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15)화 (115/208)

NIS의 천재 스파이 (115)

의문사? & 사고사?

아마 해당 사건을 담당하게 될 형사가 서류들을 보면 100% 화낼 것이다.

“지금 이따위 사건을 나더러 처리하라는 거야, 뭐야?”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칠 것이다.

“지구대 놈들이, 미쳤어, 미쳤다고! 죄다 제정신들이 아니야!”

라고 고성을 지르며 난리법석을 부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뜩이나 매일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인데.

개들이 죽은 사건까지 떠맡아야 한다면 누구든지 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엄청 화낼 것이다.

그것이 경찰의 현실이다.

사건 같지도 않은 사건!

개들이 죽은 이번 일은 그와 같았고,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어느 경찰이, 어느 형사가 강아지들이 죽은 사건을 맡는 것을 좋아할까?

그런 경찰은 대한민국에 없다!

한편.

생각과는 다르게 상황이 꼬여 버린 것에, 지구대 대장이 급히 차은성에게 다가가 섰다. 그러곤 견주들과의 합의를 은근 종용했다.

그의 말을 가만히 듣던 차은성이 말하자.

“봐하니 경위 같으신데…….”

지구대 대장이 흠칫했다.

뭔가 감이 싸하다.

“경찰청 정보국장이 아마 치안감이죠?”

지구대 대장은 물론, 경찰들이 차은성의 말에 일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차은성은 계속 말했다.

“현 경찰청장, 아마 민경구, 그 양반일 겁니다. 맞죠?”

지구대 경찰은 차은성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가 차은성에게 뭐라 말하려는데.

옆에 앉아 있던 예서가 차은성을 돌아보았다.

“오빠. 민경구 청장을 알아?”

차은성이 돌아보았다.

“조금.”

“와아아. 우리 오빠 인맥 짱이네.”

예서가 의외라는 감정을 내보이며 지구대 대장을 보았다.

“경찰청장하고 지구대 대장하고 누가 더 높아요?”

다분히 비꼬는 예서의 물음에 지구대 대장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 무슨…….”

만에 하나라도 차은성이 민경구 청장을 안다면!

지구대 대장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내리감고 말았다.

어디선가…….

데에엥, 데에에엥.

종 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사이.

오주택 변호사가 차은성에게 다가와 섰다.

“일단 여기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만들 돌아가시죠.”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차은성이 말하며 일어났다.

이어.

예서가 냉큼 일어나더니 상복 여인을 돌아봤다.

“같이 가요.”

예서의 말에 상복 여인이 힘없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카페.

차은성, 예서, 상복 여인.

세 사람이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어.

부스럭부스럭.

차은성이 상복 여인 이하린의 허락을 받아, 테이블에 놓아둔 검은 비닐봉지를 풀기 시작했다.

혹 개들이 냄새 때문에 달려드는 것은 아닐까?

차은성은 내심 그렇게 의심하고, 지구대를 나오며 인근 슈퍼에서 검은 비닐들을 구해 이중 삼중으로 예의 보자기를 감쌌다.

이윽고.

차은성, 예서, 상복 여인 이하린의 눈에 손상된 옷이 보였다.

차은성은 옷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작은 당혹성을 삼켰다.

“흑!”

교통경찰 제복.

예서가 제복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홱.

황급히 이하린을 돌아보았다.

“돌아가신 분이 교통경찰이셨어요?”

예서의 물음에 이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은성이 그녀에게 물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부탁했다.

그러자 이하린이 움칫하더니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름 전.

남편이 근무지를 무단이탈. 근무지와 동떨어진 어느 한 골목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단다.

몸에서는 심하게 술 냄새가 났고. 국과수에서 부검 및 관련 검사를 해 보았다.

“맹견에게 물려 죽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술에 엄청 취해…… 맹견에게 목덜미를 물린 것이 치명적이었습니다.”

라는 회신이 왔단다.

근무지 무단이탈에다가 음주. 그리고 개에게 물려 죽은 사고사.

소속 경찰서에서는 경찰 망신이라고 쉬쉬하며 사건을 덮었단다.

이후.

장례를 치르고 동료 경찰이 남편 캐비닛에 있던 것들과 죽을 당시 입었던 경찰 제복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그만 개들에게 공격당했고. 때마침 지나가던 예서가 그 광경을 보고 부리나케 달려와 이하린을 도와주었단다.

예서가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한데.”

이어.

차은성을 돌아보았다.

“오빠.”

차은성이 예서를 마주 보았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예서의 물음에.

“뭐가?”

차은성이 툭 던지듯이 반문했다.

“내 감이 말하는데…… 교통경찰이 맘대로 근무지 이탈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알코올중독자라면 모르지만…… 교통경찰은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적발하기도 하잖아…… 세상에, 골목에서 교통경찰이 개에게 물려 죽어, 시체로 발견되었다니. 이건 해외 토픽으로 나가도, 사람들이 절대 안 믿을 거야. 다들 거짓말하지 말라고 할걸.”

예서가 마치 자신이 무슨 셜록홈스라도 되는 양 말하며 의문이란 감정을 내비쳤다.

제법 날카로운 구석이 있는 예서의 말에 차은성이 피식 웃더니 가만히 제복을 보았다.

일견 생각해 보면 예서의 말에 일리가 있다.

눈에 보이는 제복은 개들이 물고 흔들어 여기저기가 너덜너덜했다.

겉으로 봐서는 개들이 달려든 이유를 제복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차은성은 손을 뻗어 제복을 쥐더니 코로 가져갔다. 그러곤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 보았다.

‘별다른 냄새가 안 맡아지는데.’

차은성은 의아했다.

‘하긴. 개의 후각은 사람의 후각보다 최소 천 배 이상이라고 하니. 전문가에게 분석을 맡겨 봐야, 보다 자세한 것을 알 수 있겠는데.’

차은성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사이.

이하린과 예서가 말을 주고받았다.

“남편은 두어 달 전 종합검진에서 알코올성 지방간 판정을 받아 술을 마실 수가 없어요. 병원에서…… 남편의 ALDH 효소가 일반인에 비해 거의 없다시피…… 술을 마시면 지방간이 악화되어 큰일 난다고…….”

“네에에?”

예서가 깜짝 놀랐다.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이 음주를 했다? 그것도 근무 중에 근무지를 이탈하면서까지.

예서가 이하린에게 말했다.

“그걸 말했어요?”

“누구…….”

“돌아가신 남편분 동료나 상사요.”

이하린은 천천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들 저희 남편이 전체 경찰을 망신시켰다고…… 그래서 경찰의 수치라고 제 면전에서 심하게…….”

말하며 고개를 푹 숙이는 이하린.

뻔하다.

아마 듣기 괴로운 폭언을 들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편과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상사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다면.

이하린이 관련 말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까지 그녀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갑자기 맞은 남편의 죽음!

이하린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방금 전 비닐봉지를 풀고 제복을 확인하던 차은성에게 말하려 하다가 그녀는 주저했다.

생면부지의 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이하린이다.

하지만 예서는 다르다.

무엇보다도 개들에게 공격당하기 직전의 자신을, 아무 조건 없이 무턱대고 도와준 고마운 이다.

이무래도 그 고마움이 가슴에 담아 둔 말을 꺼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차은성이 이하린을 바라보았다.

개들이 흥분하고 공격적이었던 원인에 대해 의문을 품고, 아무래도 제복에 무슨 냄새가 배어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술 냄새라면 개들이 그렇게 달려들 리가 없다.

그러니 제복을 내가 아는 이에게 한번 맡겨 알아보자.

차은성이 그와 같이 말하자 이하린이 뭐라 말하려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예서가 먼저 말하고 나섰다.

“오빠. 누구에게 맡기려고?”

궁금한 모양이다.

차은성이 예서를 바라보며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사람이 있어.”

“CSI. 뭐, 그런 쪽 사람이야?”

어디서 들은 것이 있는지.

예서가 과학수사를 입에 올렸다.

그러자 이하린이 흠칫하더니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그사이.

차은성이 예서에게 대꾸했다.

“너와 상관없는 일이니깐 관심 꺼.”

“상관없긴. 난 이미 관계자라고.”

예서가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아주 관심이 많은 눈치다. 무슨 탐정 놀이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차은성은 내심 불안했다.

“휴우.”

예의 불안 때문에 차은성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 무슨 탐정 놀이를 하는 줄 아니?”

“오빠!”

예서가 목청을 높였다.

“됐고. 넌 나서지 마.”

“어? 진짜 이럴 거야?”

예서가 말하자 이하린이 차은성에게 말을 건넸다.

“저어…….”

그러자 예서와 차은성이 이하린을 바라보았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하세요.”

“실례가 안 된다면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하린의 물음에 차은성이 순간 움찔했다.

곤란하다.

자신이 NIS 소속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차은성이 주저하는 사이.

예서가 이하린을 돌아보았다.

“우리 오빠는요. 유명한…… 덕분에 아는 사람이 꽤 많아요. 모모한 재벌 집 사모님은 물론, 경찰, 검찰, 법원 관계자분들 사모님들도 알고요.”

“…….”

“유명하고 인기 있는 연예인들도 상당히 많이 알고 있어요. 그러니 한번 맡겨 보세요. 오빠가 틀림없이 아는 경찰이나 검사들을 통해서…….”

예서의 말에 이하린은 내심 어이가 없었다.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헤어와 메이크업 전문가에 불과하다.

아무리 아는 이들이 많고 인맥이 넓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하린은 차은성을 신뢰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예서가 갈등의 씨앗을 심어 주었다.

오빠 차은성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열심히 PR했다.

“밑져도 본전이잖아요?”

예서의 말이 결정타였다.

말대로 한다고 해서 이하린이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다.

이하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죽은 남편의 장례가 모두 끝난 지 며칠 되지 않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변호사를 구하는 한편, 검찰에 진정서를 내려고 했다.

남편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어 이하린 나름 무엇인가를 하려 했다.

“우리 오빠에게 한번 맡겨 보세요. 이것도 다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돌아가신 분이 저와 오빠를 언니와 만나게 하려고…….”

예서가 죽은 이하린의 남편을 언급했다.

원혼이 예서, 차은성으로 하여금 이하린과 만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예서의 말.

그 말에 결국 이하린이 마음을 정했다.

“꼭 좀 부탁드려요.”

차은성에게 말하며 머리를 깊이 숙였다.

상복을 입은 터라, 머리를 깊이 숙이는 모습에 차은성은 심중 애처로움을 느꼈다.

이것도 다 인연이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예서의 말대로 죽은 이가 자신과 이하린을 만나게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차은성이 천천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한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아주 손에 꼽히는 전문가에게 맡기겠습니다.”

차은성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염두에 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예서와 이하린이 가만히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뭐지? 저 자신감은?’

예서는 오빠 차은성의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고 마음속으로 눈을 반짝였다.

‘음……. 자신감이 차고 넘치는 것 같은데.’

이하린은 내심 의문이란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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