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화성 시 게이트 공략전.
레이드 참가 멤버는 S급 헌터인 마동혁과 최건우, 단 둘뿐이었다.
“미쳤습니까? 아무리 S급이어도 위험합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접한 백석 길드 간부, 김용진이 양손으로 엑스를 그렸다.
중장갑을 걸친 마동혁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고집을 부려도 의미 없다니까.”
“만약 대표님이 잘못되는 날에는 저희 길드는 삽시간에 무너질 겁니다.”
“왜 일어나지도 않는 일에 벌써부터 걱정을 하고 그래?”
김용진이 빽 소리를 질렀다.
“걱정 안 하게 생겼습니까?! 그렇게 다치셨는데.”
“후우, 알았다.”
마동혁은 한숨을 쉬며 도끼를 내려놓았다.
‘뭐지? 진짜 포기한 건가?’
건우는 눈썹을 꿈틀거렸고, 마동혁은 손가락으로 뒤를 지목했다.
“저게 뭐였더라?”
“저거요?”
김용진이 무심코 등을 돌린 순간,
빠악!
마동혁의 손이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비록 위력은 낮췄지만 무려 S급의 완력.
당연 버틸 재간이 없었다.
털썩.
김용진은 그대로 기절했다.
마동혁은 뒤에 있는 길드원에게 말했다.
“끌고 가.”
“네, 네.”
맞을까 두려운 건지, 그들은 바들바들 떨며 김용진을 끌고 갔다.
“…….”
멍하니 있던 건우는 한마디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해도 괜찮은 겁니까?”
마동혁이 엄지를 추켜세우며 말했다.
“뭐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도 못 할 정도로 후려쳤습니다. 하하하하.”
건우도 덩달아 웃어 버렸다.
“기억 못 하면 장땡이죠.”
***
잠시 후.
후우우웅.
두 사람은 거친 눈보라를 뚫고 게이트에 접근했다.
“흐음. 예티가 상당히 줄어들었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글쎄요. 어떻게 된 걸까요?”
“허허허허허.”
말하는 것과 달리 마동혁은 예티의 수를 줄인 사람이 이미 건우라고 확신하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우웅!
두 사람은 어느덧 게이트에 접근했다.
쿠우우우
게이트의 파장 때문인지, 주변에는 예티들이 밀집해 있었다.
“잘 걸렸다, 이것들. 여기서는 내가 실력 발휘를 하지.”
마동혁은 번뜩 눈을 뜨며 방패에 도발 스킬을 전개했다.
은은한 녹빛이 방패로 용솟음치자,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예티들이 움직였다.
그워어어어어!
예티 떼는 단숨에 마동혁을 깔아뭉갤 듯 덮쳐왔다.
콰앙!
그걸 방패로 예티와 받아친 마동혁은…….
“으아아아아악!”
일갈을 외치며 예티 떼를 밀어붙였다.
그 괴력에 예티 떼들은 단숨에 떠밀려났다.
진형이 흐트러지자, 마동혁은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쿠콰아아앙!
도끼로 휘두른 참격이 눈밭을 갈라 버리며 단숨에 예티들을 초토화 냈다.
‘S급은 진짜 스케일이 다르네. 바포메트랑은 비교가 안 돼.’
건우는 그 힘의 위용에 감탄하다 곧 마동혁의 등 언저리에 손을 뻗었다.
스멀스멀.
그 손아귀로 밀집해 형성된 마력 패턴은 하나가 아니라 무려 세 개나 됐다.
[히트 마법을 발동했습니다.]
[헤이스트를 발동했습니다.]
[스트랭스를 발동했습니다.]
“하아, 대단하군.”
건우의 버프에 마동혁이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띠었다.
이것으로 추위로 받았던 제약이 사라졌다.
게다가 힘이 용솟음쳐 억제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으아아아악!”
콰콰콰콰콰콰쾅!
마동혁은 도끼를 난잡하게 휘두르며 예티들을 학살했다.
잠시 후.
주변은 온통 예티의 시신으로 가득했다.
며칠 동안 고생해도 뚫리지 않던 1차 난관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하지만 마동혁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몸풀기는 어느 정도 됐군. 그럼 이동할까?”
두 사람은 혹독한 눈보라의 근원지인 게이트를 쳐다봤다.
[얼음미궁]
-등급 : AA
-지형 : 빙괴로 이루어진 미궁
-서식 몬스터 : UNKOWN
‘안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으려나.’
건우는 주먹을 쥐었다 피며 게이트에 진입했다.
***
반짝.
주변은 투명하고 단단한 얼음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얼음이 거울처럼 주변의 것들을 비치니 길이 더욱 어지러웠다.
말 그대로 이곳은 얼음으로 형성된 거대한 미궁이었다.
마동혁과 건우는 길을 헤매며 연신 위기에 맞닥뜨렸다.
쿠구구
이번에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3미터 크기의 아이스 골렘이었다.
<아이스 골렘>
-등급 : ★★★
-설명 : 빙정의 핵으로 만들어진 미궁의 수호자
-능력치
체력: 1020 공격력: 350 방어력: 400 마력: 280
“저리 찌그러져 있어!”
마동혁은 기합을 터뜨리며 양손으로 도끼를 휘둘렀고, 건우는 즉각 스킬을 전개했다.
[파이어 볼을 발동했습니다.]
화륵!
일순간 도끼날에 파이어 볼이 맺혔다.
치이이익! 콰앙!
붉게 달구어진 도끼날은 단숨에 아이스 골렘을 격파했다.
우우우웅!
하지만 상대는 한 기가 아니었다.
우웅.
그 뒤로 기능이 정지한 아이스 골렘들이 눈을 뜬 것이다.
“최건우 헌터님! 물러나주십시오!”
마동혁이 다시 한번 날뛰기 시작했다.
그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동안, 건우는 두 가지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길은 대강 외웠는데, 세피아가 있을 만한 곳이 추정이 안 돼.’
첫 번째는 얼음미궁의 보스, 세피아의 행방이었다.
미궁을 수색한지 어언 7시간이 지났다.
더군다나 건우는 완전기억능력으로 이미 지형을 익혀 둔 상태였다.
‘더 이상 갈만한 길이 떠오르지 않아. 사람의 흔적도 안 보이고.’
그리고 두 번째.
마동혁과 함께 레이드에 참여한 백석 길드의 길드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상황이 이쯤 되니, 건우는 말도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기억력까지 의심했다.
콰앙!
바로 그때 어찌 된 일인지 지반이 크게 기우뚱거리더니
쩌거거거거걱!
지면이 갈라지며 거대한 크레바스가 형성됐다.
“어? 어?”
쾅! 쾅!
마동혁은 아이스 골렘과 함께 그대로 크레바스에 휘말려 떨어졌다.
“……?!”
깜짝 놀란 건우가 즉각 손을 뻗었다.
[역중력 마법을 발동했습니다.]
추락 중이던 마동혁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쩌적! 콰앙!
갈라진 틈새가 다시 닫히더니 흔적도 남지 않았다.
“뭐?!”
눈앞에서 마동혁을 놓친 건우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세이비어가 음성을 내보냈다.
-과연 미궁이구나. 세피아는 아마 이 밑에 있을 게다.
“후우, 이 밑으로만 들어가면 된다는 거죠?”
-지금 네 마법으로는 이 얼음을 부수려면 시간이 걸릴 게다.
“할아버지, 녹일 수 있을 만한 마법 있죠?”
-물론. 내가 어째서 대마도사인데. 그 전에 네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씨익.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포션 마시면 되니까 아끼지 말고 쏟아부어 주세요.”
[마력공유를 발동했습니다.]
우웅!
반지는 곧 건우의 체내에 있는 마력을 빨아들였다.
평소와 달리 딜레이가 조금 걸렸다.
‘아직 내 마력으로는 무리인가?’
문득 그런 고민을 하는 순간, 반가운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헬 파이어를 발동했습니다.]
화르르르륵!
미궁 전체로 거대한 열기와 빛이 얼음지면에 퍼부어졌다.
대략 10미터의 크기를 자랑하는 화구.
그것은 지상에 있는 적들을 잿더미로 만들기에 충분한 화력이었다.
지면이 삽시간에 녹아들었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
주변에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순식간에 눈앞을 가렸다.
그러다 차츰 마력고갈로 헬파이어가 사라지려고 하자, 건우는 손길을 내밀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헬파이어가 복원됐습니다.]
복원 중 헬파이어의 마력 패턴을 접한 건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엄청나게 복잡하네.’
지끈.
처음으로 마법을 익히던 중 두통이 일어났다.
게다가 마력 소모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세상은 약빨이지.”
건우는 빠르게 고갈되는 마력을 보충하기 위해 연신 포션을 들이켜야 했다.
***
얼음으로 이루어진 미궁
콰지직! 콰앙!
그곳으로 아이스 골렘들이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타악!
같이 추락 중이었던 마동혁은 깃털처럼 사뿐히 지면에 착지했다.
‘몸이 가벼워, 이것도 최건우 헌터님의 힘인가?’
마동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주변을 살펴봤다.
성을 연상케 하는 그곳에는 동료들이 눈과 얼음에 뒤덮여 있었다.
“너, 너희들!”
빠득!
마동혁은 이를 갈며 분개했다.
그들이 죽어 가는 것을 여유롭게 지켜보는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네놈이냐!!”
마동혁은 전신에서 마력을 분출하며 정면을 응시했다.
“…….”
그곳에는 얼음으로 이루어진 동상이 있었다.
머리에는 왕관을 얹고 있고, 몸에는 경량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뭔가 재질 같은 것이 묘하게 사람을 보는 것만 같았다.
여인상은 손에 턱을 괴고서 잠을 취해 있었다.
오싹!
그 모습을 본 마동혁은 심장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몸을 파고드는 엄동설한의 저주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날 얼렸던 것은 저 녀석이었어.’
빠직!
그는 두려움보다 분노가 앞장섰다.
쿠구구구구구
그와 동시에 S급의 힘이 용솟음치며 대기가 잔잔히 떨렸다.
콰앙!
“으아아아악!”
마동혁은 발을 박차고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번뜩!
그와 동시에 자고 있던 여왕이 눈을 떴다.
콰앙!
마동혁의 기습은 불발로 그치고 말았다.
“어, 어떻게?!”
쩌적! 콰앙!
그가 휘두른 기간트 엑스가 여왕이 들고 있는 창에 꿰뚫려 분쇄됐기 때문이다.
“이 자식!”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다.
마동혁은 즉각 여왕의 창을 손에 붙들고 방패로 얼굴을 내리찍었다.
실드 크래시.
방패로 적을 부수는 그의 주특기 공격이었다.
그 순간 여왕의 남은 손에 또 다른 창이 형성됐다.
‘두 개?!’
여왕은 앉은 채로 창을 내질렀다.
콰칭!
날카롭게 생성된 창이 단숨에 마동혁의 방패를 부수고 어깨를 찔렀다.
“크아아악!”
쩌적!
꿰뚫린 상처에서는 피가 흐르는 대신, 차갑게 얼어붙었다.
빠득!
“이 개자식이!”
마동혁은 이를 갈며 근성을 발휘했다.
후웅! 콰앙!
여왕의 얼굴에 마동혁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이것만큼은 예상 못 했는지 여왕은 왕좌에서 벗어나 멀찍이 날아갔다.
“크아아아악!”
하지만 마동혁은 자신의 주먹을 감싸야 했다.
어떻게 된 강도인지, 주먹 뼈가 으스러졌기 때문이다.
저벅저벅.
반면 마동혁의 일격에 날아갔던 얼음여왕은 느긋하게 걸어왔다.
쩌걱!
얼굴에 균열이 일구어지기는 했지만,
후우웅!
주변에 있는 냉기가 금세 상처 부위를 메우며 그녀는 단숨에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래. 죽을 때까지 해 보자. 이 미친 것아!”
빠직!
마동혁은 어깨에 박힌 얼음 창대를 부러뜨린 뒤, 발을 박쳤다.
“으아악!”
두 존재 사이에서 다시금 공방이 벌어졌다.
콰앙! 콰앙! 콰앙!
마동혁은 주먹에 열의를 담아 폭풍처럼 내질렀다.
얼음여왕은 대체로 공격들을 몸소 받아주며 반격을 가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림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했다.
하지만 여왕의 공격을 받는 마동혁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한국 최강의 탱커라 불리고 있는 그가 조금씩이지만 통증을 호소했다.
“크윽.”
그때 그의 빈틈을 찾은 여왕이 즉각 얼음의 창을 생성해 어깻죽지를 찔렀다.
푸욱! 쨍그랑!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는지 갑주는 부서졌고, 창은 고스란히 마동혁의 어깨를 관통했다.
“크아아악!”
마동혁은 상처를 붙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제는 마무리를 지을 차례다.
쩌적.
여왕은 다시 얼음의 창을 생성해 그의 머리를 노렸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뚝.
얼음천정이 갈라지며 물 한 방울이 그녀의 목덜미로 떨어졌다.
“……?!”
불길한 조짐을 느꼈는지, 여왕이 발을 뺐지만…….
콰아앙! 화르르륵!
엄청난 규모의 화염이 천장을 분쇄시키더니 곧장 여왕에게 직격했다.
화르르륵!
여왕은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치며 눈보라를 뿜어냈다.
“읏차!”
그 사이, 부서진 천장에서 건우가 떨어졌다.
“최, 최건우 헌터님! 이, 이게 무슨?!”
그러나 건우는 당장 마동혁을 신경을 쓰는 대신 정면을 보고 말했다.
“어때? 불 맛 죽이지? 세피아.”
위엄을 풍겼던 여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뚝뚝.
그 대신 몸이 흐물흐물 녹고 있는 여왕이 건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3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