도·감청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 말입니다.”

진중한 차은성의 말에 임범철 국장이 움찔했다.

차은성이 뭔가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

임범철 국장의 얼굴이 일순 매우 빠르게 경직되었다.

목덜미를 차고 내리흐르는 싸한 느낌!

안 좋다.

절로 불길이나 불운과 같은 말이 생각난다.

임범철 국장은 말없이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아주 제대로, 위험한 일에 엮인 것 같은데.

*    *    *

경찰청 지하 비품 창고.

주변에 각종 비품이 즐비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작고 협소한 창고 한편.

정복을 입은 임범철 국장과 차은성이 마주 보며 서 있었다.

차은성은 임범철 국장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설명했다.

설명에 임범철 국장은 아연실색한 모습이었다.

얼굴 가득 경악이란 감정을 담았다. 두 눈동자에는 아연한 빛이 한가득 고였다. 크게 벌린 입안 깊숙이 자리한 갈라진 목젖이 한눈에 보인다.

놀라도 이만저만 놀란 것이 아닌 임범철 국장이다.

“자, 자네…….”

그가 말을 더듬었다.

차은성은 진지한 눈으로 임범철 국장을 바라보았다.

“선택은 국장님 몫입니다. 제 말을 따르시면, 자칫 이제까지 국장님이 쌓아 오신 모든 커리어가 한순간에 훅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

“최악의 경우. 국가 기밀 누설이란 혐의가 적용되어 오랜 수감 생활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차은성은 자신의 말을 받아들일 경우 임범철 국장이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대가를 천천히 언급했다.

해당 언급에 임범철 국장이 무척이나 고민스러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반대로…… 잘만 풀린다면 전 국민적인 영웅이 되겠지. 그리고 어쩌면 경찰청장이 될지도 모르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여의도로 진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임범철 국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입에 올렸다.

올라오는 대가가 큰 만큼, 거는 것 역시 그에 상응하여 커질 수밖에 없다.

차은성이 말했다.

“확률적으로, 후자보다는 전자가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만.”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국장님.”

차은성이 묻자 임범철 국장이 크게 서너 번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우우.”

위험부담이 엄청난 일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처럼 크게 심호흡하는 것이 당연하다.

간이 작은 이라면 기겁하며 못 하겠다고 뿌리치고 도망치려 하였을 것이다.

그 점을 감안하면 임범철 국장이 의외로 대범한 구석이 있다.

임범철 국장이 말없이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자네와 엮일 때마다 내 수명이 몇 년씩 팍팍 줄어드는 기분이네.”

“국장님!”

차은성이 힘주어 임범철 국장을 부르며 은근 결정을 재촉했다.

“…….”

임범철 국장은 말없이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 동안!

차은성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임범철 국장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생각할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할 것 같다.

아닌 말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쌓아 올린 모든 것을 걸고 승패를 알 수 없는 도박을 하라고 종용하는 상황이다.

차은성은 가만히 임범철 국장을 바라보았다.

‘결정은 임 국장님이 하셔야 해. 잘되든, 잘못되든…… 감당해야 하는 것은 국장님이니까.’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임범철 국장을 바라보았다.

고개 숙이고 생각에 잠긴 임범철 국장.

‘위험부담이 너무 커!’

CIA를 상대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판을 벌여야 한다.

아닌 말로.

자신으로부터 지각변동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엄청난 상황이 시작 및 전개될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이라는 짐을 임범철 국장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걱정된다.

그런 한편으로.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경찰 정복에 떳떳하고 싶다.

‘과한 욕심일까?’

임범철 국장은 문득 경찰대 시절을 생각했다.

‘훗. 그러고 보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어.’

한창 꿈에 부풀었던 때다. 그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이 선서한 대로. 그런 경찰관이 되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하지만 살아오며 겪은 세파라고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일들로 말미암아 그런 마음은 어느새 빛바래지고 퇴색해 버렸다.

‘결정을 하긴 해야 하는데.’

임범철 국장은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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