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139)
신입 연습생
변종수가 이선태를 보더니.
“못 보던 분이신데. 로드예요, 아님 새끼예요?”
라고 물었다.
“아, 예에. 로듭니다.”
그러자 이선태가 소파에 앉아 변종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봐하니 신입인 것 같다.
변종수가 미소 지으며 이선태의 좌측 옆을 돌아보았다.
가만히 앉은 소녀.
변종수가 자신을 보자마자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서더니 머리를 깊이 숙였다 들었다.
“안녕하세요. 정예서라고 합니다. 이번에 새로 드림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변종수는 정예서를 보며 눈을 연거푸 깜빡였다.
“정예서…….”
귀에 익은 이름이다.
한편.
김보영이 신입 이선태를 돌아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후딱 안 일어나!”
“아, 네에.”
김보영의 얼굴과 목소리가 심상치 않은지 이선태가 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섰다.
그사이.
변종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김보영을 돌아보았다.
“보영 씨.”
“네, 치프님.”
“연습생이 왜…….”
라센느에 왜 함께 왔는지 이유를 물었다.
송나리, 김남주, 방다솔은 헤어, 메이크업 등 풀 케어를 받아야 하니 당연히 와야 하지만.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연습생이 왜 라센느에 왔는지 변종수는 의문을 내비쳤다.
“그것이…… 하도 라센느를 구경하고 싶다고 물고 늘어지며 부탁하는 바람에 그만…….”
김보영의 말에 변종수가 정예서를 돌아보았다.
“너어, 혹시 차 실장…….”
변종수가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 눈치챈 정예서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에. 오빠예요.”
순간.
“히익!”
변종수가 기겁하듯이 크게 놀라며 양손을 들어 눈 아래 얼굴을 가렸다.
동시에.
황급히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
예서를 제외한 다른 이들.
김보영, 이선태, 송나리, 김남주, 방다솔이 영문을 모르겠는 표정을 지으며 어리둥절한 눈으로 변종수를 바라보았다.
한편.
변종수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겁먹은 얼굴이었다.
변종수는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는지 일순 다급한 눈빛을 띠었다.
그 모습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래?
다들 그런 의문을 내색했다.
변종수가 왜 저러는지 이유를 몰라, 다들 의구심을 내비쳤다.
정예서.
변종수가 아무래도 오빠 차은성을 신경 쓰는 것 같아서 예서가 재빨리 말했다.
“괜찮아요, 치프님. 오빠 지금 해외 출장 중이잖아요.”
예서의 말에 변종수가 홱 고개를 돌리며 급히 말했다.
“어제 돌아왔어.”
순간.
“예에에!”
예서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빠 차은성이 해외 출장 중임을 알기에 마음 놓고 그 틈을 이용해 전부터 호시탐탐 노리던 라센느에 왔는데. 오빠 차은성이 어제 돌아왔단다.
사색이 된 정예서.
한편.
변종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매우 허둥지둥했다.
“이 일을 어쩌나. 어떻게 해에에.”
말하며 양손 팔꿈치를 접으며 자신의 가슴에 꼬옥 붙였다.
안절부절못하는 변종수.
차은성이 이복 여동생인 예서가 라센느에 오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
미성년자가 올 곳이 아니라고 말하며 늘 인근 카페에서 예서를 만났다.
그것을 아는 변종수라 어떻게 해야 할지, 그만 엄청 당황하고 말았다.
당황하는 것은 예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라센느에 오는 것을 오빠 차은성이 엄청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지금 자신을 오빠가 보았다가는…….
정예서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안 돼!’
마음속으로 고함치는데.
저벅저벅.
누군가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눈을 감은 정예서의 귀에 변종수의 음성이 들렸다.
“차, 차 실장.”
정예서는 천천히 실눈을 떴다.
그런 그녀의 눈에 당황한 얼굴의 차은성이 비쳐 들었다.
“너어…….”
차은성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복 여동생 정예서를 바라보았다.
각종 미용 기구가 꽂혀 있는 가죽 혁대를 허리에 찬 차은성.
여동생 정예서를 엄청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서 있었다.
막 단골의 머리를 만져 주고 잠깐 여유가 생겼다.
직원들 몇 명이 해피 멤버가 왔다고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필리핀 세부에서 인연이 있었던 해피 멤버들이라 잠깐 얼굴을 보러 왔다.
그런데 여동생 예서가 해피 멤버들과 함께 있을 줄이야.
한편.
김보영, 이선태, 송나리, 김남주, 방다솔, 변종수가 차은성과 정예서를 번갈아 보았다.
그들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지으며 각자의 감정을 드러냈다.
김보영, 이선태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라 영문을 모르겠다는 감정을 내보였다.
송나리, 김남주, 방다솔은 호기심을 감추지 않았다.
후배인 신입 연습생 정예서가 차은성과 뭔가 있는 것 같다.
변종수는 감당하기 힘든 진하고 강한 당황과 불안의 두 감정을 내색했다.
남매!
하지만 이복이라는 미묘함이 있는 차은성과 정예서다.
변종수는 혹 차은성이 폭발하지나 않을까? 내심 이만저만 불안한 것이 아니다.
그 때문에 변종수는 조마조마한 눈으로 차은성과 정예서를 연신 번갈아 보았다.
그사이.
차은성이 정예서를 가만히 보더니 뒤돌아섰다.
“따라와.”
어느새 자신의 놀란 마음을 추슬렀는지, 착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차은성의 말에 정예서가 흠칫하더니 급히 김보영을 돌아보았다.
“매니저님. 잠시만요.”
“으응.”
김보영이 얼떨결에 대꾸하며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드림 엔터테인먼트사의 사장 한승희에게 귀띔을 받은 것이 있다. 그 때문에 차은성은 대하기 아주 어려운 사람이었다.
무엇보다도 공짜로 라센느를 이용하는 입장이라 알게 모르게 차은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 * *
직원 휴게실.
차은성이 푹신한 파스텔풍의 소파에 앉으며 눈짓으로 맞은편 소파를 가리켰다.
“앉아.”
“응.”
정예서가 말하며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그러자 차은성이 가만히 정예서를 바라보았다.
“결국 네 뜻을 관철시켰구나.”
정예서가 차은성의 눈치를 보았다.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으니깐.”
정예서의 말에.
“풋.”
차은성이 실소했다.
“제법 어려운 말도 할 줄 알고.”
“나, 이래 보여도 엄청 똑똑해. 오빠.”
“됐고.”
차은성이 정색하듯 말하며 정예서를 빤히 바라보았다.
정예서가 몸을 움츠리며 재차 차은성의 눈치를 보았다.
“나.”
“…….”
“야단칠 거야?”
예서의 물음에 차은성이 별반 감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몇 가지만 물어보자.”
차은성의 말에 정예서가 주춤하며 긴장의 눈빛을 띠었다.
“어머니는 아시니?”
차은성의 물음에 정예서가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이 어머니하고 아버지를 만나 담판을 지었어.”
“흠.”
“처음에는 두 분 다 반대했는데. 내가 누구야! 정예서잖아. 그리고 사장님이 워낙 잘 말씀해 주셔서 덕분에…….”
“됐고.”
차은성이 정예서의 말을 잘라 버렸다.
‘휴우. 한승희! 그 여자가 정말이지!’
화가 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봐하니 어머니가 결국 고집을 꺾으신 것 같다.
차은성이 예서를 가만히 마주 보며 물었다.
“힘들 거야. 각오는 돼 있어?”
“세상에 안 힘든 게 어디 있어. 그리고 난 내 꿈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각오가 되어 있어.”
정예서가 차은성을 바라보며 굳은 결의의 눈빛을 띠었다.
포기하라고 말해도 포기할 것 같지가 않다.
이제까지 그렇게 라센느에 드나들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에는 지 뜻대로 라센느에 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예서가 자신의 꿈을 접지 않고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걸 오빠로서 마냥 반대만 할 수는 없었다.
한승희.
사업을 하는 여자다.
그런 그녀가 설마 자신이나 어머니를 염두에 두고 덜컥 예서를 연습생으로 받아들였을 리 없다.
분명 자신이 보지 못한 뭔가를 예서에게서 보았을 것이다.
차은성이 말없이 계속 바라보자 예서는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은근 차은성을 대하기가 어려워진 그녀다.
“오빠…….”
예서가 기어들어 가는 작고 낮은 목소리로 차은성을 불렀다.
“네 인생. 네가 알아서 해.”
차은성이 말하며 천천히 일어나더니 우로 돌아섰다.
“따라와.”
예서는 천천히 일어나며 앞서 걸어가는 차은성에게 말했다.
“오빠. 나, 쫓아내려는 거야?”
“라센느에 처음 온 기념으로 네 머리를 내가 해 주려는 것뿐이야.”
차은성이 쫓아낼 생각이 없음을 밝히자 예서가 일순간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을 수 없다는 강한 부정의 표정을 지었다.
“내 머리를 만져 줄 거야? 그것도 오빠가 직접?”
못 믿겠다!
예서가 온몸으로 그런 감정을 내보였다.
“나, 바빠. 얼른 따라와.”
“응!”
예서가 아주 밝은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걸어가는 차은성에게 뛰어갔다.
차은성은 걸어가며 남몰래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요즘 되는 일이 없다.
회사에서도 퇴직하게 생겼고. 예서의 고집도 결국 꺾지 못했다.
최근 일진이 영 안 좋다.
‘고사라도 지내야 하나?’
차은성이 걸어가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 * *
북촌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한 퓨전 한식 레스토랑.
한옥을 개조해서일까?
은근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것이 딱 여성 취향이다.
사방 벽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에서 안이 훤히 보인다.
그 때문에 크고 작은 아담하고 예쁜 카페를 찾는, 골목을 오가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예의 레스토랑을 돌아보았다.
자신들도 모르게 눈이 가는 눈치들이다.
레스토랑의 내부 인테리어는 퓨전이라는 주제에 특화되어 있었다.
우측 안쪽.
레스토랑 고객들 시선을 꽤 피할 수 있는 꽤 구석진 자리에 한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었다.
테이블에는 앙증맞고 깔끔하며 절로 폰으로 찍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퓨전 한식들이 있었다.
서로 마주 보며 식사를 겸해 반주를 마시는 두 사람.
당선인 이시목, 차은성.
차은성은 과거 찻잔으로 쓰였을 법한 작은 잔을 들었다.
꿀꺽.
최근 도수가 낮아져 한결 목 넘김이 좋아진 소주를 몇 모금 마신 후 잔을 내려놓았다.
이어.
테이블에 놓여 있는 젓가락을 들어 화전을 하나 집어 쏙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천천히 씹으며 차은성이, 자신을 보자고 한 당선인 이시목을 보았다.
이시목은 왼손에 잡채 그릇을 들고 오른손에 쥔 젓가락으로 예의 잡채를 서둘러 입에 밀어 넣는 중이었다.
상당히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테이블에 깔린 퓨전 한식 단품 요리들이 그의 입맛에 맞는지 이시목은 은근 식탐을 부렸다.
차은성, 이시목은 별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묵묵히.
테이블의 단품 요리들을 먹으며 기계적으로 소주를 마실 뿐이었다.
두 사람을 인근에 있는 몇몇 이들이 지켜보았다.
당선인이라 청와대 경호실에서 팀이 파견되어 당선인 이시목을 경호한다.
한참 후.
테이블에 빈 그릇이 하나둘 늘어나고.
이윽고.
식후 디저트로 과일이 나왔다.
이시목은 이쑤시개가 달랑 하나 꽂혀 있는, 잘려 나온 바나나 조각 하나를 집었다.
이내.
입에 쏙 넣고는 천천히 오물거리며 가만히 맞은편에 앉은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는 빚이 차 팀장에게 있는데…….”
운을 떼듯.
이시목이 말하기 시작했다.
“…….”
차은성은 말없이 이시목을 마주 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의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