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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70)화 (70/208)

NIS의 천재 스파이 (70)

한승미가 알아보고는 중얼거렸다.

“언니?”

“안녕. 승미야.”

한승희가 한승미에 이어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앉은 의자에서 급히 일어나는 차은성. 다급해 보였다.

“차 실…… 어머머!”

한승희가 일순 깜짝 놀랐다.

차은성이 부리나케 다가오더니 그녀의 왼손을 낚아챘다.

“나 좀 봅시다.”

그러곤 힘껏 잡아당기며 질질 뒤로 끌고 갔다.

“아파요. 차 실장님. 아프다고요!”

한승희가 돌아서며 차은성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차은성은 뭐라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강한 힘으로 한승희를 잡아끌 뿐이었다.

그사이.

한승미가 앉은 의자에서 일어나며 돌아섰다.

“언니!”

한승희를 소리쳐 부르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외사촌 언니인 한승희가 차은성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실장이라니.

뭐지?

한승미는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카페테리아 한편.

차은성이 연방 아프다고 말하는 한승희를 벽에 돌려 세웠다.

그러자 한승희가 벽에 기대서며 몸을 움츠렸다. 은근 겁먹은 눈치다.

한승희가 차은성의 눈치를 봤다.

“왜, 왜 이러세요?”

겁먹은 어조로 더듬거리며 경계의 눈빛을 띠었다.

턱.

차은성이 왼손을 뻗어 한승희의 우측 벽을 짚었다. 이어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자 한승희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얼굴 가까이 차은성의 얼굴이 다가오는 것이 꺼려지는지, 어쩔 줄을 모른다.

한승희가 차은성에게 뭐라 말하려 하는데.

“부탁 하나 합시다.”

“예?”

차은성의 말에 한승희가 반문하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나에 관해 아무 말 하지 말아 주었으면 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차은성이 말끝을 강조하며 내심 불안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하여튼!’

악연 중 악연 같다.

한승희.

왜 자꾸 엮이게 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한편.

“무슨 말씀이세요?”

한승희가 차은성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조건!”

차은성이 힘주어 말했다.

“나에 관해! ……그 누구에게도! ……일언반구도 하지 말아 주었으면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날 아는 척하지 말아 주었으면 합니다.”

그러자 한승희가 눈을 반짝이더니.

“뭔가 사정이 있으신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리더니 돌연 벽에 기댄 자세를 바로 했다. 어딘가 달라진 듯 보이는 그녀였다.

“……말씀하신 대로, 사람들에게 차 실장님에 관해 아무 말 하지 않을게요. 대신!”

“…….”

“저희 드림 엔터…… 그 애들. 라센느에서 케어 받게 해 주세요.”

차은성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한승희가 딜을 걸어왔다.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자신의 신분 위장이 자칫하면 들킬 수도 있다.

“지금 내게 딜을 제의하는 겁니까?”

차은성이 확인조로 묻자 한승희가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허!”

“싫음 마시고요.”

한승희가 말하며 좌로 돌아서려 했다.

“잠깐만!”

차은성이 급히 한승희를 불러 세웠다. 그러자 한승희가 은근 눈웃음치며 태연히 차은성을 마주 봤다. 이어 신경이 쓰이는지 차은성의 왼손을 잡더니 살며시 떼어 냈다.

“이건 좀 그러네요.”

“라센느의 케어를 받는 것이 얼마나 비싼지 알고서 그런 딜을 제의하는 겁니까?”

“알아요. 저번에 회원으로 가입하려고 알아봤는데. 와아. 1년에 2, 3억 정도는 우습게 깨지겠던데요……. 보기보다 차 실장님, 돈 엄청 버시던데요.”

한승희가 놀랍다는 어조로 말했다. 순수한 감탄인지, 아님 비아냥거리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무슨 약을 올리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걸 알면서 공짜로 케어 받게 해 달라는 겁니까?”

“네에.”

한승희가 거침없이 대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가 없어서!

차은성이 기막힌 표정을 지으며 한승희를 빤히 바라보았다.

“싫음 마세요.”

한승희가 말하며 다시 좌로 돌아서려 했다.

“승미와 아는 사이 같던데…….”

말끝을 흐리며 은근 차은성을 압박했다. 영악하다는 느낌이 드는 한승희였다.

차은성이 눈을 질끈 감더니.

“한 차장과 무슨 관곕니까?”

물었다.

한승희가 돌아봤다.

“호호. 외사촌 동생이에요.”

“…….”

“빨리 결정하세요. 저 지금 입이 근질근질해서 아주 죽겠거든요.”

한승희가 다시 차은성을 압박했다.

빼도 박도 못 하는 차은성이다.

라센느, NIS.

확실히 드러날 것 같아 한승희의 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좋겠습니다. 공짜로 케어 받게 해 드리죠.”

차은성의 말에 한승희가 내심 쾌재를 불렀다.

‘오, 예에에! 돈 벌었어! 호호호.’

한승희가 담담하게 말했다.

“딜, 성립이에요.”

당당하다.

반면.

차은성은 눈을 감은 채 부서져라 이를 악물었다.

한승희와 자꾸 엮이더니 결국!

그때.

한승미가 걸어오며 한승희를 불렀다.

“언니!”

한승희가 돌아보며 기분 좋은 얼굴로 활짝 미소 지었다.

*    *    *

그날 저녁. 서울 모처 포장마차.

쭈우우욱.

차은성이 거칠게 소주잔을 비우더니.

탁.

거칠게 잔을 내려놨다. 그러곤 좌측에 앉은 박영광을 돌아봤다.

박영광은 그새 나무젓가락으로 정어 양념 구이 한 점을 집어 입에 쏙 넣고는 오물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보기에 여간 얄미운 것이 아니다.

속이 터질 것 같아, 만나자고 말한 후 방금 전까지 심중의 갑갑함을 토로했다.

그런데도 박영광은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아, 그러세요.

무슨 방관자 같은 태도를 견지했다.

“삼촌!”

차은성이 목소리를 높여 부르자 박영광이 돌아봤다.

어쩌라고?

무언의 시선으로 묻는 박영광이었다.

“조치 좀 취해 주십시오. 저,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습니다.”

“…….”

“그리고.”

“…….”

“요즘 애들, 어떻게 교육시키는 겁니까? 아무리 내근 위주의 요원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것은 할 줄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차은성의 항의에 박영광이 낮은 침음을 흘렸다.

“흠.”

“…….”

“그럼 네가 애들 교육 시킬래?”

“예에?”

차은성이 반문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영광이 말했다.

“바꿔 줄 수 있다면 아예 처음부터 네게 맡기지도 않았어. 말했잖아. 너 말고 할 만한 애가 없다고 말이야.”

“저.”

“…….”

“미치는 거 보고 싶으십니까?”

“뭐, 그러든지.”

“예에에?”

기막힌 차은성이었다. 박영광이 남의 일처럼 말한다.

“네 팔자려니 해.”

“삼촌!”

차은성이 언성을 높이려다 멈칫했다. 주변에 앉은 이들이 눈총을 주었다.

거, 조용히 좀 합시다.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여 차은성이 급히 목소리를 낮췄다.

“제발 좀!”

박영광이 씨익 웃었다.

“쏘리!”

그러자 차은성이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안 될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걸었는데. 역시나 안 된다.

한편.

박영광이 차은성을 보며 싱글벙글거렸다.

‘그게 성장통이라는 거다. 녀석아.’

박영광 역시 겪었던 일이다. 입맛에 맞는 팀이나 팀원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러니 입맛에 맞춰야 한다.

팀원이 맞추든, 팀장이 맞추든.

누군가가 맞춰야 한다.

팀원에게 맞추면 팀원들을 교육시키고 키워야 한다.

팀장이 맞추면 팀워크는 살겠지만 팀과 팀원의 실력이 죽을 수도 있다.

*    *    *

다음 날 라센느 사무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변종수가 펄쩍펄쩍 뛰었다.

그러자 의자에 앉은 차은성이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해, 형.”

변종수가 차은성을 보았다.

“너어…… 돈이 얼마나…….”

“알아.”

“알면서!”

“협박당했어.”

차은성이 이실직고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 한승희 사장이 내 약점을 잡고…….”

차은성의 말에 변종수의 얼굴에서 몇몇 감정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잠시 뒤.

“그 여자. 크게 되겠네.”

변종수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크게 떴다.

상황 반전에 차은성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성이 널 그렇게 협박하다니. 대에바아악!”

차은성이 어리둥절해했다. 자신이 잘못 들었나, 내심 의심했다.

“호호호호.”

변종수가 여자처럼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뭐지?

차은성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변종수를 보았다. 장난기가 다분해 보인다.

“형!”

차은성이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변종수가 웃음을 그치며 손을 내렸다.

“얘는.”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이 말하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화나 보이는 차은성이었다.

“화났니?”

변종수가 묻자.

“조금.”

변종수의 말에 차은성이 솔직하게 말했다.

“미안. 신기해서 그랬어?”

“신기?”

차은성이 반문하자 변종수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응.”

“……이제까지 은성이 너를 그렇게 협박한 여자가 단 한 사람도 없었잖아.”

“그건 그렇지만. 끄응.”

차은성이 앓는 소리를 흘렸다. 변종수의 말마따나 이때까지 여자에게 협박당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어쩌면…….”

변종수가 묘한 눈빛을 띠었다.

“뭐야?”

차은성이 뭔가 기분 나쁜 느낌을 받아 물었다.

변종수가 말하지 않고 빙긋 웃었다.

“형!”

차은성이 언성을 높이자.

“혹시 말이야.”

변종수가 차은성의 눈치를 봤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래?”

“나 아직 말도 안 했는데.”

“형!”

“호호호.”

변종수가 웃었다.

“은근 기분 나빠지려고 그래.”

“옛말에 전생의 원수가 현생에서 부부가 된다고 하잖아.”

변종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니거든!”

차은성이 성난 어조로 버럭 소리쳤다.

“깜짝이야!”

변종수가 놀란 듯 몸을 움츠렸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예 하지도 마!”

단호한 차은성이었다.

“어머, 얘는. 남녀 사이를 누가 알아.”

“됐어!”

차은성이 더는 말하지 않으려 했다. 앉은 의자에서 일어나려는데.

“얘.”

변종수가 불렀다.

“왜?”

차은성이 일어나 서며 변종수를 보았다.

“계산은 하고 가야지.”

“무슨 소리야? 계산이라니?”

차은성이 어리둥절한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변종수가 말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 케어.”

일순.

차은성의 몸이 움찔거려졌다.

변종수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네가 아무리 오너라고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업무야. 그리고 은성이 네가 무료 케어를 약속했으니, 해당 대금을 응당 지불해야지.”

“끄으응.”

차은성이 앓는 소리를 내며 질끈 눈을 감았다.

‘확실해!’

전생의 원수가 틀림없다. 아마도 자신의 천적 내지는, 사주팔자에 있어 상극이 아닐까 싶다.

‘빠드득!’

생돈이 나가는 아픔에 차은성이 내심 이를 갈았다.

분하다!

정말 화가 뭐같이 치민다!

*    *    *

한편.

변종수가 차은성을 올려다보며 살며시 입가에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아.’

이제까지 차은성이 여자와 엮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한승희. 그녀와 차은성이 묘하게 엮인다. 전생에서부터 서로 인연이 있었던 것처럼.

‘자고로 남녀가 서로 티격태격하다 덜컥 정이 들어 버리면 오빠가 되다가 여보가 되는 건 금방이지, 뭐. 호호호.’

변종수가 심중 중얼거리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차은성을 보았다.

모태 솔로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이제까지 여자와 담을 쌓고 지내온 차은성이다.

여자가 먼저 나서서 차은성을 리드하거나.

차은성에게 여자가 강하게 대시하여 밀어붙이기 전에는.

차은성에게 여친이란 존재는 단연코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차은성에게 한 줄기 이성의 인연이 찾아든 것 같다. 그 인연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부디 좋은 결말을 맺었으면.

그렇게 마음속으로 바라는 변종수였다. 그의 마음대로 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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