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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33화 (33/308)

33화

화성 시의 게이트의 출현.

뜬금없는 화제기는 했지만 건우는 당황하지 않고 의문인 점을 물었다.

“게이트 등급이 어느 정도기에 그럽니까?”

“최소 4성급 이상으로 추측되네.”

“다른 S급 헌터도 있을 텐데, 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구자혁은 힘겨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미 한 명. 서열 10위인 마동혁 헌터가 투입돼 있네.”

“아, 그분이요.”

건우는 거대한 중장갑을 몸에 걸치고 도끼를 휘두르는 마동혁을 떠올렸다.

특유의 도발 스킬로 몬스터와 대인전을 벌이는 게 그의 특기였다.

힘 또한 막강해서 어지간한 몬스터는 세 방을 못 버텼다.

“근데 왜 저까지…….”

“이걸 봐주게.”

건우는 구자혁이 내민 태블릿 PC를 쳐다봤다.

후우웅.

화면 속에 있는 화성은 완전히 눈과 얼음의 지대로 변모해 있었다.

“으아아아악!”

몰려드는 예티로 인해 헌터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던전 브레이크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확장된 게이트 너머로 조금씩 몬스터들이 기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던전 브레이크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압!”

화면 넘어에서는 은백색의 갑주를 걸치고 있는 마동혁 주변으로 예티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건우가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이 양반 원래는 더 빠를 텐데.”

“극심한 추위 때문에 몸이 굳은 거지. 참고로 저기는 영하 50도에 육박한다네.”

그 말대로 마동혁의 몸에는 성에가 잔뜩 끼어 있었다.

“이대로 던전 브레이크 사태가 퍼지면, 어떤 재난이 들이닥칠지 알 수 없다네.”

“…….”

구자혁의 설명에 건우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게이트 너머에서 어쩐지 낯익은 실체를 엿봤기 때문이다.

골똘히 기억을 되짚어 보던 건우는 눈을 번득 떴다.

‘세피아?!’

그 이름의 정체는 전생시절, 아라크네와 동격의 재앙이었다.

형체는 얼음으로 조각된 여인의 용모를 갖춘 조각상 몬스터였다.

전생시절 당시 세피아는 한 나라에 거대한 마법을 시전했다.

아이스 에이지(Ice age)

나라 규모로 불러일으킨 눈과 얼음의 폭풍은 단숨에 한 나라를 멸망시켰다.

아마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화성시 역시 같은 꼴을 겪을 것이다.

꽈악!

건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왔어.’

훗날을 도모하는 건우의 계획은 결코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최건우 헌터 내 말 듣고 있는가?”

“아, 죄송합니다. 생각이 많아져서…….”

구자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하네. 다른 S급 헌터는 해외에 있거나 이미 레이드를 진행 중이었네. 그 때문에 부탁할 사람이 자네밖에 없다네. 가능하겠는가? 마동혁 헌터 혼자서는 공략이 불가능하네.”

“…….”

건우는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역시 딴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가라면 당연할 것이다.

걱정하고 있는 것은 세피아의 존재였다.

‘7성 상태 전력을 그대로 갖추고 있으면 방법이 없을 텐데.’

만약 세피아가 7성이면 S급 파티가 몰려가도 전멸할 것이다.

구자혁은 깊은 수심에 잠긴 건우의 얼굴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S급들은 자기 구미에 당기는 제안만 받아들이는 것 같군.’

“무리면 다른 헌터를 알아보겠네.”

그러자 건우는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아니요. 죄송합니다.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참가하겠습니다.”

“정말인가?”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구자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가 비용으로는 30억에 맞춰 줄 수 있네. 시간이 오래 걸리면 금액은 더 오를 것이네.”

“아니요. 돈은 괜찮습니다.”

“그럼 원하는 게 뭔가?”

구자혁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특정 게이트를 선점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허허, 그거라면…….”

구자혁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당황했다.

건우의 제안은 그가 힘을 쓴다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싸게 먹혀서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게이트를 두고 입찰 경쟁을 하는 길드에게 분명 밉보일 것이다.

‘그래도 돈에 눈이 먼 녀석들보다는 차라리 영웅의 요구 조건을 들어 주는 게 낫겠지.’

잠시 고심을 했지만 결정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하겠네.”

확답을 받은 건우는 몸을 일으켰다.

“서두르죠.”

“준비는 필요 없는 겐가?”

“네.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의욕이 넘치는군. 최대한 서두르겠네.”

구자혁은 전화를 걸어 화성시에 갈 채비를 도왔다.

건우는 초조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전생 시절, 건우는 멸망한 세계를 지켜봤다.

세계는 수많은 종말을 맞아 지역, 나라마다 다양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중 세피아의 손길이 닿은 나라는 아직도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거리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아이에게 요리를 해 주며 다정하게 웃어 주던 어머니.

그림을 그리고 있던 노인까지.

그들은 그 상태로 일제히 얼음 동상이 되어 있었다.

‘아이스 에이지를 준비하고 있는 거라면 빨리 막아야 돼.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야.’

***

후웅!

대기를 가르며 협회 전용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이륙했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이서진은 뒤에서 눈을 감고 있는 건우를 살펴보았다.

건우는 연신 무언가 생각하며 중얼거리기를 반복했다.

‘의외로 성실하군.’

지금까지 거만을 떨던 S급 헌터만 봐 온 그에게 있어 건우의 모습은 나름 참신했다.

그는 본격적인 출동에 앞서 다시 상황을 브리핑했다.

“현재 화성시는 봉쇄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도심지에서는 예티나 다른 몬스터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헌터들은 피난처까지 바리게이트를 세우고 지키는 중입니다. 만약 던전 브레이크까지 발생하면, 상황은 종잡을 수 없게 됩니다.”

“네, 숙지했습니다.”

대답을 한 건우는 슬슬 손깍지를 끼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최건우 헌터님.”

“네.”

“그 복장으로 가면 얼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서진의 눈에 비친 건우의 복장은 백색의 마도사 코트였다.

등에는 무슨 의미인지 모를 수레바퀴와 검의 문양이 곁들여 있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답변했다.

“괜찮아요. 제가 직접 만든 거니까요.”

“아, 아티팩트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겁니까?”

건우는 곤란한 표정으로 웃으며 답했다.

“음, 제작했다기보다는 짜깁기했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새로 제작한 코트 및 전투복은 카페 알바를 하는 동안, 건우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이다.

<오리엔트의 미늘 갑옷>

<페르세의 레그가드>

<너드비안의 목걸이>

이 세 개의 아이템을 비롯해 각종 아이템에서 추출된 혼을 모두 이 전투복에 불어넣은 상태였다.

여기에는 물론 보온마법도 섞여 있다.

“그리고 몬스터와 조우할지도 모르니 지도는 꼭 챙겨 주시길…….”

“그거라면 괜찮아요.”

“네?”

“이미 다 외웠거든요.”

드륵.

건우는 대답과 함께 헬기 문을 열었다.

쏴아아아아아!

거친 눈보라가 비행기 안에 들이닥쳤다.

이서진은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최, 최건우 헌터님 갑자기 문을 여는 건 위험합니다. 일단 착륙하시고.”

“걱정 마시고 이대로 철수해 주세요. 문은 닫고 가겠습니다.”

“위, 위험합니다.”

건우는 그 말을 무시하고 몸을 던졌다.

당황한 파일럿이 더듬더듬 말했다.

“……어, 어떻게 할까요?”

“철수하죠. 정말 S급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해주는군.”

이서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마음속으로 건우의 승리를 기대했다.

***

허공에 몸을 날린 건우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스킬을 전개했다.

[역중력 마법을 시전했습니다.]

몸이 금세 둥실 떠오르며 지면에 무사히 안착했다.

건우는 도심 곳곳을 살폈다.

후우우웅!

세차게 불어오는 눈보라.

빌딩은 꽝꽝 얼어붙어 있었고, 길거리에는 온통 눈투성이었다.

전투의 여파도 역력했다.

거리의 진열창이 깨져 있고, 그 주변을 예티들이 설치고 있었다.

‘게이트까지는 여기서 10Km 남았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네.’

건우는 이그너스의 반지에 대고 말했다.

“할아버지. 아직도 삐져 있으세요?”

-……모른다. 이 배신자 박쥐같은 놈아.

“하하.”

배신자 박쥐란 말에 건우는 내심 속이 찔렀다.

세이비어가 삐져 있는 이유는 바로 건우의 등에 달려 있는 무늬 때문이었다.

별 깊은 뜻은 없었지만 그 무늬는 두 개의 상징을 섞은 것이었다.

그중 하나는 윤회의 수레바퀴.

이는 이그너스를 뜻했다.

그리고 수레바퀴에 걸려 있는 검은 니제르의 검을 표현했다.

그 때문에 세이비어는 단단히 심통이 나 있었다.

건우는 가만히 있다가 지조 없는 놈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할아버지 요즘은 하이브리드 시대인 거 모르세요?”

-하이브리드로 쳐 맞고 싶냐?

“…….”

건우는 곤란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

바로 그때.

그르르르르

하얀 눈보라 속을 예티들이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눈을 사륵 밟으며 나온 예티들이 어느새 눈앞에 쫙 깔려 있었다.

<하얀 그림자, 예티>

-등급 : ★★★

-설명 : 극한의 추위 속에서 서식한다. 덩치와 달리 눈밭에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능력치 : 다수 밀집으로 측정 불가.

“……엄청나게 많네. 이왕 이렇게 된 거 시험해 볼까?”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크루엘의 마검을 빼 들었다.

그아아아앙!

쩌적!

한 예티의 노호성이 떨어지자, 예티들은 일제히 양손에 얼음덩어리를 형성시키더니 곧바로 건우에게 내던졌다.

[파이어 볼을 시전했습니다.]

건우는 같은 숫자의 파이어 볼을 생성해 요격했다.

쏴아아아아아!

맞닿은 얼음과 파이어 볼 사이로 일제히 수증기를 일어났다.

건우는 수증기 사이로 발을 내밀었다.

크와아아앙!

예티들이 일제히 건우를 덮쳤다.

건우는 몸을 선회시키며 크루엘의 마검으로 갈지자의 획을 그려 넣었다.

니제르 오식, 혈화(Blood flower)

붉은 혈선이 예티 주변으로 난무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무슨 일을 겪은 지도 모른 채 예티의 몸은 단숨에 몸이 썰려 나갔다.

상처에서 분사된 피는 한순간에 아름드리 핀 꽃 같기도 했다.

후웅!

하지만 피는 곧바로 들이닥친 눈과 섞여 주위를 빨갛게 물들였다.

그르.

투기로 들끓던 예티들의 눈동자에 일순간 공포라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서걱! 서걱! 서걱!

건우의 주변에는 여전히 혈선이 난무하며 예티들이 토막 나고 있었다.

그 숫자가 스물에 다다를 쯤.

건우는 생각을 바꾸고 발을 멈췄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어.”

단순히 예티만 퇴치하는 일이라면 간단했을 거다.

그러나 이 뒤에는 아직 던전의 보스가 남아 있었다.

창빙의 군주, 세피아

전생 시절의 건우와는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지만, 반드시 숙청해야 될 원수 중 한 명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세피아의 전력을 측정할 수 없다.

따라서 힘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

“후우.”

건우는 입김을 토해 내며 예티들에게 말했다.

“……뭘 봐, 덤벼.”

그아아앙!

도발이 섞인 웃음에 예티들은 안광에 살기를 품으며 발을 박찼다.

그와 동시에 건우는 손에 있는 이그너스의 반지에 마력을 전달했다.

[게이트를 형성합니다.]

건우의 앞으로는 조그만 게이트가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예티들이 펄쩍 뛰며 건우에게 습격을 가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건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읊조렸다.

“나와라, 바포메트.”

서걱! 콰직!

호명하기가 무섭게 게이트 너머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낫이 반월의 궤적을 그렸다.

궤적에 닿은 예티들은 모조리 썰려 나갔다.

스륵.

이어서 게이트 너머에서 거대한 산양의 악마가 눈밭에 발굽을 내디디며 튀어나왔다.

주변에 있는 예티들을 살펴보던 바포메트는 가소롭다는 듯 힘껏 포효했다.

고오오오오오오!

저릿저릿!

차원이 다른 공포와 맞닥뜨린 예티들은 일제히 전의를 상실했다.

3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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