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134)
덫?
뒤에서.
그 모습을 본 남미인이 서둘러 비상계단 출입문으로 걸어갔다.
* * *
몇십 초 후.
남미인이 출입문에 이르며 손잡이로 자신의 손을 뻗었다.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돌연.
화악.
차은성이 안쪽에서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남미인은 상상도 하지 못한 상황에 그만 몸이 굳어 버렸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순간 텅 빈 것 같았다.
찰나가 영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고 상황이었다.
휘익.
차은성이 지체 없이, 눈이 부시도록 재빠른 동작으로 남미인에게 달려들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흐…….”
남미인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때문에 0.6~0.8초의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남미인은 아무 대응 동작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반면.
차은성은 매우 신속했다.
왼손을 뻗어 남미인의 머리를 손아귀 한가득 움켜쥐었다.
“악!”
그러자 남미인이 비명을 지르며 차은성의 손길에 의해 출입문 안쪽으로 끌려 들어갔다.
차은성은 혼신의 힘을 다해 남미인의 머리를 안으로 끌어당기는 한편, 남미인의 머리를 밑으로 내리눌렀다.
동시에.
차은성이 왼발로 남미인의 왼발을 걸어, 그를 바닥으로 넘어뜨렸다.
쿠당탕.
차은성은 남미인이 총기나 나이프를 꺼낼 틈을 주지 않았다.
어느새 말아 쥔 오른손 주먹으로 남미인의 왼쪽 겨드랑이 아래를 쉬지 않고 때렸다.
퍼퍼퍼퍼퍽.
측면에서 남미인의 심장을 맹공격하며 남미인에게 고통을 주었다.
그 때문에.
“커, 컥!”
남미인이 고통스러워하며 힘없이 바닥을 굴렀다.
일련의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모든 상황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났다.
차은성은 바닥에 쓰러진 남미인에게 돌아서며 인정사정없이 오른발로 그의 낭심을 힘껏 걷어찼다.
퍼억!
동시에.
“아아악!”
남미인이 지독한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집었다.
낭심을 강타당한 충격과 고통에 따른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차은성은 서둘렀다.
재빨리 남미인의 등을 타고 앉으며 오른발 무릎으로 그의 척추를 짓눌렀다.
동시에.
양손을 뻗어 남미인의 머리 좌우를 단단히 잡으며 힘껏 좌로 비틀었다.
우두둑.
목뼈가 뒤틀리는 낮고 작은 소리가 울렸다.
남미인이 자유로운 양손으로 총기나 나이프를 꺼내는 동작보다 차은성이 그의 목을 비틀어 죽여 버리는 것이 빠를 것 같다.
차은성은 최대한 좌로 남미인의 목을 뒤틀며 물었다.
“후 아 유?”
남미인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차은성은 이어 말했다.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 거야.”
“…….”
“네가 총이나 나이프를 꺼내 날 공격하는 것보다 내가 네 목을 비틀어 널 죽이는 것이 더 빨라.”
차은성은 남미인에게 경고했다.
―허튼짓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남미인이 알아듣는지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
차은성이 그것을 보곤 말했다.
“좋아.”
목을 비튼 양손을 조금 풀며 차은성이 물었다.
“누구야? 너.”
“…….”
남미인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러자 차은성이 차가운 눈빛을 띠었다.
“말하기 싫음 이대로 죽어!”
냉랭하게 말하며 차은성이 남미인의 목을 비틀려 하자.
“자, 잠깐…….”
남미인이 고통에 젖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멈칫.
차은성이 동작을 멈추며 다시 양손의 힘을 느슨하게 풀었다.
“누구야?”
“미, 미구엘.”
“날 왜 미행했지?”
차은성의 물음에 미구엘이란 남미인이 대답을 주저했다.
“죽고 싶은가 본데. 난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다고.”
차은성이 말하며 양손에 힘을 주려 하자.
“처, 청부를 받았다.”
미구엘이 급히 말하며 차은성을 흘겨보았다.
포기하지 않은 눈이다.
미구엘이 뭔가 노리는지, 은근 긴장의 눈빛을 띠었다.
한편.
차은성은 미구엘의 말에 흠칫했다.
“청부?”
미구엘이 말없이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누구의 청부지?”
차은성이 묻자.
“나도 몰라. 중개인으로부터 오더를 받았을 뿐이야.”
“중개인 이름은?”
“산토스.”
“좋아. 청부업자인 것 같은데. 내게 걸린 돈이 얼마야?”
“30만 불.”
“훗. 겨우 그 정도 돈으로.”
“널 죽이면 추가 보너스로 10만 불을 더 받기로 되어 있어.”
미구엘의 말에 차은성의 눈이 반짝였다.
‘훗.’
미구엘이 너무 순순히 술술 분다.
차은성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며 미구엘에게 물었다.
“의뢰자가 누구인지는 너도 모르겠군.”
“우리 세계의 룰이 그러니깐.”
“좋아. 그런데 너 혼자서 날 죽일 수 있겠어?”
차은성의 말에 미구엘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뒤늦게 뭔가가 생각난 모양이다.
차은성은 미구엘의 눈빛과 얼굴 표정의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런 한편으로.
미구엘의 양손을 은근 주시했다. 어느새 미구엘의 양손이 그의 좌우 옆구리에 바짝 붙었다.
즉.
미구엘이 자신의 양팔과 차은성과의 거리를 줄였다.
상황 반전을 노리는 모양이다.
차은성은 말없이 눈웃음 쳤다.
미구엘의 행동은 당연하다. 가만히 있으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살려면 뭐라도 해 봐야 한다.
차은성 자신이 미구엘이라고 해도 뭔가 반전을 노렸을 것이다.
차은성이 짐짓 모르는 척하며 미구엘에게 물었다.
“너 외에 의뢰를 받은 자들이 또 있나?”
“그건 나도 몰라. 산토스가 나 말고 다른 이들에게도 청부를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는…….”
순간.
미구엘이 말하다 멈추더니 자신의 몸을 우로 젖히려 했다. 그러곤 황급히 일어나려 하였다.
이미 예상한 차은성이다.
순간.
뚜, 뚝.
차은성이 가차 없이 미구엘의 머리를 좌로, 끝까지 힘껏 비틀어 버렸다.
삽시간에 미구엘의 목뼈가 부러지며 즉사했다. 미구엘의 몸과 양팔이 이내 바닥에 축 늘어뜨려졌다.
눈을 치켜뜬 채 죽은 미구엘.
차은성은 재빨리 미구엘을 바로 눕혔다. 그러곤 서둘러 미구엘의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뒤적뒤적.
그러자 꽤 다양한 것들이 나왔다.
운전면허증. 100달러 12장, 신용카드, 암살용인 듯한 소음기와 콤팩트한 소형 자동 권총, 5발들이 소형 권총용 탄창 둘, 군용 스몰 나이프 등.
차은성은 꼼꼼하게 미구엘의 몸에서 나온 것들을 살폈다.
딱히 자신에게는 필요 없는 것들이라, 죽은 미구에의 몸으로 미련 없이 던졌다.
투, 툭.
이어.
차은성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구엘의 어깨와 양 팔뚝을 살폈다.
“역시!”
차은성은 중얼거리며 미구엘의 오른 팔뚝의 문신을 보았다.
“델타포스 전역자였나? 훗.”
차은성은 실소하며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곤 죽은 미구엘을 내려다보았다.
“살인 청부업자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차은성이 의문의 눈빛을 띠었다.
누가 왜 자신을 죽이라고 살인 청부를 한 걸까?
다른 곳도 아니고 라스베이거스 공항 내에서.
“혹시…….”
차은성은 티케팅을 생각했다.
모르는 일이다.
―노스 아메리카 203편.
차은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겠지. 티케팅을 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노스 아메리카 203편에서 자신을 죽이려고 시도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촉박하다.
차은성은 재차 미구엘을 보았다.
“내가 저자에게 죽을 정도로 형편없다고 생각했을 리는 없을 테고.”
차은성은 함정을 생각했다.
미구엘이 어쩌면 모종의 계획 성공을 위한 미끼일지도 모른다.
“음……. 누군가가 내 동선을 미리 파악하지 않고서야 공항에서 날 죽이려고…….”
차은성은 불안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어쩌면.
무슨 예언하듯이 예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은성은 진한 불안을 느꼈다.
자신이 공항으로 갈 것이라는 걸 사전에 알고 있고. 공항에 미리 미구엘을 보내 놓았다면…….
미구엘이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직면한 상황은 자신에게 매우 위험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상대로 모종의 판을 벌이려 한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차은성은 굳은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출입문으로 돌아섰다.
* * *
LA 도심 비토리오 타워 63층.
호사스러운 업무 공간 우측은 LA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보이는 통유리로 되어 있다.
벽을 등지고 큼직한 원목 책상에 앉아 있는 장년인.
스스슥.
오른손에 금장 만년필을 쥐고 서류에 사인 중이었다.
일순.
따르르릉.
앉은 책상 우측 상단에 있는 세 대의 전화기 중 맨 우측에 있는 전화기가 울렸다.
장년인 돈 파블리코.
LA는 물론이고 미 서부 지역 마피아 보스들 중 보스로 통하는, 일명 ‘빅 보스’로 불리는 이다.
파블리코가 만년필을 내려놓고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이내.
오른쪽 귀에 수화기를 대고 평상시 목소리로 말했다.
“헬로.”
“룩이오.”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낯선 음성에 돈 파블리코가 순간 움찔하더니 이내 크게 놀란 눈빛을 띠었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굳어지며 긴장이 배어 나왔다.
“……오랜만이오.”
“돈 파블리코.”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이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어딘가 모르게 적의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래서일까?
돈 파블리코가 긴장한 어조로 물었다.
“무슨 일이오?”
평소 연락 한 번 없던 수화기 너머의 이에게 돈 파블리코가 자신에게 전화한 이유를 물었다.
길게 통화하고 싶지 않다!
돈 파블리코가 은연중에 그런 속내를 드러냈다.
수화기 너머의 이가 그런 돈 파블리코의 속내를 알아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그리 원만하진 않은 것 같다.
수화기 너머에서 책망조의 음성이 들렸다.
“라스베이거스 공항 건으로 전화했소. 돈 파블리코.”
“그 건이 나와 관련이 있는 것은 맞소만. 어디까지나 하트의 디렉션에 의한 것이었소. 그러니 나에게 뭐라 말하기 전에 먼저 하트와 접촉하는 것이 우선이오. 룩.”
“돈 파블리코!”
수화기 너머에서 매우 불쾌하게 여기는 성난 음성이 들렸다.
“나는 할 말 없소. 룩.”
“이!”
“화가 나는 건 이해하지만. 나로서는 하트의 디렉션을 거부할 수 없소. 그런 내 입장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오. 룩.”
돈 파블리코의 말에 수화기 너머의 이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돈 파블리코의 말에 수긍하기 때문이다.
“…….”
돈 파블리코가 계속 말했다.
“굳이 피어브레드를 언급하지 않아도…… 난, 침묵의 서약을 한 몸이오. 그런 내가 하트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겠소?”
“그렇다면 최고의 히트맨을 보냈어야 할 거 아니오!”
수화기 너머에서 성난 음성이 들렸다.
돈 파블리코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룩. 내가 하트의 지시를 받고 어중이떠중이를 보냈다고 생각하시오?”
“…….”
수화기 너머의 이, 룩이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돈 파블리코의 말에 멈칫한 모양이다.
“서부에서 최고로 불리는 히트맨이었소. 룩. 그런데 역으로 당할 줄 내가 상상이나 했겠소.”
돈 파블리코는 거리낌 없이 계속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