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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3)화 (3/208)

NIS의 천재 스파이 (3)

“으으…….”

나직한 신음과 함께 조영국이 천천히 눈을 떴다.

“중화제가 제대로 작용했네요.”

김아름이 말하며 뒤돌아섰다.

“수고했어.”

“별말씀을요.”

김아름의 대답을 뒤로하고 차은성이 반쯤 몸을 뒤젖힌 조영국의 좌측으로 다가섰다.

“이제 정신이 좀 드십니까?”

“으으…….”

조영국이 차은성을 돌아봤다.

차은성이 빙긋 미소 지으며 잠시 기다렸다.

이제 갓 정신이 돌아온 조영국이다. 온전한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그의 몸속에서 중화제가 계속 작용할 것이다.

정신이 돌아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    *    *

한참 후.

차은성과 조영국은 정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모니터를 독차지한 박영광의 얼굴.

“서, 선배님!”

조영국이 놀라 눈을 치떴다.

“여, 조영국이. 고생했다며?”

“한직으로 밀려나셨다고 들었는데…….”

“뭐, 우리 바닥이 그렇잖아.”

“이런 일을 하고 계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극비인 거 알지?”

박영광이 씨익 웃었다.

“하하. 물론입니다. 선배님 팀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래.”

“예에.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조영국이 눈짓으로 좌측에 서 있는 차은성을 가리켰다.

“그런데 말이다, 영국아.”

“네?”

“네가 가지고 있는 거 있지.”

조영국이 일순 정색했다.

“서울에 도착하면 제가 직접 전해 드리겠습니다.”

“야!”

“제 목숨 줄입니다. 저! 버림받고 싶지 않습니다. 선배님.”

조영국의 말에 박영광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미 전례가 있다.

중요한 정보를 먼저 회수하고 요원을 매몰차게 버린 적이 몇 있다. 그것을 알기에 조영국은 버림받지 않으려 했다.

“쩝. 차은성.”

박영광이 차은성을 불렀다.

“예에.”

“최대한 빨리 조영국이 서울로 보내.”

“알겠습니다.”

“그리고.”

“…….”

“너 인마. 회사 승인도 없이 그따위 짓을 왜 해!”

박영광이 언성을 높였다.

“죄송합니다. 상황이 워낙 급박해서 말입니다.”

차은성이 말하며 눈짓으로 조영국을 가리켰다.

“저희가 구출했을 때, 약물에…… 조금만 늦었더라면…….”

차은성이 은근 정보 유출과 조영국의 죽음을 언급했다.

“그래도 그렇지, 인마! 다른 곳도 아니고 CIA 세이프티 하우스야. 게다가 그렇게 대놓고 걔네들 요원 일곱을 죽이면 어쩌자는 거야. 흔적 남기면 안 되는 거 몰라!”

박영광이 재차 언성을 높였다.

“흔적을 지울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너 때문에 지금 회사가 발칵 뒤집혔어. 알겠어?”

차은성이 침착하게 대꾸했다.

“뒤처리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자식이 진짜!”

박영광이 눈을 부라렸다.

현장. 필드와 책상은 다르다. 현장에서의 판단을 존중해 줘야 한다.

“제발 문제 좀 일으키지 마라. 으응!”

“예에.”

“대답은 잘하지. 그만 끊어!”

“예.”

차은성이 대답하며 좌측을 돌아봤다.

마주 보는 김아름.

차은성이 고개를 까닥이자 모니터가 꺼졌다.

팟.

차은성이 조영국을 돌아봤다.

“이제 우리를 믿으시겠죠?”

조영국이 차은성을 마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믿지. 날 구하려고 회사의 승인도 없이 CIA 세이프티 하우스에 뛰어들어 CIA 요원을 일곱이나 죽인 자네를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

조영국이 말하며 웃었다.

차은성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    *    *

차은성이 고개를 돌리며 모니터를 끌어당겼다.

모니터에는 마흔 중반 어름의 동양인 얼굴이 띄워져 있었다.

“다나카 세이치.”

“…….”

“일본 농산성 직원으로 지난 한 달 동안 EU에 파견 나와 있는…… 현재 조영국 요원과 얼굴 형태가 가장 유사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으로 위장하려…….”

차은성의 말에 조영국이 모니터를 보았다.

“저 사람으로 변장하는 게 가능해?”

믿지 않는 눈치다.

차은성이 씨익 웃었다.

“그건 우리 일입니다.”

“자신만만하군.”

“모든 작업이 끝난 후에 보시면 다 알게 되실 겁니다.”

“좋아. 날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건 자네니깐, 믿어 보지. 그런데…….”

조영국이 여권에 이어 브뤼셀 출입국 시스템을 언급했다.

“미국 시스템 못지않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네에.”

차은성이 자신감에 찬 어조로 말했다.

“혹시 위조 여권 때문에 들통날까 봐 우려하시는 것 같은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인천국제공항 전자 출입국 시스템을 통해 검증받은 여권이니까요.”

그러자 조영국이 웃었다.

“하하하하하.”

이내 웃음을 뚝 그치더니 차은성에게 말했다.

“최고군. 최고야.”

“…….”

차은성은 말없이 웃었다.

“실은 자네 팀이 오기 전에.”

3팀을 언급하는 조영국이었다.

그가 불안해하는 것이 이해된다. 고립된 상태에서 지원 온 팀이 전원 사망했다.

그러니 자신의 안전을 거듭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안전하게 서울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매우 불안해하는 것이 틀림없다.

*    *    *

의자에 앉은 차은성의 앞에 조영국이 누웠다.

차은성은 양손에 라텍스 장갑을 끼며 말했다.

“사람의 얼굴에 변화를 주기에 가장 좋은 부위는 코, 턱, 뺨, 이맙니다. 일단 인공 조형물을 이용하여 조영국 요원의 얼굴에 변화를 줄 겁니다. 이후, 인공 피부를 씌우고…….”

차은성의 설명에 조영국이 눈을 내리감았다.

“잘 부탁하네.”

차은성보다 연상이고 선배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다.

차은성은 개의치 않았다.

이내 장갑을 낀 손을 뻗어 몇몇 수술용 선반을 잡아당겼다.

코, 뺨, 턱에 변형이란 변화를 주는 인공 조형물들이 각 선반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    *

잠시 뒤.

차은성의 손길이 무척 바빴다.

인공 조형물들을 부착한 후 젤리처럼 물컹물컹한 인공 피부를 조영국의 얼굴에 들이부었다.

연후.

인공 피부를 손으로 직접 조영국의 얼굴에 골고루 발랐다. 이어 투광기를 당겨 인공 피부를 천천히 말렸다.

일련의 작업을 하는 동안, 김아름이 다소 떨어진 곳에서 모종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    *    *

한 시간 후.

치과에서나 볼 법한 기울어진 의자에 조영국이 앉아 있었다.

그는 앞에 있는 거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연방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신기해했다. 그러더니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두어 번 꾹꾹 눌렀다.

그 모습을 본, 좌측에 서 있는 차은성이 주의를 주었다.

“방금 전에 작업한 겁니다. 아직 접착이 약하니 그렇게 누르지 마십시오.”

조영국이 손을 내리며 차은성을 돌아봤다.

“이거 정말 신기한데. 진짜 피부 같아.”

“그 정도 갖고 놀라긴 이릅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좀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데. 컬러가…….”

조영국의 말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 작업을 거치면 감쪽같을 겁니다.”

“추가 작업?”

조영국이 어안이 벙벙한 어조로 반문했다.

차은성이 말없이 입가에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씩.

그사이, 조영국이 미심쩍은 눈빛을 띠었다. 그는 여전히 불안이란 감정을 떨치지 못했다.

알아챈 양.

차은성이 담담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완벽하게 외모를 바꿔 드릴 테니까요.”

조영국은 반신반의했다.

*    *    *

잠깐이란 시간이 지났다.

차은성은 추가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조영국은 정면 거울을 보았다.

비친 차은성.

왼손에 빗을, 오른손에는 가위를 들었다. 무슨 이발사 같아, 조영국이 은근 불안한 눈빛을 띠었다.

“꼭 그래야 하나?”

그의 물음에.

“머리 스타일을 바꿔야 합니다. 그 외에…… 그래야 CIA의 AI 감시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속일 수 있습니다. 우리 상대가 CIA라는 점 잊지 마십시오. 그럼.”

차은성이 대꾸하며 서둘러 조영국의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싹둑, 싹둑.

가위로 조영국의 머리를 자르는 차은성의 손길은 망설임이 없었다.

거침없이.

단호하게.

머리카락을 잘라 가며 원하는 스타일을 빠르게 잡아 갔다.

일본 장년인들의 평균 스타일을.

*    *    *

조영국의 머리 스타일을 잡은 후 차은성이 조영국의 양쪽 귀와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이내 조형물을 이용해 조영국의 귀를 조금 더 키우고 목덜미에 두어 개의 인공 주름을 잡았다.

연후…….

“화장?”

조영국의 반문에 차은성이 천천히 말했다.

“후후. 메이크업입니다.”

왼손에 무슨 팔레트 같은 것을 쥐었고, 오른손에는 터치 붓을 쥐었다.

조영국이 다가서는 차은성에게 말했다.

“굳이 화장까지 할 필요가…….”

내키지 않는 눈치다.

“가만히 계십시오.”

차은성의 말에 조영국의 몸이 움찔했다.

그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그런 이유로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보아 넘길 수가 없다.

*    *    *

잠시 뒤.

차은성이 조영국의 눈에 렌즈를 끼웠다. 이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불편하지 않은지 깜빡여 보십시오.”

그러자 조영국이 두어 번 눈을 깜빡였다.

“어떻습니까?”

“별로 불편하지는 않은데…….”

말끝을 흐리며 조영국이 물었다.

“이제 다 끝난 건가?”

차은성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아직입니다.”

“아직이라고?”

조영국이 반문하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지었다. 시간이 의외로 오래 걸려 지루한 모양이다.

차은성이 조영국에게 말했다.

“여성들이…… 기초화장, 파운데이션, 색조 화장, 눈썹 및 입술. 그리고 아이라인까지.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사극에서의 특수 분장만 하더라도, 일에 따라서는 베테랑이라고 해도 6, 7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는 겁니다. 특수 분장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죠. 그런 작업이 몇 시간 안에 끝날 리가 있겠습니까?”

“끙.”

조영국이 앓는 소리를 흘렸다.

지루하지만 그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차은성이 뒤돌아봤다.

“김아름.”

“네에.”

“여권은?”

“전반 작업이 끝났습니다. 분장이 완료되면 사진 촬영 후 여권에 사진을 부착하고 후반 작업만 하면 됩니다.”

“별도 암기 사항은?”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OK.”

차은성이 말하며 조영국을 바라보았다. 말없이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끄응.”

조영국이 재차 앓는 소리를 내더니.

“서둘러 주게.”

“네에. 그럼.”

대답하며 차은성이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    *    *

몇 시간 후.

모든 작업이 끝났을 때, 날이 어두워졌다.

미리 준비해 둔 깔끔하고 반듯한 정장을 입은 조영국이 전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휘유. 귀신이 따로 없군. 내가 맞는지 나도 모르겠어.”

거울에 비친 이는 조영국이 아니었다.

다나카 세이치.

그였다.

“이런 실력이라니.”

감탄한 어조로 연방 중얼거리는 조영국이었다.

차은성은 그를 지켜보았다. 자신의 작품이지만 늘 볼 때마다 뿌듯하다.

최고 전문가들로부터 필요한 모든 것을 장기간에 걸쳐 배웠다. 메이크업, 특수 분장 등등을.

“옷과 넥타이. 그리고 구두는 선물입니다.”

차은성의 말에 조영국이 돌아봤다.

“비쌀 것 같은데…….”

차은성은 말없이 미소 지었다.

그때.

또각또각.

김아름이 차은성에게 다가와 섰다.

차은성이 돌아보자 김아름이 손에 든 것을 내밀었다.

“수고했어.”

차은성이 받아 들었다.

“별말씀을요.”

김아름이 대답과 함께 뒤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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