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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2화 (12/308)

12화

집으로 복귀한 건우는 곧바로 집안을 살폈다.

“지혜는 학교 갔나 보네.”

현재 시간은 오전 9시.

대학에서 강의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지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세이비어는 곧바로 유령의 모습을 드러냈다.

“얼른 틀어줘. 이놈아.”

“네.”

틱.

건우는 리모컨으로 TV를 틀어주었다.

“오오!”

세이비어는 눈을 반짝거리며 TV 시청에 몰두했다.

그때 건우는 거실 테이블에 놓여있는 스마트폰을 보고 이마를 매만졌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핸드폰을 두고 가면 안 되지.”

건우는 혀를 쯧쯧 찼다.

장점밖에 없을 것 같은 지혜에게도 한 가지 흠이 있었다. 그것은 간간이 자신의 물건을 깜박하는 증세가 있다는 것이다.

“찾으러 오겠지. 샤워나 하고 있자.”

건우는 그대로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따뜻한 물에 몸을 씻던 건우는 무언가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뭘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뭐지?”

저벅저벅

그때, 현관문 쪽에서 지혜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 찾으러 왔나보네’

“……어, 세이비어?!”

건우는 뒤늦게 거실에서 세이비어가 TV를 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마음이 조급해진 그는 대충 바지만 입고 스마트폰을 챙긴 뒤, 현관문 쪽으로 뛰어갔다.

덜컹!

그리고 급히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현관문에는 그의 여동생인 최지혜와 다른 여자가 있었다.

나이는 지혜와 같은 또래로 보였는데, 웨이브 진 머릿결을 가진 미인이었다.

홰액!

건우와 눈을 마주친 그녀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귀 끝이 묘하게 빨갰다.

지혜가 건우에게 말했다.

“오빠 부탁이니까 집안이라도 옷은 벗고 다니지 마.”

어색한 정적이 흐르기 전에 건우는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했다.

“너만 있는 줄 알았지. 자, 스마트폰 두고 왔지?”

“……그런데 오빠 며칠 안 본 사이에 많이 달라졌네. 키도 좀 큰 것 같고.”

지혜는 멍하게 스마트폰을 받아들며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건우는 급히 화제를 돌려 지혜의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아, 네가 선정이니?”

“네? 네.”

“이름만 듣고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 우리 지혜랑 친하게 지내줘서 고마워.”

“아, 아니에요.”

선정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러자 지혜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오빠, 제발 들어가.”

“어, 어. 그래.”

건우는 곧바로 현관문을 닫았다.

이걸로 위기를 모면한 건가.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찰나였다.

건우는 무언가를 깨닫고는 눈을 번뜩 떴다. 그리고 문 너머에 있는 지혜에게 물었다.

“지혜야.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오늘 수요일이야.”

“수요일, 수요일……?!”

그 순간 머릿속으로 몇 가지 키워드가 스쳐 지나갔다.

수요일 11시, 인천공항.

오늘부터 헌터 라이센스 시험을 치러야 했다.

쿠콰당!

건우는 부랴부랴 짐꾼 복장이라도 입은 뒤, 세이비어를 불러들였다.

“할아버지 급해요. 빨리 가야 해요.”

“아으, 아으.”

그러나 건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세이비어는 손을 접었다 피며 드라마에 몰두하고 있었다.

TV에는 때마침 지금까지의 복선을 드러내는 중요한 씬이 연출되는 참이었다.

-그 아이는, 그 아이는 바로 나의…….

“…….”

건우가 즉각 반지에 힘을 불어넣으니 세이비어는 연기처럼 반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으아아아악! 이 자식! 감히 그 중요한 순간에 초를 쳐!

“뭐가 그렇게 궁금해요? 어차피 아들이라고 할 게 뻔한데.”

-누구 맘대로 스포질이야! 이 자식아!

세이비어가 갖은 원망을 퍼부었지만,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력으로 달리면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

문밖으로 나온 건우는 헤이스트를 시전한 뒤, 전력으로 질주했다.

***

인천공항.

평소에도 많은 여행자들이 오고가는 곳이기는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시끌벅적했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공항 대기석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각성자들이 모여 있었다.

아직 정식 헌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몇 명은 사람들이 알아봤다.

“우와 저 사람 서유라 아니야?”

“우와! 엘프랑 혼혈인 게 맞나 봐. 진짜 연예인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예쁘다.”

시선의 주인공, 서유라의 얼굴에는 지루하다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연한 갈색의 머리칼.

엘프를 연상케 하는 미모가 주변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지금은 길드에서 지급된 전투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절제미를 뽐내고 있었다.

“저기는 신촌 브라더스네.”

“어머 완전 귀여워.”

“세상에 저 사람들이 스물다섯이라고? 나랑 또래인데.”

“저 체구로 몬스터를 잡는다고? 말도 안 돼.”

“그래도 아크 길드에서 스카우트된 사람들이니까 엄청 강할걸.”

이번에 시선이 향한 곳은 귀여운 외모의 쌍둥이 형제들이었다.

신촌 브라더스로 불리는 강성민과 강하민.

그들의 신장은 약 150cm로 국내 각성자 중에서 제일 작은 단신이었다.

현재 두 사람은 서로 장난기가 가득한 눈초리로 투덕거리며 놀고 있었다.

쿵.

그때 대기석으로 또 한 명이 접근해왔다.

“꺄아아아악!”

“뭐, 뭐야! 몬스터야!”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처럼 인파가 두 갈래로 쭉 갈라서며 길이 형성됐다.

쿵! 쿵!

그 사이로 장신의 사내가 들어섰다.

신장은 대략 210cm에다가 몸집은 비대했고, 거대한 방패를 팔에 두르고 있었다.

짧은 머리에다가 얼굴에는 험악한 기운이 서려있었다.

방금 전까지 아이돌을 환영하는 듯 바라보고 있던 여행객들이 몸을 떨며 속삭였다.

“저, 저 사람이지? 코리아 자이언트, 조광철.”

“와! 위압감이 장난 아니다.”

“한 명도 보기 드문 각성자들이 몰려있네.”

“그러게. 지금 당장 헌터를 시작해도 무방한 사람들인데.”

소란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한 남성이 각성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습니다. 이번 헌터 라이센스 시험인 서바이벌 프로젝트를 감독하고 지휘하게 된 이서진입니다.”

곁에 있던 비서가 이서진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참가자 인원은 총 21명이고, 4명은 포기, 1명은 부재중입니다.”

이서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겁을 낼 거면, 왜 참가 한다고 한 건지.’

이번에 추가된 서바이벌 시험은 극한의 난이도 때문에 B급 이상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라이센스를 취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시험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겁 없는 각성자들은 도전을 자처했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

서바이벌을 통해 협회에서 내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A급 이상의 라이센스를 취득하려는 것이다.

한참 인원을 파악하던 중 신촌 브라더스를 향해 누군가가 걸어왔다.

웅성웅성.

사람들의 반응은 떠들썩했다.

“저 사람이지? 잠재성 S급이라고 불리는 헌터, 선우진.”

“그러게. 지금은 B급 헌터라던데.”

“이야 부럽다, 부러워. 금수저네.”

선우진은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촌 브라더스에게 말했다.

“이번 일은 중요합니다. 꼭 A급 이상 취득해야 저도 면목이 삽니다.”

“걱정 마.”

“우리가 누군데?”

그들은 엄지를 추켜세우며 씨익 웃어 보였다.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 서려있었다.

그때 인원 파악을 모두 마친 이서진이 각성자들을 소집시켰다.

“그럼 16명 각성자분들은 비행기에 탑승해 주십시오.”

“자, 잠깐만요!”

순간 2층에서 누군가 서진을 불러 세웠다.

“…….”

서진이 목소릴 무시하고 각성자들과 이동하려는 찰나였다.

“꺄악!”

“뭐, 뭐야! 저 사람 미쳤어. 왜 뛰어내려?!”

“?”

갑작스런 소란에 이서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

그는 눈을 부릅떴다.

2층에서는 거대한 아공간 배낭을 멘 한 남자가 몸을 던진 참이었다.

“위, 위험……!”

이서진이 급히 구하기 위해 발을 박차려는 순간.

땅에 떨어지기 직전 남자의 몸이 허공에 두둥실 떠오르며 각성자들 사이에 무사히 안착했다.

“?!”

예상치 못한 남자의 착지에 주변의 대다수가 놀란 듯 보였다.

“허억, 허억 아직 늦지 않았죠?”

얼굴에 땀을 한가득 흘린 남자는 연신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네, 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최건우입니다.”

서진은 급히 비서가 건네준 서류를 살펴보다 눈썹을 꿈틀거렸다.

‘F급에 짐꾼? 게다가 재시험이라고?’

방금 전 건우의 행동으로 긴장했던 것이 억울해 순간 어깨 힘이 축 빠졌다.

‘자살 방법도 여러 가지군.’

“참가 의사 확실하신 거 맞습니까?”

건우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힘차게 답했다.

“네!”

그 표정은 너무나 유쾌해 보였다. 허나 그 표정이 싸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저벅.

고개를 든 건우는 눈앞에 있는 선우진과 눈을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선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건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가 어떻게?!”

“…….”

건우는 애써 대답을 무시하고 선우진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울컥!

무시 받은 것에 화가 뻗쳤는지 선우진의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F급 짐꾼 나부랭이가 재시험을 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뭐야?”

“저 녀석 F급이었어? 푸훗.”

선우진의 곁에 있던 강성민과 강하민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건우 역시 쌍둥이들을 향해 비꼬듯 말했다.

“뭐가 그렇게 웃겨? 똥개들아.”

“뭐?! 똥개!”

“말 다 했냐?”

강성민과 강하민이 발끈하거나 말거나 건우는 비웃음을 날렸다.

“조심해. 너희 같은 애들이 딱 토사구팽 당하기 좋거든.”

“뭔 소리야?”

“정신 나갔나? 이게.”

“…….”

쌍둥이들의 반응과 달리 선우진은 입을 굳게 다물고 건우를 쳐다봤다.

토사구팽.

토끼를 사냥하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

이 말은 선우진이 던전에서 동료들을 내팽개치고 도망쳤던 걸 의미했다.

그 때문일까?

선우진은 목소리에 살기를 담아 말했다.

“……더 이상 지껄이면 가만 안 둔다.”

물론 건우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끝까지 자기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네. 쓰레기 새끼.”

“…….”

조롱하듯 한마디를 툭 던진 건우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뭐 저딴 싸가지 없는 새끼가 다 있어?”

“무슨 일인데? 저 새끼 누구야?”

쌍둥이들의 질문에 선우진은 싸늘한 표정으로 답했다.

“신경 쓰지 마. F급에 쓸모없는 짐꾼 새끼니까.”

***

하늘에는 적란운이 몰려들고 있었다.

아직은 대기가 불안정하게 흔들리진 않았다.

기내를 살펴보던 세이비어가 건우에게 말을 걸어왔다.

-비마나만큼은 아니지만 이 비행기란 것도 나쁘지 않구나.

“몬스터가 습격하면 끽하고 끝나겠지만요.”

-여기는 비마나가 없는 거냐?

“글쎄요. 아마 그런 마도 문명의 유산은 탑에서나 볼 수 있을 거예요.”

-허허허, 아쉽구먼.

세이비어가 탄식을 늘어놓을 때.

뒤에서 쌍둥이 형제 강성민과 강하민이 건우에게 다가왔다.

건우는 그들을 곁눈질로 슬쩍 살피며 입을 뗐다.

“용건 없으면 가주시지.”

“용건이야 있지. 우리에게 그런 도발을 하고 그냥 가면 멀쩡할 줄 알았냐?”

“팔, 다리 어느 쪽이 부러지고 싶냐?”

쌍둥이들의 살기등등한 모습에 각성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나왔다. 신촌의 악동들.”

“신촌의 악동들? 신촌 브라더스 아니었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저 녀석들 걸핏하면 힘없는 각성자들 시비 걸어서 주먹부터 내지르고 다니잖아.”

“같은 각성자인데, 맞고만 있어?”

“으이구, 쟤네들은 어쌔신 계열의 A등급 각성자잖아.”

“아크 길드에서는 뭐라고 안 해?”

“거기 대표 아들인 선우진이 적극 추천해서 데리고 온 애들이라 뭐라고 말 못해.”

‘결국 쓰레기가 쓰레기를 데리고 왔다는 말이네.’

건우는 불쾌한 신경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비웃음이 섞인 눈으로 쌍둥이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랄하고 자빠져 있네. 미친 새끼들.”

움찔!

상당히 비위가 거슬리는 말에 쌍둥이들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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