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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26화 (26/308)

26화

협회를 빠져나와 길을 걷는 중.

춘삼이 대경실색하며 건우에게 말했다.

“형님 어떻게 하시려고 그래요?”

“뭐가?”

“선우진 그 천하의 쓰레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그렇지, 아크 길드한테 밉보이면 이 바닥에서는 얄짤없어요. 형님은 그야말로 전쟁을 선포한 거라고요.”

“글쎄, 그렇지만도 않을걸.”

“네?”

“내 등급이 뭐지?”

“아.”

구태여 답할 필요도 없이 춘삼은 바로 이해했다.

5년 만에 출현한 대형 S급 루키.

이 바닥에서는 아크 길드와 척을 져서라도 영입하고 싶은 인재였다.

곧이어 건우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입이 근질거렸는데. 딱 절제된 선에서 끊은 게 그 정도다.”

“하긴, 아크 길드가 대놓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긴 하죠.”

표면적으로 이 문제는 건우와 선우진의 개인적 갈등일 뿐이다.

아크 길드가 나서면 그야말로 우스운 광경이 되고 말 것이다.

“그나저나 너는 왜 아직도 안 가냐?”

“형님을 끝까지 보필해야죠.”

춘삼이 강단 있는 눈빛으로 말했다.

건우는 지그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정확히 국적이 뭐냐?”

“미국계 한국인입니다. 어머니는 전라도 출신이죠.”

“사기는 왜 치고 다니는데?”

“그, 그게…….”

직설적인 물음에 춘삼은 심하게 당황했다.

그러자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춘삼의 말을 끊었다.

“너한테 피해 입은 사람들한테 돈 다시 돌려주고 제대로 사과하고 와. 그럼 그때는 군소리 없이 받아줄게.”

“…….”

춘삼은 고심이 깊은 표정이었다.

“생각은 나중에 추스르고 일단 밥이나 먹자. 뭐 먹고 싶냐? 내가 살게.”

“랍스타요.”

“죽을래? 랍스타는 얼어 죽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건우는 기가 막혔다.

춘삼은 더욱 뻔뻔하게 나왔다.

“돈도 많으신 분이 쩨쩨하게 그것도 못 사줍니까?”

“너한테 지갑을 그 정도까지 열고 싶지 않거든요. 그냥 국밥 먹어.”

“……이럴 거면 왜 물어보신 겁니까?”

이번에는 춘삼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싫으면 말던가.”

“제가 언제 싫다고 했습니까?”

건우가 홱 등을 돌리자, 춘삼이 다급하게 쫓아갔다.

***

집으로 돌아온 건우는 방에서 조용한 시간을 가졌다.

스스스스.

세이비어가 모처럼 반지에 빠져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가만 보면 너는 전생 때부터 아랫사람을 잘 구슬리는 재주가 있어.

“갑자기 왜요?”

-그냥 그 사기꾼 대하는 걸 보면 그렇게 느꼈다. 근데 정말 받아줄 거냐?

“훗.”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놈이 갱생할 놈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거죠. 아마 지금쯤이면 녀석도 포기했을걸요. 그냥 다시는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려고 말한 거예요.”

-글쎄, 어떨까나. 만약에 진짜 반성하고 너한테 온다면?

세이비어는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받아줘야죠. 할아버지도 아시잖아요. 저, 제 말에 책임은 지는 놈입니다.”

‘99% 올 놈이 아니지.’

이미 건우는 다시는 박춘삼을 볼 일이 없다고 확신했다.

세이비어와 대화를 마친 후.

건우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상태창을 열었다.

[최건우]

▶직업: 무

▶레벨: 30

▶칭호: 용인의 혈족(외 1종)

▶전용스킬

-[복원][소유권 부여][완전기억능력][이그너스 마나연공식: 4성][명운 역전]

▶일반스킬

-12종의 마법(파이어볼……)

▶스테이터스

[근력 70] [민첩 80] [체력 350] [마력 320][맷집 190]

레벨에 비해 스테이터스가 믿을 수 없게 높았다. 이그너스 마나연공식과 고대 엘프 검술비급 덕분이었다.

다음으로는 인벤토리를 살폈다.

그동안은 아공간 배낭 때문에 잘 쓰지 않는 항목이었지만, 전용무기인 크루엘의 마검은 항시 인벤토리에 보관했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두 가지 아이템이 더 있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의 건틀렛]

[불사조의 명약]

“이건 받아두고도 못 쓰네.”

건우는 불사조의 명약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약은 일전에 봉황 길드의 A급 헌터인 서유라가 준 약이었다.

시세는 대략 10억으로, 마시면 목숨이 위급한 순간을 넘길 수 있는 명약이었다.

생각을 마친 건우는 앞으로의 계획을 수립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될 건, 전직 퀘스트.

그리고 두 번째는 앞으로 활동하는데 제약이 없을 정도의 자본을 확보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야겠네.’

건우는 피식 웃으며 세이비어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앞으로 꽤 바빠질 것 같네요.”

-실없기는. 쫓아갈 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

“저야 감사하죠.”

-근데 왜 바쁠 예정인데?

“큰 목표를 앞두고 마법을 익혀두고 싶어서요.”

-하긴, 요즘 게으르기는 했다.

“이제 4성이니까 사용할 수 있는 마법 가짓수도 대폭 늘어나겠죠.”

-허허, 또 얼마나 나를 놀랠 킬 예정인 거냐?

“글쎄요.”

건우는 씩 웃으며 얄궂게 한마디를 남겼다.

“기절초풍할 만큼?”

***

이른 아침, 옥상.

건우는 서서히 몸을 풀며 호흡을 골랐다.

-준비됐냐?

“네.”

우웅! 우웅! 우웅! 우웅!

대답을 마치자, 건우의 주변으로 다수의 펜타그램이 생성됐다.

그것은 모두 세이비어가 시전하는 마법으로 금방이라도 소실될 것만 같았다.

건우는 즉각 펜타그램에 손을 뻗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우웅!

건우의 마력에 반응한 펜타그램은 점차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본격적인 전직 퀘스트를 하기에 앞서 필요한 준비였다.

어떤 상황이든 대처할 수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마법의 가짓수를 늘려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세이비어는 무척이나 헌신적으로 조력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저서클 마법을 이참에 닥치는 대로 선보이고 있었다.

[아이스 포그(Ice Fog)를 복원하셨습니다.]

[스킬, 아이스 포그(Ice Fog)를 획득하셨습니다.]

[일루전(illusion)을 복원하셨습니다.]

[스킬, 일루전(illusion)을 획득하셨습니다.]

[나이트 메어(nightmare)를 복원하셨습니다.]

[스킬, 나이트 메어(nightmare)를 획득하셨습니다.]

건우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하며 빠르게 스킬을 획득해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세이비어는 조용히 침음을 흘렸다.

‘괴물 자식.’

전생의 로한이나 현생의 건우나 따로 보면 모두 반푼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둘이 겹친 지금,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건우의 고유 능력인 완전기억은 복원하는 중에 마력 패턴을 분석하고 암기한다.

로한의 고유 능력인 복원은 대기의 마력을 이용해 머릿속에 암기한 마력패턴을 그대로 복원해낸다.

이것은 마법사가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을 단숨에 생략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건우는 하루가 다르게 나날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과거, 나의 위상도 뛰어넘을 수도 있겠어.’

세이비어는 긴장하면서도 흐뭇한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보았다.

스윽.

총 5종의 마법을 터득한 건우가 눈을 뜨며 세이비어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한 가지 물어 봐도 돼요?”

-크흠, 뭐든지.

오랜만에 스승이 된 기분을 느낀 세이비어는 콧대를 세우며 말했다.

“나이트 메어는 굳이 제가 익힐 필요가 있을까요?”

-흠, 나는 요긴하게 잘 써먹었다. 저주라고 해서 딱히 꺼림칙하게 느낄 필요는 없단다.

나이트 메어.

저주 계열의 이 마법은 상대방에게 암시를 걸어 그 행위를 어겼을 시 악몽을 보여주는 마법이었다.

종종 고문할 때 쓰이는 마법으로 전생의 건우는 금기로 칭해왔다.

세이비어가 건우에게 단언했다.

-탐탁지 않은 거 안다. 하지만 이것만큼 요긴한 거 없어.

“그렇다면, 뭐 어쩔 수 없겠네요.”

건우는 피식 웃으며 세이비어의 말에 수긍했다.

잠시 후.

준비를 끝마친 건우는 곧장 현관문을 열어 밖으로 나서려고 했다.

덜컹.

“응?”

그런 그의 눈앞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좋은 아침입니다. 형님!”

현관문을 여니 언제부터 기다린 건지 박춘삼이 떡하니 서있었다.

이틀 동안, 춘삼의 인상은 달라져있었다.

짧게 자른 스포츠머리.

잘생긴 얼굴은 이곳저곳 부어올라 몹시 가엽게 느껴질 정도였다.

건우는 혀를 차며 그에게 말했다.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기에 꼴이 그 모양이야?”

춘삼은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님! 절반쯤은 사과가 끝났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

말하는 모양새를 보니 이번에는 무언가 진심이 느껴졌다.

세이비어는 선 채로 당황한 건우에게 음성을 흘려보냈다.

-푸훗, 다 네가 자처한 결과 아니더냐? 아마 저놈은 될 때까지 부딪칠 놈이다.

“끄응.”

상황이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자, 건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았다.”

춘삼은 눈을 반짝였다.

“약속하신 겁니다!”

“다치지 않게끔 잘 마무리하고, 하나 부탁 좀 해놓자.”

“네. 말씀만 해주십시오.”

“원래는 내가 하려고 하던 건데, 네 실력이나 한 번 봐야겠다.”

건우는 다시 집에 들어가서는 출력해놓은 자료를 가지고 나와 춘삼에게 건네줬다.

“이게 뭡니까? 형님.”

“폐기된 아이템을 처리하는 처리장이야.”

“근데, 이걸 왜?”

“거기서 폐기될 아티팩트를 최대한 싼 값에 모조리 사와.”

“네? 전부요?”

엉뚱한 발언에 춘삼은 기겁했다.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이템을 보관할 창고는 협회에서 운영 중인 보관소에서 내줄 거야. 이건 내 라이센스랑 거래 카드야.”

넙죽.

춘삼은 허리를 숙여 건우가 건넨 카드를 받았다.

“혀, 형님.”

“왜?”

“여기에 금액은 얼마나 있는 겁니까?”

“십억.”

“시, 십억이요?!”

예상치 못한 큰 금액에 춘삼의 크게 동요했다.

“저, 정말 절 믿어주는 겁니까?”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믿어주면 되겠냐? 잘 부탁한다.”

건우가 손을 내밀자, 춘삼은 감격한 듯 손을 마주잡았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 보면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

하지만 내막을 엿본 세이비어는 당혹을 금치 못 했다.

손을 마주 잡기가 무섭게 건우가 춘삼에게 마법을 연거푸 시전했기 때문이다.

[나이트 메어를 발동했습니다.]

[나이트 메어(2)를 발동했습니다.]

[나이트 메어(3)를 발동했습니다.]

[나이트 메어(4)를 발동했습니다.]

암시를 어기면 악몽을 보여주는 저주.

그걸 무려 4회나 중첩했다.

어처구니가 없던 세이비어는 결국 한마디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해. 이 인간 불신자야.

춘삼과 헤어진 후.

건우는 그늘이 드리워진 골목에 들어섰다.

“그럼 시작해 볼까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스템 메시지음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전직 퀘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수락/거부]

그가 수락을 누르자, 허공에 게이트가 생성됐다.

‘뭐가 있으려나? 궁금하네.’

그는 발걸음을 옮겨 단숨에 게이트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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