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30)화 (130/208)

NIS의 천재 스파이 (130)

라스베이거스는 세계적인 도박의 도시다.

전 세계 각지에서 갬블을 즐기려는 수많은 이들이 각종 항공기를 이용하여 라스베이거스를 찾는다.

또.

그들 외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다.

그 때문에 라스베이거스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동서양의 인종들이 모두 뒤섞여 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특정 몇 명의 동양인을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은성이 그와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하려 했다.

*    *    *

샌프란시스코 메디컬 센터 옥상 헬기장.

시간을 정확하게 딱 맞췄다.

맹렬한 속도로 로터가 돌아가는 닥터 헬기가 차은성, 최라경, 이창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옥상 헬기장에 서 있는 두어 명의 메디컬 센터 직원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사전에 닥터 헬기에 관해 들은 바가 없어 무척 당황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영문을 몰라 매우 혼란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느닷없이 닥터 헬기가 나타나더니 뭘 어떻게 할 겨를도 없이 착륙했다.

그 때문에 어떻게 된 일인지, 메디컬 센터의 직원들이 상황을 파악하려 하였다.

그사이.

차은성, 최라경, 이창희가 의료용 침대를 밀며 옥상 헬기장에 나타났다.

세 사람은 대기 중인 닥터 헬기로 급히 다가갔다.

옥상 헬기 착륙장에 있던 메디컬 센터 직원들은 미처 그들을 제지하지 못했다.

이내.

착륙한 헬기에 이른 차은성, 최라경, 이창희는 재빨리 의료용 침대를 접어. 헬기에 밀어 넣었다.

그 모습에.

뒤늦게 한 메디컬 센터 직원이 급히 세 사람에게 뛰어갔다.

그는 차은성, 최라경, 이창희에게 이르러 뭐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차은성이 그를 마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며 손을 머리 위로 들더니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맹렬하게 돌아가는 로터 때문에 뭐라고 말하는지 귀에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차은성이 그렇게 손짓으로 말하자 직원이 당황하더니 다시 뭐라 고함치며 답답하다는 속내를 내보였다.

차은성은 들리지 않는 척하며 직원을 옆으로 밀어냈다.

그러는 동안.

최라경과 이창희가 헬기 조종석으로 갔다.

두 사람은 거리낌 없이 문을 열더니 조종사와 부조종사를 밖으로 끌어냈다.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최라경과 이창희의 행동에 엄청 당황했다.

눈 깜짝할 사이.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최라경과 이창희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그만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자의와 무관하게 헬기에서 내리게 된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최라경과 이창희에게 엄청 화냈다.

그러자 최라경과 이창희가 다짜고짜 조종사와 부조종사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퍽.

구타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뭘 어떻게 할 겨를도 없이.

최라경과 이창희의 구타에 그만 착륙장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바로 지척에서, 마주 보며 서 있는 차은성의 어깨 너머에서 일어난 상황이라, 직원이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다.

직원은 아연실색하며 황당하다는 감정을 온몸으로 내보였다.

그러자 차은성이 재빨리 직원을 공격했다.

퍼억…… 퍽.

주먹으로 직원의 배를 가격하자 직원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짧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맹렬한 속도로 회전 중이 헬기 로터 소리에 그만 비명이 묻히고 말았다.

직원은 고통스러워하며 상체를 숙였다.

고통이란 본능에 충실한 반응이었다.

그러자 차은성이 재빨리 수도로 상체를 숙인 직원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그러자 직원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서 모든 것을 지켜본 다른 직원이 해당 두 광경에 엄청 놀랐다.

입을 쩌억 벌리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심정을 온몸으로 피력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새.

최라경, 이창희가 헬기에 탑승. 각기 조종석과 부조종석에 앉았다.

이어.

차은성이 급히 문을 열고 헬기에 올라탔다.

그러자 조종간을 잡은 최라경은 급히 몇몇 버튼을 누르고 레버를 조작했다.

이내.

맹렬하게 돌아가던 로터의 회전 속도가 급격히 증가하더니 서서히 닥터 헬기가 공중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곧.

헬기가 수 미터 높이의 공중에 이르더니 서서히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그러곤 비행을 시작하는가 싶더니 매우 빠른 속도로 메디컬 센터 옥상 착륙장으로부터 멀어졌다.

*    *    *

몇 분 후.

메디컬 센터 옥상 헬기 착륙장에서 일어난 일이 FBI 중앙 상황실에 전해졌다.

군의 당직사령처럼.

24시간 내내 중앙 상황실을 통제 및 제어하는 실장은 급히 지시했다.

인근에 있던, 몇몇 경찰 순찰차를 메디컬 센터로 보냈다.

이어.

대기 중이던 FBI 기동타격 팀을 급히 메디컬 센터 옥상 헬기 착륙장으로 이동시켰다.

뒤이어.

단계를 받아 지부장인 하비에 스와레즈에게 보고했다.

*    *    *

“뭐라고?”

놀란 하비에 스와레즈가 물으며 앉은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책상 너머에 서 있는, 상황실장에게 보고를 받은 맥이 은근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메디컬 센터 내에 있는…… 카메라 영상들을…… 차은성 팀장과 일부 팀원으로 파악이…….”

기쁜 모양이다.

맥이 흐릿한 희열의 눈빛을 띠며 서 있는 하비에를 바라보았다.

맥의 보고에 하비에가 이내 매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가에서 일순 은은한 기쁨이 감돌기 시작했다.

드디어 꼬리를 밟았다!

하비에가 희열이란 감정을 내색하며 맥을 재촉했다.

“좀 더 상세하게 상황을 설명해 봐.”

“예에.”

맥이 대답에 이어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이 이어지는 중간중간 하비에가 맥의 설명을 중단시키며 질문을 퍼부었다.

잠깐이란 시간이 자나고.

“뭐라고?”

하비에는 의문의 기색을 지었다.

메디컬 옥상 헬기 착륙장에서 죽거나 총상을 입은 이가 단 한 명도 없다.

차은성과 팀원. 최라경과 이창희가 일절 총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

조영국과 신일권의 행방이 현재 묘연하다.

맥의 설명이 다시 이어지고. 설명을 경청하던 하비에는 재차 의문을 느꼈다.

이상하다!

마치 일부러 자신들을 노출시키는 것 같지 않은가?

자신들.

FBI가 뒤를 쫓는다는 것을 알 텐데.

너무 노골적으로.

“나 여기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마치 자신들을 쫓아오라고 유혹하는 것 같아, 하비에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다.

“이상해…….”

하비에의 중얼거림에 맥이 반문했다.

“네?”

하비에는 맥을 바라보았다.

“쫓기는 중인데 총으로 위협조차 하지 않았어. 그리고 자신들이 헬기를 타고 가니 추적해 오라고 말하는 것 같아. 아닌가?”

하비에의 물음에 맥은 대답하지 못했다.

“…….”

이상하다!

맥이 그 감정을 느끼는 사이.

하비에가 말했다.

“닥터 헬기라는 기발한 방법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빠져나가는데.”

“…….”

“자네 같으면 흔적을 남기겠나?”

하비에의 물음에 맥의 침묵이 이어졌다.

“…….”

지부장 하비에의 말이 맞다.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흔적을 남겼다.

왜?

무엇 때문에?

맥은 의아한 눈빛을 띠며 하비에를 마주 보았다.

하비에가 말했다.

“내 경험으로는…… 메디컬 센터 옥상 헬기 착륙장에 있는 메디컬 센터 직원들을 모두 죽여 없앴어야 해!”

“…….”

“헬기 조종사와 부조종사 역시 마찬가지고.”

“…….”

“죄다 죽인 다음 시체들을 감추어, 우리가 뒤를 쫓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하비에가 느낀 의문을 풀어놓았다.

“……어렵게 닥터 헬기라는 기발한 탈출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그 방법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난다고 우리에게 알리는 것 같잖아?”

“지부장님…….”

맥이 낮은 목소리로 하비에를 불렀지만 그는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무 깊이.

“뭔가 있어!”

하비에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며 형형한 눈빛을 띠었다. 그러곤 이내 맥에게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헬기 준비시켜!”

“예?”

맥이 어리둥절하여 반문하자.

“놈들을 쫓아야 할 거…….”

하비에가 말하다 멈칫했다.

순간.

머릿속에서 섬광처럼 한 상념이 작렬했다.

‘국제공항!’

미국 서부의 대도시 중 국제공항이 있는 대표적인 세 대도시.

LA,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세바스찬 박의 국외 탈출을 막기 위해 이미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FBI가 사실상 봉쇄했다.

일전에 해로로 차은성이 세바스찬 박을 데리고 LA로 이동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관련 조치를 취하여 현재 LA 국제공항 역시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는 아니다.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도박의 도시라 설마 차은성이 세바스찬 박을 데리고 국외가 아니라 내륙에 있는 라스베이거스로 갈까?

방심했다!

전 세계 각국의 대도시가 수많은 항공편으로 라스베이거스와 연결되어 있다.

관광과 갬블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네바다의 라스베이거스를 찾는다.

“라스베이거스 국제공항!”

하비에가 무의식적으로 고함치며 맥을 보았다.

맥이 그 고함에 흠칫하더니 이내 크게 놀랐다.

“흐윽!”

숨넘어가는 헛바람을 삼키더니 일순 아연한 눈빛을 띠었다.

매우 당황한 맥.

하비에가 그를 다그쳤다.

“뭐하고 서 있어? 당장 가서 헬기 준비하지 않고서!”

“예에, 예에.”

맥이 황급히 대답하며 급히 뒤돌아섰다.

사무실 출입문으로 뛰어가는 맥을 하비에가 바라보며 와락 인상 썼다.

“이!”

아무래도 자신이 차은성에게 당한 것 같다.

뒤통수를 아주 제대로 맞은 것 같아 이만저만 불쾌한 것이 아니다.

차은성의 계획이 무엇일까?

자신들 FBI의 이목을 피해, 언제 어떻게 접선하여 세바스찬 박의 신병을 넘겨받았을까?

과연 자신의 생각대로 차은성이 라스베이거스 국제공항을 통해 서울로 가려는 걸까?

하비에 스와레즈의 머릿속은 그와 같은 생각으로 어느새 꽉 찼다.

*    *    *

라스베이거스, M&T 호텔 로비.

고급 남성 슈트를 입고 까르띠에 넥타이를 목에 맨 차은성이 천천히 로비를 지나가고 있었다.

‘후후후.’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작은 고소를 흘리며 주변을 힐긋거렸다.

FBI가 바보가 아니라면 자신이 M&T 호텔에 있다는 것을 곧 알 것이다.

‘그럼…….’

차은성은 눈웃음쳤다.

보나 마나.

우르르.

떼로 몰려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차은성은 입꼬리를 비틀듯 입가에 흐릿한 작은 미소를 지었다.

씨익.

그러며 여유가 묻어나는 걸음으로 천천히 계속 로비를 지나갔다.

오가는 이들.

다들 호텔 투숙이 목적이 아니라 호텔 부속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카지노를 찾는 이들이다.

차은성은 FBI의 모든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심산이다.

하면.

최라경, 이창희가 상대적으로 안전해진다.

두 사람이 수월하게 라스베이거스 공항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쯤 LA 국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있을 세바스찬 박, 조영국, 신일권.

세 사람이 FBI의 광역 감시망에서 벗어나, 역시 안전하게 인천국제공항으로 갈 것이다.

로비를 지나가며 차은성이 중얼거렸다.

“어디 내 운을 한번 시험해 볼까?”

장난스러운 눈빛을 띠며 차은성이 로비 우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눈에 들어오는 큼직한 글자.

Casino.

차은성은 거리낌 없이 M&T 호텔 카지노로 향했다.

FBI의 요원들이 자신에게 들이닥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비에 스와레즈.’

차은성은 카지노로 천천히 걸어가며 그를 생각했다.

자신도 인정하는 유능한 이다.

FBI 샌프란시스코 지부장이란 자리를 놀고먹으면서 딴 이가 아니다.

지부장이 될 만큼 유능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런 하비에 스와레즈가 과연 어떻게 나올까?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텐데.’

차은성은 걸으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비에 스와레즈라면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자신의 계획에 대한 모종의 감을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은성은 하비에 스와레즈가 어떻게 나올지 무척 궁금했다.

자신의 계획을 알아채고 막을지.

아니면.

자신의 계획이 성공할지.

둘 다 아니라면.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 반반의 성공일지.

모든 것은 결과라는 뚜껑을 열어 보아야 알 수 있다. 그 뚜껑을 여는 이는 자신이 아닌 하비에 스와레즈다.

‘방심하기에는 매우 유능한 사람이긴 한데…….’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마음 한구석으로 불안이란 감정이 고개를 든다.

100%.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다는 확신이 없다. 그저 90%라도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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