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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83)화 (83/208)

NIS의 천재 스파이 (83)

차은성은 커피 잔을 들고 커피를 두어 모금 마시며 1인용 소파에 앉은 공안국장 손로환을 보았다.

거만하고 오만한 성격이 한눈에 보인다.

다리를 꼬고 앉아 깔보는 눈으로 차은성을 지켜보며 담배를 피우는 손로환.

대국주의. 중화사상.

그에게서 그런 것들이 훤히 보였다.

후우우.

손로환이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말썽이 있었다는 보고를 막 받았습니다만.”

차은성은 못 들은 척하며 천천히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국장님.”

“말씀하세요.”

손로환이 입에 담배를 물며 지그시 차은성을 보았다. 거만한 눈초리.

―어디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

손로환이 그렇게 무언으로 말하고 있었다.

차은성이 천천히 입을 뗐다.

“방여옥 씨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말하며 손로환을 쏘아봤다.

그러자 손로환이 눈살을 찌푸렸다. 차은성이 그를 압박하려 함을 모를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을 아무 이유 없이, 귀 공안국이 지금 억류 및 구금하고 있습니다.”

“이보시오!”

손로환이 앉은 자세를 고치더니 앞에 있는 재떨이에 피우던 담배를 비벼 껐다. 그러곤 거만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 날 협박하는 거요?”

불쾌하다.

손로환이 그런 감정을 내보였다.

차은성은 씩 웃었다.

“그럴 리가요.”

“……다만.”

“…….”

“베이징의 귀국 외교부에 우린 다음과 같이 통지할 겁니다.”

손로환이 흠칫했다.

“대련 공안국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을 아무 이유 없이 억류 및 구금 중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 대한민국 정부 역시 중국 인민을 구금 및 억류할 예정이다.”

“흑!”

손로환이 일순 헛바람을 삼켰다.

차은성이 손로환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럼 귀국 외교부가 어떻게 나올까요?”

“…….”

“모르긴 해도 베이징의 공안부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문의할 겁니다. 그리고 알게 되겠죠. 하면, 정법 위원회가 움직일지도 모릅니다.”

손로환이 당황했다. 해당 당황이란 감정이 차은성의 눈에 훤히 보였다.

“아실 겁니다.”

“…….”

“2001년 선양 시의 부시장이었던 마향둥.”

“…….”

“랴오닝성 고급 법원장이었던 전봉기.”

차은성이 예를 들며 손로환을 강력하게 몰아붙였다.

손로환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성난 눈으로 차은성을 노려볼 뿐.

“12시간 드리겠습니다. 그 전에 방여옥 씨가 방면되지 않는다면!”

차은성이 말끝에 힘주었다.

“생각하시는 것이 현실이 되어 공안국장님에게 들이닥치게 될 겁니다.”

차은성은 거침없이 손로환을 위협했다.

―마향둥 부시장은 사형. 전봉기는 무기징역이었어. 손로환 당신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차은성은 넌지시 그렇게 에둘러 말했다.

그사이.

얼굴이 뭐같이 이지러지더니 손로환이 험한 인상을 썼다.

피식.

그러곤 가볍게 웃었다.

그와 같은 손로환의 모습에 차은성은 움칫했다.

“얼마든지!”

손로환이 대범하게 말하며 역으로 차은성을 몰아붙였다.

“마향둥이나 전봉기나 부정부패로 그리된 것인데.”

“…….”

“타국 외교관이 우리 중국의 공안국장 면전에서 대놓고 협박을 한다?”

“…….”

“베이징 공안부에서 알면 어떻게 나올지 참 궁금하오.”

손로환이 다소 거친 어조로 말하며 차은성을 비웃듯 바라보았다.

만만치가 않다.

차은성은 입을 다물고 손로환을 물끄러미 마주 보았다.

“방여옥 씨는 명백히 우리 중국의 여권을 위조하여 출국한 범법자요.”

“…….”

“한국에서는 자국의 국민이라고 주장하는데. 우리로서는 우리 중국의 법을 어긴 이를 조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소.”

손로환이 완곡한 어조로 말하며 차은성의 방면 요구를 뿌리쳤다.

차은성은 손로환이 방여옥을 풀어 줄 의사가 없음을 깨달았다.

“후회하시게 될 겁니다.”

“후회?”

손로환이 반문하더니.

“하하하.”

돌연 웃어 젖혔다. 그 모습에서 명백한 비아냥거림이 보인다.

통하지 않는 대화는 무의미하기에, 차은성은 침묵했다.

*    *    *

차은성은 대련 출장소의 보안 회선으로 박영광과 통화했다.

“그런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폰 너머에서 박영광의 당혹스러운 음성이 들렸다.

“대련 공안에서 아무래도 방여옥 씨를 풀어 줄 의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던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럼?”

박영광이 반문했다.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북과 대련 공안국 국장 손로환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곤란한데.”

“아무래도 현지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할 수 없지. 그런 정보를 가진 방여옥 씨가 북으로 송환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해.”

차은성이 살며시 실소하더니 툭 던지듯이 말했다.

“일반 탈북민이었다면 현지 조치를 취하는 것을 허락하시지 않으셨겠죠?”

“너, 어째 비아냥거리는 걸로 들린다.”

박영광이 언짢다는 투로 대꾸했다.

“사실이잖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퍽이나요?”

“은성이 너. 아직도 정재승 국장의 일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가 본데.”

“…….”

“그만 털어라. 그는 명백한 이중 스파이고. 네 팀원들이 죽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 및 조력을 한 자야.”

“압니다.”

“아무튼 방여옥 씨 보낼 때 연락해라. 공항 분소에 미리 말을 해 두마.”

“네. 들어가십시오.”

차은성이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어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연후.

천천히 우를 돌아봤다. 여름의 날이 저물고 있었다.

*    *    *

대련에서 꽤 알아주는 화궈 전문점의 한 룸.

차은성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노대문과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화궈를 먹으며 고급 고량주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간간이 잡담을 곁들이며 대화를 나눴다.

어느 정도 자리가 무르익자 차은성이 상의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냈다. 이어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노대문에게 밀었다.

“방여옥 씨가 우리 대한민국 국민임을 입증하는 서륩니다.”

차은성의 말에 막 잔을 입에 대던 노대문이 흠칫했다.

차은성은 은근슬쩍 봉투 아래를 밀어 올렸다. 그러자 달러 뭉치 한쪽이 삐쭉 튀어나왔다.

달러 다발을 본 노대문의 눈에서 탐욕이란 감정이 번들거렸다.

*    *    *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달러를 챙긴 노대문이 간, 쓸개를 빼 줄 듯이 매우 친근하게 차은성을 대했다.

대취한 탓에 달러 다발에 몸과 마음이 풀어질 대로 풀어진 노대문이다.

차은성은 취한 노대문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살살 구슬렸다.

“방여옥 씨. 내일 중으로 풀어 주시죠.”

“그게, 나는 풀어 주고 싶은데 손 국장이…….”

노대문이 말끝을 흐리며 손로환을 언급했다.

힘들다!

그러자 차은성이 심장한 어조로 말했다.

“만약 손로환 국장이 옷을 벗는다면!”

“……그 자리가 공석이 될 텐데. 누가 그 자리에 앉을지 궁금해지는군요.”

차은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노대문의 눈이 반짝였다. 손로환 다음이 그다.

공석이 되고, 승진의 결격 사유가 없다면 다음 국장은 자신이다.

차은성은 노대문의 얼굴을 유심히 보며 말을 이었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노대문의 탐욕을 자극했다.

손로환의 측근이라고는 하지만. 달러 다발을 챙긴 것을 보면 부패한 이다.

그런 노대문에게서 손로환에 대한 의리나 충성심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게…… 내일 북에서 보위부 사람들이 오기로 되어…….”

노대문의 말에 차은성은 태연했다. 일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짐작한 대로다.

‘이런!’

아마 약을 먹은 손로환이 보위부 사람들에게 방여옥을 넘겨줄 것이다.

‘빨리 손을 써야겠는데.’

차은성이 심중 중얼거리는 사이.

“……그 여자를 빼내려면 손 국장에게 달러를 왕창…….”

노대문이 손로환에게 뇌물을 먹이라고, 최대한 빨리 손을 쓰는 것이 좋다고.

마치 친한 친구의 편의를 봐 주듯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차은성은 미소 지으며 노대문의 잔에 고량주를 따랐다. 그러곤 노대문에게 건배를 제의하며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쨍.

차은성은 노대문에게 계속 술을 먹였다. 그리고 노대문에게 말을 걸어 횡설수설하게 유도했다. 그 결과, 노대문에게서 꽤 많은 정보를 얻었다.

노대문은 차은성의 물음에.

술술.

미주알고주알 다 말해 주었다. 그 과정에서 차은성이 달러 다발을 하나 더 노대문에게 건네주었다.

*    *    *

1인 소파에 앉은 손로환이 우를 바라보았다.

다인 소파에 앉은 서른 초반의 여성.

보위부 11부 소속. 대위 최순애.

“박상렬 상장께서 안부 전하라 하셨습니다.”

최순애가 사무적인 어조로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그러자 손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상장으로 진급하신 거, 축하드린다고 전해 주시오.”

“예.”

“그리고 방여옥 말인데…….”

손로환이 차은성을 입에 올렸다.

“남에서 온 외교부 직원이 하도 성화라서 애먹는 중이오.”

“그러셨습니까?”

“박 상장에게 베이징에 전화 한 통 부탁한다고 전해 주시오.”

“네.”

최순애가 간결하게 대답했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 공산당 원로 박상렬 상장이라면 그중 한두 명은 알고 있을 것이다.

원로들을 통해 보신 방책을 만들려는 손로환이었다.

“저녁에…… 각별한 후의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최순애가 대련에 있는 북한 식당으로 손로환을 초대했다.

씨익.

초대에 손로환이 말없이 웃으며 은근 들뜬 눈빛을 띠었다.

그사이.

그의 얼굴에서 슬며시 기대라는 감정이 배어 나왔다. 몇 번 북한 식당을 가 본 눈치다.

*    *    *

다음 날.

차은성은 노대문의 전화를 받았다. 노대문은 손로환이 북한 식당에 초대를 받았음을 말했다.

“……모레 아침에 국장이 방여옥을 보위부 사람들에게…….”

“정보 고맙습니다.”

“아니오. 빨리 손을 쓰는 것이 좋을 거요.”

“네. 그럼.”

차은성은 노대문과의 통화를 끝냈다.

연후.

차은성은 오설록과 함께 출장소를 나와 보위부 사람들이 현재 어디에 묵고 있는지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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