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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52화 (52/308)

52화

로한 이그너스.

그 이름은 전생 시절, 건우가 불렸던 이름이다.

복원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반푼이 마도사.

하지만 복원은 그 누구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로한은 가치가 있었다.

그 때문에 최후까지 남아 가주로 남아 항전할 수 있었다.

환생 이후.

건우는 로한 시절 때보다 더 빛을 발했다.

완전기억 능력과 복원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룩했고 강해졌다.

허나, 비석을 복원하고 있느라 마법조차 쓸 수 없는 지금.

건우는 마음속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난 강한 걸까?

정답은 아니었다.

마법에 비해서 검술은 취약했다.

오러를 다루는 법 또한 미숙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검은 마법 이상의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사실은 일전에 니제르를 통해 명확히 인지했거늘.

‘바보같이 잊고 있었어.’

타앙!

타격이 빗발치는 소리와 함께 건우는 손에 쥐고 있던 목검을 놓쳤다.

저릿저릿!

손목이 저릿했다.

“벌써 봉황검술의 기초를 갈고 닦다니. 보통 재능이 아니군.”

건우가 상대하고 있는 이는 국내 S급 4위 서일도. 바로 봉황 길드의 마스터였다.

그를 건우는 다시 목검을 집고 일어섰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그런 건우의 기세를 지켜보고 있던 문하생들이 경악했다.

“와, 진짜 마법계열 헌터인데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가 있지?”

“그러게. 진짜 마력까지 두르고 싸우면 누가 이길지 모르겠어.”

“당연히 스승님이 이기지.”

“…….”

건우는 구태여 주변의 소란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다시금 눈빛에 투지를 담을 뿐이었다.

“허허허, 좋은 기세야.”

서일도는 검을 내리고 건우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하지만 기다려주는 사람 마음도 헤아려주어야지.”

“기다…… 아!”

서일도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서유라가 있었다.

그녀는 다소 걱정되는 표정으로 건우를 보고 있었다.

“수련은 식사 끝내고 마저 끝내도록 하지.”

식사 시간.

건우는 따로 도장에 마련된 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채 썬 야채와 전병이 들어있는 구절판이 놓여있었다.

“……맛있다.”

의외의 맛에 건우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늘어놓았다.

“저, 정말요?!”

기쁜 듯 서유라는 탁자 밑에서 주먹을 꼭 쥐었다.

그리고 딸의 반응에 서일도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게.

바스락, 바스락.

일부 타버린 전병이 그의 입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잘 된 건 건우에게…….

망친 건 다른 사람들에게 몰아 담은 결과였다.

‘이 녀석 점점 요망해지는군.’

차별 대우에 섭섭했지만, 서일도는 귀엽게 여기고 넘어가기로 했다.

대신 그는 건우에게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네.”

“이미 충분히 강하건만 어째서 그렇게 초조한 건가?”

“아.”

건우는 그제야 자신이 초조해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류를 재앙으로부터 지켜낸다.

탑에서 뱀을 찾아내 쓰러뜨린다.

개인적인 목표와 공익적인 목표가 겹치니, 더 안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서일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무 자신을 몰아세울 필요는 없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답이 안보여서요.”

그러자 서일도는 진지하게 충고해 주었다.

“그런 논리로 따지면 나 역시 자신을 궁지로 몰아야 된다만?”

“네?”

건우는 약간 당황했다.

돈과 명예, 그리고 힘까지 갖출 것은 다 갖춘 그가 어째서 초조해야 할까?

서일도이 그 답을 말했다.

“나도 간절히 원하는 게 있지만 아직 손에 넣지 못한 게 있네.”

“대표님이요?”

서일도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홍련초래. 가문 비전 검술의 마지막 초식이지. 나는 각성을 했음에도 선조들의 지혜를 깨우치지 못했다네.”

“…….”

어째 무인의 고뇌가 엿보이는 말이었다.

하지만 서일도의 표정은 평안해 보였다.

“그래도 초조해하지 않을 걸세. 정작 중요할 때,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 소용도 없으니까. 하하”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듣고 보니, 여유가 좀 부족했던 것 같네요.”

“그리고…….”

대화를 이어가려는 찰나, 서일도가 건우의 눈치를 살폈다.

그것을 눈치 챈 건우는 자연스럽게 반문했다.

“그리고? 뒤에 하실 말이 뭡니까?”

“자네 혹시 만나고 있는 연인은 있는 겐가?”

“?!”

서유라는 긴장된 표정으로 건우를 쳐다봤다.

“아니요. 아직은 없습니다.”

서일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서 찾게.”

“네?”

“자네한테만 잘해주는 여자 말일세. 맛있는 게 있으면 자네한테 다 몰아주고, 아버지는 나 몰라라 찬밥 대우하는 그런 여자가 자네한테 딱이…… 이크!”

서유라는 몰래 서일도의 등살을 꼬집었다.

찌릿!

그리고 싸한 눈빛으로 서일도를 노려봤다.

얼굴은 홍조로 달아올라 있었다.

잠시 후.

수련이 끝난 건우는 집으로의 복귀를 준비했다.

그때, 서유라가 조용히 다가왔다.

“오빠.”

“왜?”

“조금 있으면 이사 간다면서요?”

“응 이제 곧 완성이야. 완공되면 꼭 초대할게.”

“지난번처럼 까먹는 건 아니시겠죠?”

서유라가 입술을 샐쭉 내밀며 말하자, 건우는 난처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까먹은 건 아니고 진짜 타이밍을 못 잡은 거야.”

그런 건우를 보며 서유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담대심소(膽大心小)”

“응?”

“담대하면서도 치밀한 주의력이란 뜻이에요. 봉황검술을 펼칠 때, 아버지가 늘 가슴 깊이 새겨둔 말이니까 꼭 기억하라고 하네요.”

건우는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

“감사하다고 전해줘.”

훈훈하게 인사를 마친 건우는 그 뒤로 차를 타고 귀갓길로 향했다.

먼발치에서 이를 보고 있던 사내는 스마트 폰을 귀에 갖다 대며 말했다.

“타겟이 봉황 길드로부터 빠져나왔습니다.”

-아, 그래?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희열이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어떻게 할까요?”

-선빵 갈겨.

“알겠습니다.”

전화기를 끊은 그는 곧장 공격을 준비했다.

꽈아아아악!

거대한 양팔로 쥐고 있는 것은 각궁과 화살이었다.

우웅.

화살에는 한 번 인챈트 하는데 300만 원이나 하는 익스플로전 마법이 걸려 있었다.

“S급 귀한 자원이었는데. 안 됐군.”

천천히 호흡을 몰아쉬던 그는 곧 눈을 번뜩 떴다.

핏!

활시위를 놓기가 무섭게 화살은 맹렬하게 날아갔다.

푸욱! 콰앙!

그리고 그대로 차에 적중해 폭발했다.

홍염과 함께 폭연이 피어오른 것을 확인한 그는 전화기에 대고 입을 열었다

“임무 완…….”

하지만.

푸욱!

말에 매듭을 짓기도 전에 빙괴의 창이 그의 가슴을 찢고 튀어나왔다.

“크아아아악!”

그는 고통에 절규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피는 흐르지 않고, 그대로 응결됐다.

“어, 어떻게?!”

폭발의 진원지를 살피니, 그곳에는 건우가 운전기사를 들쳐 메고 멀쩡하게 서있었다.

***

습격당하기 1분 전.

창밖을 구경하던 중 문득 건우의 귀걸이가 흔들렸다.

[니제르의 귀걸이가 현 상황에 위험을 경고합니다.]

[마나스킨을 통해 불꽃의 마력을 감지합니다.]

“?!”

눈을 부릅뜬 건우는 고개를 들었다.

뒤편을 살피니, 화살이 유성처럼 꼬리를 그리며 날아들고 있었다.

건우는 운전기사에게 소리쳤다.

“전력질주하세요!”

“네?”

“빨리!!!”

“아, 알겠습니다.”

부아아아아앙!

차는 속도를 높였고, 건우는 그 사이 인벤토리에서 크루엘의 마검을 빼들었다.

그 다음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초감각을 발동했습니다.]

주륵.

건우는 땀을 흘리며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마력이 얼마 없으니까 최대한 압축해서 오러를 전개해야 돼.’

우웅!

검은 오러가 검신을 살며시 휘감는 순간, 건우는 힘껏 원을 그렸다.

니제르 일식, 암섬.

서걱!

“우어어어”

차는 양 갈래로 절단 났고, 건우는 당황한 운전기사를 들쳐 메고 자리를 박찼다.

콰아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자동차가 폭발했다.

-아슬아슬했구나.

세이비어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할아버지.”

-응?

“받았으니, 이쪽에서도 선물을 날려줘야겠죠.”

모처럼 열이 뻗쳤는지,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글라체스를 꺼내들었다.

쩌적!

글라체스 특유의 냉기가 삽시간에 주변의 열기를 누그러뜨렸다.

‘저긴가?’

순식간에 습격자를 포착한 건우는 전력으로 글라체스를 투척했다.

***

“쿨럭.”

빙괴의 창에 적중당한 습격자는 입에 피를 물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통증에 힘겨웠지만 그는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해나갔다.

화륵!

불에 휘감긴 차는 폭발로 인해 조각난 상태였다.

습격자를 주시하는 건우의 눈빛은 매우 싸늘했다.

그것만으로 어느 정도 상황을 분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그 짧은 시간에 차를 절단 내고 저, 저 거리에서 투척했다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동공을 파르르 떨며 수화기에 대고 경고를 날리려고 했다.

하지만.

건우는 그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건지, 손아귀를 쥐는 시늉을 했다.

그것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 불길했다.

두근!

심장이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 내가 뭘 건드린 거지?’

이내 건우의 손이 완전히 쥐어졌다.

“아, 안 돼!!!”

콰콰콰콰콰쾅!!!

습격자의 육신은 응결된 피들이 뒤죽박죽 튀어나오며 갈가리 찢겨 나갔다.

***

야밤 산골 오지.

그곳에는 전투복을 입고 있는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숫자는 총 다섯 명이었다.

대외적으로 이들에게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지칭하는 이름은 확실히 있다.

그 이름은 바로 킬더스크.

그렇다.

이들은 바로 선우유정이 구성한 팀이었다.

바위에 앉아있던 선우유정은 폰으로 통화를 걸다 포기했다.

“당했나본데. 과연 썩어도 S급이라는 건가.”

기분이 불쾌했는지 그는 핸드폰을 던져 박살 냈다.

“너희가 진이가 뽑은 놈들이냐?”

단신의 두 쌍둥이는 동시에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신 있지? 듣자 하니 실력 괜찮다던데.”

그의 말에 강성민과 강하민, 신촌 브라더스는 씨익 웃어 보였다.

“이 수모를 갚을 날만 기다렸습니다.”

그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지금도 건우와 붙어 이길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들의 자신감의 근원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선우유정이 있어.’

‘정면으로 붙으면 그 녀석도 끝나겠지.’

선우유정은 자신을 보고 있는 킬더스크에게 말했다.

“슬슬 움직이자고. 이번 먹잇감은 크니까 보상도 많이 떨어질 거야.”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킬더스크 전원이 하얀 가면을 착용했다.

선우유정은 피식 웃으며 음산하게 한마디를 남겼다.

“자, 레이드 시작이다.”

***

글라체스를 회수한 건우는 운전기사를 근처 나무에 뉘였다.

-이제 어떻게 할 참이냐?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였으니, 아마 오늘 안에 저를 죽이려고 하겠죠. 그러니까…….”

건우는 다시 크루엘의 마검을 꺼내들었다.

“이참에 쓸어버려야죠.”

세이비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내 후손이지. 상대는 아마 그들이겠지?

건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에는 딱 한 집단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킬더스크.”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안 봐도 뻔했다.

던전 안도 아니고 밖에서 이런 만행을 벌일 수 있는 건 무법자인 그들 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우는 마냥 분노만 하지 않았다.

팔락!

오히려 피식 웃으며 인벤토리에서 전투용 코트를 꺼내 몸에 걸칠 뿐이다.

우웅. 우웅. 우웅.

코트에 심어둔 인스파이어 마법이 몸 곳곳에 펼쳐졌다.

공격력, 방어력, 기동력이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증대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세이비어가 질렸다는 듯 말했다.

-너 오히려 습격해 주길 바란 것 같다.

“그동안 참아줬고 명분까지 제공해 줬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죠.”

-쯧쯧.

세이비어는 혀를 차며 적에게 동정을 표했다.

그들은 건우를 사냥하며 즐길 생각이 다분할 것이다.

하지만 킬더스크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

광대에게는 그들의 도발은 그저 놀이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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