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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30화 (30/308)

30화

예상치 못한 2차 전직.

“시간의 어릿광대?”

건우는 상태창을 통해 정보를 읽어 내려갔다.

<시간의 어릿광대>

만물에게는 거스를 수 없는 이치, 시간.

당신은 그 시간의 태엽에 기웃거리며 노닐다가 역으로 당하기도 합니다.

때때로는 그 시간의 섭리를 교활하게 이용합니다.

간략한 설명 밑에는 이번에 획득한 전용스킬 3가지가 있었다.

<치유의 요람>액티브

등급: S

설명: 부상을 입은 생물을 원래 상태의 몸으로 회복시킵니다.

숙련도: 최하 0%

*부상자의 신장과 맞는 사이즈의 요람이 형성됩니다.

*주의! 요람을 빠져나가면 부상을 입은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생물이 회복될 때까지 스킬 시전자의 마력이 소모됩니다.

<회귀의 링>액티브

등급: A+

설명: 링을 형성시켜 아티팩트를 비롯한 무구를 복원시킵니다.

숙련도: 최하 0%

*스킬이 시전된 무구에 회귀의 링이 생성됩니다.

*링에 지속된 데미지를 가해 소멸되면, 아티팩트의 복원이 취소됩니다.

*아티팩트 및 물건이 복원될 때까지 스킬 시전자의 마력이 소모됩니다.

<메모리 구현>액티브

등급: AA

설명: 5초 동안 한 물건에 벌어진 상태나 현상을 구현합니다.

숙련도: 최하 0%

*횟수제한 1일 2회

*주의! 불확실한 기억에 대해서는 구현이 불가능합니다.

꽈악!

건우는 주먹을 으스러질 듯 쥐었다.

단지 읽어본 것만으로도 감이 왔기 때문이다.

전직 후 생성된 스킬은 전생에서 그에게는 없던 능력들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네. 그나저나 광대라…….”

건우는 직업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지 턱을 매만졌다.

시간의 어릿광대.

그 단어를 듣고 떠오른 이미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차이트.”

어쩌면 이 직업은 그의 발자취가 아닐까?

하지만 전생 시절, 건우와 계약한 그는 갑작스레 행방불명됐다.

‘정작 필요할 때는 안 나타나주더니만.’

건우는 원망스러움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만약 차이트가 강림했다면, 세상에 몰아닥친 재앙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하고.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냐?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세이비어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제 직업이 시간의 어릿광대라고 하는데, 정말 안 어울리지 않아요?”

-딱이구먼.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까 전투에서 웃으면서 적을 농락하는 모습이 광대랑 다를 게 뭐더냐?

나름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건우는 납득하지 않았다.

“그건 어쩌다 우연의 일치로 맞아떨어진 상황이잖아요.”

-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차이트는 장난꾸러기 같은 본질을 가지고 있는 녀석만 계약을 하거든. 너는 그 흔히 말하는 또라이에 가까울지도 몰라.

“…….”

건우는 빈정이 상했다.

“앞으로 드라마 시청 금지. 티비 절대 보지 마세요.”

-이게 감히 할아버지를 협박해!

“건전하게 살아야죠.”

건우는 반지를 가동하여 게이트를 생성시킨 뒤, 발걸음을 옮겼다.

***

던전 공략에 나선지 어언 3일차.

“전화번호를 바꾸든가 해야지.”

레이드를 마친 건우는 가장 먼저 스마트폰부터 확인했다.

스마트폰에는 부재중 통화가 가득했다.

대부분은 여러 길드에서 섭외를 위해 온 게 대부분이었다.

건우는 1순위로 여동생인 지혜의 연락이 있었는지 확인했다.

그다음으로 확인한 건 박춘삼이었다.

확인하는 이유는 사뭇 달랐다.

‘전 재산 들고 튈 수도 있으니 꾸준히 확인해야지.’

통화 버튼을 누르니, 박춘삼은 의외로 곧장 수신했다.

-형님. 드디어 연락이 됐군요.

“잘 지냈냐? 몸은 괜찮고.”

-요 며칠 동안 사과하기 위해 쥐어터지고 다녔지만 괜찮습니다. 배상해 주기 위해 집까지 팔았습니다.

“그래? 진짜 반성하고 다니긴 하나 보구나.”

건우는 의외라고 느꼈다.

-다 형님을 만나서 갱생하고 다니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당분간 신세를 질 수 있겠습니까?

“머물 곳 찾아봐. 우리 집이랑 가까운 곳으로…… 돈은 내 걸로 처리해.”

-혀, 형님.

쿨하게 집까지 사준다고 하자, 춘삼은 감격한 듯했다.

하지만 건우의 속마음은 냉담했다.

‘어딜 감히 우리 집에 들어오려고 해.’

야생의 늑대를 순한 양인 여동생이 있는 집으로 들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럼 부탁했던 일, 마저 애써줘. 끊는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춘삼이 말했다.

-그거라면 다 끝냈는데요? 형님.

“다 끝냈다고?”

건우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네. 당연히 그것 때문에 연락드렸죠.

“어떻게? 사과하러 다녔다면서.”

건우는 다시금 마음속에 의심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춘삼에게 맡겼던 일의 분량은 적어도 보름은 족히 걸릴 일이었기 때문이다.

-에헴, 다 좋은 동생을 두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너 지금 어딘데?”

건우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진로를 바꿨다.

잠시 후.

종로 시내의 카페, 하트 벅스.

건우는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님.”

그때 건우의 곁으로 춘삼이 캐주얼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간 얼마나 고생을 겪은 건지, 그의 얼굴은 이곳저곳 붓고 긁혀서 죄다 반창고 신세였다.

“얼굴에 왜 이렇게 상처가 많아?”

춘삼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사과하고 다니다 겪은 일이죠. 뭐, 그간 원한이 깊게 쌓였는지 손속이 엄청 맵더라고요.”

“나 같으면 식칼 들고 쫓아갔을 것 같은데?”

“그래도 소시민이 아니라 돈 많은 부자들한테만 사기치고 다녔으니까요. 하하, 제가 그렇게까지 타락하지는 않았습니다.”

“자랑이다. 그래서 끝났냐?”

“네!”

춘삼은 호언장담했다.

“앞으로는 정신 차려라.”

“저도 진지하게 반성했습니다. 앞으로 그런 일 없을 겁니다.”

건우는 피식 입꼬리를 올리다가 무심코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우와 저 사람들 모델인가?”

“비율 완전 좋네.”

“진짜 저 사람들이 인싸 인생이네.”

‘부담 돼.’

건우는 익숙지 않은 시선에도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했다.

아무래도 레벨업과 수련의 성과로 용모가 변한 게 한몫 단단히 한듯했다.

그 변화는 춘삼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형님 안 본 사이에 키가 약간 더 크신 것 같은데요?”

“내가 사춘기냐?”

건우는 어물쩍 넘기며 단도직입적적으로 말했다.

“그래서 일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춘삼은 가방에서 자료를 꺼내 건우에게 내밀었다.

“형님이 표시했던 곳 외에도 지방까지 범위를 넓혀 폐기 예정인 아티팩트를 모았습니다.”

“이걸 다?!”

자료를 살펴본 건우는 경악했다.

프린트 된 지도에는 온통 빗금으로 표시된 데다가 표로 정리된 아티팩트 확보 숫자도 기준 목표인 157개를 뛰어넘어 2033개나 되었기 때문이다.

“자금은 얼마나 남았냐?”

“한 7억 2천정도 남았습니다.”

“…….”

건우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산수를 못 하는 건가?’

이 정도 물량이면 건우의 계산으로는 10억 가까이 써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것밖에 안 드냐? 업자들이 뭐라고 안 해?”

“전부 공짜로 받아왔습니다.”

“뭐? 어떻게?!”

경악한 건우에게 박춘삼이 웃으며 설명했다.

“아티팩트는 처리하는 비용이 더 들거든요. 실제로 폐기를 해주는 대신 정부한테 돈을 받는 구조니까요. 정말 재활용될 것들이면 자기들이 어떻게든 살리겠죠.”

“근데?”

“그래서 문제 안 되게 해드릴 테니까 공짜로 달라고 했습니다. 근데, 운송비용은 도저히 못 깎아서 돈이 좀 들었습니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건데.”

건우는 박춘삼의 탁월한 사업 수완에 진심으로 혀를 내둘렀다.

“물건이 너무 많아서 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창고 중에서 가장 큰 걸 빌렸어요. 형님 라이센스를 보여주니까 비용은 전부 무료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뿌듯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자격증이니까.”

“근데, 이렇게 하면 형님한테 남는 게 있습니까?”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 때문에 한 몇 천배는 마진이 붙을 것 같은데.”

“?”

박춘삼은 이해할 수 없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춘삼과 헤어진 건우는 곧장 아티팩트가 보관된 창고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대형 공장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건물이었다.

건우는 무의식적으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으리으리하구먼.”

이런 시설을 공짜로 대여할 수 있다니.

‘국가에서 공인받은 최초의 S급 헌터란 건가.’

건우는 이제야 드러난 라이센스의 진가에 어깨를 으쓱였다.

삑!

보안 장치에 라이센스를 갖다 대니, 잠금장치가 해제됐다.

끼익!

두꺼운 철문이 열리고 조명을 키자, 눈앞에 거대한 고철 산이 드러났다.

그것들은 온통 녹이 끼고 부스러져 쇳가루가 날리기도 했다.

또한 곳곳에서 미세하게나마 마력의 잔재가 흘러나왔다.

-온통 쓰레기 천지네. 어쩔 심산이야?

“전부 복원할 거예요.”

-이걸 전부?

“원래 이 정도까지는 계획에 없었지만요. 하하”

-그 사기꾼 자식. 주둥이 터는 만큼 일은 기똥차게 잘하더구나.

“저도 다시 보게 됐습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날이 완전히 망가진 검을 주워들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후웅.

마력이 밀집하기가 무섭게 검이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다.

-엄청나게 빨라졌구나.

“전직한 보람이 있네요.”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건우는 새로운 스킬을 시전했다.

[회귀의 링을 발동했습니다.]

건우의 손아귀 끝에서 다양한 크기의 링이 날아갔다.

휘리리릭!

아티팩트를 휘감은 링이 정신없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링 안에 갇혀있는 아티팩트는 빠른 속도로 원래 형태로 복원되기 시작했다.

건우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유용해.”

일전에는 가까이 있어야만 복원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회귀의 링은 건우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효력을 발휘했다.

단점이 있다면, 복원이 다 될 때까지 건우의 마력을 좀먹는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할만한데.’

그래도 전직을 한 보람이 있는지 건우는 체내에 마력이 아직 여유가 있었다.

우웅!

건우는 연달아 회귀의 링을 사용해 아티팩트를 휘감았다.

한계는 약 50번째 링을 형성할 때쯤 느꼈다.

“전부 하려면 한 일주일쯤 걸리려나.”

직접 만져서 복원하는 것보다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나름 괜찮은 성과였다.

건우는 그대로 아티팩트 더미를 맴돌았다.

-뭐 하고 있냐?

“쓸 만한 게 있는지 찾고 있어요.”

건우는 주변을 샅샅이 뒤지던 중 책을 주워들어 먼지를 털었다.

“스킬북도 있네.”

낡고 찢어졌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스킬북이었다.

“보자. 인스파이어? 보기 드문 마법이네.”

<인스파이어>

등급: 레어

설명: 아티팩트의 혼을 추출해 사물에 주입하는 마법이다.

내구도: 3/25

건우는 피식 웃으며 세이비어에게 말했다.

“할아버지는 사용 못 하죠?”

-그걸 내가 왜 사용해? 전투용도 아닌데? 왜 필요하냐?

“네.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씨익!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스킬북에 마력을 주입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금빛 마력에 휩싸인 스킬북이 단숨에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동시에 건우의 눈앞으로 시스템창이 형성됐다.

[인스파이어를 습득하겠습니까?]

[수락/거부]

건우는 즉각 수락을 눌렀다.

스킬북이 단숨에 사라지고,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띠링.

[스킬, 인스파이어를 터득했습니다.]

<인스파이어>액티브

-등급: BB

-설명: 아티팩트의 혼을 추출해 사물에 주입하는 마법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순발력이 요구된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습득하기 쉽지 않다.

-숙련도: 최하 0%

*추출 실패 시, 원래 아티팩트가 파손돼 효과를 잃는다.

*주입 실패 시, 아티팩트 효과가 반감된다.

“그럼 적당한 게 뭐가 있을까?”

건우는 스킬을 시험하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적당한 것을 찾았는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흐음, 이게 적당할 것 같은데.”

눈앞에는 거대한 기사의 갑옷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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