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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65화 (65/308)

65화

생애 처음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세피아는 정신적으로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녀의 눈은 춘삼을 비추고 있었다.

마침 춘삼이 매우 건방진 표정으로 입을 여는 참이었다.

“이 녀석들. 내가 보자 보자 하니까 말이야. 내가 너희 시종으로 보여?”

그는 인상을 구기며 층계보스들에게 선언했다.

“하루 종일 자고, 먹고, 놀고, 이러라고 형님이 너희를 보디가드로 붙여 둔 줄 아냐고?”

춘삼이 언성을 조금 높이자, 케이론이 팔짱을 끼고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

춘삼이 연이어 말했다.

“이참에 똑바로 가르쳐 주지. 여기 서열은 너희가 맨 아래야. 알겠냐? 이 크레이지 처키 3종 세트들아.”

빠직!

춘삼은 기어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고 말았다.

쿠구구구구.

심기를 거스르는 말에 층계 보스들이 서서히 춘삼에게 다가왔다.

춘삼은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한 것인지 주먹을 들어 보였다.

‘지 까짓것들이 세 봤자, 얼마나 세겠어? 이래 보여도 내가 D급 각성자다. 이거야.’

춘삼은 허세에 찬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뭐야? 때리게? 덤벼봐.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 주마.”

전투의 요점 첫 번째.

선빵은 필수다.

“하압!”

그 점을 감안해 춘삼은 그대로 층계 보스들한테 달려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게.

퍼퍼퍼퍼퍼퍼퍼퍼퍽!

“으아아아악! 사, 살려 줘!”

신명나게 얻어터지는 그 모습이 실로 처참했기 때문이다.

***

화창한 오후.

건우는 정원에 비치한 운동시설에서 근력을 키우고 있었다.

[근력이 올랐습니다.]

역기에 걸어 둔 중력은 무려 570kg

건우는 작대기를 들듯 그것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다.

“후우.”

차분히 호흡을 고르며 마지막 한 번을 들어 올릴 때였다.

“형님!!”

멀리서 춘삼의 절규가 들려왔다.

“…….”

슬며시 고개를 돌리니, 저 너머에서 장난감 화살이 몸 곳곳에 콕콕 박힌 춘삼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쿠쾅!

하지만 도피도 거기까지였다.

바로 뒤에 나타난 층계보스들이 그를 넘어뜨리더니, 다리를 붙잡고 질질 끌고 갔기 때문이다.

“항복! 항복! 도와주세요! 형님!”

춘삼은 건우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그 풍경을 가만 지켜보던 건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에휴, 또 뭔 짓거리를 한 거야?”

그렇게 춘삼의 반란은 인간의 존엄성이 처참하게 짓밟힌 뒤에야 끝이 났다.

***

소동을 마무리 지은 건, 건우가 아닌 다른 의외의 인물이었다.

“사람 때리면 안 된다고 했지.”

거실에서는 지혜가 엄한 말투로 보스들을 혼내고 있었다.

쭈뼛쭈뼛.

보스들은 말을 못 하니 뭐라 반박하지도 못하고 얌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릎을 못 꿇는 케이론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당한 피해자, 춘삼은 식탁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흑흑흑.”

건우는 어이가 없다는 눈초리로 말했다.

“추하다. 이제 그만 울어라.”

“흐흐흐흐.”

“응?”

한데, 어쩐지 울음소리가 조금 이상했다.

건우는 춘삼의 입꼬리가 묘하게 말려 올라간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깨달았다.

춘삼은 그저 우는 척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연기에 속은 지혜는 열심히 보스들을 타박하고 있었다.

빠직!

격분한 보스들이 일제히 춘삼을 노려봤다.

“내 말 듣고 있어?”

하지만 다시 지혜가 쏟아 내는 말에 고분고분 해졌다.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건우는 혀를 내둘렀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그러게 말이다. 질리지가 않는다. 나 진짜 저런 애 처음 본다.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세이비어에게 있어서도 춘삼은 기가 막힌 별종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형님. 요즘 뭘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까?”

“지구를 지키러 갈 예정이거든. 며칠 집을 비울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춘삼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요즘 중2병에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자꾸 중2병 같은 상황밖에 안 온다.”

건우는 저도 모르게 신세 한탄을 했다.

춘삼은 거기서 한술 더 떴다.

“형님. 혹시 여자 친구랑 밀월여행을 떠나는 거 아닙니까?”

춘삼의 말에 지혜가 귀를 쫑긋 세우며 다가왔다.

“오빠 요즘 누구 만나?”

“만나긴 누굴 만나?”

건우는 춘삼을 향해 눈총을 쏘았다.

지혜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얼마 전 TV에서 인터뷰를 한 권정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설마 권정아 언니 만나는 거 아니지? 그분은 안 돼.”

건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유는 혹시 들어 볼 수 있겠니?”

지혜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멋있잖아. 나 그 언니 좋아하거든.”

“푸훕?!”

순간 놀란 건우와 춘삼이 고개를 돌리고서,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뿜었다.

“쿨럭, 쿨럭.”

춘삼은 헛기침을 연달아 한 다음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 지혜 씨. 혹시 그 왈…… 이 아니라 권 누님 좋아하는 겁니까?”

“그럼요.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인 제가 팬덤에 가입했다니까요. 우리 학과에서는 하루 종일 그 언니 이야기하고 지내거든요.”

“…….”

건우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아이돌도 아니고 웬 팬덤?

당황한 그는 춘삼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저게 무슨 얘기냐?”

“그게 그 왈가닥 누님이 한 성질 하잖습니까?”

“한 성질 하긴 하지.”

“성동구 게이트 브레이크 때의 활약으로 인기가 엄청 많아졌거든요. 그 누님 보이쉬하고 걸크래시한 면이 있잖습니까? 무엇보다 미인이니까 그럴 만도 하죠. 그것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아, 난 또 뭐라고.”

“오빠, 나 정아 언니 사인 받아주면 안 돼?”

지혜는 건우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걱정 마. 내가 과 애들 사인까지 다 받아줄게.”

“약속했다.”

건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지혜는 그저 간판스타가 돼버린 아이돌에게 취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다.

“동생을 뺏긴 것 같아 기분이 나빠.”

-적당히 해라, 이놈아. 쯧쯧.

보다 못한 세이비어가 혀를 찼다.

다시 정신을 차린 건우가 입을 열었다.

“어쨌든 누구 만나는 사람은 없고, 잠시 지방으로 내려가 봐야 돼. 이번 주말만 보내고 월요일부터 자리 비울 거야.”

지혜는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요즘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몸조심해야 돼.”

“쉬엄쉬엄할게.”

지혜의 따뜻한 위로와 걱정에 건우는 잠시지만 마음이 치유됐다.

그러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향한 곳은 지혜에게 훈계를 들은 층계보스들 쪽이었다.

마리오네트 상태로 있는 녀석들은 거실에서 아까와 같이 마이 페이스로 있었다.

건우는 그중 바포메트를 쳐다봤다.

녀석은 케이론에게 장난감 활로 활 쏘는 걸 배우고 있었다.

탁탁탁!

케이론이 쏜 화살은 모조리 가운데를 맞추었으나…….

핏핏핏!

바포메트가 쏜 화살은 전부 빗나갔다.

뽀각!

열이 받았는지 바포메트는 장난감 활을 무릎으로 부서뜨렸다.

따악!

그걸 가만 지켜보던 케이론이 주먹으로 바포메트의 머리를 후려쳤다.

바포메트는 등급이 한 단계 높은 케이론에게 저항할 수 없었는지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재밌게들 노네.’

저렇게 보면 저들이 한때 인간을 위협했던 몬스터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건우는 천천히 말문을 뗐다.

“당분간 바포메트는 내가 데리고 있을 거야.”

“정말입니까?!”

“어머, 그래.”

춘삼은 반색했고 지혜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

보스들이 어째서 춘삼을 싫어하는지 조금이지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반색하던 춘삼은 문득 건우의 행선지가 궁금해졌다.

“근데, 형님은 지구를 지키러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건우는 피식 웃으며 한 마디를 남겼다

“춘천.”

***

시간은 새벽 2시.

건우는 여느 때처럼 이그너스의 영지로 발을 디뎠다.

이제는 습관이라고 할까?

꾸준히 수련을 하지 않으면 더디어 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그리고 늘 건우를 끌어올려 주는 스승은 세이비어였다.

스스스스스.

오늘은 웬일인지 그가 반지에서 빠져나와 유령의 모습으로 건우의 앞에 나타났다.

“그래서 오늘은 뭘 배워볼 참이냐?”

건우는 피식 웃었다.

“음 오늘은 배운다기보다는 한동안 수행 못했던 마나 연공을 한 단계 더 높여야 될 것 같아요.”

“하긴.”

세이비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건우는 레이드를 치를 때 외에는 온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수련에 매진했다.

그렇게 전생의 기억을 토대로 그는 비약적으로 실력을 증진해 나갔다.

하지만 마법과 검을 병행해서 수련을 하다 보면, 반드시 소홀해지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건우는 자신에게 부족한 점 두 가지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러와 마력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우는 마나연공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필요가 있었다.

세이비어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마나 연공법을 취하려면 영약을 섭취하는 게 더 나을 텐데. 영약은 가지고 있냐?”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미리 지참한 함을 가리켰다.

“……그건?!”

세이비어는 놀랐다.

그와 동시에 건우는 함을 감싼 보자기를 풀어헤쳤다.

안에는 녹색 이끼 위로 산삼이 아홉 뿌리 있었다.

일전에 봉황 길드의 대표 서일도가 서유라를 통해 준 이사 선물이었다.

산삼에서 흘러나온 마력을 살펴본 세이비어는 인상을 홱 찌푸리며 말했다.

“……날강도 같은 놈.”

“뭐 어때요? 이사 선물로 받은 거잖아요.”

“에휴.”

세상 어떤 미친놈이 이런 진귀한 영약을 선물로 준단 말인가.

세이비어는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으로 삼켜 넘겼다.

‘아무튼 내 후손을 좋게 봐주는 거니. 좋은 거지.’

“다 섭취하거라.”

“네? 이걸 다요?”

건우는 조금 당황했다.

“속공으로 익히게 도와주마.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세이비어는 잇몸까지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뭐지?’

느낌이 묘하게 찝찝했지만, 건우는 세이비어의 말대로 산삼을 하나씩 씹어 목구멍으로 넘겼다.

“으아아아, 써.”

“허허, 엄살 부리면 안 되지.”

꿈틀.

그리고 아홉 뿌리째를 넘겼을 때, 변화가 찾아왔다.

스스스스스.

몸에 폭발적으로 감도는 영약의 기운이 건우의 몸을 콕콕 쑤셔왔다.

“크윽!”

“그대로 마나 연공식을 취하거라.”

[이그너스의 마나연공식을 취했습니다.]

몸에 폭발적으로 솟구치는 영약의 마력이 아주 조금이지만 금빛으로 변질됐다.

여기서 세이비어가 할 역할은 영약의 기운을 고스란히 건우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마나 연공법을 취하는 건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지. 그대로 마나홀에서 다시 뻗어 나갈 때 장벽을 만날 텐데, 지금 네 힘이라면 뚫는 데 문제는 없을 거다. 소리는 내면 안 된다.”

건우는 세이비어의 조언에 따라 혈도를 가로막는 벽을 타파했다.

쿠직!

‘끄어어어어어억!’

그러자 엄청난 고통이 뇌리를 뒤덮쳤고, 입가에서는 피가 주륵 흘러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소리를 지르다가는 마나가 역류될 수 있기 때문에 참아야 했다.

그런 건우를 보며 세이비어가 말했다.

“엄청나게 아플 거다. 나도 엄청 아팠거든. 허허허허, 이건 절대 드라마를 못 보게 한 것에 대한 보복이 아님을 알아 주거라. 어쩔 수 없는 거다. 어쩔 수 없는 거.”

“……?!”

건우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당혹감을 표했다.

……당했다.

설마 수련을 빙자해서 보복을 감행해 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아마 그는 좀 더 편한 방법을 두고, 더 어려운 방법으로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리라.

‘두, 두고 보자.’

건우는 어쩔 수 없이 훗날을 기약했다.

6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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