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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42화 (42/308)

42화

화조혼을 고칠 수 있다?

그 말을 들은 서유라의 머릿속에 많은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거듭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였다.

‘불가능해.’

그게 말처럼 쉬운 거였으면, 왜 지금까지 가문 사람들이 고생을 했단 말인가.

‘아버지도 불가능했어.’

심지어 화조혼을 극복한 서일도도 깨달음을 전수하지 못해 난감해 하지 않았는가.

‘말뿐이면 정말 실망할 것 같아.’

그녀는 가슴을 꼭 누르며 말했다.

“재밌는 농담이네요.”

“흐음, 믿어주지 못해서 섭섭하네. 만약 내가 해낸다면, 어떻게 할 건데?”

건우는 팔짱을 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서유라는 왠지 모르게 고집이 생겼다.

“뭐든지 할게요.”

그러자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죽으라고 하면 죽을 것도 아니고. 원.’

“뭐든지의 범위가 어디까진데?”

“네?”

그 말에 서유라는 당황하며 얼굴을 홱 붉혔다.

안절부절 못 한 그녀는 힐끔 건우의 눈치를 보다 말했다.

“……너무 무리한 요구만 아니면 정말 뭐든지 할게요.”

“좋아. 후회하지 말라고. 등 좀 볼 수 있을까?”

“버, 벗어야 하거나 되는 건 아니죠?”

“응? 그럴 필요 없어. 옷 밖으로도 보이잖아.”

“…….”

서유라는 쑥스러운지 얼굴로 뒤돌아 앉은 뒤, 머리칼을 사락 앞으로 넘겼다.

일순간 머리칼에서 좋은 향기가 흘러나왔다.

그 뒷모습이 묘하게 요염해 보였다.

“크흠.”

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정신을 딴 데로 돌렸다.

‘심두멸각, 명경지수. 정신 차려라. 유라는 그냥 동생이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던 건우는 붉게 달아오른 화조혼을 살폈다.

유라의 등에 새겨진 불새가 맹렬하게 기승을 부리는 것 같았다.

건우는 유라에게는 들리지 않게끔 중얼거렸다.

“할아버지. 이건 피닉스랑 관련된 문장일까요?”

-아니. 미묘하게 달라.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요?”

-없어. 이건 맹렬한 힘이 깃든 가호야. 문장 자체의 힘이 너의 에르모스 문장이랑 비견될 정도라고.

건우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정도예요?”

-틀림없다.

세이비어가 확신하자, 건우는 심히 고심했다.

너무 강한 힘은 사람의 몸을 갉아먹는 법이다.

처음 에르모스 문장을 수여받았을 때, 짧지만 건우 역시 부작용을 겪었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건우가 레벨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문제이기도 했다.

강해진 신체와 온전한 정신.

결국 서유라에게 필요한 건 이 두 요소였다.

‘나처럼 레벨업하기는 어렵겠지.’

“역시 힘든가요?”

서유라의 목소리에서 지친 어조가 들려왔다.

그 모습을 보며 건우는 입꼬리를 올렸다.

의기소침한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해결할 수 있으니까 잠깐만 기다려줘.”

“……네.”

생각은 약 5분 정도 더 진행됐다.

그리고 건우의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됐다.

‘슬슬 감이 오네.’

건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정해진 결론은 하나였다.

“화조혼을 지우는 방법밖에 없겠네요.”

원초적이면서도 단순한 방법.

세이비어는 실망한 어투로 말했다.

-그렇게 되면, 넌 이 가문의 원수로 등극할 게다.

그의 충고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맞는 말이었다.

자고로 가문의 비전은 타인이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됐다.

그것은 금기다.

하물며 그게 가문의 상징이면 무게가 달라진다.

-게다가 네가 하려는 건 저 아이의 날개를 꺾으려는 거야.

“알고 있어요. 하지만 밸런스가 너무 안 맞아요.”

서유라의 화조혼은 이미 주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지금 상태에서는 서유라가 아무리 단련해도 화조혼을 길들일 수는 없다.

과유불급.

한 마디로 지금 서유라에게 이 화조혼은 너무 과한 힘이었다.

“그러니까 파괴한 다음에 다시 수복하면 되잖아요.”

-그건 가능할 것 같구나.

건우의 발상에 세이비어는 은연 중 감탄했다.

화조혼을 부수면, 화조혼은 분명 힘을 잃는다.

그 뒤로 복원을 전개하더라도 힘은 돌아오지 않는다.

개념이나 사람의 내재된 힘까지는 복원을 못 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밸런스를 맞추면 화조혼은 앞으로 서유라와 성장을 나란히 하며 힘을 증대시켜나갈 것이다.

건우는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서유라에게 이 점을 분명 설명해 주었다.

서유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상관없어요. 죽는 것보다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잡는 게 낫잖아요.”

건우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

서유라는 깜짝 놀라 등을 돌렸다.

그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확신을 주었다.

“한 가닥 희망이라니. 100%다.”

“잘 부탁드려요.”

믿음이 갔는지 서유라는 살포시 웃었다.

잠시 후.

본격적인 화조혼의 파괴 작업이 진행됐다.

“그럼. 조금 아플 거야. 참아줘.”

“……네.”

건우는 곧장 서유라의 등에 손을 올렸다.

움찔!

상당히 긴장했는지, 그녀는 심하게 몸을 떨었다.

건우는 신경 쓰지 않고 작업에 집중했다.

‘불의 힘을 지우려면 당연히 얼음이겠지.’

[아이스 포그를 발동했습니다.]

건우는 우선 냉기계통의 마법으로 화조혼을 자극했다.

화르르르르륵!

그 순간, 화조혼에서 맹렬한 불길이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엄청난 맹화가 건우의 손아귀와 맞닿았다.

치이이이익!

순식간에 냉기와 열기가 맞닿으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으윽!”

“크윽!”

건우와 서유라는 동시에 신음성을 터뜨렸다.

그의 앞으로는 정신없이 시스템창이 배열됐다.

[화조혼이 적으로 간주합니다.]

[적이 멸할 때까지 화조혼의 화염이 요동칩니다.]

서유라의 등에 있는 화조혼이 달군 것처럼 시뻘겋게 빛이 났다.

‘얼음 계통은 익숙지 않는데. 별 수 없겠네.’

건우는 인상을 찌푸리다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아티팩트를 꺼내들었다.

쩌적!

손에 쥔 것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장창이었다.

바로 일전에 얼음 미궁의 보스, 세피아를 쓰러뜨리고 얻은 전리품이었다.

<빙창, 글라체스>

등급: 유니크

설명: 세피아의 빙정으로 이루어진 창, 오리하르콘이랑 버금가는 강도를 자랑한다.

내구도: 75/75

*6서클 이상 화염 계통 마법에 노출될 시 내구도가 감소한다.

*빙결마법 응용 시 공격력을 220% 대폭 증가시켜준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보다 훨씬 좋은데.’

건우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화조혼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아이스포그를 발동했습니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냉기가 화조혼을 집어삼켰다.

화르르르륵!

거센 불길이 글라체스에 닿았지만, 글라체스는 요지부동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천천히.’

글라체스의 버프 효과로 한결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건우는 조심스럽게 빙결마법을 응용했다.

화조혼을 지우되 절대 서유라가 다치지 않게끔 했다.

치지지지직!

거듭 불길이 손아귀에 쏟아졌지만, 글라체스로 인해 데미지는 없다.

건우의 손과 맞닿은 화조혼은 결국 농도가 희미해지며 문장이 지워져 나갔다.

[화조혼이 50% 가까이 손상됐습니다.]

치이이익!

화조혼은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미안. 조금 시간이 걸렸지.”

“아, 아니에요.”

서유라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최대한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화조혼을 손으로 덮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금빛무리가 단숨에 화조혼을 뒤덮었다.

우웅!

지워졌던 화조혼의 문양은 다시금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 과정 중에 서유라의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따뜻해.’

[화조혼의 복원이 완료됐습니다.]

서유라의 등에 다시금 화조혼이 복구됐다.

건우는 그녀의 등에서 손을 떼며 물었다.

“끝났어. 기분은 어때?”

눈을 뜬 서유라가 주먹을 쥐었다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그머니 마력을 운용해보았다.

이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개운함이 온몸을 뒤덮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 말을 더듬었다.

“훠, 훨씬 좋아졌어요. 어떻게 한 거예요?”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말했잖아. 밸런스를 맞춰놓겠다고. 힘은 전보다 줄어들었을 테지만 약해진 건 아니야. 오히려 더 강해졌을 거야.”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그녀는 반색하며 웃다가 곧 건우와 내기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긴장이 만연한 어조로 말했다.

“……오, 오빠 그럼 내기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한테 바라시는 거 있나요?”

서유라는 건우를 올려다보며 주먹을 꼭 쥐었다.

씨익.

건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밥 먹자. 아주 맛있는 밥. 아버지하고 화해도 하고.”

“그, 그게 전부에요? 돈이라든지. 다른 것도”

그는 인상을 홱 찌푸리며 다시 한번 강한 억양으로 말했다.

“밥. 네가 정성껏 해준 밥이면 돼.”

“지, 직접이요?”

서유라는 크게 당황했다.

‘요, 요리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귀한 집 딸로 자라 강해지기 위해서 수련만 거듭해온 그녀가 요리를 알 턱은 없었다.

“왜 좀 무리한 요구였나?”

“아, 아니요. 할 수 있어요.”

서유라는 졸지에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이 사정을 알 리 없던 건우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지혜 정도는 아니어도 간단한 요리는 할 줄 알겠지.’

다음 날, 건우는 심한 복통을 앓고 리조트에서 종일 앓아누워야 했다.

메뉴는 숯으로 된 무언가였다고 한다.

***

해가 중천에 떴다.

봉황 길드의 무도장.

서일도와 서유라, 두 부녀는 같이 나란히 마주 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냉랭한 눈보라가 불어닥치는 듯했다.

먼저 서일도가 말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건 무슨 말이냐?”

“그 말 그대로예요. 화조혼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됐어요.”

“하룻밤 만에 생각해온 거짓말이 고작 그거인 것이냐?”

서일도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서유라는 곧장 힘을 전개했다.

화르르르르르르륵!

맹렬한 열화가 그녀의 등 끝에서 날개처럼 피어올랐다.

“아니?!”

서일도는 동공에 비치는 거센 불길에 심히 당황했다.

비록 이전보다 힘의 크기는 훨씬 약해졌지만, 서유라는 제대로 화조혼의 원형을 유지하며 힘을 내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냐? 정말 하루만에…….”

“……건우 오빠가 도와줬어요.”

“최건우 헌터를 말하는 게냐?”

서유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러니까 선우진과 오갔던 혼담 내용도 다 취소해 주세요.”

짧은 시간이지만 서일도는 고민에 빠졌다.

거의 성사된 것처럼 일이 진행 중이었는데, 중간에 틀어지면 아크 길드와는 크게 척을 지게 될 것이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

“알았다. 그리 하마.”

서일도의 허락이 떨어지자, 서유라는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앞으로 혼담은 제 상의 없이 진행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 남자는…….”

그녀는 굳건하고 강한 억양으로 말했다.

“제가 데려올 거예요.”

묘한 박력에 서일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게냐?”

“아, 아직 없어요. 그래도 제 마음은 확실해요.”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딸의 모습에 서일도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는 딸 앞에서 은연중 살기를 드러내며 생각했다.

‘어떤 놈팡이 같은 놈인지 걸리기만 해봐라.’

같은 시각.

“엣취!”

건우는 힘겨운 표정으로 재채기를 했다.

“끄응, 누가 내 얘기하나?”

그러고는 콧잔등을 문질렀다.

곁에서 그를 간호하고 있던 지혜가 염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괜찮아? 감기 증상도 있는 것 같은데. 무슨 S급이 이렇게 약해.”

진심 어린 걱정에 건우는 마음이 조금 애잔해졌다.

“지혜야.”

“응.”

“요리 잘해줘서 고마워.”

“……무슨 소리야? 뭐 먹고 싶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4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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