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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43)화 (43/208)

NIS의 천재 스파이 (43)

축 처진 자세로 의자에 앉은 로드리게스.

이마 정중앙에 작은 구멍이 뻥 뚫려 있다. 구멍에서는 쉬지 않고 선홍빛 피가 줄줄 내리흘렀다.

그를 뒤로하고 차은성이 천천히 문을 열며 밖을 살폈다. 안전과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 차은성이 신중한 동작으로 밖으로 나왔다.

주의 깊게 주변을 둘러보는 차은성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이어 차은성이 손목시계를 보았다.

사전 약속된 시각이다. 정확히 초침이 12시에 이르렀다.

순간.

파파파파팟.

전기가 나갔다. 삽시간에 짙은 밤의 어둠이 다니오를 뒤덮었다. 주위에서 웅성웅성하며 당황한 어조의 목소리가 몇 들렸다. 주민들 중 몇 명이 창문 밖을 내다봤다.

차은성은 정전이 된 주변을 둘러보며 눈웃음쳤다.

작전 시작!

*    *    *

인질들이 갇혀 있는 인근.

일단의 무장 병력이 경계를 섰다. 그들 모두 로드리게스의 조직원이었다.

돌연.

그들이 하나둘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불렛의 저격 팀. 저격수들이 원샷원킬로 그들을 제거했다. 그들은 변변한 대응 한번 해 보지 못했다. 그렇게 경계를 서던 로드리게스의 조직원들이 제거되자, 일단의 복면 무장 병력이 민첩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무척 민첩한 동작으로 인질들이 갇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해당 이동 과정에서 그들은 눈에 띈 로드리게스의 부하들을 주저 없이 사살했다. 다들 소음기를 사용한 탓에 총성이 거의 울리지 않았다.

그리 오래지 않아.

무선통신망에서 부하들의 보고가 연이어졌다.

“1팀. 인질 확보!”

“2팀. 인질 확보!”

“3팀. 인질 확보!”

최관우가 급히 말했다.

“인질 안전이 최우선이야.”

“예에. 캡틴.”

“네에.”

최관우가 뒤이어 서둘러 이동 중인 대기 팀을 불렀다.

“대기 팀.”

“네.”

“들었지?”

“네. 현재 이동 중입니다. 40초쯤 후에 도착 예정입니다.”

“최대한 빨리 이동해.”

“네. 알겠습니다.”

부하의 대답에 최관우가 다시 서둘러 말했다.

“지원 팀.”

“네, 캡틴.”

“긴장해. 대기 팀이 40초 후에 도착 예정이야.”

“네에.”

“최대한 시간을 끌어 줘야 해.”

“알고 있습니다. 캡틴.”

“좋아.”

최관우가 말을 마치며 차은성을 불렀다.

“차 팀장.”

“…….”

“차 팀장.”

“네. 말씀하십시오.”

“인질 확보. 40초 후에 미니밴 탑승 예정이야.”

“알겠습니다. 저희 팀도 움직이죠.”

“OK!”

최관우가 들뜬 눈빛을 띠며 미소 지었다. 지금까지 계획대로, 순탄하게 작전이 진행 중이다. 아직 변수와 같은 돌발적인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리 오래지 않아 교전이 시작될 것이다. 최대한 교전이 늦게 일어나기를 바라지만. 그 바람대로 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최관우는 통신을 끝내며 진한 불안을 온몸으로 내보였다.

*    *    *

얼마 되지 않아.

타타타타타탕.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예상대로였다.

들키지 않고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

최관우는 침착했다.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인질 구출 작전에서 인질을 억류한 적과의 교전은 필연이다. 지금까지 교전이 없었던 것이 행운이다.

최관우는 우를 돌아봤다.

“지휘권 이양받지 그러나?”

차은성이 얼굴에서 망원경을 내리며 최관우를 돌아봤다.

“아닙니다.”

“흠. 아니다.”

“네. 캡틴이 계속 지휘해 주십시오.”

“…….”

“한두 명이라면 몰라도, 지금처럼 대규모의 인질 구출 작전은 저희보다는 불렛이 맡는 것이 낫습니다.”

차은성의 말에 최관우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러다 모든 공이 우리에게 넘어올 수도 있네만.”

“상관없습니다!”

차은성이 거침없이 대답했다.

“상관이 없다고?”

“네. 중요한 것은 인질입니다. 단 한 사람도 사망하는 이 없이 다니오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만 있으면 저희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욕심이 없군.”

“하하하하. 공훈에 욕심내다가 작전을 그르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럴 바에는 공훈을 포기하고, 대신 작전 성공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실제로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최관우가 빙긋 웃었다.

기분이 좋다!

그런 감정을 내색했다.

그때였다.

돌연.

콰, 콰, 콰앙.

폭음이 들렸다.

차은성과 최관우가 거의 동시에 흠칫거렸다.

“캡틴, 캡틴! 지원 팀입니다. 캡틴!”

통신망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최관우는 급히 돌아서며 오른손을 귀에 댔다.

“지원 팀?”

“캡틴!”

“무슨 일이야?”

“놈들 수가 너무 많습니다. 인근 골목에서 무장한 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개중에 몇 놈은 수류탄은 물론 RPG도 가지고 있습니다.”

예상 밖의 상황에 최관우가 당황했다.

“캡틴!”

“…….”

“캡틴!”

지원 팀에서 연이어 최관우를 불렀다.

차은성이 오른손을 들더니 이어폰을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렸다.

“차은성입니다. 조금만 버텨 주십시오. 곧 조치 취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차 팀장.”

차은성이 급히 말했다.

“대기 팀!”

“…….”

“대기 팀!”

“대기 팀입니다.”

“차 팀장님입니다. 인질들과 현재 이동 중입니까?”

“네. 이동 중입니다.”

“구출 팀도 함께 이동 중입니까?”

“네. 함께 이동 중입니다.”

“알겠습니다.”

차은성이 고개를 조금 숙이며 다급한 어조로 불렀다.

“민준아.”

“네. 팀장.”

“지원 팀 주변에 매설한 C4.”

“네.”

“지금 즉시 순차적으로 터트린 다음, 퇴출해.”

“네. 알겠습니다. 팀장.”

황민준의 대답에 이어 차은성이 지원 팀을 불렀다.

“지원 팀.”

“네.”

“곧 폭발이 일어날 겁니다. 그 틈에 퇴출하십시오. 아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라저.”

차은성이 다시 급히 불렀다.

“엄호 팀.”

“네.”

“지원 팀이 퇴출하면 엄호, 확실히 부탁합니다. 그리고 엄호 후 퇴출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차은성이 이어 김아름을 불렀다.

“아름아.”

“네, 팀장.”

“태준 선배는?”

“현재 접근 중이에요. 곧 도착할 거예요.”

“서둘러 달라고 해.”

“네에.”

이어 차은성이 우형광을 불렀다.

“형광아.”

“네. 팀장.”

“저격 팀과 합류해서 퇴출해.”

“알겠습니다.”

차은성이 손을 내리며 최관우를 바라보았다.

최관우가 차은성을 보며.

씨익.

미소 짓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상황이 급해, 저도 모르게 그만 나서고 말았습니다.”

차은성이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아……. 괜찮아. 그런데 이직할 생각 없어?”

“네?”

차은성이 어리둥절해했다.

최관우가 말했다.

“스카우트하고 싶어서 말이야.”

“캡틴!”

“어때? 우리 불렛으로 자리 옮길 마음, 없어?”

“없습니다만.”

“대우는 최고로 해 줄 테니깐 한번 잘 생각해 봐.”

최관우가 유쾌하게 웃었다.

*    *    *

다니오 중앙에서 외곽으로 미니밴들이 내달렸다.

바앙…… 바아아앙.

미니밴 앞뒤에서 천장이 없는 지프니 네 대가 함께 내달렸다.

지프니에는 무장 병력이 탑승, 좌우를 경계했다.

그들을 향해 인근 골목에서 로드리게스의 부하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근 옥상에 있는 불렛의 무장 병력들이 그들을 향해 다발적인 총격을 가했다.

타타타타타타탕.

그럼으로써 그들의 이동을 강력히 차단했다. 그런 한편으로 수류탄이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    *    *

다니오 곳곳에서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총성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콰, 콰…… 콰아앙!

그런 한편으로 총성들 사이에서 폭음이 들렸다.

다니오 여기저기에서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매연 같은 폭연이 연방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다니오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였다.

차은성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로드리게스를 죽였다. 그런데도 로드리게스의 부하들이 매우 적극적이다. 의기소침하거나 기가 죽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왕성한 사기를 보란 듯이 내보이며 인질들이 탑승한 미니밴들을 향해 벌 떼같이 몰려들었다.

로드리게스를 죽이면, 그 사실을 안 부하들이 저항을 포기하고 인질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흐른다.

부하들이 로드리게스가 죽은 것을 모르거나, 죽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모종의 다른 이유로 싸우고자 하는 교전 의지를 여전히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로드리게스의 부하들은 악착같이 인질이 탑승한 미니밴을 공격. 인질들을 다시 수중에 넣으려 한다.

“잡아.”

“저게 얼만데.”

“놓치면, 우린 다 알거지야.”

“돈 벌고 싶으면 인질들을 놓치지 말란 말이야.”

로드리게스의 부하들을 지휘하는 몇몇 중간 간부가 고래고래 소리치며 독려했다.

로드리게스가 약속한 몸값.

인질 한 사람당 미화 10만 불만 받아도 다니오 사람들의 삶이 활짝 핀다.

다들 돈에 눈이 멀어 미친 듯이 공격했다. 그들의 공격을 불렛의 엄호 팀이 막아 내긴 했지만 오래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적으로 너무 열세였다.

한데.

다른 팀들이 속속 퇴출하며 전력이 빠지는 상황이라, 엄호 팀만의 단독 전투 양상을 띠었다.

“캡틴. 더는 버티기 힘듭니다. 퇴출하게 해 주십시오.”

“기다려.”

최관우가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캡틴!”

팀장이 목청을 높였다.

“퇴출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야. 이대로 퇴출할 경우, 희생자가 나올 수 있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잖아!”

최관우가 언성을 높였다.

퇴출하는 엄호 팀의 배후를 돈에 눈이 뒤집힌 로드리게스의 부하들이 따라붙을 것이다.

그럼 엄호 팀에서 사상자나 중상자가 대거 나올지도 모른다.

최관우는 그것을 우려했다.

“캡틴!”

“잠깐만 기다려. 곧 너희들의 퇴출을 도와줄 항공기가 올 거야.”

“예에에?”

엄호 팀의 팀장이 반문했다.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다.

최관우가 차은성을 보았다.

차은성이 웃으며 눈짓으로 우측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최관우가 돌아봤다.

“응.”

최관우가 어리둥절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작은 점이 매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점은 속도만큼이나 그 크기가 빠르게 커지는 중이었다.

이내.

부우우우웅.

우렁찬 항공기 엔진 소리가 들렸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기체가 눈에 들어왔다.

“흑!”

최관우는 당황하는 눈빛을 띠었다.

농약 살포기.

2차 세계대전 당시에나 쓰였을 법한 프롭기였다. 기체 하부에. 좌우로 길게 뻗은 일자의 파이프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다니오에 접근하며 고도를 낮춰. 빠르게 저공비행했다. 기체 하부에 달린 좌우 파이프에서 무엇인가가 뿌려졌다.

놀랍게도 프롭기는 농약이 아닌 휘발유를 뿌렸다. 뿌려진 휘발유는 허공에서 넓게 퍼졌다. 그러곤 이내 로드리게스의 부하들은 물론, 인근 주택들을 적셨다.

엄호 팀과 미니밴은 휘발유에 젖지 않았다. 프롭기의 조종석에 앉은 노태준이 그들의 위치와 이동로를 훤히 알고 있어 해당 위치와 이동로를 피했기 때문이다.

*    *    *

차은성이 망원경으로 그 광경을 보더니.

“엄호 팀. 차 팀장입니다.”

통신망을 통해 불렀다.

“엄호 팀. 수신했습니다.”

“퇴출하십시오. 아…… 그 전에 수류탄 있으시죠. 두어 개 정도 까 주십시오.”

“하하하하.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엄호 팀 팀장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모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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