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127)
도심 외곽에 자리한 성당.
내, 외부 공사가 한창이다.
차은성은 성당의 뒷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나 교회 지하 와인 창고에 이르렀다.
차은성은 와인이 보관되어 있는 Wine Cellar로 걸어갔다.
이내.
이르며 와인 셀러 앞에 멈춰 서더니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위에서 세 번째, 좌에서 우로 두 번째에 있는 와인 병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그그긍.
한쪽 벽이 좌우로 갈라지며 각종 전자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안에 서 있던 조영국, 신일권, 최라경, 이창희가 차은성을 돌아보았다.
“팀장.”
“늦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차은성은 팀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예의 공간으로 걸어갔다.
이내.
갈라진 벽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 * *
잠시 후.
차은성은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FBI의 미행이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저는 없었습니다만.”
“저도 없었어요.”
“없었습니다.”
FBI의 미행이 자신에게만 국한된 것일까?
차은성은 심중 중얼거리며 불안감에 팀원들을 한 명씩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동을 지시했다.
“현 시간부로 이곳을 폐쇄하고, 지금 즉시 제2안가로 이동한다. 서둘러!”
차은성의 재촉에 조영국, 신일권, 최라경, 이창희가 어리둥절해했다.
“네?”
“팀장.”
“굳이 그럴게 할 필요가 있을까? 팀장.”
조영국이 말하자 최라경, 신일권, 이창희가 뒤이어 말했다.
“맞습니다. 팀장.”
“이곳을 놔두고 굳이 안가를 옮길 필요는 없잖습니까?”
“팀장. 너무 조심하는 것 아니에요?”
다들 부정적이었다. 이동을 반대했다.
하지만 차은성은 단호했다.
“지시에 불응하면 팀에서 퇴출한다!”
차은성이 임무 수칙 중 하나를 언급하자 조영국, 신일권, 최라경, 이창희가 움찔거렸다.
그들은 급히 서로 돌아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무언의 시선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차은성이 결기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팀에서 퇴출당하고 싶으면 내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좋다.”
“…….”
“만약 FBI에 잡히더라도 팀이나 회사의 지원이나 구출 작전은 아예 기대도 하지 마라.”
“…….”
“FBI에게 잡힌 그 순간!”
“…….”
“너흰!”
“…….”
“버려진 요원들이니깐.”
차은성은 형형한 눈으로 팀원들을 한 명씩 마주 보았다.
지시 불응은 팀과 회사로부터의 퇴출이다.
차은성의 노골적인 위협에 조영국, 신일권, 최라경, 이창희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네 사람은 당황했다.
얼굴과 눈동자. 그리고 온몸으로 예의 당황이란 감정을 가감 없이 내보였다.
마치 차은성에게 항의하듯이.
통상 오퍼레이션에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팀장의 권한이 강화된다.
군인들처럼.
상명하복!
이란 체계를 요구하고, 해당 체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일련의 작전이 시행된다.
그것이 싫다면 사직서를 제출하고 NIS를 떠나면 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중을 두고 절이 떠날 수는 없으니깐.
잠시 뒤.
팀원들이 급작스러운 이동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다들 바삐 움직였다.
차은성은 한쪽에 서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통화 상대방이 회사인지.
대사관이나 영사관 직원인지.
회사가 지정한 접선자. 현재 세바스찬 박을 보호 중인 NIS 요원인지.
팀원들은 알기 어려웠다.
다들 이동 준비에 여념이 없어, 차은성의 통화에 관심을 줄 여유가 없었다.
* * *
차은성이 통화를 끝내고 폰을 상의에 넣을 때.
조영국이 다가와 넌지시 말했다.
“너무하는 거 아니냐?”
이동 지시와 그에 따른 반발을 돌려 언급했다.
“선배…….”
차은성이 은근 서운하다는 감정을 내비쳤다.
조영국은 모르는 척하며 이어 말했다.
“뜬금없이 FBI의 미행 여부를 묻더니 느닷없이 이동한다고 지시하지를 하지를 않나. 그에 반발하는 팀원들을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건 아니야. 차 팀장.”
조영국이 슬쩍 성난 눈빛을 띠더니 팀원들이 신경 쓰이는지 신일권, 최라경, 이창희를 힐금거렸다.
그러자 차은성이 조영국에게 말했다.
“선배. 저는…….”
팀장으로서의 입장을 빠르게 설명했다.
“이번 임무의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
“작전 지역이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 국냅니다. 그리고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이들이 다름 아닌 FBI입니다.”
“…….”
“그들이 어떤 기관인지, 선배가 누구보다 잘 아시잖습니까?”
차은성의 물음에 조영국은 침묵했다.
차은성의 말대로다.
미국 국내에서 FBI를 상대한다?
자신이라면.
피할 수 있다면 피할 것이다.
차은성이 침묵한 조영국에게 계속 말했다.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하여 언제나 만반에, 만반의 준비를 해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그 즉시 대응해야 합니다.”
차은성은 강하게 말하며 보란 듯이 강조했다.
임무 난이도, FBI에 대한 경계심과 각별한 주의 등.
팀장으로서 불가피함이 있음을 차은성이 조영국에게 설명했다.
조영국은 그런 차은성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내.
차은성은 팀원들의 팀워크와 개개인의 능력. 그리고 임무에 대한 숙련도를 언급했다.
“이전 아르티펙스 팀에 비하면 모든 것에 있어 부족함이 많습니다. 아직 팀원들의 팀워크는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닙니다.”
차은성은 팀원들이 아무 근거도 없는, 독단적이고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지적했다.
“임무에 있어 저나 팀원들은 임무 성공을 위한 수족일 뿐, 결코 머리가 아닙니다.”
차은성은 은연중에 목소리를 높였다. 흥분한 눈치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린 조영국.
차은성은 이어 말했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다!”
“…….”
“그런 안일한 생각은 작전의 실패로 이어집니다. 전! 팀원들을 책임져야 합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아무 탈 없이!”
차은성이 눈에 힘주며 계속 말했다.
“죽거나 다치는 이 없이, 전원 무사히 복귀시켜야 할 책임이 저는 있습니다.”
차은성이 형형한 눈빛을 띠었다.
―전 팀장으로서의 책임이 있습니다!
차은성의 그와 같은 무언에 조영국은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작전을 성공시키고 팀원들이 무사히 서울로 돌아갈 수 있도록…….
차은성은 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다.
그런 차은성에게 조영국은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와 차은성 사이에는 명백하고 큰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 *
다음 날.
FBI 샌프란시스코 지부 회의실.
타원형의 테이블이 회의실 중앙을 독차지했다.
테이블에는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벽을 등지고 테이블 정중앙에 앉아 있는 하비에 스와레즈 지부장.
우를 돌아보았다.
“한스.”
눈에 들어오는 서른 초반의 이.
한스가 대답하며 하비에를 보았다.
“네.”
“현재 샌프란시스코 봉쇄 상황은?”
하비에의 물음에 한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말하기 시작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인구가 90만 명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부장님.”
한스의 말에 하비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는 바다.
상주인구 수십만의 대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봉쇄하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스가 하비에의 기색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언론의 동향과 시민들의…… 보다 원활한 봉쇄를 위해…… 부득이하게 테러 경보를 발령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대번에 하비에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곧 살이 접히고 몇몇 주름이 나타났다.
―마음에 들지 않아.
하비에 지부장이 그런 감정을 내보였다.
한스는 그에 몸을 움칫하며 하비에 지부장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를 봉쇄하려면 해당 경보 발령은 불가피합니다. 지부장님.”
“그래도!”
하비에가 힘주어 말했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하비에도 알고 있고 이해한다.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확률적으로 높으니, 보안 관련 활동을 강화해 달라.
그런 메시지를 전하며 샌프란시스코 전역을 대상으로 봉쇄에 들어가면.
그 누구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시 여긴다.
무엇보다도 언론과 시민의 반응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통제가 가능해진다.
만약.
해당 경보 발령이 없다면.
언론들이 샌프란시스코 봉쇄를 두고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 낼 것이다.
각 시민 단체가 너도나도 강력하게 항의하며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생기면 이만저만 머리가 아파지는 것이 아니다.
한편.
한스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지부장 하비에가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지만 봉쇄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한스는 하비에의 기색을 재차 살피며 천천히 말했다.
“……공항과 항만을 위시하여 샌프란시스코 전역에 현재 광역 감시망을 구축, 운용 중입니다.”
“…….”
“샌프란시스코 내에 있는 거의 모든 감시 카메라를 해당 광역 감시망과 연결하여 AI 시스템을 중심으로 행동 감지 및 감시, 안면 인식, 홍채 인식 등…….”
설명하는 한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대상자가 샌프란시스코 내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샌프란시스코 그 어디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2, 3초 내에 AI 시스템이 감지 및 자동 경보 시스템을 가동…… 저희가 인지하기만 하면…… 경찰이나 저희가 출동하여 15분 내로 대상자를 체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체포 전까지 모든 감시망과 시스템이 대상자를 추적할 겁니다.”
한스는 최첨단 광역 시스템을 언급하며 강한 확신을 내보였다.
―잡을 수 있습니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하비에는 말없이 눈웃음쳤다.
샌프란시스코에 구축되어 있는 광역 감시망은 최첨단 과학기술의 총아다.
그러니 한스가 자신감에 가득 찰 수밖에 없다.
특정 화면에 수십여 명이 잡혔다고 가정하자.
그들 모두를 대상으로 AI 시스템이 사전 입력 값에 따라 분류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2, 3초 내로 입력 값에 부합되는, 매칭 확률이 가장 높은 순으로 몇 명을 해당 화면에 표시한다.
사람의 키는 기본적으로 다 다르다. 물론 매우 근소한 차이가 있다.
팔 길이, 허리에서 다리까지의 길이, 어깨에서 사람 머리까지의 길이 등등.
그 모든 것이 사람을 분류 및 구분할 수 있는 입력 값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안면 인식의 경우.
두 눈동자 사이의 거리, 코의 길이, 형태, 코와 입술 사이의 거리, 코와 귀 사이의 거리, 턱과 입술 사이의 거리 등등.
역시 입력 값이 다양하다.
홍채의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