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33)
이틀 후, 5층 빌딩.
팀원들이 매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런 미친 짓을 하라니, 그게 말이 돼에에에!”
노태준이 엄청 화냈다.
“팀장…….”
김아름이 반쯤 얼이 빠진 것 같은 목소리로 차은성을 불렀다.
“…….”
황민준은 침묵했다. 굳은 얼굴로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팀장! 말이 안 됩니다. 어떻게 그런 오퍼를 내립니까?”
우형광이 목청을 높였다.
차은성은 말없이 팀원들의 말을 듣기만 했다.
* * *
한참 후.
차은성이 말했다.
“해야 해!”
“…….”
“하지 않으면 안 돼!”
팀원들을 한 명씩 바라보았다.
“이번 일에 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걸 잘 알아.”
“…….”
“내가 팀에게 원하는 것은 최소화의 지원과 백업이야.”
“…….”
“사지로 걸어 들어가는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아르티펙스의 팀원들밖에 없어!”
“…….”
“도와줬음 해. 이번 작전이 만약 실패한다면!”
차은성이 실패를 입에 올리자, 팀원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내가 죽고, 우리 팀이 해체될지도 몰라!”
차은성이 말하자 노태준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어쩔 수 없네요.”
김아름이 받아들이고.
“젠장!”
우형광 역시 받아들였다.
한데 황민준이 계속 침묵했다.
차은성이 황민준을 보았다.
“민준아.”
황민준이 차은성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팀장.”
천천히 말했다.
“…….”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작전이라는 거 알고 계시죠?”
황민준의 물음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습니다. 작전에 관해 말해 보도록 하죠. 이번 작전은 완전무결해야 합니다. 단 하나도 흐트러져서는 안 됩니다.”
황민준의 현실적인 말에 차은성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씨익.
* * *
잠시 뒤.
차은성이 이틀 동안 생각한 것을 말했다.
“내각 조사실은 자신들의 본청에 잠입할 이가 없을 것이라고……. 그 방심의 허를 찔러 들어가야 해!”
“…….”
“만에 하나 함정일 경우…… 시먼스 부국장 쪽에서 내각 조사실에 관련 정보를 흘리지도 몰라. 그러니 이번 작전은 무조건 속전속결이어야 해!”
“…….”
“내각 조사실을 허둥지둥거리게 만들고, 일본 경시청의 발을 묶어 두는 한편……. 아무리 월터 부국장 라인의 CIA와 국에서 백업을 해 준다고 해도…… 초 단위까지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차은성의 말이 끝나자, 노태준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팀이 백업하는 것을 그렇게 최소화하면.”
차은성이 노태준을 보았다.
“선배.”
“너! 너무 힘들어져…….”
“압니다. 하지만 팀원들의 참여는 최소한으로 그쳐야 합니다. 이번 작전에 목숨을 거는 사람은 저 혼자로 족합니다.”
“하지만 팀장.”
우형광이 말하고 나서자.
“가만히 있어.”
황민준이 우형광을 제지했다. 그러자 우형광, 김아름, 노태준이 황민준을 돌아봤다.
황민준은 차은성을 보았다.
“팀장.”
“말해.”
“국과
CIA가 확실하게 백업해 준다고 합니까?”
차은성이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DIA가 있다는 것을 팀원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팀장의 계획에 따라 이번 작전을 실행하는 것으로 하죠.”
“야아!”
“민준 선배.”
“민준아.”
우형광, 김아름, 노태준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황민준이 차은성을 보며 말했다.
“팀장이 마음 편하게 작전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민준의 말에 다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피식.
차은성이 웃으며 팀원들을 돌아봤다.
“지금부터…….”
차은성은 생각한 세부 작전 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 * *
사흘 후. 나가다쵸 외곽.
뚜벅뚜벅.
군복을 입고 왼손에 서류 가방을 든 장교가 로비를 일직선으로 가로질렀다.
오가는 이들이 장교를 힐긋거렸다가 시선을 바로 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본청에 자위대 정보 관련 장교가 오기도 한다.
* * *
빠, 삐이……이이이.
보안 관련 출입 승인을 알리는 전자음이 울렸다.
티, 틱.
튀어나온 플라스틱 카드를 보안 요원이 빼냈다. 이어 공문으로 보이는 서류에 스탬프를 쾅! 찍었다.
그런 다음.
방문자 카드와 함께 장교에게 내밀었다.
“우측 가슴에 패용하십시오.”
장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신분증과 출입증 역할을 하는 플라스틱 카드, 공문, 방문자 카드를 받아 들었다.
* * *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차은성.
‘휴우우.’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김아름이 CIA를 통해 확보한 보안 접속 코드를 이용, 해킹한 덕분에 무사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차은성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지금 주위에 있는 몇몇 보안 카메라가 자신을 주시 중이다.
해당 카메라 영상을 바탕으로 안면 인식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사전 승인된 자위대 정보장교 마에다의 관련 정보가 자동 검색 및 체크되고 있을 것이다.
얼굴과 체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한데 키가 문제였다. 높이는 것을 별문제가 없는데, 낮을 경우 낮추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시간이 있다면 다리 관절을 부분 절개하여 키를 낮출 수 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위장한 장교 마에다의 키가 차은성보다 낮았다. 그 때문에 내각 조사실 내부 몇몇 보안 서버에 접속. 사전 입력된 관련 정보를 수정해야 했다.
* * *
지하 3층.
땡.
엘리베이터가 서고 문이 좌우로 열렸다.
걸어 나간 차은성이 주저 없이 좌로 돌아섰다.
* * *
얼마 후.
차은성은 다시 보안 심사를 받아야 했다.
좌우에 자동소총을 든 두 요원이 서 있었다. 그들은 유사시 차은성을 사살하려는 듯 연방 눈을 희번덕였다.
심사를 맡은 보안 직원이 3단계에 걸쳐 신원과 출입 허가를 확인한 후에야. 차은성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말과 함께 그가 버튼을 누르자, 뒤에 있는 유리문이 좌우로 열렸다.
돌아선 차은성이 문으로 걸어갔다.
* * *
얼마 있지 않아.
차은성이 ‘T’ 자형 복도에 이르렀다.
일직선으로 뻗은 복도.
우측에 다른 곳으로 이어진 또 하나의 복도가 있다.
일직선의 복도를 걸어가는 차은성.
조심스럽게 복도에 설치된 몇몇 카메라를 힐금거렸다.
‘아름아. 빨리!’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왼쪽 눈에 낀 렌즈를 보았다. 작은 점이 깜빡이고 있었다.
‘서둘러!’
차은성은 매우 초조했다.
김아름이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하는데 지연되고 있다. 자칫 작전이 틀어질 수도 있어, 적잖은 위기감을 느꼈다.
순간.
팟.
깜빡임이 그치며 작은 점에 파란빛이 들어왔다.
‘됐어!’
차은성이 반색하며 급히 걸어가는 속도를 높였다. 그러며 오른손을 들어 상의 안쪽에서 만년필을 꺼냈다.
국안부 현장 요원들이 즐겨 사용하는 오래된 무기 중 하나다.
보안 검색 과정에서 필히 몸수색이 이루어지고, 총기를 휴대하고 들어갈 수 없기에 미리 준비한 무기다.
* * *
잠시 뒤.
다다다다.
차은성이 우측 복도를 뛰었다.
마침 넥타이를 한, 와이셔츠 차림의 요원이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다. 요원은 차은성을 보고는 흠칫거리며 섰다.
“어?”
내각 조사실 내에서도 허가를 받은 소수의 요원만이 출입할 수 있는 1급 보안 구역에 자위대 장교가 잘못 들어왔다.
요원이 그렇게 생각하고는 장교에게 주의를 주려 했다.
“여긴 1급 보안 구…….”
요원의 말이 채 끝나기 전.
쉬……이잇.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가느다란 침이 날아갔다.
퍽.
침은 요원에게 이르며, 단숨에 와이셔츠를 뚫고 맨살에 박혔다. 그러자 즉각 치명적인 맹독이 퍼졌다. 맹독은 요원의 혀와 입을 무서운 속도로 마비시킨 데 이어, 그의 몸 역시 마비시켰다.
맹독이 퍼지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맹독에 당한 요원이.
풀썩.
복도 바닥에 쓰러졌다.
* * *
룸?
중앙에 단단한 플라스틱 테이블이 있고, 역시 동일 재질의 의자가 셋 있다.
테이블 너머에는 남미계 러시아인으로 신분을 위장한 샘 브라운백이 앉아 있었다.
손과 발에 채워진 수갑이 브라운백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넥타이를 맨, 와이셔츠 차림의 두 요원이 나란히 앉아 심문 중이었다.
2인 심문 수칙을 지키는 두 요원은 거친 어조로 브라운백을 몰아붙였다.
“…….”
브라운백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단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두 요원을 자극했다.
두 요원은 핏대를 세워 가며 브라운백을 맹렬히 밀어붙였지만, 그의 침묵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일순간.
덜컥.
두 요원의 좌측 뒤에 있는 문이 열렸다.
브라운백이 흠칫하며 문을 쳐다봤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앉은 두 요원이 돌아봤다.
세 사람의 눈에 보이는 장교.
“어?”
“누가…….”
장교를 본 두 요원이 급히 일어나려 했다.
찰나.
쉬, 쉬이이잇.
침이 연거푸 쏘아지고, 이내 비침이 두 요원의 이마에 정확하게 꽂혔다.
순간.
쿵, 쿠당탕.
두 요원이 쓰러지고 브라운백이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고는 황급히 일어났다.
한데, 다리와 손에 채워진 수갑이 원활한 동작을 방해했다.
그사이.
차은성이 나는 듯이, 쓰러진 두 요원에게 다가갔다. 이르러 두 요원의 숨이 끊긴 것을 확인하고 브라운백을 돌아봤다.
브라운백은 그새 뒤로 물러났다. 벽에 등을 대고 서서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차은성을 보았다.
“브라운백!”
차은성이 다가가려 하자.
“거기 서!”
브라운백이 힘주어 말했다.
“이런 자작극에 내가 속을 것 같아!”
화냈다.
그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자, 자작극을 꾸며 원하는 정보를 얻고자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차은성은 답답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월터 부국장이 보냈소.”
브라운백이 움찔했다.
“부, 부국장님이…….”
더듬거렸다.
차은성은 브라운백이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을 이해했다. 그 역시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자작극을 의심했을 테니깐.
“루피너스!”
브라운백만이 알 법한, 그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브라운백이 크게 놀라며 눈을 치떴다.
“당신!”
“서두르시오. 여기서 미적거릴 시간 없으니깐.”
차은성이 말하며 재차 다가갔다.
연후.
입은 옷을 벗어 뒤집었다. 그러자 희한하게도 옷은 주일 미 공군 장교의 정복이 되었다. 바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은성은 브라운백에게 옷을 입히며 주의를 주었다.
“절대 말하지 마시오. 정히 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얼굴 표정과 눈으로…….”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연후.
가지고 온 가방에서 옷을 꺼내 입었다.
주일 미 공군 연락관.
* * *
역으로, 왔던 길을 되짚어 갔다.
이윽고 얼마 전에 보안 심사를 받았던 곳에 이르렀다.
스르르.
유리문이 좌우로 열리는 찰나.
콰앙…… 콰아아앙!
폭음이 연이어 울렸다.
그러자 출입 심사를 했었던 보안 요원과 자동소총을 소지한 두 요원이 놀라 문을 돌아봤다.
차은성은 급히 우로 비켜섰다.
“저기!”
오른손을 들어 유리문 안쪽, 좌측을 가리켰다.
그사이.
브라운백이 차은성의 좌측 뒤에 붙었다.
한편.
보안 요원과 자동소총을 소지한 두 요원이 멈칫했다.
보안 요원이 차은성에게 뭐라 말하려는데.
쿠앙…… 콰아아앙.
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보안 요원과 소총을 든 두 요원이 흠칫하더니 서로 돌아봤다.
“어서!”
차은성이 그들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