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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20)화 (20/208)

NIS의 천재 스파이 (20)

“저기요.”

두 남녀가 뒤에서 차은성을 불렀다.

걸음을 멈춘 차은성이 뒤돌아서자 두 남녀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섰다.

“실례합니다.”

남자가 손을 들어 품속에서 출입증 및 신분증 역할을 하는 플라스틱 카드를 꺼냈다.

“경찰입니다.”

차은성은 심중 흠칫했지만 겉으로 태연히 말했다.

“무슨 일로…….”

“아까 전부터 주변을 계속 돌아다니시던데, 신분증 좀 볼까요?”

여형사가 의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불심검문입니까?”

차은성이 묻자.

“별거 아닙니다. 최근에 주변에서…… 잠시 신원을 확인하려는 것뿐이니깐 협조해 주시죠.”

카드를 품속에 집어넣은 남자 형사가 차은성에게 말했다.

차은성은 형사를 돌아봤다.

“거절합니다!”

이어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여형사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사냥꾼의 눈빛 같았다.

“이봐요!”

여형사가 언성을 높이자 차은성이 그녀를 돌아봤다.

“제게 불심검문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

“…….”

“수상한데요, 선배.”

형사가 말하며 여형사를 힐끗거렸다.

“그러게.”

여형사가 대꾸하자 형사가 차은성을 쳐다봤다.

“잠시 서까지 가시죠.”

“제가 왜 경찰서에 가야 합니까?”

차은성의 물음에.

“이봐요!”

형사가 목청을 높였다.

더 볼 것 없다!

무언으로 그렇게 말하듯 차은성이 뒤돌아섰다.

‘젠장. 하필이면!’

범행 현장 인근에 두 형사가 있을 줄이야. 아마도 현장을 다시 둘러보던 중 같은데…….

‘재수가 없다고 해야 하나.’

차은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떼려 했다. 서둘러 지금 서 있는 곳을 벗어나려 했다.

“거기 서요.”

여형사가 소리치며 다가왔다. 형사 역시 소리치며 뛰어왔다.

“이봐요!”

차은성은 난감했다.

‘아, 나아.’

위장 신분을 준비하지 못했다. 주민등록증을 가지고는 있지만, 원신분의 주민등록증이다. 자칫 지문이나 신원을 조회하는 날에는 회사에서 알게 된다.

현재 활동 중지 중인데, 일반 살인 사건에 관여했다? 100% 회사에서 문제 삼을 것이다. 자신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1차장이 얼씨구나 할 것이다.

경찰이 만약 자신의 신원을 알게 된다면.

“국정원 직원이 왜 살인 현장에 있어?”

의심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자신을 범인으로 인식. 사건을 짜 맞추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몽타주로 미루어 보면, 경찰은 범인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몽타주만 봐도 아는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혹여 오해하여 자신을 물고 늘어질까?

차은성은 걷는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내 형사가 앞을 가로막았다. 여형사가 뒤에 이르러 서며 은연중에 앞뒤로 차은성을 에워쌌다.

두 형사는 경계의 눈빛을 띠었다. 은근 차은성이 도주할까 싶어, 무척 주의하는 두 형사였다.

“신분증 좀 봅시다.”

형사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만.”

차은성의 말에.

“그럼, 같이 경찰서를 가시든가?”

뒤에서 여형사가 말했다.

“그 역시 거부합니다.”

차은성이 뒤돌아봤다.

“이 사람이.”

형사가 짜증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차은성은 뒤돌아보던 시선을 바로 하며 걸음을 뗐다. 앞에 서 있는 형사의 우측으로 걸어갔다. 이내 그를 스쳐 지나가려는데.

형사가 돌아서며 오른손을 뻗었다.

턱.

차은성의 우측 어깨를 잡고는 언성을 높였다.

“신분증 좀 보자니깐!”

찰나.

차은성이 형사에게 돌아서더니 우측 어깨를 잡은 형사의 손을 잡아떼어 냈다.

“놓으시죠.”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여형사가 다가섰다.

“야아. 잡아!”

“네. 선배.”

형사가 차은성의 오른손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휙.

차은성이 오른발로 형사의 사타구니를 올려 찼다.

퍼억.

“아악!”

형사가 양손으로 사타구니를 잡더니 풀썩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두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아흐으으!”

그러곤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야아!”

그 모습을 본 여형사가 급히 차은성에게 달려들었다.

그사이.

차은성이 그녀에게 돌아섰다.

휘이익.

여형사가 오른발을 높이 들어 차은성의 가슴을 차려고 했다.

씨익.

차은성이 소리 없이 미소 짓더니 재빨리 여형사의 좌로 돌아갔다. 그러곤 오른발로 여형사의 왼발을 쓸어 찼다.

퍽.

“어…….”

중심을 잃은 여형사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차은성은 신속하게 여형사의 뒤로 돌아갔다. 잽싸게 양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았다. 그러곤 강하게 압박하여 그녀를 실신시켰다.

삽시간에 여형사가 사지와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러는 동안.

형사가 안간힘을 쓰며 일어나려 했다.

“너어…….”

하지만 고통이 남아 있어, 마음과 달리 일어날 수 없었다. 엉거주춤한 형사에게 차은성이 서둘러 다가갔다. 그러곤 이르자마자 발로 형사의 얼굴을 걷어찼다.

빡.

“왁!”

형사가 우로 쓰러졌다.

그러자 차은성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곤 뒤돌아서자마자 후다닥 뛰었다.

쓰러진 형사가 내달리는 차은성을 향해 뭐라 소리치려 했다. 하지만 고통 탓에 외침이 잘 나오지 않았다.

“거기…… 서어…….”

형사의 시야에서 차은성이 빠르게 멀어졌다.

*    *    *

잠시 뒤.

도로를 따라 차은성이 걸어가며 말했다.

“그렇게…….”

방금 전 두 형사와 함께 있었던 곳의 주변 카메라 영상을 모두 지우라고 김아름에게 연락했다.

“네에, 팀장.”

“그리고 사건 관련 형사들에 관해 좀 알아봐 줘.”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예에.”

통화를 끝낸 차은성이 귀에서 폰을 뗐다. 그러곤 품속에 집어넣으며 힐긋 뒤돌아봤다.

“조금 미안한데.”

공무를 수행 중이던 두 형사다. 그들을 때리고 쓰러뜨린 것이 아주 조금 미안하다.

차은성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바로 했다. 그러곤 느긋하게 계속 걸어갔다.

*    *    *

자정이 넘은 시각.

옥천동에서 버스로 40~50여 분 정도 떨어진 학원가.

매우 붐볐다.

“애들도 고생이지만, 부모도 고생이네.”

우형광이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 있는 다수의 학원에서 학생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데리러 온 부모들. 그들이 타고 온 승용차들. 다들 서로 뭐라 말했다.

그 때문에 주변은 매우 북적였다.

우형광은 연지가 다니는 학원 입구를 바라보았다.

“쩝.”

노태준이 서 있었다. 불안한지, 연지를 기다리는 눈치다.

“하여간 알아줘야 한다니깐.”

우형광이 중얼거리며 안쓰럽다는 눈빛을 띠었다.

눈에 넣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을, 노태준에게는 금쪽같은 딸 연지다.

우형광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봤다.

북적이는 탓에 몽타주의 남자를 찾기란 매우 어려웠다.

“주변에 있긴 있는 건지.”

우형광이 중얼거리며 이리저리 몸을 돌렸다. 의심받아서는 곤란하다. 그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얼굴에 안경을 쓰고 두툼한 겨울 파카를 입었다.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김아름이 몸에 몇몇 캠을 장착했다. 하여 지금 눈에 보이는 주변 모든 것이 녹화되고 있다. 해당 영상을 면밀히 체크해 보면, 혹 몽타주의 남자가 잡힐지도 모른다.

“일부분이라도 잡히기만 하면!”

우형광이 힘주어 중얼거렸다.

안면 인식 프로그램!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그자가 누구인지 신원을 알 수 있다.

*    *    *

어두운 골목을 노태준과 연지가 나란히 걸어갔다.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왜 하고 그래, 아빠.”

“네가 걱정되니깐 그렇지.”

연지의 가방을 좌측 어깨에 둘러멘 노태준이 돌아봤다.

“하이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허구한 날 딸내미 혼자 두고 출장을 가세요.”

“그건 먹고살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됐고요.”

연지가 의연한 어조로 말했다.

“딸내미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으니깐 내일부턴 나오지 마시고 집에서 푹 쉬세요. 아시겠어요, 꼰대 아저씨.”

“연지야. 아빠에게 꼰대라는 건 좀 그런데.”

“헤에.”

연지가 노태준을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노태준이 마주 웃었다.

*    *    *

상당히 떨어진 뒤에서 한 남자가 부녀를 미행 중이었다.

머리에 후드를 깊이 눌러쓴 남자.

거리 때문일까?

아니면.

딸 연지와의 대화 때문일까?

노태준이 미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뒤.

돌연.

휙.

사내가 좌로 돌아서더니 한 골목으로 재빨리 걸어갔다.

*    *    *

“젠장!”

우형광이 언성을 높이며 급히 내달렸다.

다다다다.

놈이 눈치챘다.

우형광은 남자가 걸어간 골목으로 뛰었다.

‘이게 말이 돼!’

필드 요원인 자신인데, 그런 자신의 미행을 남자가 눈치챘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남자가 필드를 뛰는 타국 정보 요원이라면 몰라도, 자신의 미행을 알아챌 리가 없는데…….

우형광은 심중 황당했다.

*    *    *

“응.”

연지와 함께 걷던 노태준이 걸음을 멈췄다.

“아빠. 왜 그래?”

연지가 걸음을 멈추며 노태준을 돌아봤다.

“잠깐만.”

노태준이 뒤돌아봤다. 눈에 보이는 한 골목으로 쏙 들어가는 일인.

‘형광이?’

의아한 노태준이었다. 자신이 제대로 본 것인지, 착각한 것인지 반신반의했다.

“아빠.”

연지가 다시 노태준을 불렀다. 그러자 노태준이 연지를 돌아봤다.

“으응.”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빨리 집에 가자. 춥다.”

“응.”

연지가 웃었다.

노태준은 딸을 보며 미소 지었다.

‘내가 잘못 봤나?’

노태준은 딸 연지와 함께 걸으며 조금 전에 얼핏 봤던 우형광을 생각했다.

*    *    *

얼마 후.

“이게 말이 되냐고? 말이!”

우형광이 언성을 높이며 옆으로 돌아서더니 오른손을 들어 이마를 쓸어 넘겼다.

놓쳤다!

필드 요원인 자신의 추적을 남자가 따돌렸다.

“으아아아아!”

우형광이 손을 내리며 얼굴을 숙였다.

화가 치민다!

놓쳐서는 안 되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 어이가 없다. 필드 요원인 자신의 추적을 이렇게 따돌려 버리다니.

“그 새끼. 도대체 뭐야? 뭐냐고?”

우형광이 고함치며 고개를 들었다. 이어 주변을 둘러보며 이를 악물었다.

으득!

스스로에게 정말이지 너무 화가 난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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